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사의 현장 >
로스 엔젤레스 안국선원 개원
글 | 김창송(본지 편집인)
간화선 세계화가 목표
대한불교조계종 안국선원 LA 분원(조실 수불스님, 총무 덕우스님)이 약 6년간의 리모델링 공사 끝에 완공된 후, 지난 10월 1일 개원식을 가졌다. 안국선원 LA 분원은 수불스님과 10여 명의 LA 신도들이 간화선 세계화를 목표로 지난 2015년 12월, 3115 West Adams Blvd.에 위치한 ‘핏제랄드 하우스(Fitzgerald House)’를 매입해 약 6년 동안 약 200만달러를 투입, 장기간에 걸친 복원 공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초기 예산보다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지난해 11월 LA시 문화재 관리국으로부터 사찰 용도로 최종 복원 승인을 받아냈다. 핏제랄드 하우스는 대지 3만 6천 평방피트, 건평 6665평방피트에 달하는 대저택이다. 건물 자체도 넓지만, 대지도 커서 여러 사람이 오가는 선원의 주차장으로 사용하기에도 그만이다. 앞채는 1층 리빙룸을 법당과 수행 공간으로 꾸몄고, 부엌도 들어서 있으며 화장실도 공공건물처럼 여러 개를 넣었다. 2층에는 침실이 10여 개 들어서 있어 한국에서 오신 스님들과 게스트들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게 꾸몄다. 건물 뒤에는 작은 별채가 있어, 본채에서 수행 정진할 때, 냄새 피우지 않고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 ‘선원’의 용도에 이보다 더 좋은 건물이 있을까, 싶다.
이번 개원식을 위해 수불스님과 각전스님, 그리고 BTN의 <마음치유> 시즌 1, 2를 통해 수많은 시청자를 갖고 있는 김홍근 교수, 그 외에도 안국선원의 주역들이 함께 LA를 찾았다.
10월 1일 오후 3시부터 열린 개원식에는 200여 불자와 혜월스님, 현철스님, 묘경스님, 달마법우회 지도법사인 덕일스님 등 LA의 한국인 스님들은 물론, 스리랑카 스님과 인근의 가톨릭 교회 신부와 수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개원식은 현철스님과 최근 UCLA를 은퇴한 로버트 버스웰 교수, 메나스 카파토스 교수 등이 축사를 한 뒤, 안국선원 LA 분원 건물 구입와 리모델을 총지휘했던 법견성 보살이 나와 그동안의 경위를 보고했다. 보고를 듣고서 수불스님이 LA에서 첫 간화선 안거를 열었던 때가 무려 2000년 9월, 즉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어 캘리포니아 제39선거구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인 영 김 의원이 보낸 감사장을 찰스 김씨가 대신 수불스님께 전달했다. 법문을 위해 단상에 오른 수불스님은 “간화산이란 장애를 만들어 씨름한 후, 그 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정신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수행 방식”이라면서 ‘개원’이 아니라 ‘복원 불사’를 통해 LA의 불자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불스님은 안국선원 LA 분원을 낼 수밖에 없는 인연이었다면서 “인연 따라 담백하게 불사를 하자”는 <금강경>의 요지를 스님 방식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법문을 마쳤다.
법문 뒤에는 LA의 불교연합 합창단의 축가에 이어 자우스님이 준비한 30여 종의 사찰음식이 참석자 모두에게 제공됐다. 대중 가운데 40퍼센트 정도는 비한인 현지인 축하객과 수불스님 제자들이었는데 완전한 채식이면서도 맛과 향이 뛰어나고 모양도 아름다운 한국의 사찰음식에 매혹된 모습이었다. 자우스님은 300명분의 공양을 준비했는데, 준비한 음식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미국인들이 한국 사찰음식을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행사 뒤에는 30여 명의 미국인 제자들과 수불스님의 만남의 자리가 있었다. 수불스님은 별다른 법문을 하는 대신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 시간을 꾸몄다. 이들은 몇 해 전 수불스님과 리단도 비치 지역에서 간화선 안거를 한 이들로 꾸준히 수행하며 수불스님과 연결돼 있었던 제자들이다.
많은 한국의 큰스님들과 선원이 LA 또는 그외 해외 지역에 분원을 냈었지만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는 곳은 손꼽을 수준이다. 수불스님과 함께 안거를 하고 공부를 했던 제자들이 거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 상가를 이루고 연결되어 수행해온 사실, 그리고 이처럼 대규모 불사를 일으켜 안국선원 LA 분원 개원식이라는 결과를 이뤄낸 것은 한국 불교가 맥을 못 추는 LA라는 지형에서 다시금 조명될 수밖에 없는 기적일 것이다. 안국선원 LA 분원은 수불스님의 제자인 덕우스님이 주지 겸 총무를, 현송스님이 재무를 맡는다. 앞으로 매주 토요일에는 영어로 정진과 함께 포트락 공양을 나눌 예정이다. 미국 주류사회에 한국의 간화선을 널리 펼치게 될 안국선원 LA 분원이 그 여정을 향한 첫 발자국을 시작했다.
주소: 3115 West Adams Blvd.L.a.,CA 90018. 213358-9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