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스포츠 화려한 결과보다 공정한 과정이 존중받는 세상 돼야,
올림픽 때 한국이 잘한다며 이젠 생활체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나도 스포츠에 관심이 있어 평소 생각하던 거 이 참에 정리하려고 했지만 양이 엄청 많더라. 기억보관용으로 몇가지만 적어 놓는다.
점심때 나고야에서 같이 일한 인연이 있는 일본 출신 직장동료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나고야 대학 출신이 메달 좀 땃냐고 하면서 빵을 먹었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의아한 것은 일본 대학에는 예체능 입시 비리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 예체능 학과가 없으니까. 있으면 아무래도 심사관이 개입할 수 있는 데. 설마 해서 찾아보니 예체능 대학이 있긴 있는데, 사립대 중에 조금 있다.
일본의 교육체계를 보면 7대 국립대학(과거 제국대학)가 명문으로 이공계가 주를 이룬다.
왜냐면 이공계가 국력에 직관되니까 국가가 밀고, 급하지 않은 것은 사립대가 맡으라는 식이다.
그런 7대 국립대학에는 예체능이 없다.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클럽활동으로 한다.
사진에서 보듯 시설은 아무래도 한국에 비하면 열악하다.
일본 대학은 다 오래된 건물이라. 시설이야 어쨌든 클럽 활동으로 학교 스포츠 인프라가 발달하여 그 중에서 엘리트 체육 인재도 발굴되고 그 후 투자가 이루어져 국제 대회에서 선전하는 것이다.
PIC 1
PI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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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예체능계를 없앰으로써 예체능은 옵션이지 그 때문에 수업을 까먹을 수는 없다는 사고방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금메달 누구 - 하면 나고야대 경제학과 출신 혹은 수학과 출신, 이렇게 나오지
어느 체대, 배드민턴 학과, 충무공파 - 이런 말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뉴저지에서는 올해 30명 가량이 올림픽에 참가해서 9명이 메달을 따 왔다.
물론 당일 마을 SNS에 잠깐 뜨기는 하지만 그 걸로 끝이다.
옆집 누구 아들이 금 땃는 지 알지도 못한다.
있다해도 정상적 학교수업 받으면서 딴 거고, 올림픽 성적은 자기 개인 추억이 되거나 혹시 혼담이 오가면 참고는 되겠지만. 스탠포드 대학은 올해 59명 보내서 메달 39개 따왔다.
스탠포드가 국가였으면 8위였을 것이라 한다.
그 외 대학으론 California (17), Texas (16), Virginia (14), Southern California (13), Penn State (12), Florida (11) ...등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메달 수보다도, 스탠포드의 경우 학점이 3.0 이상 이래야 학교에서 출전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재능이 있는 소수 정예를 차출하여 초중고, 그리고 대학조차 체대라는 특수기관에 들어가 고도의 훈련을 받는다. 따라서 공부는 안하게 된다.
이와 같은 초 엘리트 체육 정책 덕분에 작은 나라에서 그만큼 놀라운 성과를 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정책하에서는 투입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는 지는 수치, 즉 국제스포츠대회에서 획득한 메달 수 등의 성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세부 예산도 대중들의 관심에 따라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이 나뉘고 이를 의식하여 분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세영이 손흥민, 김연아급 이냐?"는 비아냥도 그 체계에서는 무의미한 질문이 아니다.
엘리트 체육의 문제는 합숙 등으로 작은 사회를 형성해 살기 때문에 인맥에서 비롯되는 부조리 혹은 구타 및 가혹행위로 인한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힘들고,
학생 선수들의 경우 코치가 진로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크기에 부조리에 대항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엘리트 체육으로 길러진 선수들은 메달 획득이 인생의 목표가 되기 때문에,
메달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삶의 의미에 좌절 할 수가 있다.
앞서 말한 미국이나 일본선수들과 비교해보라.
왜 스탠포드가 학점이 3.0 이상 이래야 올림픽 출전 자격을 주는 지 알 것 같지 않는가?
그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체육 정책을 택하는 이유는,
한국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택한 이유와 같다.
대만처럼 중소기업 위주로 가면 건강한 체질을 갖겠으나,
한국은 특정 기업 집중 지원 정책을 펼친 덕에 급성장을 하게 되고 마침내 삼성과 같은 국제적 기업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경유착이라는 문제점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온다.
여력이 없는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체육을 장려하기에는 역부족일 때, 어차피 생활체육을 통하여 전 종목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그것이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조성될 수 없다면,
국가 투자로 단기간에 국제대회에서 메달 실적을 내보자는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안세영처럼 체육계 문제점들을 폭로하는 용감한 선수가 더러 나오기에 이제는 엘리트 체육의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