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속히 물러가시오
(耉也速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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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골에 부부가 살았는데,
금슬이 매우 좋아서
늘 한방에
기거하며 평생을 해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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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이 흘러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니,
홀로 남은 노파는
통곡을 하면서 매우 슬퍼했다.
남편의 장례를 끝낸 뒤에도
노파는 계속 애통해 하면서,
"여보 영감!
날 좀 속히 데려가 주시오.
속히 데려가오!"
해가며 습관처럼 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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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계속 울고 있으니,
이웃 사람들이 매우 싫어했다.
그리고는 서로 의논하여
정말 슬퍼서 우는지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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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 노파의 집과
이웃해 사는 한 청년이
그 일을 자청하고 나섰다.
어느 날 저녁때는
구름이 많이 끼어 음침하고
보슬비까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아 때 젊은이는,
'오늘밤이야말로
노파를 시험해 보기에
매우 적당한 때로다.'
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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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우장을 입고 양손에는
절구공이를 쥔 채 집을 나섰다.
그리고 노파의 집 지붕에
사다리를 걸쳐 놓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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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밤 역시
노파는 남편을 부르며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울고 있었다.
곧 젊은이는 지붕 위에서
양손에 쥐고 있던
절구공이를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면서 크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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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멈! 할멈!
내 이제 때가 되어서
데려가려고 왔으니,
속히 나와 함께 가도록 합시다.
어서 빨리 방에서 나와
나를 따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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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러 번 소리를 치자,
그 말을 들은 노파는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크게 놀라면서
손뼉을 탁탁 치며 말했다.
"여보 영감! 어서 물러가요!
저리 물러가라고요!
그리고 다신 오지 마세요!"
이렇게 소리치면서
두려워 몸을 떨며
이리저리 오락가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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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숯을 잘게 부숴
오줌에 섞은 뒤
사립문을 열고
냅다 뿌린 다음,
발을 구르며
역시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
"영감! 물러가시오!
속히 물러가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
이런 일이 있고부터
노파는 두 번 다시
울면서 영감을 불러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 한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
15071?category=65135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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