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눌이 싫어할 일을 내가 설마 했겠나? / 서정주
연애지상주의파의 한 노처녀가
사내인 그대의 40대 후반기쯤에 나타나서
"나는 줄곧 당신을 혼자서 사모해 왔거던요."
한다면,
그러고 또 그대가 이미 처자를 거느린 가장이라면,
이거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면 좋지?
"너 좋알라 나 좋알라" 받아들여서
사람들 눈 피해서 붙고 노는가?
아니면 "참어라 참어라 참어라" 하며
멀찌감치 피해서 비껴 살아가는가?
우연처럼 참 우연처럼 꼭 한 번
내게도 이 시험이 사십대 후반엔 왔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침묵함이 좋겠다.
"너 좋알라 나 좋알라"였대면
욕과 팔매질이 뒤따를 게고,
"참으세요 참으세요" 권면했대도
"짜식 참 되게는 깨끗한 체라고......'
어쩌고 저쩌고 믿지도 안 할 테니......
공자가 이 경우에 써먹으시던 말씀-
"하눌이 싫어할 일을 내가 설마 했겠나?"
그거나 습용하며 침묵함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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