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가 명사 or 형용사 or 부사이어도 되는 이유
사람은 세상과 사물을 명확하게 보고 규정하기 위해서 관념을 만든다. 그런데 때로는 명확한 이해를 위해 만든 관념이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을 막는 경우는 없을까?
to 부정사는 <to 동사원형>의 형태이고 동사원형은 동사 의미의 뿌리[root]이므로 제곱근 √로 표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to 부정사는 ‘to √’로 표시하기도 한다.
to √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때로 당황한다. 이 to √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서 오랜 연구 끝에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으로 나눠놓았는데, 어떨 때는 이것이 명사 역할을 하는지, 형용사 역할을 하는지, 부사 역할을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논쟁으로 “be to √ 가 형용사적 용법인가, 명사적 용법인가?”도 있다.
흔히 다음 문장은
1. I need something to drink.
2. 난 무언가 마실 것이 필요해.
3. 난 마시기 위해 뭔가가 필요해.
2의 형용사적 용법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3의 부사적 용법으로 해석해선 안 될 필연적 이유가 있을까? 둘 다 비슷한 뜻이 아닌가? 둘 다 비슷한 뜻이기에 to √를 쓰는 게 아닐까?
to √를 습득(習得)하기 위해선 영어가 고립어에 가까운 언어로 인칭대명사 외에는 주격, 목적격 등 격조사가 거의 다 사라진 언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영어는 어순과 위치에 의해서 주격, 목적격 등이 결정된다.
4. I love you.
나는 너를 사랑한다.
는 너무나 잘 아는 영어다^^;;
그러면
5. X loves Y.
는?
비교적 쉽다.
5. X loves Y.
X가 Y를 사랑한다.
그럼 X, Y는 명사 내지 명사적인 것이네... 왜?
영어는 보통 위치에 의해 주격이 결정되며, 명령형 같이 주어가 you라는 것이 뻔한 경우 외에는, 그리고 도치 구문 외에는, 동사 앞에 주어가 있다. 따라서 5번의 X는 동사 앞에 있으므로 거의 95%의 경우 주어이며 명사이다. 이 경우 ‘명사’는 넓은 의미에서 명사적으로 쓰이는 명사, 대명사, 동명사, to √ ,명사절 등을 포함한 ‘명사’다. 여기선 이런 넓은 의미의 명사로 ‘명사’라는 말을 쓰겠다.
대부분의 경우 동사 앞에 있는 것은 주어이며 주어는 명사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6. X 동사 Y.
에서 X는 주어이고 명사이다. 그러면 Y는?
동사 뒤에 나오는 Y를 알기 위해서는 동사의 종류가 중요하다.
동사의 분류 방식은 여러 가지지만 문장의 의미를 파악한다는 면에서 동작동사와 상태동사로 나누기도 한다. 동작동사는 우리말로 “어찌한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동사 뒤에 나오는 것을 어찌해보는 것이다^^. 상태동사는 be 동사, become 동사가 대표적인데 상태를 나타내거나 상태의 변화를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7. X 동작동사 Y.
X 어찌하다 Y.
5. X loves Y.
8. X wants Y.
에서 Y는?
대부분의 경우 Y는 명사다. 왜? 명사라야 어찌해볼 수 있으니까... 명사라서 사랑하고, 명사라서 원할 수 있다. “어떠한”[형용사]을 사랑하고 원하거나, “어떠하게”[부사]를 사랑하고 원할 순 없다. 최소한 “어떠함”[명사]이라야 “어떠함”을 사랑하고 원할 수 있다. 유식한 말로 표현하자면 동작동사 뒤에는 동작동사가 어찌해볼 목적어가 온다.
그러면 상태동사일 때는? be 동사의 예로 생각해보면 3가지 경우가 벌어진다.
9. X 상태동사 Y.
9-1 X 상태동사 명사. I am a boy and you are a girl. So what would happen?
(The Other Side of Midnight)
9-2 X 상태동사 형용사. You are so beautiful to me.
9-3 X 상태동사 (부사). I am. I am here. Here I am.
9-1과 9-2의 경우는 상태동사 뒤에 보어가 온 경우이다. 보어는 앞에 있는 명사(I, you, You)를 보충하는 말로서, 보어는 명사나 형용사이다. 명사인 경우 앞에 나온 명사(I, you)와 같은 것[동일물(同一物)](a boy, a girl)이고, 형용사인 경우 앞에 나온 명사(You)의 상태(beautiful)를 보충 설명해준다.
자 그러면 여기 X, Y 자리에 to √를 넣어보자.
10. To √ 동작동사 to √ .
11. I wanted to go there.
10의 경우 to √ 는 대부분 명사가 될 것이다. 명사라야 어찌해볼 수 있으니까..
상태동사의 뒤에 to √ 가 나올 경우는? be 동사의 경우를 참조하여 검토해보자.
12. To √ 상태동사 to √ .
13. To √ is to √.
14. To see is to believe.
to √에서 to의 기본적인 뜻은 화살표[->]이다. X to Z는 “X -> Z”로 해석할 수 있다. 즉 Z쪽으로 향하고 있는 상태다. 명사라면 “(쪽)임, (쪽인) 것”, 형용사라면 “쪽으로 갈,” 부사라면 “쪽으로” 정도가 그 해석의 예가 되지 않을까 한다. 14번을 구체적인 예로 해석해보면
14-1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명사적 해석)
14-2 보는 것이 믿는 쪽으로 갈 상태이다. (형용사적 해석)
14-3 보는 것이 믿는 쪽으로 있다. (부사적 해석)
업어치나 메치나 비슷한 뜻이 나온다. 업어치나 메치나 to √ 이니까^^;;.
결국 동사 뒤에서 to√는
가) 동작동사 다음에는 대개 명사이고,
나) 상태동사 뒤에서도 “쪽임”(14-1))이나
“쪽으로 갈” 상태(14-2)나
“쪽으로”(14-3) 있는 상태나
다 명사에 수렴하는 뜻이 나온다.
따라서
15. To √ 동사 to √ .
15번의 형태로 동사 앞이나 동사 뒤에 있는 to √ 는 대부분의 경우 명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사 뒤에 목적어나 보어가 오는 게 마땅한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일반적으로 동사 앞 뒤가 to √가 명사로 있는 자리이다. 어순과 위치가 to √의 명사적 용법을 결정한다.
to √의 형용사적 용법은 다음과 같은 형태이다.
16. 명사 to √
1. I need something to drink.
16번과 같은 형태는 to √가 명사를 꾸미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영어에서 명사 앞에서 명사를 꾸밀 수 있는 것은 형용사 뿐이기 때문이다. 형용사 외의 경우가 명사를 꾸미려면 뒤로 가서 꾸며야 한다는 것이 영어의 법칙이다(이에 비해 우리말은 무조건 명사 앞에서 명사를 꾸미는 것이 자연스러운 어순이라 관형사, 관형절이란 말도 나온다). 형용사에 형용사 외의 다른 품사가 들어간 형용사구(예컨대 full of)나 분사구, to √, 관계사절 등이 명사 뒤에서 명사를 꾸미는 후치수식(post-modification)으로 존재하는 이유이다. 초점 사물[명사]가 먼저 나오고 명사의 상태를 설명하는 주변 배경이 그다음에 나온다는 것, 즉 존재자를 초점으로 하여 존재자의 동작이나 상태가 원심적으로 펼쳐진다는 영어 어순의 기본 법칙이기도 하다.
역시 어순과 위치가 to √의 용법을 결정한다.
그 밖의 to √ 는 다음과 같이 부사적 용법이다.
17. I went to the hospital to see a doctor.
17-1 나는 의사 진료를 받으러 그 병원에 갔다.
이 경우 다음처럼 부사는 빼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문장은 독자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
18. I went to the hospital.
나는 그 병원에 갔다.
이 경우도 형용사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란 법이 있는 것일까?
17. I went to the hospital to see a doctor.
17-2 나는 의사 진료를 받을 그 병원에 갔다.
핵심은 17-1이나 17-2나 그 뜻에 큰 차이가 있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어 원어민은, 이 차이를 따지지 않아도, ‘to √’라고 알지 않아도, ‘명사적,’ ‘형용사적,’ ‘부사적’ 용법을 전혀 모르더라도 문장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알고 의사소통을 한다. 오히려 ‘to √’라고 인식하는 것, ‘명사적,’ ‘형용사적,’ ‘부사적’ 용법을 따지는 것이 영어의 자연스러운 구사를 막는 경우는 없을까? 문법학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 미세한 차이가 중요하고 꼭 분간해야 할 차이라면 영어원어민은 to √를 쓰지 말고 다른 것을 쓸 것이다.
to √는 명사적이거나 형용사적, 부사적으로 쓰여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쓰이고 있다. 영어 원어민은 to √를 써서 의사소통이 장애가 있는 경우는 쓰지 않을 것이다. 드물게는 to √가 명사적이거나 형용사적, 부사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만 해석되는 다른 표현을 피하고, to √를 써서 그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이런 것이 성공하면 문법을 넘어서는 문학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다).
to √을 습득하기 위해서 명사적, 형용사적, 부사적으로 나눠서 익히는 것은 초보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명사적 용법’인지, ‘형용사적 용법’인지, ‘부사적 용법’인지, 혹은 ‘to 부정사’인지 따지는 것이 의사소통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는 피해야 할 것이다. 기원전에 그리이스의 플라톤이 명사와 동사를 구별한 이래로 발달한 서양 문법은 문장의 ‘학문적 해석’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학문적 해석’이, 살아 있는 말의 풍부한 다의성(多義性)과 상징성(象徵性)을 왜곡(歪曲) 축소(縮小)시키거나, 의사소통과 언어습득을 방해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평연월(太平烟月)에 평지풍파(平地風波)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