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불교국가 미얀마 성지순례(2) (2024년 3월 1일 ~ 8일)
미얀마의 상징 쉐다곤 파고다
글 덕광 김형근(德光 金詗 根)
-본지 편집인
불교잡지를 운영하면서 인도를 비롯하여, 부탄, 실크로드, 중국, 일본, 태국, 스리랑카, 라오스 등 여러 나라의 사찰들을 가보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사찰에서 중요한 것은 탑이다. 자연스럽게 내가 불교성지 순례를 하면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탑이다. 인도 산치대탑, 양곤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 그리고 중국 윈남성 대리(大理)에 삼탑이 내가 가장 가고 싶은 순례지였다.
지난 3월에 드디어 쉐다곤 탑을 방문하였다. 쉐다곤은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의 상징이고, 미얀마 사람들의 긍지이다. 이 쉐다곤 파고다, 만달레이의 마하무니 파고다, 그리고 짝익티요의 황금바위는 미얀마 불교인들의 3대 성지라고 한다.
미얀마 사람들에 의하면 “석가모니 부처님 생존시에 아랍계 상인인 타푸싸와 빨리카가 인도 여행중에 석가모니를 만나 공양을 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머리카락 8개를 선물했다. 그들은 당시 몬족 왕인 오깔라파에게 이 부처님 머리카락을 바쳤다.” 왕은 당시 신성시 되던 싱구타라(Singuttara) 언덕에 탑을 세우고 불발을 안치했다고 한다. 조성 당시 근처의 깐도지 호수에서 흙을 퍼 올려 기존 언덕을 인공적으로 58미터 더 높인 뒤 그 위에 탑을 조성하였다.
여러 왕조 여러 왕을 거치면서 이 탑은 높아졌다.
1453년 신소푸 여왕은 자신의 체중만큼 40 킬로그램의 황금을 기증하여 불탑의 높이를 40 미터까지 올렸다고 한다. 1768년 미얀마에 대지진이 일어나 탑이 훼손되고 탑 상륜부가 땅에 떨어졌다. 1778년 콘바웅 왕조의 신뷰신 왕이 탑을 대대로 보수하면서 현재 높이인 99 미터로 증축했다고 한다. 탑 정상에는 다이아몬드, 루비, 등 수많은 보석들이 장식되어 있다. 자존심 강한 미얀마 사람들은 이 쉐다곤이 불교사에 첫 번째 불탑이라고 주장한다. 불교사로 따지면 곤란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미얀만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 시비할 생각이 없다.
3월 1일부터 8일까지 미얀마에 있다가 9일 아침에 출국하였는데 이 기간중에 3 월 2일과 3일 아침 새벽에 두 번 방문하였다. 그런데 쉐다곤에는 저녁 5시 무렵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만약 내가 다시 양곤을 방문하면 오후 5시에 다시 가보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쉐다곤을 비롯하여 가는 사찰마다 금으로 건물과 탑을 장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미얀마 사람들은 금을 잘 다룬다고 한다. 나중에 알았는데 3월 2일은 이 날이 ‘농민의 날’로 미얀마 특별한 날이었다. 이른 아침인데 쉐다곤으로 택시도 많이 오고, 큰 행사에 단체로 오는 것처럼 버스는 아니지만 승용차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다.
미얀마 정책인지, 자존심인지 미얀마에는 영어로 된 안내가 많지 않았다. 사찰에도 마찬가지인데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설명이 별로 없다. 일본에는 이런 설명이 여러 국가 문자로 잘 되어 있다. 태국도 영어로 설명이 많이 되어 있다, 그런데 오직 입장료 받는 곳만은 외국인 출입구 ‘Entrance for Foreigner’라고 모든 사찰에 잘 보이게 되어 있고 입장하는 곳이 달랐다. 이곳의 입장료는 미얀마 돈으로 2만 짯($6)이었다. 미얀마 사람들 평균 월급이 30만 짝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나 혼자만은 아닐 터인데 나올 때 보니 신발 보관소에서 다른 사람들 신발은 없었다. 아마도 신발을 직접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간 것 같다.
국내 사정 때문인지 미얀마 고층 건물, 쇼핑센터를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런 사찰엔 보안 요원들이 많다. 검색대를 통과하여 긴 회랑을 걸어서 들어가면 바로 경내로 연결된다.
출입문 동서남북 네 곳이 있다. 입구 양쪽에는 ‘친떼 Chinthe’ 라고 하는 사자 형상의 수호신이 지키고 있다. 안내 책자를 보니 동문으로 들어가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참배 하라고 되어 있다.
쉐다곤 경내는 넓었고, 스님들과 신도들이 아주 많았다. 3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제 방문한 술레 파고다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람들이 많은 것도 큰 차이가 있지만 새벽 불공하는 스님들과 기도와 독경하는 사람들, 관욕처럼 불상 머리에 물을 붓는 보살님들, 걷기 명상하는 사람들과 꽃을 들고 오는 젊은 여성들과 순례자들로 넓은 도량 곳곳에 사람들이 많았다. ‘타자웅’이라고 불리는 그 많은 전각들에도 사람들이 다 있었다. 곳곳에 태국 불교에서 많이 보이는 ‘ 나가’도 보이고 미얀마 토속 신앙인 ‘낫‘ 신앙하는 전각도 여기 저기 많이 보였고, 그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불단에 과일도 많이 올려져 있다. 전각에 단체로 앉아서 독경하며 기도하는 그룹도 있었고, 예불하는 스님과 신도들 그룹도 보였다. 또 3월 3일 방문에서는 베트남에서 단체로 60-70명이 단체로 와 예불도 하고, 경내를 돌면서 탁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쨌든 불교 신자들에게는 매우 흥미있는 장면들이 각본 없이 진행되었다.
이곳은 매우 넓은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잘 아는 안내자가 없는 경우에는 미리 안내서를 꼼꼼히 읽어 보고, 안내서를 가지고 가서 보면서 돌아보면 좋다.
이곳에는 서쪽 출입문 옆에는 탑 보석 사진과 쉐다곤 파고다의 탑 건립과 보수 과정을 보여주는 역시 전시관이 있다.
이 쉐다곤 경내에는 옥으로 만들 큰 불상도 있고, 큰 종이 두 곳에 있다. 경내에는 각종 동물상과 관욕식을 하는 불상이 모셔져 있다. 이곳에서 관욕식을 하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경찰 제복 비슷한 옷을 입은 남.여 보안요원도 대부분의 타자웅(전각)에 다 있었다. 내 행동이 눈에 띄어 외국인처럼 보이는지 나를 살펴보는 눈치였지만 이 보안요원들의 관심사는 외국인이 아니라 반군일 거라고 생각이 되었다. 곳곳에 안내요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방문자를 안내도 하였다. 태국에서 성행하는 불상에 금가루를 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신뿌 행사
3월 3일 날 방문때에는 신쀼 행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미얀마의 7세 정도의 남자 아이들은 단기 출가하는 것을 신쀼라고 한다. 최소한 일주일 이상 사원 생활을 하는데 불교신자에게는 일생에 한번은 한다고 한다. 스님이 택한 날짜에 하는데 부유한 아이들은 혼자서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여러 아이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왕자로 살다가 출가했으므로 왕자처럼 머리에 화려한 장식한 천을 두르고, 얼굴과 입술에도 화장을 한다. 말타고 사찰로 가는 모습은 못보았지만 말에서 내려 경내로 들어와 경내를 도는 신쀼 행렬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가본 순례지에서 불교 열기를 매우 뜨겁게 느낀 곳은 티베 라사였다. 조캉 사원에서 수많은 라싸 주민들이 새벽에 나와 옴마니반메훔을 독송하면서 사찰 주변을 돌았다. 그것은 거대한 물결처럼 느껴졌었다. 티베트 순례를 한 지 수년이 흘렀는데, 이 쉐다곤에서 라싸의 불교 열기를 느끼고, 미얀마 불교인들의 불심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 쉐다곤은 매우 크고, 경내에 탑과 불상, 전각이 많기 때문에 한 번 방문해서는 한국사찰과는 너무 다른 느낌 때문에 색다르다는 생각으로 그냥 시간만 보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 번 가는 것 보다는 두번, 세 번 가보는 것이 좋다. 안내 책자를 보고 경내 여기 저기를 순례하는 도중에 양곤 빈민촌 달라에 있는 사찰에서 수행중인 스님에게 적은 액수의 돈을 보시하였더니 이 스님께서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이 쉐다곤의 많은 친떼Chinthe들과 종각을 함께 다니면서 안내를 해 주셨다. 1958 년 생으로 20 살에 출가를 했다고 한다. 40 년 넘게 출가 생활을 하셨는데 시간이 나면 달라(빈민가)에 있는 스님 사찰을 꼭 방문해 달라고 한다. 나는 쉐다곤 밖으로 나와 식당에서 스님께 아침 공양을 해 드리고 헤어졌다.
[미주현대불교 2024.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