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과 포교하는 사부대중 >
비구니 교육의 선구자 일진스님
글 | 전현자 (취재기자)
기자: 강주스님께서 인터뷰 허락하시어 운문사에서 뵙게 되니 매우 고맙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교육을 위해서 수 십 년을 열정적으로 일 해오셨는데, 비구니 스님들의 교육과정 중에서 운문강원의 가장 특별한 것은 무엇인지요?
스님: 반갑습니다. 저는 평소 ‘미국’이라 하면 지구 저쪽의 먼 곳이란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어요. 21세기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 통하는 공간에 살지 않고, 19세기의 벼농사 짓고, 산길을 걸어가는 것 말입니다. 미주현대불교 잡지의 독자 분들은 어떤 분들이신지요? 안녕들 하시겠지요?
기자: 미주현대불교 독자님들의 안부를 물어주시고 관심을 보여주시어 참 고맙습니다. 주로 미국에 살고 계시는 동포들입니다.
스님: 우리가 하는 생각들이 말과 글로 표현되는 된다는 관점에서 글을 통해 보는 건 더 오래도록 인지되고 다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아까, 제가 비구니 교육을 위해서 열성적으로 사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저는 교육을 위해서 산다. 열심히 산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고 삽니다. ‘방포원정’이란 표현이 있는데, 방포는 가사가 네모로 딱 맞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옷차림이 어릴 적부터 좋았고 삭발한 모습도 좋아 그냥 살아온 삶입니다.
기자: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론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을랴오
강냉이 익걸랑
함께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그저 웃지오” 가 떠오르는 스님의 삶이십니다.
스님: 스스로 삶을 깊이 사랑하고 존중 할 때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함께 생활 하는 것이 교육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이론이나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건 좋은 교육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함께 공부 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운문사에 산지가 올해 52년째더라고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지?’ 생각해보면 순간순간 행복했던 것 같아요. 특별히 학인 스님들에게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기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께 하실 때 행복하시다 하셨는데, 함께 하시는 귀한 방법이 있으신지요?
스님: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합장하는 법, 걸음걸이, 잠자는 것, 절하는 것 발우공양 하는 것, 예불 올리는 것, 등등 품위 있고 절도 있는 것이 우러나오는 것이 중요하지요. 왜냐하면 우리들의 삶이 곧 부처님의 제자로써의 삶이니까요. 이런 생활이 익숙해진 다음에 부처님 말씀을 새기면서 살게 되면 안, 밖이 하나가 되는 훌륭한 실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러면, 한국불교의 행자 및 사미니 교육 기본서가 있겠군요?
스님: 네, 우리가 교육받아온 내용들은 열반하신 일타 스님께서 문서화 해주셨어요. 물론 계율은 것은 한국에서 창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 외 실 생활에 필요한 것은 우리들의 상황에 맞추어 만들어진 한국적인 것이지요. 행자님들이 하는 스물 네 가지 행위, 사미니가 지켜야 할 열 가지 십계가 기본으로 다 되어있는 것입니다. 운문사 회주 명성스님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사미니 율을 우리에게 맞게 잘 편집해 주셔서 지침 삼고 있습니다.
기자: 운문사에서도 학인 스님들이 초기불교를 공부하는지요?
스님: 아주 중요한 질문인데요. 제가 학인 때나, 초기 강사 시절만 해도 초기불교란 말 자체도 어색했는데, 이미 초기불교, 미얀마 쪽, 수행을 하고 온 스님들이 강원에 많아요. 교재도 옛날에는 주로 한문이었다면. 지금 세대가 한글 세대여서, 한문 글자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뜻을 터득하자는 의미로 한글 위주의 경전을 많이 보고 있어요.
이것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문에 대한 부담이 없었지만, 우리 문화의 뿌리가 한문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소수지만 영어경전을 보는 스님들도 있어요, 한글이나 한문이나 영어나 내용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다 수용하려합니다.
기자: 탄허 스님께서는 이미 40년 전에, 앞으로는 여성의 지위가 매우 올라갈 것이고, 평등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비구니 스님들이 불교 안에서나, 한국 여성들, 더 나아가서는 세계 여성들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바램에서 운문사 승가 대학이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어떤 것을 생각하고 가르치고 있는지요?
스님: 세계화, 글로벌 이런 말들이 있는데. 제가 자라온 교육이나 문화를 벗어난 새로운 단어가 글로벌화예요. 그 단어를 2000년대에 처음 접했어요. 2000년대 전에는 그런 말이 없었어요. ‘무슨 의미일까?’ 제 나름대로 생각했는데, 제가 이해한 것은 ‘넓은 안목을 갖는다.’ 입니다. 언어적 세계화, 경제적 세계화같이 현실적인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포함해서 바로 부처화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 모두가 깨달을 수 있다” 거나 모든 생명,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기 때문입니다!
생명체의 모습들이 각각 다를지라도 그건 모습일 뿐이고. 사실은 모두가 하나라는 것이지요. 그런 통합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공부하고 수행해 나간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스님들 각자가 이미, 세계화되어 있는 여성으로서의, 수행자로써의 완성을 이룬 스님으로써 활동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를 다 포함해서 진정한 글로벌화라는 것은 모두가 하나라는 안목을 갖고 여성으로써 장점을 살려 즉 어머니와 같은,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여성성이 글로벌화되는데는 큰 장점이 있다고 믿습니다. 마치 관세음보살님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다양한 언어도 익히고 경전공부와 함께 진정 수행을 해내야 한다고 믿는 바입니다. 오래전, 어느 대학에 특강을 갔는데, 제가 불교 얘기를 한 마디도 안해도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나요?’하니까 어떤 대학생이 “불교요.” 라고 했어요. ‘불교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세요?’ 라고 물었더니 또 어느 학생이 “자비요”했어요. 불교를 잘 나타내는데는 우리 사미니, 비구니 스님들이 아주 훌륭한 적임자라 생각합니다
기자: 운문사에 외국인들이 와보고 ‘이 곳이 여성불교, 세계불교의 중심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님: 제 생각에는 과거의 운문사 생활은 “일일불작이면 일일불식이다”라는 가르침에 100명의 스님들이 하나의 큰 방에서 거의 칼잠을 자듯이 살면서, 새벽 3시에 일어나, 저녁 9시 잠들 때 까지, 논농사 밭농사 버섯농사를 하여 자급자족하면서 경전공부를 했고 포교등 여러 가지를 배우며 활동과 실천하는 하는 것으로 수행을 삼았습니다.
요즘 스님들은 농사대신 컴퓨터를 배우고 언어도 익히면서 새로운 방식의 포교와 수행을 하는 것이지만 근본은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진다는 관점으로 생활하고 최소한의 소비와 생명살리기 실천이 근간이 되어 있는 수행이 외국인들에게 그렇게 비춰졌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일이 곧 수행이라지만, 새벽예불 후 잠깐 공부하고 며칠씩 모내기하고 온갖 밭일에 산에 불나면 모두 허겁지겁 올라가 불을 끄고, 저녁예불 후에야 공부 할 수 있었던 것은 수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미니들로서는 버거로운 일이었는데 일이 줄고 바뀌었다는 것은 다행입니다
스님: 이제는 우리 학인 스님들이 산에 가고 싶고, 밭일도 좀 하고 싶고 풀 메는 시간이 너무 좋답니다. 이야기하며 풀 메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스트레스가 확 풀린대요.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기자: 파르라니 깍은 머리가 빛나고, 웃는 모습이 풀꽃 같은 스님들을 가르치는 스님은 누구십니까?
스님: 아직도 제게 던지는 최고의 의문입니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20대였을 때, 동국대학교를 다녔어요. 운문강원을 졸업하고 좀 늦게 대학에 간 것이지요. 어느 날 책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여섯 살쯤 된 여자 아이가. 할머니와 같이 있었는데, 저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할머니를 툭툭 치면서 “저게 뭐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향해서!..... 할머니가 무안하셔서 그 아이의 머리에 꿀밤을 주는 그 순간 탁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어요.
아이가 “저게 뭐야?”했는데, 저는 그 질문을 제게 돌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요!
일시 및 장소
2022년 5월 11일
장소: 운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