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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2021년 3,4월호] 타락 브락 불교적 명상수행과 현대심리학의 결합 / 스텔라 박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1.05.01|조회수100 목록 댓글 0

< 특별기획연재 -미국의 여성 불교 >

 

 

 


타라 브락
불교적 명상수행과
현대심리학의 결합

 


글 / 스텔라 박

 

 

명상 리트릿을 이끌고 있는 타라 브락
키우고 있는 강아지 케이디와 함께 한 타라 브락

 

 

타라 브락(Tar Brach, 한국의 여러 매체에서 그녀의 성을 브랙이라고 쓴 것을 많이 봤는데 미국에서는 브락이라고 발음한다.)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UCLA MARC의 마인드풀니스 명상 교사 자격증 과정을 공부할 때였다. MARC의 디렉터인 다이애나 윈스턴(Diana Winston)과의 마지막 프랙티컴(Practicum) 시간... 과정 이수자들은 그녀에게 하고 싶은 질문들을 자유롭게 던졌다. 출가했을 때의 경험에 대해서도 물었고, 좋은 명상 스승의 요건에 대한 질문도 오갔다. 또한 당신의 일상의 수행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느냐, 그리고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 명상 스승은 누가 있느냐란 질문도 있었다. 그 질문에 대해 다이애나는 타라 브락이라는 이름을 거론했다.

나는 인사이트타이머라는 명상 앱에서 그녀의 명상 가이드 오디오를 접하며 타라 브락의 우주에 대해 알게 되었다. 20여 분짜리의 명상 가이드에서 그녀는 편안한 목소리로 함께 하는 이들을 현존에 연결시키고 있었다. 그녀의 법문도 유튜브에서 종종 들었다. 그녀는 무엇보다 말할 때 단어 하나 하나에 힘을 주지 않는다. 그저 물처럼 흘러가듯 말한다. 그렇다고 그녀의 말들이 가슴에 사무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꼭 힘주어 말한다고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니까. 그녀의 명상 클래스, 다르마 토크는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듯한 마인드풀니스에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불교의 수행체계가 마인드풀니스로 재해석되면서 사라져버린, 이 가르침을 주신 붓다, 그리고 고통에 대한 철견일지도 모른다.

스피릿록 명상센터의 안거에 고정적으로 초청되는 스승이기도 한 그녀는 서구의 심리학과 동양의 영성 수행을 접목시킨 가르침을 펼친다. 독특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별로 독특할 것도 없는 것이, 서구의 명상 스승들 중에는 심리학자였다가 자신의 심리 상담 직업에 명상, 그리고 자신(Self)에 대한 물음을 결합한 이들이 많아서이다. 

타라 브락은 진정한 나에 대해 깊은 성찰과 함께 일상에의 알아차림을 키우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와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스승이다. 그녀와 그녀의 동료인 명상 스승들이 만들어내는 서구 불교의 목소리는 우리 자신과 사회를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현명하고 자상한 접근법을 제공한다.

타라 브락은 클라크 대학교(Clark University)에서 심리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다. 대학 시절 그녀는 세입자(Tenants)의 권리를 위한 민중 운동 리더로도 일했었다. UCLA MARC의 디렉터인 다이애나 윈스턴 역시 대학시절, ‘사회참여를 위한 불자 연맹(The Buddhist Alliance for Social Engagement, BASE)’에서 활동했었는데 현재 미국의 불교를 이끌고 있는 두 여성이 모두 젊은 시절, 사회 정의를 위한 행동가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그녀 역시 완벽하지 않으면 죄의식을 심어주는 유대인 가정에서 자라나 늘 스스로에 대해 부족하다는 의식을 갖고 살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녀는 한 저서에서 명상 수행자였던 한 친구와 보낸 여름 한 철에 대해 얘기한다. 그 친구가 과거에의 후회, 미래에의 불안감 없이 온전히 현존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근원 모를 불안감이 어디에서부터 덧입혀진 것인지를 비로서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 조나단과 함께 한 타라 브락


타라 브락은 또 한편으로 요가 클래스에 참석하고 내면의 변혁에 대한 아시아의 접근법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에 그녀는 요가와 집중 명상을 수행하는 영적 공동체인 아슈람에서 10년간을 살기도 했다. 아슈람의 생활이라는 것이 얼마나 단순한지 나 역시 체험했던 터라 그런 곳에서 그녀가 보낸 세월이 10년이라는 사실에서 무조건적인 리스펙트(Respect)가 우러나온다. 한 번 하겠다고 결심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견뎌내며 답을 구하는 그녀의 기질이 엿보여서이다. 

10년이 지난 후 그녀는 아슈람을 떠나 조셉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이 이끄는 불교 통찰 명상 리트릿에 참석했다. 그때 그녀는 드디어 집에 도착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저는 마음과 마음을 무조건적이고 사랑스런 존재로 단련하는 지혜로운 가르침과 실천을 찾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자유의 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후, 타라 브락은 필딩 연구소(Fielding Institute)에서 명상으로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임상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와 동시에 스피릿 락 명상센터에서 실시하는 5년짜리 불교 교사 연수 프로그램도 마쳤다. 

심리치료사와 명상교사로 일하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심리학과 명상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접목시키는 것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즉 상담을 받으러 오는 클라이언트들에게는 명상을 소개했고, 그녀가 명상을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서양식 심리학적 통찰력을 공유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타라 브락은 심리치료사들을 훈련시킬 때 그들의 임상 연구에 명상 기법을 통합시키는 획기적 연구를 발전시켰다.

1998년, 타라 브락은 워싱턴 DC의 ‘인사이트 명상 커뮤니티(Insight Meditation Community of Washington DC, IMCW)’를 설립했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크고 역동적으로 운영되는 비거주 명상 센터 중 하나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발표를 하고, 수업을 가르치고, 워크숍을 제공하고, 인사이트 명상 커뮤니티, 미국과 유럽의 수련회 센터에서 조용한 명상 수련회를 이끈다. 

타라 브락의 팟캐스트는 매달 3백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다. 그녀의 주제는 연민을 행동으로 실천함으로써 더 큰 세상에서 고통의 완화는 물론, 마음 깊고 사랑스런 인식을 통해 정서적 치유와 영적 각성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그녀는 감옥과 학교뿐만 아니라 인종적 차별, 형평성, 포괄성, 평화, 환경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한 주의와 관행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키워왔다.

그녀는 잭 콘필드와 함께 ‘마음챙김과 연민에 관한 온라인 강좌와 MMTCP를 제공하는 ‘인식 훈련 연구소(Awareness Training Institute - ATI)를 이끌고 있다. 그녀의 프로필에 보면 불교 명상가라는 표현이 뒤따른다. 미국 명상계를 주름잡고 있는 명상의 주역들 중에도 타라 브락처럼 불교 명상가라는 수식어를 수용하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기독교와 유대교 등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자들을 껴안으려는 움직임이다. 그런 가운데 타라 브락은 소속이 애매모호하고 두리뭉실한 ‘명상 스승’들 사이에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정확하게 하려는 것 같다. 2500년 전 왕자로 태어나 고통의 끝까지 가보고 고통을 해체해 고통이 고통이랄 게 없음을 깨달은 이, 그의 가르침에 집중하는 명상 스승이란 얘기이다. 

타라 브락은 수많은 기사와 동영상, 그리고 수백 건의 법문 녹음 외에도, <받아들임(Radical Acceptance, 2003)>, <참된 피난처(True Defense)>의 저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각성된 마음에서 평화와 자유 찾기(Bantam, 2013)>와 <자기돌봄: R.A.I.N.의 실천으로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Radical Compassion: Learning to Love Yourself and Your World with the 

Practice of R.A.I.N. - Viking, 2019)> 등의 저서도 썼다. 

그녀는 아들 나라얀(Narayan)을 두고 남편 조나단 푸스트(Jonathan Foust)와 그들의 개 케이디(kd)와 함께 버지니아의 그레이트폭포(Great Falls)에 살고 있다.

<자기 돌봄>에서 그녀는 ‘RAIN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RAIN 기법을 UCLA MARC의 MAPs(Mindfulness Applied 

Practice) 클래스 시간에 처음 접했다. 삶 속에서 부정적 경험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즉각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하는 팁이었는데 RAIN이라는 머릿글자를 기억하며 화가 올라올 때, 속칭 뚜껑 열릴 때, 한 단계씩 실천하는 것이다. 

첫번째 R은 ‘인지하기(Recognize)’이다. 평소 알아차림 수행을 꾸준히 하면 마음이라는 넓은 하늘에 먹구름 같은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음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두번째 A는 받아들이기 또는 인정하기(Allow)’이다. 그래, 지금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구나 라고 알고 그 감정에 대해 저항하거나 없애려 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 잠시 허용하는 것이다.  세번째 과정인 I는 ‘살펴보기(Investigate)’이다. 마치 과학자가 자신의 몸과 감정, 생각 등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경험들에 대해 탐구하듯 감정이 관여되지 않은 채 객관적으로 탐구한다. 탐구에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의 감각을 살피는 것이다. 아,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구나, 배가 조여오는구나, 얼굴이 화끈거리는구나… 이렇게 몸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다 보면 반응하는 뇌가 잠잠해지고 알아차리는 뇌, 즉 좌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반응이 정상화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지나치게 그 부정적 감정과 동일시하지 않기 또는 거리두기(Not identified))다. 그것은 그냥 그럴 뿐, 내가 그 감정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는 타라 브락


뭐든 진심으로 따르고 하면 효과를 본다. 나는 이 RAIN 기법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정말 큰 효과를 봤다. 명상 시의 고요하고 저항 없는 상태는 자주 하다 보니 근육에 기억(Muscle Memory) 되었다. 그러다보니 삶을 살면서 느껴지는 작은 저항도 금새 알아 차리게 됐다. 알아차리면 그 저항에 저항하지 않고 잠깐 그대로 허용한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몸의 감각을 세세하게 살핀다. 대부분 우리들의 저항감은 심장이 닫히는 것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지라 심장이 닫히고 온 몸에 피가 돌지 않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배에 긴장이 따른다. 알아차리는 과정 속에 몸과 마음의 반응(React)은 잠잠해지고 나와 부정적 감정 사이에 공간이 형성된다. 나는 감정과 사고의 탄력을 회복한 것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이게 잘 되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마법처럼 반복하면 할수록 더 잘 하게 되었다. 드디어 매일 수행한지 1000일 정도가 되던 날, 나는 쌍욕을 들어도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욕한 사람에게 메따(Metta)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타라 브락은 “불교 명상을 알기 전까지 ‘무가치함’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 역시 “너는 왜 늘 그 모양이니?”, “좀더 잘 할 수는 없을까?” 라며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더 나은 모습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유대인 부모와 사회 속에 조건화되면서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 결함이 있는 존재로 여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마음챙김 수행(불교수행), 즉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주체와 객체를 분리하여 바라보는 명상 수행’을 통해 자기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변했다고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낯설게 분석하면서 그 사건으로 인한 고통 즉, 자기비하와 비관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잡지 <마인드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타라 브락


그녀는 괴로움을 일으키는 정신적 패턴의 형성 과정을 알기 위해 임상심리학과 불교명상을 함께 공부했다. “심리학과 명상이 결합할 때 우리는 진정한 건강과 온전함에 이르는 도구를 갖게 된다.”는 그녀의 말은 현대심리학이 얼마나 불교의 가르침에 빚진 바가 많은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매우 힘든 시기를 거칠 때, 명상의 가르침과 수행법은 힘든 시기 안에서도 평안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었다는 그녀는 명상 수행하며 사는 삶에 매일 감사하기에 이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스승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불교 명상가이면서도 ‘종교적(religious)’이란 말보다 ‘영적인(spiritual)’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현대에 들어 인터넷 덕택에 더 많은 이들이 영적으로 깨어나고 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주고, 가슴을 열게 해주며 신성함에 대한 감각을 발견하게 해주는 체험적 수행법에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깨어남에 그녀의 가르침과 저서도 일익을 담당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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