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간 2007년 9월 7일 ~ 9월 10일
황석영 지음 / 창비 펴냄(2007년)
언제나 그렇듯이 누구나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그를 따라가버린다. 나는 아버지가 언제 우리와 한 겨울을 났는지 까마득하게 옛날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세 언니와 함께 부령으로 떠나간 어머니가 가끔 꿈속에 나타나는 것처럼 먼하늘의 구름 지나간 자리같았다. - 78p
던져라 던지데기 바려라 바리데기
칼산지옥 불산지옥 독사지옥 한빙지옥 물지옥 땅지옥
무간 팔만사천 지옥 지나
해 저무는 서천 땅끝까지 와시니
여기는 또 무슨 지옥이냐
아린 영, 쓰린 영, 숨진구두 넋진 영
한도 끝도 없이 헤아릴 수도 없이
새로 나서 살아라 훠이훠이 - 142p
아무런 악한 짓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신은 왜 저에게만 고통을 주는 거예요?
믿고 의지한다고 뭐가 달라지죠?
신은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시는 게 그 본성이다. 색도 모양도 웃음도 눈물도 잠도 망각도 시작도 끝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다. 불행과 고통은 모두 우리가 이미 저지른 것들이 나타나는 거야. 우리에게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우여곡절이 나타나는 거야. 그러니 이겨내야 하고 마땅히 생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그게 신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거란다.
...
아내와 딸들이 총살당하고 잠무카슈미르를 떠나면서 나는 너와 똑같이 신을 원망했다. 어째서 이렇게 선량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느냐고. 그런데 육신을 가진 자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지상에서 이미 지옥을 겪는 거란다. 미움은 바로 자기가 지은 지옥이다. 신은 우리가 스스로 풀려나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를 잠자코 기다린다. - 263p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힘센 자의 교만과 힘없는 자의 절망이 이루어낸 지옥이다. 우리가 약하고 가진 것도 없지만 저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좀더 나아질 거다. - 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