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조와 선수행 지도로 주목받고 있는
뉴욕 조계사 선원장 인궁스님
미주한국불교는 숭산스님 이후로 선(禪)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수행을 지도하는 스님은 거의 없다. 인궁스님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원각사 선원장을 거쳐 2022년 9월부터 맨해튼 조계사 이사장 및 선원장 소임을 맡으면서 선에서 본 경전 강의와 선체조와 참선법을 지도하고 있다.
미주한국불교계에서는 선을 중요하게 내세우기 때문에 수행과 포교를 하는 스님의 등장을 기쁘게 생각하고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많지는 않지만 매우 열성적으로 이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조계사에서 주 6일간 선체조와 참선을 열정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인궁스님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2020년 3월에 뉴욕 원각사로 도미.
설법과 참선지도 : 뉴욕 원각사 선원장을 거쳐 맨하탄 조계사에 주석하고 있다.
한국에서 선방을 10년간 다녔다.
동국대에서 선학과 박사과정 수료.
결가부좌,
반가좌부좌의 중요성
질문 불교인들에게 수행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좌선 수행에 있어서 결가부좌, 혹은 반가부좌 자세가 중요한데 이 자세를 잘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 안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세의 중요성에 대하여 스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인궁스님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첫째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병통이 생깁니다. 자세가 불완전하면 몸이 아프고, 짜증이 나고, 옆 사람과 시비가 붙기 쉬운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갈등과 고통이 발현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느 정형외과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일반인 70~80% 정도가 척추측만증 등 코어라인에 변형으로 인해 오장육부의 병통이 생기는 사례가 흔하다고 합다. 또한 고령으로 갈수록 고관절의 기혈이 막히면서 급속도로 하체가 부실해지고 상체비만, 하체결함은 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앉고 서는 자세만으로도 그들의 건강상태을 알 수 있다고 하니 바른 자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봅니다.
둘째는 바른 자세로 수행을 하면 삼매 진입이 쉽습니다. 모든 요가의 최후의 자세, 마지막 자세는 결가부좌입니다. 모든 요가는 좌선상태에서 깊은 삼매로 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최후의 목적지로 가는 수단이 좌선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 수많은 요가가 선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듯 바른 좌법을 하게 되면 몸이 가지런해지면서 좌선의 삼대 요소인 조신(調身), 조식(息), 조심(調心)이 원활하게 이뤄집니다. 모든 것이 원활해지니까, 삼매가 깊어지고 경안각지[輕安覺支]에 이르기에 도움이 됩니다. 불교 수행의 단계 아닌 단계 중에 거의 대부분 거치는 과정이 ‘몸사라짐’입니다. 그런데 자세가 불안정함으로 인해 몸이 아프고 부대끼고 그래서 몸에 끄달려서는 깊은 삼매 진입이 어려워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질문 몸 사라짐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인궁스님 삼매가 깊어지면서 몸의 존재성이 투명해지는 것입니다. 마치 물방이 된 것처럼. 없는 것은 아닌데 몸 안팎이 투명하게 통찰이 됩니다. 우리는 평소 감각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몸이 실재하는 것처럼 늘 집착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좌선한다고 앉아 있으면 몸에 더 민감해지고 고통에 부대끼게 마련입니다. 이 몸이 공한 것을 통찰하기도 전에 몸의 고통에 휘둘려서는 그 번뇌에 굴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른 자세로 조신, 조식, 조심이 되면서 통찰할 수 있는 여유와 집중력이 생기게 되고 그런 가운데 몸을 포함한 안팎의 존재성이 맑고 투명해지는 경안각지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 저는 젊은 시절에도 참선을 할 때마다 결가부좌는 물론이고, 반가좌도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의 선체조 지도를 보고, 나도 결가부좌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선방에서 10년을 정진을 하였고, 또 신도들의 참선을 지도도 하셨습니
다. 이런 과정에서 처음에는 결가부좌 반가좌가 안되는 사람들이 선 체조를 하고 난 후 모두 결가부좌나 반가좌를 할 수 있었나요 ?
인궁스님 당연히 되어야 하고, 됩니다. 스님들이 행자시절이나 강원에 가서도 맨 처음 배우는 것이 앉는 자세입니다. 앉아서 경을 보아야 하고, 앉는 자세가 바르지 않고, 편안하지 않으면 대중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앉은 좌법부터 배우게 됩니다. 오래 앉기 위해서 선체조를 배우게 됩니다. 선방은 교육기관이 아니고 각자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고수인 스님에게 찾아가 묻고 배우게 됩니다. 일반신도들도 매일 열심히 정진한다면 대부분 한 달 정도 집중 수련으로 일정의 수준에 이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질문 스님께서 지도하는 선체조, 뒤로 젖히기(Bending), 굽히기(folding), L자 만들기 이런 과정이 대부분 한국 선방에서 지도하는 과정인가요?
인궁스님 이런 선체조가 여러 종류이기 때문에 다 똑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지도하는 방법은 여러 선방에서 수좌스님들이 하는 것들을 제 나름대로 선택하여 내 방법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제 창작품이 아닙니다. 최소한으로 이 정도 과정을 하게 되면 좌선삼매를 성취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고 해서 만든 것입니다. 좋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즉, 척추라인을 가지런히 교정하고 기 흐름을 활성화하려는 자세와 고관절의 기혈을 풀고 노화방지 및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서 좌선에 최적화하려는 선체조라고 할 수 있다.)
질문 그동안 지도한 사람들의 선체조 및 가행정진의 효능의 사례를 소개해 주십시오.
인궁스님 3개월간 하루 2시간 (1시간 선체조+1시간 참선) 주 2~3회 안거전후로 건강검진 결과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습
니다.
<지수 200 이상: 치료요망 / 200~100 주의요망/100~50 정상 / 50 이하는 만성질환>
1. 면역질환 및 신진대사 213> 194
(Immune disease and metabolism)
2. 알러지 증상(Allergy symptoms) 200> 162
3. 담낭질환/우울증(Gallbladder disease/depression) 184> 158
4. 신진대사/감정조절 162> 149
(Metabolism/emotional regulation)
5. 심장질환(Heart disease) 178> 145
6. 감정/통증조절 호르몬 175> 160
(Emotion/Pain Control Hormone)
7. 소장경락 막힘(Small intestine meridian blockage) 172> 159
8. 장염증세(Intestinal inflammation) 147> 130
9. 기관지염(Bronchitis) 145> 109
10. 고지혈증(Hyperlipidemia) 231> 162
11. 단백질 대사장애(Protein metabolism disorders) 227> 195
12. 흉추10번 문제(Thoracic vertebra 10 problem) 226> 158
13. 신장이상/황체호르몬 이상 225> 189
(Kidney /progesterone abnormality)
14. 전신무기력/통증/피로 224> 163
15. 뇌의 통증/ 감정조절(Brain pain/emotional control) 215> 162
16. 부갑상선 기능저하(Parathyroid gland dysfunction) 191> 148
17. 신장결석(Kidney stones ) 181> 164
18. 흉추 정화(Thoracic Cleansing) 141> 111
19. 심근질환 (Myocardial disease) 140> 114
20. 우울증 (Depression) 133> 116
21. 동맥혈관 이상 (Arteriovascular abnormalities) 116> 104
22. 관절/연골 경락 막힘 257>178, 115> 109
(Joint/cartilaginous meridian blockage)
23. 치매 인자 (Dementia factor) 243> 140
24. 부신기능 저하 (Adrenal insufficiency) 217> 166
25. 천식/협심증(Asthma/angina) 212> 162
26. 갑상선호르몬 이상(Thyroid hormone abnormality) 183> 137
27. 소화기질환(Digestive Disorders) 162> 105
<감성지수 개선: Improvement of emotional index>
거부감Rejection 125> 56
변화거부Refusal to change 146> 87
비현실적unrealistic 132> 93
공격성Aggression 129> 75
갈망Craving 145> 83
좌절감Frustration 156> 60
당혹감Embarrassment 140> 113
질투심Jealousy 116> 100
조병증Manic 171> 58
중독성Addictive 176> 116
아만심Arrogance 150> 92
무모함Recklessness 188> 125
자기의심Self-doubt 117> 129
14. 권위욕Desire for authority 216> 138
15. 허무감A sense of emptiness 112> 67
16. 부주의carelessness 141> 102
17. 근심Worry 140> 90
18. 불안조증Anxiety 140> 98
19. 합리화Rationalization 128> 91
20. 의기소침loss of motivation 46> 79
21. 배신감Betrayal 36> 84
22. 신경질Nervous 50> 75
23. 허무감A sense of emptiness 45> 86
24. 무관심Indifference 45> 74
25. 부주의Carelessness 34> 99
(Chronic disease)
*정진대중 50명중 진단을 자원한 사람만 참여했음.
불교수행과 명상에 대해서
질문 지금 미국에는 각국 전통불교국가가 다 들어와 있기 때문에 많은 수행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1960년대 부터는 명상이 널리 유행하였습니다. 이슬람의 수피수행도 있고, 전세계의 다양한 수행법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수행법 중에서 어떤 수행법은 불교적 수행법이고, 어떤 것은 외도인가 하는 기준을 사찰에서 수행을 지도하는 분들이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계종에
서 내세우는 간화선을 비롯하여 티베트 수행인 관법수행, 묵조선, 위빠사나 등이 있습니다. 이 위빠사나 수행법도 또한 여러 종류입니다. 이 외에도 미처 파악을 못한 많은 수행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러 수행법의 경우 그 방법이 서로 정반대인 경우도 있어 수행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혼돈이 오고, 어려움을 겪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어떤 것이 불교수행인가 하는 판단 기준을 신도들에게, 수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인궁스님 간단합니다. 불교수행은 삼매수행과 더불어 통찰수행입니다. 그러니까 사마타만 닦으면 외도이고,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함께 수행하면 불교수행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기준인가? 부처님 당시부터입니다. 어원적으로 찾아볼 때 명상은 말 그대로 어두울 명, 생각 상(冥想). 어두운 밤에 고요함처럼 생각을 가지런히 해서 집중해 몰입하는 것이 곧 삼매죠. 삼매만 닦는 수행은 외도입니다. 삼매만 목적으로 하고 수단시하는 수행은 외도입니다. 부처님도 당시에 무소유처정을 성취한 스승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다 해서 그 스승을 떠났고, 비상비비상처정을 성취한 스승을 모시고 그 단계에 들어가 보고 그것도 아니다고 판단하고 그 스승을 떠났습니다. 왜그랬는가 하면 삼매에 들었을 때는 고도의 집중 삼매와 몰입이 되어 신통방통을 부리고, 대단한 신통을 보이는 도인인 듯 하였으나 삼매를 벗어나면 범부와 똑같이 시기질투하고, 저주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삼매에 들어서는 도인인 듯 하나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범부중생과 똑같다고 하면 완전한 해탈도 아니고, 완전한 깨달음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부처님의 숙제는 무엇이었는가? 생노병사,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해탈, 완전한 깨달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통찰지혜를 닦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불교 수행은 사마타와 위빠사나, 선정과 지혜를 동시에 닦는 것으로 확립되었고 이것이 타수행과 구분되는 불교적 수행이라 하겠습니다. 모든 외도 수행은 삼매수행과 신통변통 획득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부처님 이후의 불교수행은 시대에 따라 수행가풍이 다양하게 전개됩니다. 그때그때 방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도 남방불교에서는 사마타 수행, 즉 집중수행이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후에 통찰수행을 시킵니다. 또 어떤 사람은 통찰수행을 먼저 시킵니다. 아니면 둘을 동시에 시킵니다. 이것이 스승의 역할입니다. 어떤 것을 우선한다고 하더라도, 지관(止觀) 즉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을 두루 성취하고 결국에는 최상의 통찰지혜로 가는 것이 불교수행
입니다. 선종가풍에서는 정혜쌍수, 쌍차쌍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됩니다. 결국 불교수행는 일상으로 돌아와도 삼독심에 휘둘리지 않고, 중생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며, 일체와 더불어 둘 아님으로써 통찰하고 한 몸으로서 제도하고 깨달음을 실현하는 것이 불교수행입니다.
질문 그래서 용어만 보아도 요가, Zen(Seon), meditation, mindfulness, Sati, Vipassan, 마인드 콘트롤(Mind Control)’ 등 수 많은 명상 관련 용어들이 있습니다. 이런 용어들이 정의가 정확하게 인식되 못한 상태에서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많
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면 이 용어들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여러 용어들에 대해 그 의미를 살피지 않고 그냥 지나치고 있습니다.
인궁스님 불교수행 용어와 여러 명상용어가 현대에 와서는 동서양을 넘나들다 보니 이제는 다 섞여서 전체를 ‘명상’이란 표현으로 일반화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메디테이션meditation’이라고 하면 선도 들어가고, 힌두이즘 요가도 들어가고 다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동국대학교 선학과에서 석박사 공부를 하면서 판단한 것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용어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나면 너도 나도 혼용해서 사용하기 때문이죠. 선의 의미도 어원을 따지면 원래 인도에서 ‘디아나’라고 의미가 지금과 의미가 달랐고, 제한적이었는데 후대에 다양하게 발전하였고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세계적 트렌드를 보면 ‘메디테이션(명상)’이라는 큰 타이틀 안에서 다른 용어들이 혼용되어 사용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다만, 실제 수행하는 재가자나 출가자나 어떤 것이 진정한 불교수행인가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질문 존 카바진(Jon Kabat-Zinn) 박사가 미국 메사추세츠대학교 의학센터에서 개발한 ‘마음챙김에 기초한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MBSR)가 명상세계에서는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 존 카바진 박사가 미국에서 강의를 하면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한국에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다시 초청하려고 한국불교계 언론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MBSR과 이것을 더욱 발전시킨 ‘마음챙김에 기초한 인지 요법(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MBCT)’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스님의 개인적인 의견을 듣
고 싶습니다.
인궁스님 불교의 대명제가 ‘이고득락’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불교수행의 틀 안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또한 구조적으로 사마타 위빠사나의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천적으로도 불교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육체적 정신적 병증을 치료치유하는 목적으로 응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MBSR, MBCT와 유사한 치유행법이 과거에도 우리의 선(禪)전통에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통이 많이 사라졌지만.... 예를 들어 몸이 불편한 경우에는 일단 좌정을 한 후에 위에서부터 몸을 스캔합니다. MBSR하는 것처럼 온 몸을 관하면서 관세음보살의 관정수기를 받는 것처럼 온 몸을 다 관하면서 정화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전통이 조선조 후기, 일제시기를 거치면서 산중생활이 피폐해지고 수행전통이 많이 쇠락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은 불교의 대명제로 이고득락에 대한 부처님의 대비심의 그릇으로 담을 수가 있다는 입장에서 현대인의 바쁜 삶 속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병증들을 해결해 준다면 훌륭한 자리이타의 보살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행론적으로는 관법이면서 마이드풀리스, 통찰에 의해서 고통에서 벗어나는 구조인데, 불교수행의 현대화 대중화되는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질문 스님이 지도하는 수행법은 조계종의 공식 수행법으로 화두를 드는 간화선 수행입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간화선뿐만 아니
라 묵조선, 티베트의 관법수행, 위빠사나 등 많은 수행방법이 있습니다. 또 일본 선방에서는 간화선, 묵조선 두 가지를 지도하는
선원도 많습니다. 스님은 어떤 사람들이든 간화선으로 지도를 한다는 것이지요 ?
그런데 도시생활을 하는 대부분 직장인들,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많은 시간 노동일을 하는 사람들, 스트레스때문에 고혈압과 당뇨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불안감 때문에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간화선 방법은 이런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중단하고 화두에만에 집중하
라고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문 수행인이 아닌 이런 사람들이 화두에 집중할 수가 있나요 ?
인궁스님 일단, 간화선 일변도로 지도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좌선과 관련한 선체조를 선험적으로 중점지도하면서 조신, 조식, 조심의 과정을 밟게 하는 게 특징입니다. 집중수행 혹은 용맹정진하는 화두실참은 나중의 일입니다. 그전에는 워밍업으로써 화두의심의 심리적 상황을 맛보게 하고 제대로 의심이 형성되는지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문고리잡힐 때까지 섬세하게 지도하고 체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공부에 대한 의지와 믿음이 바로 서게 되고 깊이 들어간다고 봅니다. 대신심, 대분심, 대의심이 발현되기 위한 예비수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질문 그럼 이렇게 병증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인궁스님 수행이 익지 않고 병세가 급한 이는 얼른 병원에 가야겠지요.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오롯하다면 한 생각을 내는것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선 제가 시행하고 있는 <선체조 및 참선정진> 프로그램으로 3개월 안거에 동참한 이들의 건강검진 결과는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신들도 몰랐던 잠재적 병증인자도 해결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이들도 있었으니까요. 이것은 최소 하루 2~3시간 거의 매일 정진하는 경우이니 본인의 의지와 환경이 갖춰진 사례입니다. 또 제가 예전에 봉암사선원에서 안거를 나던 때에 심하게 몸살감기를 앓은 적이 있는데 억지로 좌복에 앉아있다가 행선죽비에 일어나려는 순간 천근만근 무거운 몸에 이렇게 한 생각이 일었습니다. ‘붙을 자리가 어디에 있노?’ 그 순간 쇳덩이 같던 몸이 솜털처럼 바람처럼 가볍게 날아갈 듯 하였고 온 몸의 기운이 충천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붙을 놈마저도 없었구나!’하고 스스로 응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 있은 뒤로 주변에 병증이 있는 이들에게 종종 지도하고 응용하기도 합니다. 또 예전에 영가장애로 고생하는 이가 찾아왔을 때 동행하는 영식에게 ‘부모미생전’화두를 주었더니 화두에 걸린 영식이 빠져나간 사례도 있지요.
어느 때는 50대 보살님은 심한 우울증이 있어서 찾아왔길래 둘 아닌 도리로서 기도를 해보라고 지도했습니다. 조사선의 선리와 부처님의 교설을 기도문의 형식1) 으로 간단히 정리해서 보냈더니, 일주일 지나고 나서 다 나았다고 하더군요. 이런 사례를 통해서 禪의 이치로도 충분히 병증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일차적으로 믿음을 주고, 이차적으로는 그런 믿음이 지속되도록 기도문이나 선법으로 실천하게 하는 것입니다. 깊은 수행력을 요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타의 수행방편과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접근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화두본참은 최후의 수단이고, 최상의 수단이고, 본령으로서 간화선을 제시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병증을 치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이고득락이 전제로 접근한다면 다른 방편도 병행하면서 속히 병고를 해결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지도법사가 지혜롭게 접근해야 할 부분입니다. 어떠한 경우든 그 근본으로 돌아가 보면 조사선에 도달한다는 믿음에는 확고합니다.
여러 병증이나 수행의 장애가 어느 정도 없어지고 발심이 된 자로서 간화선을 하려면 화두를 드는 공식이 있습니다. 의심, 의정, 의단의 진입공식입니다. 의심, 의정, 의단이 되려면 극도의 몰입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특별한 사람만이 되는 것은 아니고, 누구나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극도로 제약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르치는 것은 워밍업에 해당합니다. 화두와 의심이 형성되는 과정을 지도하고 점검해주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하면 평가를 하고 용맹정진이 되겠다고 판단되면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하는 것은 조신, 조식이 되는 과정인 예비수행으로써 선체조를 꾸준히 하고, 앉았을 때는 조식 조신이 되었으니 조심으로 진입하기 위한 수식관을 합니다. 그리고 집중과 몰입과 통찰의 조건이 되면 화두의심에서 의정으로 진입하도록 지도합니다.
일시: 2022년 4월 26일
장소: 뉴욕 원각사
1) <기도발원문>
나와 남이 둘이 아니요, 부처 중생이 둘이 아니라. 둘 아닌 이 마음 근본에 귀의하오니, 이 자리에서 모든 서원 이루어지이다.
일체가 고정됨이 없이 나투고 화하여 돌아감이라, 머무는 바 없이 그대로 응하게 하소서
누군가가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여도, 나를 업신여기고 분노케 하여도 나를 성불로 이끄는 소중한 인연이기에, 둘 아닌 그 마음에 감사하고 그대로 놓아가게 하소서.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불도를 이루어 일체중생에게 이익을 주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게 하소서.
허공 끝이 다 하도록 고통받는 모든중생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최상의 행복과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둘이 아니기에, 가슴에 맺히는 이 눈물은 연민의 눈물이요, 감사의 눈물이요, 환희의 눈물이라
한 바다를 이루어 남김없이 제도케 하소서.
나와 남도 없고, 부처 중생도 없고, 텅 비어 오롯한 이 마음 근본에서 본래로 대자유의 대장부였음을 스스로 증명케 하소서
나무 영산회상 불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