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시

침향 / 서정주

작성자하르르|작성시간26.06.11|조회수10 목록 댓글 2

침향(沈香) / 서정주

침향(沈香)을 만들려는 이들은, 산골 물이 바다를 만나러 흘러내려가다가 바로 따악 그 바닷물과 만나는 언저리에 굵직굵직한 참나무 토막들을 잠궈 넣어둡니다. 침향은, 물론 꽤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이 잠근 참나무 토막들을 다시 건져 말려서 빠개어 쓰는 겁니다만, 아무리 짧아도 2~3백년은 수저(水底)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라야 향내가 제대로 나기 비롯한다 합니다. 천년쯤씩 잠긴 것은 냄새가 더 좋굽시요.

그러니, 질마재 사람들이 침향을 만들려고 참나무 토막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어 내다가 육수와 조류가 합수(合水)치는 속에 집어넣고 있는 것은 자기들이나 자기들 아들딸이나 손자 손녀들이 건져서 쓰려는 게 아니고, 훨씬 더 먼 미래의 누군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후대들을 위해섭니다.

그래서 이것을 넣는 이와 꺼내 쓰는 사람 사이의 수백 수천 년은 이 침향 내음새 꼬옥 그대로 바짝 가까이 그리운 것일 뿐, 따뿐할 것도, 아득할 것도, 너절할 것도, 허전할 것도 없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하르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먼 미래 후대들을 위해 참나무 토막을 잠궈 넣어두어야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섬샘 | 작성시간 26.06.11 지켜 보겠어요 ㅎㅎ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