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감춘 땅] 문경 대승사 윤필암과 묘적암
천상의 네 부처가 내려 왔다는 사불암이 우뚝
참선이 신선놀음? 하늘도 감동할 공덕 보시라

경북 문경은 '기쁜 소식을 듣는 곳'(聞慶)곳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문경에 가면 왠지 마음이 설렙니다. 오늘은 어떤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마음에 응답하기로라도 하겠다는 것이었을까요. 문경 산북면 사불(四佛)산을 향해 차를 달리는데 숲 속에서 예쁜 노루 한 마리가 길 가운데로 나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달밤이면 산정상에서 네 부처와 함께 뛰놀던 보살일까요, 나한일까요. 반갑다는 듯이 껑충 뛰어와 반긴 노루는 금세 꿈결인 듯 사라졌습니다.
나무 하나 돌 하나도 정갈하게 한 데 어우러진 한 식구처럼 도열한 대승사 경내 왼쪽 숲엔 '우(牛)부도'가 있습니다. 절 중창 때 소리없이 짐을 실어 나르고 불사가 끝나자 몸을 벗어버렸던 소를 기린 부도입니다.
절집엔 백구도 도인 같은 침묵의 맛 즐기는 듯
절 아래쪽 텃밭에서 나이 든 한 보살님과 처사님이 채소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웅전 마당으로 올라가니 이번엔 백구가 다가왔습니다. 여느 개처럼 짓기보다는 마치 도인 같은 침묵의 맛을 즐기는 듯한 백구가 객을 안내한 곳은 선원장 철산 스님의 처소였습니다.
의상대사의 동생으로 재가 도인인 윤필거사와 고려시대 신승(神僧) 나옹대사, 함허득통선사에 이어 근대엔 선의 중흥조 경허 선사를 비롯해 성철·청담·서암·금오·고암·향곡·월산 등 기라성 같은 선승들이 대승사에 심어놓은 선지를 개화시키기 위한 기운이 철산 스님의 방엔 가득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천년고찰 대승사의 주지를 맡아 1년에 두 차례씩 생사심을 뚫고자 하는 선승들을 모아 '3·7일 용맹정진'(21일간 일체 잠을 자지 않고 오직 참선 정진만 하는 수행)을 이끈 그의 기상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고요한 얼굴에서도 짙고 검은 눈썹이 특히 힘찹니다. 그의 등 뒤 유리벽 너머로 그를 외호하는 사불산과 대승사의 당호들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불산은 애초 공덕(功德)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사불산이 된 연유가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습니다. 신라 진평왕 9년인 587년에 동서남북 사면에 부처 형상이 도드라진 큰 바위가 하늘에서 보자기에 싸여 떨어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때부터 네 부처가 하늘에서 하강했다 해서 사불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 왕의 뜻을 받은 망명스님이 대승사를 세웠는데, 그가 입적에 들자 그의 무덤에선 연꽃 한 쌍이 솟아올랐다고 합니다. 하늘에선 부처가 하강하고, 땅에선 깨달음의 상징인 연꽃이 솟아오른 전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대승사에 오면 그 고적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에 반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