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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짧지만 굵직한 산행 – 방태산(주억봉,구룡덕봉,매봉령)

작성자야래향|작성시간26.06.09|조회수36 목록 댓글 0

짧지만 굵직한 산행 – 방태산(주억봉,구룡덕봉,매봉령)

 

1. 주억봉에서 조망, 앞은 맹현봉

 

쉽게 알피니즘을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보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 실천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그와 같

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이유가 변경되거나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디

까지나 성취이지 도피가 아니다.

(…) 용기라는 것은 사람에게 스스로 긍지를 가지도록 해주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특히 개인 차원에서도 현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덕성 저하에 굴하지 않는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의지이기도 하다. 끝에 가서 용기가 자

기 잘못에 대한 보상을 정직하게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 하여간 용기란 분별없이 위험에 뛰어드는 충동의 산물

은 결코 아니다. 그런 데서는 그저 위험이 생길 뿐이며, 그 위험 자체는 의미 없는 어리석은 불모(不毛)에 지나지

않는다.

―― 발터 보나티, 「내 생애의 산들」(김영도 옮김, 조선매거진, 2012)

 

▶ 산행일시 : 2026년 6월 6일(토), 맑음

▶ 산행인원 : 2명

▶ 산행코스 : 방태산자연휴양림 제1주차장,이단폭포,제2주차장,지당골,1,365m봉,주억봉,1,365m봉,1,395m봉,

                    구룡덕봉,매봉령,적가리골,제2주차장,마당바위,제1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12.9km

▶ 산행시간 : 5시간 10분(11 : 10 ~ 16 : 20)

▶ 교 통  편 : 다음매일산악회(24명)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7 : 27 – 복정역

09 : 00 – 가평휴게소( ~ 09 : 15)

11 : 10 – 방태산자연휴양림 제1주차장, 산행시작

11 : 21 - 이단폭포

10 : 08 – 매봉령 갈림길, 지당골로 감, 주억봉 3.5km

 

12 : 06 – 계곡 길 종점, 지능선 오르막 시작

13 : 00 – 1,365m봉, 삼거리, 주억봉 0.4km, 구룡덕봉 1.9km

13 : 09 – 주억봉(主億峰, 1,448.7m)

13 : 23 - 1,365m봉, 삼거리, 휴식( ~ 13 : 40)

14 : 02 - 1,395m봉, 전망대

 

14 : 13 – 구룡덕봉(九龍德峰, 1,338m)

14 : 38 – 매봉령, 자연휴양림 3.4km

15 : 41 – 지당골 갈림길

16 : 08 - 이단폭포

16 : 20 – 제1주차장, 산행종료, 버스 출발(16 : 53)

 

18 : 10 – 가평휴게소( ~ 18 : 22)

19 : 00 - 복정역

 

2. 방태산 지도

 

격세지감이다. 예전에 안내산악회는 선두와 중간, 후미에 큼지막한 무전기를 든 리더를 배치하여 산행을 안내하였

다. 그중 후미 리더는 특히 성질이 너그러운 사람이 제격이었다. 자꾸 뒤처지려는 일행을 다독거리며 발걸음을 채근

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랬는데 지금은 리더 한 사람이 들머리로 가는 버스 안에서 산행코스를 설명해주는

소위 자유산행이 대세이다. 심지어 오늘 방태산 산행은 카페에 등산로 안내를 공지하고, 버스기사님이 몇 시까지

하산하시라는 당부가 전부다.

 

한때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인제 원통이 산간오지라 교통이 불편하고 그곳에

서의 군대생활이 무척 고달파서였다. 요즘 주말이 그 일단을 보여준다. 인제 현리 지나 방태산 가는 길이 멀고도 멀

다. 서울양양고속도로 타고 2시간이면 가는 거리인데 양양 속초 등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차량들이 몰려들어

고속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3시간 50분이나 걸린다. 버스 안에서 지레 지친다.

 

10시에 방태산자연휴양림 제1주차장 도착을 예상했는데 11시 10분이다. 그 줄어든 시간은 오로지 등산하는 사람들

의 몫이다. 등산코스를 줄이기도 어정쩡하다. 마음부터 바쁘다. 방태산자연휴양림 매표소는 1,000원의 입장료를 받

는다. 순전히 통과세이다. 대단히 못마땅하다. 도무지 입장료를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 자연휴양림의 시설인 아스팔

트 포장한 상당한 거리, 화장실, 곳곳의 평상 등을 이용할 수 있어서일까?

 

아스팔트 포장한 차도 진입로는 도리어 산길의 훼손에 불과하다. 제2주차장까지 태고의 호젓한 숲속 길을 (자연휴

양림 이용객만이 차량통행이 가능하도록) 차도로 뚫은 건 산꾼들의 미음완보를 즐기려는 산행의 상당 부분을 망치

고 말았다. 아무튼 도종환 시인의 「산을 오르며」를 닮고자 한다.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히 자신감에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

 

우리 버스가 제1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뒤쳐나간다. 오늘 산행의 미션은 두 가지다. 산정에 올라서는 첩첩 산의

조망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적가리골의 물 구경 곧 폭포 구경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왔지만 늘 방태산의

산수(山水)가 그리웠다. 제1주차장에서 얼마 가지 않아 보게 되는 이단폭포를 들른다. 오후에는 폭포에 직사광선이

내리쬐어 장노출의 사진을 찍기가 어려워서다. 어제 이곳에는 더욱 많은 비가 내려서일까, 이 폭포와 저 폭포가

장쾌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그간의 산행에서는 하운 님의 보폭에 갇혀 있던 메아리 님이 그 보폭에 풀려나자 무섭게 질주(?)

한다. 그러고 보면 그간 하운 님이 나를 살린 셈이었다. 오늘 나는 메아리 님 뒤를 쫓느라 녹아나게 생겼다. 제2주차

장 지나면 비로소 차도를 벗어나 산길이 시작된다. 하늘 가린 울창한 숲속 길이다. 적가리골 폭포는 이따 내려올 때

가 그늘일 것이라 그때 들르기로 한다. 잰걸음 한다. 경기으뜸산악회에서 우리 보다 먼저 왔다. 그들을 추월하고 또

추월한다.

 

3. 이단폭포의 상단 ‘이 폭포’

 

4. 큰앵초, 가는 봄을 힘겹게 붙들고 있다

 

5. 맨 뒤쪽 가운데가 문암산, 앞은 맹현봉 연릉

 

6. 멀리는 오대산 연봉, 앞은 개인산

 

7. 뒤쪽은 계방산,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발왕산(?)

 

8. 앞은 맹현봉, 맨 왼쪽 뒤는 문암산

 

10. 뒤쪽은 오대산, 앞은 개인산 연릉

 

11. 오른쪽 도드라진 산은 공작산

 

12. 멀리 오른쪽은 홍천 가리산, 그 앞은 가득봉

 

13.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봉, 그 앞 왼쪽은 점봉산

 

벌써 주억봉을 올랐다가 하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마주칠 때마다 서로 길 양보하며 수인사 건네는데 가뜩이

나 가쁜 숨에 목이 멘다. 계곡 길이 끝나고 가파른 능선 오르막이 시작되는 공터다. 일단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작년 7월에 광인 님과 함께 왔을 때는 이곳에서 쉬면서 입산주 탁주를 대작했다. 그때 산행대장님이 지나가면서

우리를 보고는 벌써 술이나 푸고 있으니 저분들 산행은 애당초 글렀다고 예단했었다. 오늘 앞장선 메아리 님은 곧추

선 데크계단을 곧장 박차 오른다.

 

우리는 한 피치 길게 오른, 가파름이 잠시 수그러든 틈을 타서 휴식한다. 방태산 오르는 이 길이 해마다 가팔라지는

것 같다. 해마다 다리 힘이 빠져서일 것. 주위 살펴 파적(破寂)할 거리를 찾는다. 큰앵초는 가는 봄을 힘겹게 붙들고

있다. 반면에 함박꽃은 때를 만났다. 눈길 닿는 데마다 함박꽃이다. 방태산에 함박꽃나무가 이렇게나 많은 줄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어쩌면 이 계절에 여기를 처음 온 게 아닌가 한다.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K.Koch)는 낙엽활엽 소교목이다. 북한에서는 국화로 대접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라고 하지 않고 ‘목란(木蘭)’이라고 한다. 일본명은 오오야마렌게(オオヤマレンゲ, 大山蓮華)이다. 오오

미네산(大峰山)에서 피는 연꽃(蓮華)을 닮은 꽃이라는 의미이다. 영어명은 Korean mountain magnolia이다.

속명 매그놀리아(Magnolia)는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몽펠리에 식물원 원장이었던 피에르 마뇰(Pierre Magnol,

1638~1715)에 헌정된 이름이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그의 업적을 기려 목련속의 이름으로 채택하였다

고 한다.

 

종소명 지볼티이(sieboldii)는 일본과 동아시아 식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유럽에 소개한 네덜란드의 식물 분류

학자이자 의사인 필립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붙여졌

다. 명명자 K.Koch은 독일의 식물학자 카를 하인리히 에밀 코흐(Karl Heinrich Emil Koch, 1809~1879)이다.

김승기 시인의 「함박꽃나무」가 눈에 선한 풍경이다.

 

벚꽃이 흩어지듯 별빛 쏟아지는 밤

잠이 깊은 山寺의 뜰에 달 떠오르면

이내처럼 흐르는 꽃향 취해서

풍경이 울고 잠 못 이루며 뒤척이는

사미승 가슴에서 툭 툭 떨어져 내리는 꽃잎

사랑인 게야

산목련으로 그려내는 늦은 봄이

여름으로 자리 넘겨주려는 마지막 몸짓인 게야.

 

함박꽃나무는 사진 찍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봉긋하게 피는 꽃송이가 드물뿐더러 모두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그나마 넓적한 잎에 가렸다. 이 꽃 저 꽃 들여다보노라니 주릉 1,365m봉 ┳자 갈림길이다. 배낭 벗어놓고

주억봉 정상을 다니러간다. 숲속 길 0.4km이다. 돌길 한 차례 오르면 주억봉 정상이다. 널찍한 공터는 햇볕이 가득

하지만 대기가 서늘하여 따스한 느낌이다. 오늘은 모처럼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인다.

 

동으로는 백두대간 갈전곡봉, 구룡령, 약수산이, 남으로는 오대산, 그 너머로 발왕산이, 서로는 용문산, 가리산이,

북으로는 설악산 서북능선이 요연하게 보인다. 나는 예전에 방태산(芳台山)에서 봄이면 곰취와 참취 등 향기로운

산나물과 가을이면 향버섯이라고 하는 능이(能耳/能栮)를 알았기에, 이에 미루어 향기 방(芳)을 써서 ‘芳台山’인 줄

로 알았다. 그런데 지명유래집에 따르면 1916년 행정구역 통폐합 당시 인근 방동리(芳東里)의 ‘방(芳)’ 자와,

산 정상부에 평평한 대가 있다는 뜻의 ‘태(台)’ 자를 합쳐 ‘방태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4. 함박꽃나무

 

15. 주억봉, 왼쪽 멀리 홍천 가리산이 보인다

 

16.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그 앞은 가득봉, 백암산, 가마봉

 

17. 앞 왼쪽은 침석봉

 

18. 맨 뒤는 오대산, 그 앞은 소대산

 

19. 계방산

 

20. 앞은 응복산, 그 뒤 왼쪽은 가칠봉, 맨 뒤 왼쪽은 백두대간 갈전곡봉

 

21. 멀리 가운데는 귀때기청봉, 왼쪽은 가리봉

 

22. 맨 뒤쪽은 귀때기청봉, 그 오른쪽은 대청봉

 

23. 앞은 구룡덕봉

 

24. 적가리골 폭포

 

주억봉 정상에서 사방 둘러보느라 잠시 지체하고 내린다. 1,365m봉 삼거리가 방태산 산행교통의 요충지이다. 너른

공터에 키 큰 나무 숲 그늘이라 여러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메아리 님과 나도 휴식 겸해 점심밥 먹는다. 탁주 대작

하는 이는 우리 둘뿐이다. 우리의 산행은 아직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젊은 등산객들에게는 묵직한 57리

터 배낭이 아닌 소위 러닝/베스트형 배낭이 대세다. 거기에는 탁주 한 병 들어갈 공간이 없다. 카메라만 해도 그렇

다. 등산하면서 누가 무겁게 중형 카메라를 메고 가는가. 휴대폰 카메라가 피사체에 따라서는 월등히 우수하다.

 

구룡덕봉을 향한다. 적가리골 물구경 곧 폭포구경을 하려면 최대한 시간을 저축해야 한다. 다행히 발길 붙들 풀꽃들

이 드물다. 눈개승마와 쥐오줌풀이 기지개를 펴지만 그들은 사진발이 잘 받지 않는다. 예전의 곰취 추억을 되살려

사면을 누비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지만 메아리 님의 채근에 잰걸음 한다. 1,395m봉을 단숨에 오른다. 구룡덕봉은

동쪽으로 0.6km를 더 가야 하지만 여기가 구룡덕봉 정상 노릇을 한다. 북,동,남쪽 세 곳에 전망대가 있다. 다 들른다.

 

임도와 만나고 구룡덕봉은 왼쪽의 좁은 산길을 올라야 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인적이 훤하다. 키 큰 나무숲이 울창

하여 하늘을 캄캄 가렸다. 오늘의 첩첩 산 조망은 1,395m봉 전망대에서 끝났다. 완만하게 올라 구룡덕봉 정상이다.

K2 안양산악회가 ‘구룡덕봉 1338m’정상 표지판을 나무에 묶어 놓았다. 쭉쭉 내린다. 곧 임도와 이웃하며 내리다

임도는 광원리로 가고 우리는 주릉 따라 매봉령으로 간다. 한 피치 가파르게 내리면 광활한 초원이다.

 

풀숲을 누빈다. 산행 마치고 메아리 님과 서울에 가서 천호역 부근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때 먹을 삼합의

일합이 곰취를 약간 뜯는다. 쇠었어도 먹을 만하다. 크기가 호박잎보다 더 크니 서너 장이면 충분하다. 매봉령. 휴식

한다. 여기서 자연휴양림까지 3.4km이고, 산행마감시간이 16시 40분이니 2시간 정도 남았다. 넉넉하다. 그래도

일어서면 잰걸음 이고, 더구나 내리막의 연속이니 너무 일찍 도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지경이다. 알탕은

하지 않기로 한다.

 

두 차례 곤두박질치듯 가파르게 떨어지고 나서 계곡 물소리 들리더니 부드러운 숲속길이다. 이제 물구경 폭포구경

이다. 포말 이는 물줄기가 보이면 당연히 그리로 다가가고, 포말이 보이지 않더라도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면 그

정체를 확인하려고 가곤 한다. 지당골 갈림길 지나서는 아까 보아 둔 폭포가 예상대로 그늘이 드리웠기에 망설이지

않고 다가간다. 이단폭포는 직사광선을 받아 카메라 아닌 눈에만 담는다.

 

이윽고 제1주차장이다. 일행 24명 모두가 산행마감시간을 충실히 지켰다. 17시가 채 되기 전에 서울을 향한다. 비록

오늘 방태산 산행이 거리와 시간이 짧았지만, 전문용어로 빡센 산행이었다. 서울 가는 길, 올 때와는 전혀 다르게

서울양양고속도로는 뻥 뚫렸다. 졸릴 틈 없이 차창 밖으로 간산(看山)하다 보니 어느새 서울이다.

 

25. 적가리골 폭포

 

 

 

 

 

30. 비단폭포, 수량이 많으면 폭포수 가로로 길게 떨어진다

 

 

 

33. 이단폭포 하단 ‘저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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