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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6월호] 태고종 전법사 매튜 리건과의 일문일답 / 스텔라 박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2.11.14|조회수52 목록 댓글 0

< 수행과 포교하는 사부대중 >

 

 

 


태고종 전법사 매튜 리건과의
일문일답

연방 공무원, 대학 교수, 태고종 전법사 1인 3역
어릴 때부터 지눌 원효와 연결된 느낌
숭산스님의 가르침으로부터도 많은 영향 받아

 

 

글 | 스텔라 박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메릴랜드 주지사가 보낸 인사말을 받은 법희 법사

 

 

 

미국인 매튜 리건(Matthew R. G. Regan)은 2017년 미국인 혜광 스님 (Robert Gallop)을 은사로 태고종의 전법사가 되었다. 법명은 법희(法喜), 법을 공부하고 깨닫는 가운데 느끼는 참 기쁨이다. 그는 현재 메릴랜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것과 함께 동 대학에서 환경학, 국제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연방 공무원이기도 한 그는 미국무부 아시아과 역사담당관으로도 재직하고 있으며 역사, 철학, 불교 윤리를 주제로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작가, 편집자, 학자이기도 한 그는 특히 정부와 공공 정책, 국제 개발, 종교와 문화, 동남아시아에 대한 전문 지식을 대학, 정부기관, 사업체와 함께 15년 넘는 세월 동안 나누어 왔다.

저서로는 <Agency and Democratic Engagement>, <The Routledge Handbook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Ethics> 등 다수가 있다. 매튜 리건 태고종 전법사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어떻게 불교 신자가 되셨나요? 불교와의 만남에 대해 말해주세요.

저는 막 대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인 18세 무렵 불교신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고, 가톨릭의 전통과 연결돼 있다고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영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가톨릭에서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었습니다. 

제가 자라난 곳은 워싱턴 DC 지역이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불교 신자들을 포함해 여러 다른 종교적 배경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그들의 종교에 대해 대화를 시작했고, 내게 더 적합한 종교를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제 나름대로의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탐색의 과정 끝에, 제게는 불교가 정답임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깨달음 이후에도, 불교를 진정으로 이해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불교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이해하는데도 적잖은 세월을 보내야 했었죠. 사실, 이는 제가 매일매일 배우고 있는 바입니다.

어떻게 법사, 특히 태고종의 법사님이 되셨는지요? 

저는 불교의 가르침과 전통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불교도로서 보다 현실적이고 눈에 보이는, 그리고 보다 공식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제가 태고종 미국-유럽 교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미국 태고종 군승법사인 친구를 통해서입니다. 그는 태고종 군승법사가 되기 전에는 태국 불교 승려였었어요. 그는 군승법사가 되고 싶어했는데, 테라바다 전통에서는 군승법사 직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태국 승려의 길을 접고서 태고종의 군승법사가 되는 교육을 다시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친구는 태고종의 제 1호 군승법사가 됐습니다. 현재는 태고종에 4-5명의 군승법사가 있습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저는 태고종 승려와 지도자, 법사들과 그들이 행하는 여러 역할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군승법사, 병원에서 환자의 웰빙을 돌봐주는 법사,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법사, 커뮤니티 지도자들을 가르치는 법사 등 정말 여러 역할이 있더군요. 

태고종 미국-유럽 교구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제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몰라요. 저는 미국-유럽 교구의 다양성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한 태고종 미국-유럽 교구는 그 무엇보다 불교의 핵심적 전통과 법맥에 집중하고 있죠. 저는 다양성과 전통적 법맥, 이 두 가지야말로 21세기, 서양에서의 불교의 생존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미국인 불교 신자들은 수행의 길에서 쉽게 길을 잃습니다. 고향인 미국에 전해 내려오는 불교 전통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교 수행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테라바다 전통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몇몇 테라바다 사원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저는 테라바다 전통에서 출가하는 것이 저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고, 또한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버지니아의 사찰 보현사를 방문한 종매스님과 함께한 기념촬영 사진 (좌, 법희법사, 중앙이 종매스님


그리고 제가 범 종교적 이벤트에서 함께 일했던 수많은 비불교도들은 불교에 있어서의 평신도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성직자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더군요. 태고종 법사가 됨으로써 저는 법을 펴고 싶어하는 제 소망과 일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태고종은 붓다 시대로부터 계속 이어진 불교 법맥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불자 친구들과 스승들의 조언을 들은 지 몇 달 후, 저는 태고종 법사 학교에 지원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태고종 법사 프로그램은 불교의 이론적인 면과 실천적인 면이 잘 어우러진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북미 전역의 법사 과정 학생들과 승려와 법사들이 함께 모여 서로 수행하고 배우고 알아가는 리트릿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정기적인 리트릿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때 이후 저는 세속적 삶에 대해 돌아보지 않았고 태고종의 법사가 된 것을 늘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 자신과 저의 다르마의 형제 자매들이 전 세계에 미치고 있는 선한 영향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

태고정 법사로서 어떠한 일들을 하시는지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태고종 승려 미팅


저는 법사이지만 법을 전파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곳 워싱턴 지역에는 매우 다양한 불교 공동체와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공동체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법사로서 제가 수행하는 임무는 대부분 다양한 종파의 사찰들과 불교 단체들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서로 나누고 지원하는 공동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범 종교적 공동체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불교 신자들이 주류사회에서 미국인을 대표하는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의 불교와 불교 공동체의 역사가 벌써 200년 가까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그 존재감이 아직 미약합니다. 우리가 함께 일하고 서로를 지지한다면, 우리는 붓다의 법을 펼치고 법맥이 이어지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며, 불교도가 미국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서 계속해온 이야기들을 주류사회를 향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저는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지역사회 단체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강연도 하고, 명상도 가르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직접 조직하고 이끌어가는 상가가 있는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러한 다르마 그룹을 조직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지금 현재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다른 불교 단체들을 돕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매우 다양한 불교 단체들이 있는데요. 때때로 저는 “우리는 같은 연못에서 낚시를 한다.”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저는 현재 1986년에 설립된 ‘워싱턴 DC 국제 불교 위원회(International Buddhist Committee of 

Washington DC)’ 라는 단체의 비서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기구의 사명은 워싱턴 DC 지역에서 불교의 협력과 참여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매년 5월이면 ‘부처님 오신 날’을 함께 기념하기도 합니다.

대학에서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세요? 그리고 법사님의 주된 학문적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저는 메릴랜드 대학에서 ‘지속가능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메릴랜드 대학의 공공정책대학(School of Public Policy)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올해 말, 졸업 예정입니다. 졸업 후에도 여전히 메릴랜드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나의 학문적 작업과 가르침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불교 철학, 특히나 연기법과 사성제는 저의 학문적 연구 주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연방 공무원이잖아요. 어떻게 연방 정부와 대학에서 동시에 일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거기에다 태고종 법사 일까지, 그 많은 업무들을 어떻게 소화하시는지요? 

저는 미국 외교 관계의 역사를 연구하는 국무부의 역사학자이면서 메릴랜드 대학에서는 파트타임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제 정부 업무와 학업 사이에는 많은 부분이 겹칩니다. 

저는 박사학위를 받기 전에 학부와 대학원에서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풀타임 직장과 학교 일, 가르치는 일, 그리고 법사로서 불교와 관련된 일을 모두 한다는 것이 때로 어렵게도 느껴지지만, 그 모든 일들이 제게 보람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알기에 때때로 어려움이 다가올지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특히나 규칙적인 명상 수행이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직장인 국무부에는 불교 모임이 있는지요?

국무부에 불교 상가는 없지만,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은 있습니다. 저는 온라인 주간 수업을 다른 분과 함께 공동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 전에는 일주일에 두 차례 명상을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정부 기관이기 때문에 불교가 아닌, 세속적인 명상 가르침, 즉 마음챙김 명상으로 해야 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당신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게 불교 핵심의 이론과 실천은 담마빠다의 유명한 구절로 귀결됩니다. 

“선한 행위를 하고, 부정적인 행위를 피하고 마음을 닦는 것, 이것이 부처의 가르침입니다.” 

이 구절은 기억하기에는 매우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심오하면서도 불교의 모든 길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불교 수행을 하던, 세속적 직장에서 일을 하던, 가르치거나  또는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무엇을 하고 있던간에 저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려고 노력합니다: 

 

메릴랜드 실버 스프링에 있는 왓타이 DC에서 열린 미국 국제 불자 협회 취임식 장면


“나는 지금 선행을 하고 있는가? 
나는 악행을 피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마음을 닦고 있는가?” 

제가 항상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지만, 저는 매일 이 세 가지 간단한 원칙에 따라 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수행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좌선을 하시나요? 염불을 하시나요? 아니면 불경을 읽으시나요? 매일 매일의 당신의 수행은 어떤 것들을 포함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제 매일 매일의 수행은 아침 시간, 염불과 명상으로 시작합니다. 내가 하는 염불은 대부분 팔리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팔리어로 염불을 함으로써 부처님 말씀과 연결됨을 느낍니다. 팔리어 염불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게는 팔리어가 중국어나 한국어보다 조금 쉽기 때문입니다. 팔리어 염불 외에도 싱은 한국어 염불을 더 많이 연습,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출근을 할 때면, (요즘은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때문에 그리 자주 하지는 않지만)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메따 명상, 즉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명상을 합니다. 또한 경전 또는 다른 불교 책을 읽기도 합니다. 올해에는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화엄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한 번 명상과 염불을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108배 수행을 시작해서 아침 일찍, 그리고 저녁이면 마음 다해 절을 하곤 합니다. 

한국의 불교나 한국의 선사에 대해 아시는지요? 

저는 늘 한국 불교를 진정으로 존경해 왔습니다. 심지어는 어릴 때부터 몇몇 고대 한국의 선사들, 특히 지눌과 원효와의 연결돼 있음을 느껴왔었어요. 또한, 한국인 선사들 가운데 그 가르침을 영어로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님인 숭산 스님의 글들은 제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태고종 승려인 종매스님의 부처님 법에 대한 이해, 그리고 확고하면서도 실용적인 기초를 다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종매스님의 법문에 정말 매혹됩니다. 

 

버지니아의 스프링필드에 있는 가톨릭 성당에서 열린 범 종교 이벤트. 불교, 가톨릭, 힌두교 종교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저는 한국 불교에 있어 상반된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는 것을 가장 높게 평가합니다. 한국 불교는 매우 학문적이면서 강한 철학적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실에 기반을 두며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는 전통이 있죠. 이런 한국 불교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결과에 저는 감탄하곤 합니다.

한국에 와본 적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특히 영적인 것에 관한 당신의 인상은 어땠나요?

네, 2019년, 운 좋게도 원불교에서 후원하는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하면서,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저는 또한 서울의 봉원사와 조계사를 포함한 전국의 많은 사찰들을 방문했었습니다. 미국에서부터 한국을 방문한 저는 수백 년 동안 불교의 연구와 수행의 장소였던 한국의 사찰들을 방문할 때 항상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그것은 내 나라인 미국의 것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오래된 것입니다. 나는 한국을 많이 사랑하고 곧 다시 방문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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