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아내에게 띄우는 생일축하 메시지
아내의 생일이다.
2016년 10월 7일 금요일인 오늘로, 예순두 번째의 생일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내 아직 아내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못했다.
너무나 이른 시간인 새벽 4시쯤에, 내가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으로 출근했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아내가 깨어 있기라도 했으면 생일을 축하하는 말 한마디라도 건넸을 텐데, 코를 살살 골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아내를 차마 깨게 할 수는 없어서 발끝걸음으로 살금살금 집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그랬으니 아직까지 아내에게 축하 인사를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냥 있지를 않았다.
어떻게 축하를 해줄까하는 그 방법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이강국 친구가 그랬듯, 꽃바구니를 하나 안겨줄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 오늘 점심이나 저녁을 아내의 기품에 맞게 차려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다 돈과 연결되는 축하의 방법이었다.
좀 께름칙했다.
내 마음의 진정이 돈과 연결되는 것이 마뜩하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보다는 내 마음을 온전하게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내가 생각해낸 것이, 내 마음을 담은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을 띄워 보내는 것이었다.
돈 한 푼 안들이면서도, 내 마음 온통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동안 잘 감당해낸 아내의 헌신에 감사하는 내 마음을 전해줄 수 있겠다 싶었고, 속상해도 이를 참아낸 아내의 용서에 감사하는 내 마음을 전해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 끝에, 내 이렇게 메시지 한 통을 써봤다.
당신의 생신을 축하드려요. 별로 내세울 것 없는 나를 만나 잘 감당해온 지난 세월들에 대해 내 진정한 마음으로 감사드려요. 더 감사한 것은 용서였어요. 내 잘못 처신한 것이 한둘 아니었는데도 마음의 눈을 질끈 감아 덮어줬었기에 내 늘 행복하다 행복하다 하는 오늘이 있게 된 것이었어요. 이제는 그 지난 세월을 반성하고 비록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당장 내 당신을 그렇게 힘들게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내일에 다가오는 매사가 다 당신 마음에 흡족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혹 그래도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잘 감당해줬으면 해요. 그래서 남편인 내게는 기댈 언덕배기 같은 늘 평안한 아내가, 든든한 맏이 막내 두 아들과 우리 집안을 새롭게 일구어 갈 큰며느리에게는 늘 가슴 따뜻한 엄마가, 사랑하는 우리들 손녀 서현이에게는 마구 뛰어놀아도 좋을 드넓은 운동장 같은 할머니가, 그리고 우리들 주위 모두에게는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는 가슴 넓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래요. 다시 한 번 당신의 헌신적 삶에 감사드리고,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다가오는 모든 날들에, 하나님의 불꽃같은 은혜가 당신을 늘 감싸주시기를 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리면서, 예순두 번째로 맞는 2016년 10월 7일 생일에 즈음한 내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렇게 써놓고 보니 내 속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이 좀 쪽팔린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 드러낸 생각이 좀 가증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깐 주저했다.
그러나 눈 딱 감았다.
그 잠깐 주저하는 사이에 애써 써놓은 그 메시지를 썩힐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눈 딱 감고 아내에게 띄워버렸다.
그 시각, 오전 8시 30분을 막 넘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