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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맨발 / 문태준

작성자하르르|작성시간26.06.16|조회수15 목록 댓글 0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 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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