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불교 영역의 현황 문제점과 향후 방향 (2)
한강작가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본
한국불교 영어번역의 실태와 전망
글 전옥배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 원장, 111nirvana@hanmail.net)
1. 이 시대에 왜 한국불교의
영어화가 필요하며,
영어의 필요성은 점차 증가되는가?
지난 1월호 1편에서는 한국불교 영역(英譯)의 중요성과 왜 ‘불교사는 역경(譯經) 역사’라고 말하는 것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명명(命名)되는 정보화 시대이며 지구촌으로 하나 되어가는 21세기에 왜 한국불교의 영어화가 필요하며, 그 필요성은 점차적으로 증대되고 있는가? 이 영역의 필요성은 불교 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고 한류의 등장과 함께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시급하고도 중대한 국가적 문제이다.
바야흐로 지금 21세기는 영어로 통하는 영어 패권의 시대다. 세계 어디를 가든 영어 간판이 넘쳐나고, 영어 하나면 어디가나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
인터넷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정보화 시대에 영어는 이제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익히고 배워야 할 세계공용어(Lingua franca)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한 언어가 이처럼 막강한 권위를 갖게 된 것은 실로 처음이다.
왜 지금의 정보화 시대에 영어가 세계 공통어가 될 수밖에 없는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 된 정보화 시대에 영어가 정보 전달의 압도적인 매개체로 등장함으로서 지구촌 시대는 세계가 하나가 되어 동 시간대에 일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미 세계 모든 정보의 8할이 영어로 생산되고 있고 그 share가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서 영어를 통한 발 빠른 최신 정보 접근과 취득을 위해서는 이제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한 나라가 갖고 있는 정보와 질과 양은 곧 그 나라의 국력이며 경쟁력이다. 한 국가가 자국어만을 강조함으로써 정보화 세계에서 정보 접근에 늦어진다면 국가 경쟁력은 물론 개인의 경쟁력도 뒤질 수밖에 없다. 영어가 바로 이 정보화 시대에 정보 전달의 매체가 되었기 때문에 영어는 이제 국제 공용어로서 언어의 블랙홀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한국불교의 영역을 강조하는 것은 그렇다고 번역의 가치와 효용을 경제적인 면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번역은 국민 전체의 교양과 정신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지식과 정보의 민주화를 이루어, 창의적 민족 문화를 함양하는 하는데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적으로 우리 한글문자 체계의 과학성을 자랑하면서도 그 콘텐츠의 빈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글의 잠재력을 한껏 끌어 올려 우리 한글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한국에서 최초로 받은 한 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보면 얼마나 번역이 이 시대에 중요한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어가 20세기에서만 해도 국제어로서 외교 예술, 문학 등 문화어로 불어(佛語)가 사용되었고, 그래서 프랑스에 가면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한 때 그 콧대 높은 불란서 사람들은 영어로 질문을 받으면 영어를 알면서도 일부러 영어를 무시하고 대신 불어로 답하면서 불어의 위상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21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가 막을 열면서 국제어로서의 불어는 점점 그 영향력을 상실해 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불어 사용만을 고집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소통과 수많은 정보 획득에 많은 불편을 스스로 초래함으로 이제 프랑스인들 그 자존심을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유럽 전역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되는 사태는 유럽연합(EU)가 출발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해 지금은 영어가 유럽 연합의 사실상 공용어가 되고 말았다. 이는 불어뿐 만이 아니다. 철학, 문학 등 학술 용어로 많이 시용되던 독일어조차 독일이 유럽연합(EU)의 사실상 수장(首長) 역할을 하면서 참가한 27개국 공식 언어를 사용하는 EU 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도 그 공용어로서 영어를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참고로 현재 회원국 수는 27개국이고 공용어는 24개 국가 언어가 있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하나의 공용어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은 자명한 것으로 영어 공용화 추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애초 유럽연합을 출발할 때는 영어, 불어, 독어 3개국 언어가 공용어로 지정 되었지만 지금 EU 집행문서 80% 이상이 영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 후에도 공용어로서 영어 사용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박 희권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오늘날 EU 집행위원회 문서의 80% 이상이 영어로 작성된 뒤 나머지 24개 공용어로 번역 된다”며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EU 공무원, 로비스트, 언론인 간에 영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2. 한국불교 영역(英譯) 번역의
실태와 현황 문제점
지금 우리는 외국어 번역이 일상화된 세계화된 21세기에 살고 있다. 요즘 일상 생활영어 등은 스마트폰을 통해 여행이나 국제회의 상에 즉석 자동 번역이 되고 인공지능 AI Chat-GPT까지 등장해 간단한 논문 초록(abstract)이면 기계 자동번역으로 처리할 정도의 번역 기술과 환경이 변화되었다. 번역의 스피드 측면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번역이 가능하지만 인공지능 자동번역 지금의 기능적 측면으로 보면 조금 어렵고 까다로운 전문용어가 나오는 경우에는 인공지능 자동번역은 아직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아직 인공지능 자동번역이 완전한 내용의 맥락(context)을 읽지 못하는 등 엉뚱한 번역이 나오므로 최종 교정이나 교열 과정에서는 해당분야 전문가인 번역가나 이 분야에 식견이 있는 원어민 교정 편집자(native proofreader)의 검증이 절대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일상 읽는 책의 태반은 번역서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는 역경(譯經)의 역사이다.”라는 말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래종교로서 한글로 번역된 불교와 기독교의 경전들도 원전(原典 original text)인 구약(히브리어), 신약(헬라어)로부터 번역되어 다시 영어 독일어 중국어 등 각 나라 말로 번역된 역경들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고려대장경도 원전도 전부 한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한문은 인도 고유 언어인 산스크리트나 팔리어로부터 한문으로 번역되었다. 그 한자로 역경 된 팔만대장경은 한글로 20세기 후반부터 40여 년 가까이 막대한 정부 지원 하에서 대대적으로 번역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신라, 고려 시대와 이조시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문으로 저술된 한국불교 전적들이 상당 부분 아직 번역이 되지 못한 한문 그대로 상태(30% 가량으로 추정)로 남아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한글대장경은 동국대학교 동국역경원이 2000년에 총 318책으로 편찬한 우리말 대장경이다. 동국대학교 동국역경원은 1964년부터 고려시대 대장도감에서 집대성한 고려대장경 재조본(再雕本)을 저본으로 삼아 대장경 번역을 시작했으며, 1965년 장아함경 간행을 시작으로 2000년까지 총 318책에 달하는 우리말 대장경을 편찬하였다. 정부 지원 예산과 부족한 부분은 동국대에서 자체 자금 조달하여 번역을 시작했으나 그 자금으로는 번역에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금 문제 보다는 더 큰 문제는 불교계에서 그 동안 불교 한문 전문가 양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적 인프라(infra-structure)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자금 문제는 금방 모금이 가능하겠지만 역경 전문가 양성은 오랜 기간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려대장경과 한국불교전서 등의 한글 번역을 위한 한문 전문번역 인력 부족이 모자라서 후반부의 역경에서는 동국대 보다 비교적 한문 전문 인력이 많은 고전번역연구원이나 성균관의 유교 한문 전문가들에게 외주(外注)를 주어야 하는 상황까지 일어나면서 많은 번역의 오류와 번역 진행상 문제를 야기했다.
그러므로 2000년 이후 10년간 기존 번역의 오류와 부족한 점을 보충하기 위하여 재번역 사업에 착수하기도 했으나 여전이 대장경과 한국불교전서의 한글 번역에는 상당한 번역상의 오류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불교 전적의 영어 번역은 한문 번역의 이런 잘못된 한글 번역을 기반으로 그 오류를 확인해 가면서 다시 영어로 중역(重譯)을 해야 하는 문제까지 번역자가 감당해야만 했다. 그래서 영문 번역자는 이중고(二重) 혹은 삼중고(三重苦)의 어려움을 짊어지고 번역을 하지 않을 수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번역의 실상과 중요성을 실감하면서도 오늘 지금의 우리 현실을 보면 여전히 우리 번역 문화는 여러모로 척박하기 짝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오역(誤譯)과 비문(非文)으로 가득한 우리 번역서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좌절과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비단 불교의 경전이나 기독교의 성경뿐 아니라 많은 해외 문학 작품과 학술서적 들도 잘못된 오역과 비문들이 있어 웬만하면 차라리 영어나, 해당 원서로 읽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이 많은 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행이 요즘은 영어가 거의 국제통용어가 되다시피 하여 영어로 잘 번역된 책을 일반도서관이나 서점,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원서 독서의 전제가 우선 어느 정도의 영어나 해당 외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나 해당 되는 것이지 모든 독자들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반세기 전인 1970년대 학창시절 기억으로는 해마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는 경우 국내출판사들이 수상작품들을 다투어 가며 졸속 번역하여 서점에서는 베스터셀러로 불티가 나게 팔린다. 마치 한 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서점에서 품절이 되어 책 구하기가 힘들었던 지난해 사태와 같이 말이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되면 수상 작품들을 사서 보거나 도서관에 가서 읽어 보지만 그 번역에 실망할 때가 많은 현실이다. 상술에 밝은 출판사들은 저명 교수들에 섭외하여 최대한 빨리 서점에 진열하려는 진풍경을 보이는데, 빠르면 몇 주내에 책 한 권이 완역되는 초인적인 졸속의 신속한 번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저명교수들의 이름으로 된 조악한 번역서적 부실번역 원인은 크게 2가지로 요약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어떤 사정인지 모르지만(아마도 본인이 번역할 시간이 없거나 능력이 모자라든가) 번역자 교수 본인이 직접 번역하지 않고 조교나 대학원생들에게 한 권의 책을 찢어 적당히 나누어 주면서 여러사람이 1권의 책을 번역을 대신하게 하여, 버젓이 교수가 자기 이름을 번역자로 하여 번역서를 내는 것이다. 이 경우 번역은 교수, 학생, 출판사가 도덕불감증의 차원에서 공모한 범죄 행위와도 다름이 없다. 이 대리 번역은 번역 교수가 학생들을 실질적 번역자로 둔갑시키는 착취 행위이며 이 경우의 피해자는 오롯이 독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노벨상을 탄 원작자도 자기도 모르는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한동안 대리(代理) 번역이 성행했지만 이는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일부 대학의 관례이다.
둘째는 아예 교수 본인이 대충 불성실하게 번역하는 것인데, 요즘 심한 경우는 AI 자동번역기에 집어넣어서 교정 편집도 성의 있게 보지 않고 출판하는 경우이다. 이런 행태는 대학가에서 흔히 일어나는 표절보다 더 질이 나쁜 경우이다. 아마도 이런 한국의 서글픈 번역의 흑 역사는 ‘빨리빨리’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인지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행위는 ‘저작권침해’ 불법 행위로 엄격한 처벌을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3. 한국불교 영역(英譯)의
역사와 현황 문제점과 전망
일제로부터 해방 전까지 한국불교의 역경의 역사를 보면 영어권 독자를 위한 한국불교의 영역은 다른 한국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아주 미미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부터 한국불교의 영역화 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시작했는데 그 것은 88올림픽 이후 월드컵을 전후하여 한류의 등장과 함께 세계의 관심이 한국에 몰리는 시기와 궤를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서구의 사상이나 철학이 기독교 위주의 이원론(二元論)적 사고방식에 회의를 느낀 서구인들이 다원주의와 일원론(一元論)적인 동양사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등이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일반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원효학회창립(IAWS)과 원효전서 영역(英譯)
한국불교가 영어로 번역되는 본격적인 영역 불사(佛事)가 시작된 것은 21세기 들어 화쟁과 일심(一心) 사상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원효스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국제원효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Wonhyo Studies, IAWS, 공동회장 송 석구 동국대 총장·셜리 스트럼 케니 스토니브록 뉴욕주립대 캠퍼스 총장)가 2004년 8월 10일 창립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 전에도 20세기 후반 서울대 심 재룡 교수 등이 개인적으로 한국불교에 대한 The History of Korean Buddhism 등 영문 저술을 낸 적이 있지만 한국불교사의 간략한 역사 개론서였고 해외에서는 별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 외에도 한국불교에 대한 산발적인 개인 영역 저술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국제원효학회는 박 성배 교수 등 원효 전공 국내외 학자 20여명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본격적으로 심포지엄을 열고 많은 동서양 학자들이 열띤 토론과 연구를 통해 동서양 사상의 회통과 불교 연구 업적과 영역을 남기기도 했었다. 국제원효학회는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불교 종파 간을 넘나들며 불교 종파간의 회통을 시도했던 원효 스님의 사상을 재정립하고 서양에 원효철학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국제적인 연구 프로젝트였다. 두 대학의 협정에 따라 불교사상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해 그 동안 소홀히 취급돼온 원효 스님의 사상과 생애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연구를 공동 영역 프로젝트를 통하여 도모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국제원효학회는 동양학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도록 완벽을 기해 추진될 이 사업은 원효 스님의 현존하는 저술 총 21종을 동국대출판부에서 펴낸 한국 불교전서의 제1권을 저본으로 영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과물은 영역이 끝나는 대로 뉴욕주립대 출판부(SUNY PRESS)에서 '원효학 시리즈(Wonhyo Studies Series)'로 출판할 계획을 세웠지만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많은 영역세미나를 열면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했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애초 계획한 영역 계획을 마무리 못한 상태에 있다. 그 주요 원인이 원효학회에 참여한 20명 가까운 학자들이 영역한 같은 원효 저작 관련 번역물인데도 예컨대 ‘화두’와 같은 많은 선불교 주요 용어들의 영어 번역어들이 서로 상이하고, 한자와 한글 등 로마자 표기 방식들이 상이 하는 등 번역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모두 일관성 있는 통일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 때문이다. 이런 번역상의 문제로 인해 최종출판을 의뢰한 하와이대학 출판부에서 지금까지도 출판 보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대학원 재학 당시 원효학회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이 형식과 용어에 통일화를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학자들 마다 자기 방식이 옳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해결할 수 없는 이견을 표출했다. 그래서 10년에 걸친 이 번역 프로젝트는 20여권의 원효전집을 다 영역해 놓고도 이런 기본적인 용어 번역어 통일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로 인해 하와이대학에 의뢰한 출판이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출판 상태에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교 종파간의 차이를 해소하고 화쟁을 통해 불교를 하나로 통일하자는 원효의 일심(一心)사상이 중심 근간이 되고 있는 국제적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원효전서 영역이 참여 원효 연구학자간의 사적인 견해나 이해관계 때문에 기본 용어들 하나조차 통일화 하지 못한 이유로 최종 출판조차 못한 결과와 성과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였다.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정례화
국제원효학회에 이은 동국대 내의 대규모 영역(英譯) 프로젝트는 불교대학 선학과에서 2010년 9월 27일에 한국 간화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세계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가 선학과 주도로 열린 것이다. 동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는 매년 안국선원 수불스님의 전폭적 지원 하에 UCLA 버스웰 교수를 위시한 세계 모든 간화선 연구 교수들이 참가하였다. 간화선 국제대회가 해마다 20명 가까운 국내외 학자들과 스님들이 참가한 가운데 매년 5회 연속으로 동국대에서 개최되었다.
이 역시 국제원효학회와 마찬가지로 간화선 관련 번역용어들의 발표자 마다 다른 번역어 (ex. 10여개의 화두 영어 번역어), 로마자 표기문제 등 내용과 형식이 학자마다 상이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한 세미나에서 간화선의 ‘화두’에 대한 영어 번역이 10여개 다른 번역이 등장한다든지 하는 앞서 국제원효학회의 영역 프로젝트에서 보인바와 같이 영문 고유명사의 로마자 표기 등 형식과 키워드들의 번역에 이르기 까지 일관성 있는 통일화가 되지 못했다는 면에서 내용 부실의 국제대회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제 한국에서 간화선이 대외적으로는 종주국인 중국에서 조차 사라지고 이미 유물이 되어버린 이 화두선 수행이 오로지 한국에서만 대표적인 불교 수행법으로 알려져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으로 자리 잡지 못함으로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최상승 근기만이 할 수 있다는 이 간화선이 근기(根機)가 낮거나 초보자들인 일반 수행자들이 쉽게 접근하여 수행할 수 있는 수행법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국불교 수행에 있어 이 간화선 수행을 정식으로 하는 수행자는 극히 드물고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남방 위빠사나, 전통적 염불선 등 다른 수행 방법들이 한국불교 수행법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들 간화선 비판 내용 중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바로 '선지식의 부재'다. 간화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간화선은 수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화두를 주고 문답에 의해 의단(疑團)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하지만 '선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이러한 스승과 제자의 문답 시스템이 이미 한국 간화선에서는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간혹 진행되는 선문답도 지나친 형식주의로 흐르고 있으며, 살아있는 활구를 지도하기보다 옛 문헌에 나타나는 언어의 답습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치열한 정진은 있되 점검이 없는 것이 오늘날 한국 간화선 수행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간화선의 요체인 사자상승(師資相承)의 맥이 끊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교학과 계율에 대한 외면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간화선의 문제점을 지적하
는 사람들에 따르면 간화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에 앞서 교학에 대한 이해, 특히 선수행의 나침반인 선서, 어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대부분 이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행에 돌입하기 때문에 수행이 진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오늘날 선방의 폐쇄적인 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실상사 선우논강에 참가한 한 수행자는 자신의 안거 경험을 토대로 '90년대 들어 선방에서는 수좌들 간에 수행방법이나 진척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동대 선학과 교수와 불교대학장까지 역임한 법산스님이 한 세미나에서 조계종 동안거와 하안거의 수행 실태 조사 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힌 바가 있다. 매년 2번씩 일어나는 안거(安居)시 수행자들이 화두선 수행을 하는 수행자는 10% 대이며 대부분이 남방의 위빠사나나 염불선, 기타 여러 가지 방편에 의해 각기 다른 수행을 하고 있는 실태를 보고한 바가 있다. 이러한 선방풍토는 선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수행의 바른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 간화선 비판론자들의 견해다. 따라서 바람직한 선 수행 풍토를 정착시키고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선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과 근기에 맞는 수행방법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화두를 잡고 하는 간화선이 한국 불교가 주장하는 한국의 대표적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명상(meditation)과 생활선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과연 모든 대중들이 쉽게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수행법으로서 간화선을 강조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수행 실태이다. 지난 해 2024년 12월 6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79차 총회에서 매년 12월 21일을 ‘세계 명상의 날’로 제정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가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명상 중에서도 위빠사나의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의 과학적 임상 연구를 통한 의학적 이점을 인정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명상과 같은 대처 메카니즘을 배우는 것이 현대인의 정신적, 신체적 웰빙을 지원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힌 바가 있다.
4. 한국불교 영역(英譯)의 선결과제
◇불교용어 통일화 작업 현황과 문제점
전문가들은 한국 불교서적의 영역(英譯) 작업을 위한 기본 인프라 작업으로 불교용어 통일화 작업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2004년 한국불교학회는 정부의 지원 하에서 20여명의 불교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철학회의 '철학용어 표준화사업'에 동참해 표준 불교용어 3,000여개를 정비했다.
인문학 전체가 불교와 마찬가지로 철학, 기타 동양사상 전반에 걸처 한자, 우리말, 영어 등 외국어 공히 용어 통일이 되지 못하고 혼란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각 대학이 참여한 용어 통일화 작업에서 유독 불교용어가 가장 큰 혼란 상태로 지적 된 바 불교계 작업은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산스크리트, 팔리어까지 통일화가 검토되는 대 불사(佛事)였다. 2년에 걸친 이 불교용어통일화 작업에 필자도 동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영어 부분의 주요 용어 정리와 의견을 낸 바가 있다.
그러나 2004년 당시 1차 용어정비를 마친 후 그 검토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인력과 예산이 기본적으로 부족하여 아직까지 그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던 미결 상태였다. 이에 한국불교학회장 이 평래 충남대 명예교수는 “용어 정비작업에 한문, 산스크리트어, 영어, 티베트어 학자들이 대거 투입되는데 보통 한 단어 당 5,000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 된다”며 “1차 작업 이후 5개 종단에 지원요청을 했지만 한 군데도 지원해주겠다는 곳이 없어서 결국 1차 작업을 마친 후 사업전개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불교 용어 통일화는 그 당시 번역에서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이 불교, 동양학 등 인문학 용어 통일화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비교종교나 요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간 연구와 종교간, 학문간 회통의 길은 요원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국제원효학회나 간화선 국제대회 같은 영어 세미나나 심포지엄을 번역어 키워드들 조차 통일되지 못한 행사를 해마다 막대한 예산으로 보여 주기 식 겉치레 행사를 매 년 여는 것들은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참여 교수나 전문가들이 자기들만의 주장만 잔뜩 늘어놓고 합의 결론 없고 알맹이도 없는 연구 모임을 매달 전국 사찰을 돌면서 회의 검토한 결과 ‘불교용어통일안’ 책자까지 내었다. 그렇지만 번역자들은 강제성이 없어 그런지 실제 번역시 정리한 통일안조차 반영되지 못했다.
당시 이 불교용어 통일안을 주도한 이 평래 한국불교학회 회장은 그 후 사전 하나 없는 우리나라 불교학 현실을 개탄하면서 필자에게 한영불교사전 편찬을 제의 한 바도 있다. 그 후 그 통일화 작업에 참가해 작업을 한 계기로 필자가 동경대 뮬러 교수와 10년간 한영불교대사전을 한국 최초의 불교대사전을 만든 계기가 되었다.
◇영어 불교사전의 필요성과 편찬 현황
용어 표준화작업이 완료되면 이를 묶어 사전으로 편찬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중국의 경우 1930년대에 이미 한영불교사전이 발간됐고, 일본에서는 1950년대 이후 불교일영사전이 간행돼 이미 10여종 이상의 불교영어사전이 구비돼 있으며, 영문 선학 사전까지 여러 권 발간된 것과 비교해볼 때, 한국불교의 영역(英譯) 인프라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번역의 기본도구가 되는 불교영어사전이 없이 불교의 국제화와 영역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발행된 영문불교사전은 서광 스님이 2005년에 발간한 ‘한영불교사전(불광출판사)’이다. 서광 스님이 10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이 사전은 4천여 표제어로 사전으로서는 단어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광스님 스스로 평가로 이 사전은 서광스님이 미국에서 불교 공부할 당시 영어 번역을 위한 노트에 불과한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표제어가 최소한 2만 단어 정도는 담겨야 비로소 번역이나 해석에 필요한 사전으로 부족하나마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필자가 2014년 동경대 뮬러 교수와 공동 편찬한 출판사 운주사에서 발행한 paper dictionary인 한영불교대사전(A Korean-English Dictionary of Buddhism)에서 2천 페이지의 대사전에 표제자가 12,000여 항목으로 여전히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모든 사전이 디지털화 되는 출판계 추세로는 종이로 출판된 사전(paper dictionary)은 더이상 출판되기는 힘든 현실이다. 다행이도 뮬러 교수와 필자가 1995년부터 세계 최초로 시작한 Digital Dictionary of Buddhism(DDB 電子佛敎辭典)은 세계 70여명의 불교학자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고 매달 편집장 뮬러 교수에 의하여 새로운 표제어가 300개 정도 업데이트가 되고 있으며 하버드, 옥스퍼드 등 세계 유수대학 도서관 70여 군데에서 subscription (구독 가입)하여 현재 불교용어 통일화에 크게 기여 하고 있다.
지금의 이 전자사전의 업데이트 추세로 본다면 더 많은 불교 학자들이 참여하여 불교 영역에 표준 영어사전으로 활용된다면 불원간 불교용어통일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4년 12월 현재 78,670 표제자이고, 2025년이면 8만 단어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불교 영역에서는 충분한 표제어 숫자로 번역에 충분한 자료로서 영역 표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 번역 전문인력 양성과 미래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
해당 영문사전들이 편찬되고 영문 불교용어가 표준화된다고 해도 이를 영역할 만한 전문 인력이 없다면 소기의 번역 성과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최근 불교학 전공자들은 산스크리트어, 빨리어 등 초기불교 원전 해독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는 등 외국어 학습에 몰두 하고 그 활용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영어 번역 구사 능력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불교학자체가 ‘팔만대장경’이란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경전을 학습해야하는 불교학도의 입장에서는 외국어로서 영어 하나라도 구사하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필자가 불교 대학원을 입학당시 도서관을 평소 출입해 보면 불교학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 불교 자체 공부보다 영어, 한문, 일본어, 산스크리트, 빨리어, 티베트어 등 외국어 공부에 몰두 하고 있는 진풍경을 보았다. 영어보다는 근본적으로 한문 기본이 필요한 것은 대부분의 북방 대승불교의 한문 원전(原典)이기 때문에 한문의 기본이 있어야 하는 현실이고, 초기 남방불교의 경우는 그 원전이 빨리어, 산스크리트, 티베트어로 되어 있어 이들 기본 어학 지식이 필요하다. 또 동국대 도서관의 상당부분의 불서(佛書)가 불교의 메카(mecca)라고 불리는 과거 100여 년 사이에 축적된 일본어 번역경전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어의 기본 지식도 필요로 한다. 대학원생들이 위에 언급한 해당 외국어 학습이 필요한 이유는 수많은 한문 경전들이 역경 과정에서 잘못 번역되거나 내용이 명확하지 못한 번역인 경우 그 원전을 해당 original 언어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국대 불교학과 김 용표 교수는 “고급 영어구사능력을 갖춘 불교학 전공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우선학교나 종단의 지원펀드가 마련돼야 한다”며 “영어에 대한 기초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불교텍스트를 영역하는 트레이닝을 커리큘럼으로 갖춘 세미나와 연구기관, 관련학과의 개설이 이루어지고, 연구 성과가 축적된 후에야 비로소 불교와 영어를 동시에 갖춘 전문 인력의 배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부터 국내최초의 불교영문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 Culture를 20여권 발간해 온 김 용표 교수는 “한 권의 영문 잡지가 발간되기 위해서도 불교학과 영어 구사능력을 동시에 갖춘 번역자, 이를 proofreading 감수를 해줄 수 원어민 편집전문가(native proofreader), 그리고 한자와 한국불교용어를 전문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중간역할자 (co-ordinator) 등 3군의 그룹이 동시에 투입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번역의 삼위일체(三位一體)로서 최소한 필자, 번역자, native proofreader의 피드백의 협업체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바람직한 번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 국제 네트워크(net work)의 활용
용어통일화와 한영불교사전, 전문연구진들이 갖추어진 다음에는 국내 번역인프라가 빈약한 불교 영역 환경에 비추어 볼 때 ‘불교학의 국제적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전문번역가라 하더라도 외국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혹은 국제학회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정확하게 끄집어내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구자들 스스로 국제 표준용어를 익히고 이를 국내 학계에 반영하기 위해서 국제원효학회의 경우에서 보듯이 국제교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윤 원철 교수는 “불교문헌을 영역하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급영어를 전문적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며 아울러 그 분야의 소양을 갖춘 사람들과 국제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에서 언급한 국제원효학회의 예가 그러한 경우이다. 그렇게 해도 완벽한 번역을 해 내기가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국내 상황에서 전문번역인력이 양성되기 위해서는 불교학 커리큘럼 내에 영문텍스트가 포함되고 학위 논문도 번역 논문을 공식으로 인정해주는 등 외에도 영문번역을 전문으로 양성하는 기관이나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역경학과의 설립의 필요성이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 불교학계의 고질적인 번역에 대한 무관심과 경시 풍조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을 가한 최초의 인물은 20세기 후반 1980년대에 등장한 동양학자 도올 김용옥이다. 하버드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1985년도 국내에 들어와 출간한 그의 첫 번째 저서 ‘동양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상당 부분 일본의 역경 예를 들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할애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이 출간된 반세기 전 1985년을 한국의 번역 문화에 대한 최초의 공식으로 문제가 제기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번역문제에 관한 오늘 날의 한국의 위상은 100여 년 전 일본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도올은 번역이 정당한 학문적 업적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은 한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일본이나 서양이 방대한 중국 고전을 자신들의 언어로 수백 년 전부터 번역하고 연구해온 데 반해, 한국은 현재 우리나라 고전조차 철저한 국역(예컨대 한문으로 된 원효의 그 많은 text와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등등)이 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니 도저히 일본이나, 중국, 심지어 중국 고전들을 영어로 번역한 영국인 개인 James Legge (1823-1897) 한 사람과 비교해도 그 역경수준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역경 수준이 미약한 수준이다. 모두가 번역 인력 양성에 소홀히 해 온 탓이다. 김용옥은 자신이 박사학위를 받은 하버드대학교의 경우 동양학 관련 박사학위 논문 반 이상이 번역 관련으로 점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학자의 일부는 서양 사람들이 동양에 대한 소양이 없으니까 번역밖에 못 한다고 빈정댈지 모르나, 지난 백년간을 돌이켜 보면 우리가 그들을 연구한 배운 것보다 서양인들의 번역이 훨씬 더 철저하고 치밀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독일 튀빙엔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를 지낸 백 승종 교수 말에 의하면 독일에서도 한국학 전공 학위논문의 절반 이상이 번역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연구원과 독일 괴팅겐에 있는 막스프랑크 역사연구소의 초빙교수를 역임했었다. 이 점은 이웃 프랑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고 백 교수는 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조차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에게 동양 문명이 외래 문명이듯이, 우리에게는 서양 문명이 외래 문명이다. 서양을 보지 않더라도 이미 일 세기 훨씬 메이지시대(1867-1912)부터 일본에서 서양 문명을 배우기 위해 일어난 정부 주도의 번역 사업이 우리에게 더 많은 교훈을 준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면서 정부 내에 번역국(飜譯局)을 설치하여 서양 문물을 배우기 위해 서양 서적을 조직적으로 대대적으로 번역해 온 것이다. 이 정책이 일본 근대화와 번역대국으로서의 학문과 국력의 강화에 근간이 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불교학의 메카(mecca)’라고 하는 일본으로 부터 해방 후 많은 일본 서적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그대로
출판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한국의 영어사전, 독어사전이 일본 유수 출판사의 사전들을 일본 것을 그대로 베껴서 번역하여 국내 출판한 것이 지금도 비판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성대 이 재호 원로 영문학 교수 ‘영어 사전 비판’ 참조).
그렇다면 서구인들이 동양 연구를 번역으로 시작하듯이 우리 또한 서양 연구를 번역을 통해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외래 문명을 자신들의 언어로 text화 하여 자국의 지식과 정보를 확충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또한 세계 정보와 지식을 우리의 모국어로 text화 하여 매래 정보사회를 위해 축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세계가 하나 되어 가며 경쟁이 치열해 지는 정보통신 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향후 차세대 4차 산업혁명(第四次産業革命: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 시대에 지금 지식 정보의 축척과 확대에 대응하는 것은 미래를 향한 바른 자세이며 지금 시대 우리 모두의 의무가 아닐 수 없다.
-계속-
필자 전옥배는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후
금융계에 일하다 퇴직하고 50대 중반인
2,000년에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를 공부하
고 , 2005년에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
(KIBET)을 설립하였다. 2014년에 한영불교대
사전을 발행하면서 한국불교 영역화 작업을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