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과 포교하는 사부대중 >
명상하는 배우 윤동환
글 | 전현자 (취재기자)
기자: 깊은 지리산 골짜기에서 유명 배우와의 인터뷰는 느낌이 특별합니다. 불교에 대한 관심의 계기가 오쇼 라즈니쉬와 크리슈나무르티의 영향을 받으셨다고요.
라즈니쉬의 어떤 면이 불교에 관심을 갖게 했나요?
배우: 라즈니쉬가 명상을 가르칠 때, 명상은 “몸의 감각과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위빠사나더라고요.
불교의 테크닉을 그대로 가져간 것이지요. 그래서 라즈니쉬의 명상법이 불교의 명상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자: 저는 10대 후반에 라즈니쉬의 금강경 강의 등을 통해서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말하는 불교와는 너무 다른 불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배우님께서는 라즈니쉬를 통해 불교를 알기 전에는 어떤 종교를 갖고 계셨나요?
배우: 저는 기독교에 있었습니다.
기자: 라즈니쉬를 통해서 불교를 처음 접하게 되신 것입니까?
배우: 불교라기보다 라즈니쉬가 말하는 깨달음의 개념을 알게 된 것이지요.
기자: 라즈니쉬가 미국에서 추방 당하면서 세상에서는 ‘그는 스승인가, 사기꾼인가?’라는 논란이 생겼었지요. 배우님께 라즈니쉬는 어떤 존재입니까?
배우: 스승입니다.
기자: 라즈니쉬가 깨달음을 이뤘다고 믿음을 갖게 됐습니까?
배우: 네.
기자: 크리슈나무르티는 ‘20세기의 성자’라고 불리웠지요. 신지학회에서 키워준 베산트와 리드비터가 이제는 전 세계를 이끌 메시아가 나타났다고 선언할 줄 알았는데, 군중들 앞에서, 그가 말하기를 “나는 메시아가 아니다. 나는 한 사람이다.”고 했지요. 배우님께서는 크리슈나무르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었는지요?
배우: 그도 스승입니다. 훌륭한 스승입니다.
기자: 라즈니쉬와 크리슈나무르티를 비교하자면, 라즈니쉬는 굉장히 포괄적이면서도 파격적이라면, 크리슈나무르티는 매우 합리적이고 지성적이고 논리적이라고 평가되잖아요.
배우: 별로 동의 안합니다. 그냥 스타일이 다르다.
기자: 크리슈나무르티가 명상 중에 부처님이 나타났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우: 그것은 제가 몰랐네요.
기자: 깨달음을 지향하는 것에 크리슈나무르티의 매우 지성적 접근과, 깨달음이란 경계까지도 깨드려 버리는 것이 라즈니쉬라고 한다면 배우님은 어떤 쪽을 더 따르시나요?
배우: 제게는 둘 다 양쪽의 날개입니다.
기자: 배우님께서 힌두교 성자인 라마나 마하리시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배우: 네 그렇습니다.
기자: 라마니 마하리시의 어떤 면이 배우님께 영향을 주었습니까?
배우: 자기 탐구,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자기의 본질 탐구를 한 결과, 깨달음을 얻었죠. 그 분 같은 경우는 자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통해 내면으로 파고들어가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이지요. 그렇게 하나의 중요한 테크닉을 강조해서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역시 훌륭한 스승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라마나 마하리쉬는, 10대에 집을 나와 어느 때에 선정에 든 것을 건물 지하에서 발견되었는데 엉덩이가 문들어져서 구더기들이 많았고, 깊은 선정에 들어서 우유조차도 억지로 입을 어렵게 열어서 먹였다는, 무릅이 아파 수술해야 할 때 마취도 안했으며, 뱀이 라마나 마하리쉬의 다리 위를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제자가 묻기를 “어떤 느낌입니까?”물으니 “차겁고 축축하지”했던 것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수행자란 특별한 모습을 갖추거나 종교적 의식을 집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는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라마나마하리쉬의 선정과 ‘진아를 찾는다’는 것이 수행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배우: 가르침의 방법이 ‘나는 누구인가?’. 자기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방법 하나만으로 모든 게 다 통섭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발견된 나는 누구냐. 바로 ‘삿찟아난다’라고 하지요. ‘삿’은 존재, ‘찟’은 의식, ‘아난다’는 지복, bliss. 존재 상태와 의식 상태와 행복 상태가 삼위일체를 이루지요. 그게 깨달음이죠. 자기 본질을 삿찟아난다로 인식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그것이 우리의 깊은 속에 있는 참나의 모습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 우리의 육체는 껍데기다. 껍데기에 우리는 속고 있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내면에 삿찌아난다, 참다운 본성으로 파고들면, 영원한 행복을 얻게 된다,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주 간단한 교리이지요. 그것을 본인 스스로 체득해내고 삶으로 살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자상하게 그것을 전수해주었던 아주 드문 스승이셨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배우님께서 좋아하는 가장 현대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하여 지금 살아 활동하고 있는 사람으로. 에크하르트 톨레를 말씀하셨는데. 톨레의 경우는 우울증에 걸려서 길거리 벤치에서 자기도 하면서 특별히 어떤 수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는 참 특별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의 ‘Power of now'라는 책이 전세계 여러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밀리언셀러가 되고, 지금도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떤 면이 배우님께 도움이 되었습니까?
배우: 톨레의 경우도 라마나 마하리시의 영향을 받았고, 라즈니쉬나 크리슈나무르티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밀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요. 그 분도 갑자기 깨달음이 찾아왔다고 하지만, 본인의 구도적인 노력이 당연히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전생부터 그런 노력들이 축적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때가 되니까 뚜껑이 열리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됐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분도 강조점이 'power of now.'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에 집중해라. 현재를 잡아라.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마음의 함정이다.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지요. 현재에 집중하면 현존으로 들어간다. 현존은 ‘awareness', 자각상태, 그것이 위빠사나 상태이지요.
라마나 마하리시는 질문, 즉, ’나는 누구인가?‘ 라는 화두를 통해서 위빠사나로 들어가게 했고. 톨레는 시간적으로 현재에 존재하는 걸 통해서 위빠사나 상태로 들어가게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전통 불교적 관점에서 위의 스승들을 아웃사이더라고 한다면, 이분들을 통해서 불교를 접하게 된 것은 기독교적 바탕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까요?
배우: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순서적으로 기독교 다음에 크리슈나무르티와 라즈니쉬를 접했고, 그 다음에 불교를 접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자: 크리슈나무르티와 라즈니쉬를 접한 게 대학 때인가요?
배우: 네.
기자: 서울대 종교학과를 다니셨다고요?
배우: 저는 철학과 신학과 종교에 관심이 있었어요.
기자: 어떻게 해서 그런 것에 관심을 가졌지요?
배우: 글쎄요. 전생에 관심을 가졌었겠지요.
기자: 한국이나 태국에서 절에서 머물며, 수행도 하셨고 출가하실 마음도 몇 차례 가졌었다고 들었습니다. 배우님께 불교란 무엇입니까?
배우: 불교란 부처님이 남겨주신 자유를 향한 안내 체계, 자유를 위한 안내서라고 하는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리산 골짜기에서 줌의 방식으로 요가 수업과 함께 명상을 하고, 능엄경을 같이 읽고 톨레도 읽으면서 수업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수업을 하셨는지요?
배우: 석 달된 것 같아요.
기자: 사람들의 호응이 좋습니까?
배우: 그런대로요.
기자: 아직도 끊임없이 구도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배우님의 구체적인 구도 방법은 무엇입니까?
배우: 위빠사나입니다.
기자: 위빠사나는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배우: 태국입니다. 그런데 저는 위빠사나를 소승불교적인 위빠사나를 강조하기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로써의 위빠사나. 그리고 모든 수행의 근본으로써의 위빠사나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테라바다, 즉 초기불교적 가르침, 수행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빠사나를 여러 명상법 중의 하나로 인식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모든 명상의 뿌리, 모든 명상의 밑바탕을 위빠사나로 봅니다.
모든 명상의 밑바탕으로써의 위빠사나 개념에 집중하면서 요가도 결합시켜서 위빠사나를 수행합니다. 그런데 어찌보면, 결국 참나 찾기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위빠사나라고 하면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말에 오해를 많이 하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위빠사나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달리 말하면 우리의 본질을 찾는 조견명상이다. ‘조견오온개공일체고.’ 그래서 오온을 조견하는 명상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한국 절에서 계실 때는 간화선을 하셨나요?
배우: 간화선을 조금 해봤지만, 간화선은 그냥 그랬고요. 위빠사나가 저한테는 좋았습니다.
기자: 태국에서 얼마나 계셨나요?
배우: 2년이요.
기자: 태국에서 명상 지도도 하셨다고요.
배우: 네, 지도도 좀 했습니다.
기자: 주몽과 사명대사라는 영화에 출연하셨을 만큼 본 직업이 배우신데, 앞으로의 계획은?
배우: 그건 모르죠. 천지신명께서 허락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고.
기자: 배우님은 누구십니까?
배우: 저는 저죠. I am who I am.
일시와 장소: 2022년 3월 8일, 지리산 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