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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로 좋은 술을
얻어먹다 (詐取美酒)
.
옛날에 한 재상이 있었는데,
그 부인의 질투가 매우 심했다.
.
그래서 재상의 친구가 찾아와
사랑방에서 남편과
환담을 하고 있으면 반드시
안마당 쪽으로 난 문 앞에 와서
그 내용을 엿들었고,
혹시라도
여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곧 채소 안주에 맛없는 술로
술상을 차려 내오는 것이었다.
.
이런 소문이
친구들 사이에 퍼지니,
역시 재상으로 있는
절친한 사이의 한 친구가
이 재상 부인을 속여
한번 좋은 술대접을 받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
하루는 그 재상의
집으로 가서 사랑방에 들어가
재상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소곤 말을 하니,
재상의 부인은 늘 하던 대로
문 앞에 와서 엿듣는데
잘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
그러자,
'이 영감들이 또 쓸데없는
여색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귀를
바짝 문에 대고
긴장을 하면서 들으니,
남편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 사람, 잘 듣게나.
자네는 혹시 듣지 못했는가?
자네를 비난하는 상소가 올라와,
금명간 그 문제를 대신들에게
공개해 논의를 거친 뒤
문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하던데?"
"뭐라고? 이 사람아,
그게 무슨 소린가?
무슨 일로 나를 비난하는
상소가 올라왔단 말인가?"
"으음,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네만,
.
언뜻 들으니 아마도
자네 부인이 어느 여종의 남편과
잠자리를 하고 있다는
불미스러운 이야기인 것 같더군."
.
"이 사람아,
누가 그런 소리를..."
재상의 부인은 남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곧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얼굴을 내밀어
울먹이면서 소리쳤다.
.
"그런 악담이 어디 있답니까?
규방의 여인으로서 그런 입에
담지 못할 소리를 듣고,
어찌 한시라도
이 세상에 살아 있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
차라리 지금 당장 죽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발작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니,
재상의 친구는 손을 들어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부인, 잠시 진정하시고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아직 조정에서 그 상소를 공개해
논의에 붙이겠다는
결정이 난 것은 아닙니다.
.
그리고 그 상소문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잘하면 그 상소를 불문에 붙이고
폐기해 버릴 수도 있답니다.
.
내가 내일 나가서
그 상소문을 찾아
아무도 모르게 숨겨 버리겠으니
안심하십시오."
이렇게 슬그머니 안도하게 하니,
재상의 부인도 진정하고
눈물을 닦는 것이었다.
.
이 때 재상이 부인에게
술상을 내오라고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라고 일렀다.
.
재상의 부인이 들어가서
맛있는 음식을 마련하여
한상 차린 뒤,
깊이 감춰 두었던
술과 함께 가지고 나왔다.
.
그리고는 술을 권하면서
다시 묻는 것이었다.
"대감께서 그 상소를 보셨다면
여종 남편이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되어 있고,
상소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좀 상세히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
이에 재상의 친구는
술을 한잔 죽 들이키고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웃음을 띠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재상을 가리키면서,
.
"바로 이 사람이랍니다.
이 사람이 집에 있는 여종을
부인 몰래 데리고 들어가서
행사를 치르곤 한답니다.
그러니 이 사람은
여종의 남편이 되는 셈이지요.
그런데 부인은 밤에 또
이 사람과 함께 동침을 하니
그 말이 맞지 않습니까?
.
그 상소란 바로
내가 한 것이랍니다."
잔뜩 긴장하여 듣고 있던 부인은
남편 친구의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안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 그런 말로 속여서
좋은 대접을 받는 거야
상관은 없지만,
잠시나마 규방의 여인을
흉측한 욕설로 덮어씌우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답니다."
.
"부인, 내 실제 사실을
그대로 말한 것인데,
어찌 욕설이라고 하시는지요?“
.
재상과 그의 친구는
마주 보면서 크게 웃었고,
이후로 재상의 부인은
두번 다시 사랑방의 이야기를
엿듣는 일이 없었더라 한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
15071?category=65135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