친구 이야기-우정의 발걸음
뭔가 느낌이 달랐다.
아무래도 생각을 바꿔야 했다.
처음에는 가기 힘들겠다싶었다.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의 밀린 업무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굳이 못 갈 이유는 아니었다.
회계를 맡은 아내가 남편인 나를 대신해주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것도 내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했다.
목이 간질간질 한 것이, 찬 공기를 쐬고 돌아다니다보면, 자칫 기침감기의 시초가 될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또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목도리를 두껍게 해서 목을 감싸면 그런대로 예방이 될 듯도 했다.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마신 것도 좀 켕기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그것만큼은 이유가 되지를 않았다.
안마시면 될 일이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우정이었다.
내 발걸음 하지 않았을 경우에, 섭섭하다고 삐쳐갈 친구들의 우정은 내 감당키 어렵겠다 싶었다.
심정적으로 결론은 이미 내고 있었다.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다.
아내의 눈치였다.
어제도 그제도 허구한 날 술을 마셔대다가 건강이라도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타박을 받은 터였기 때문이다.
아내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발걸음 해야겠어요. 안다니는데 없다 할 정도로 쏘다니면서, 몇 달 만이 한 번 만나는 동창회에 안 나간다면 친구들한테 욕먹기 십상이에요. 그리고 올해 마지막 만남이니, 오늘 만큼은 가봐야겠어요.”
내 그렇게까지 자초지종 이유를 대는데 아내로서도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질 수는 없었다.
“웬만하면 도중에 오세요. 끝까지 눌러 앉아있지 말고요.”
아내의 그 말에 담긴 뜻을 내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술을 덜 마실 작정을 하고 발걸음 했다.
지난 수요일인 2015년 12월 16일 오후 6시, 을지로 6가 ‘물레방아’에서 있었던,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 재경모임이, 내 어렵게 발걸음 한 바로 그 모임이었다.
곧, 우정의 발걸음이었다.
발걸음하기를 참 잘했다 싶었다.
최근에 치과병원을 개업 한 김명래 친구도 그 모습을 내보였고, 그동안 잘 안보였던 안춘식 친구도 그 모습을 내보였다.
그 또한 우정의 발걸음이었다.
발걸음만 한 것이 아니라, 김명래 친구는 1차 저녁자리의 밥값 술값을 몽땅 감당해줬고, 안춘식 친구는 2차로 몰려 간 노래방 비용을 몽땅 감당해줬다.
그 마음씀씀이가 참 고마웠다.
흥이 돋우어질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당초 술을 좀 덜 마시겠다고 했던 내 마음의 다짐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주는 대로 얼씨구 좋다 하면서 받아 마시곤 했고, 받는 대로 곧장 비워버린 그 술잔을 대뜸 건네주고는 했다.
나도 취하고, 나와 권커니 잣거니 한 친구들도 다 취했다.
아무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마침 공적 서류까지 지참하고 있는 터여서, 더 이상 술이 취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2차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흥이 무르익어 갈 때쯤, 살그머니 그 노래방을 빠져나왔다.
도망치는 내 그 발길을 뒤따라, 밤하늘에 뜬 초승달이 내 발목을 낚아채기라도 하려는 듯 자꾸만 따라오고 있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김창현 작성시간 15.12.20 만남이 아름답고, 나누는 우정이 아름 답네.
밥값 걺어지는 그 베품이 아름답고, 노래하며 웃고 즐기는 모습들이 아름답네!
세밑에, 동짓달초이레 초승달이 우리mj13 동기들의 마음을 따라 함께 흘러가는 운취 또한 아름답네!
찾아만 주면 나물국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약속에, 어느날은 주린 배에 점심 채울 걱정은 없어도 되겠네다는 안도에 내맘도 부자와 똑 같으네.....!
새해 모임에 더 많은 얼굴 같이 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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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용갑 작성시간 15.12.20 고향친구들의 모임이 이렇게 소중하고 정겨울까?
친구들의 반기는 마음과 위하는 마음이 아름다워 추운날씨에도 발걸음을 한 친구님들 감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