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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이 객점으로 들어가다 (一僧入店)
.
한 중이 시주를 받기 위해
바랑을 짊어지고 이 고을
저 고을로 돌아다니는데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에 중이
잠 잘 곳을 둘러보니,
마침 저 멀리로 주점 하나가
보이기에 그리로 들어갔다.
.
주인을 만나 묵을
방을 정하고 밖을 내다보니,
화로를 앞에 놓고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나 미인인지라,
.
순간 욕정이 치솟아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내 오늘밤 겁탈을 해서라도
저 여자와 재미를 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중은 계속
그 여자의 거동을 주시했다.
그리하여 밤이 되니
모두들 잠 잘 준비를 하는데,
그 여자는 한 방에서
혼자 잠을 자는 것이었다.
.
밤이 이슥해지자
중은 그 여자의 방 앞으로 가서
옷을 모두 벗어 바랑에 넣고,
그것을 방문 밖
시렁에 걸어 놓았다.
.
만약 여자가 말을 듣지 않고
소리를 쳐서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재빨리 바랑을 집어 도망치려는
계산이었다.
곧 중은 그런 경우를 생각해서,
몇 차례에 걸쳐 바랑을
집어 들고
도망치는 연습을 했다.
.
그리하여 어느 정도
연습한 것이 몸에 익자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가니,
여자가 깜짝 놀라
일어나면서 '누구냐' 하고
소리를 질렀다.
.
이 소리에 놀란
중은 얼른 되돌아 나와,
조금 전에 연습했던 대로
바랑을 집어 들고
무조건 뛰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조용한 들판에 이른 뒤
손에 들고 나온 것을 보자,
.
그것은 놀랍게도
바랑이 아니었다.
너무 급히 서두르는 바람에,
자신이 걸어 둔 바랑을
집는다는 것이
그만 오래 전부터 거기 있던,
암탉이 알을 품는 둥지를
집어 가지고 나왔던 것이다.
.
이에 중은 옷까지 모두 잃은 채
맨 몸으로 들판을 걸었다.
.
이로 인해 세상에는
이런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여자를 간통하려다 음호도
못 보고,
의복과 바랑만 헛되이 잃었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15071?category=65135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