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심을 깨치는 글 >
미국에서 꽃피는 대승 불교 - 우리들의 수행 이야기
아픔과 집중 |
글 | 현안스님
출가 후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겨울 선칠수행을 했습니다. 우리는 작년 11월 말에 시작한 일주일간의 염불정진인 불칠을 마치고, 12월초부터 거의 3개월에 걸쳐 선칠수행을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청주 보산사에 같이 상주하고 있는 몇 스님들과 재가인 수행자 몇 분과 함께 해왔습니다.
항상 선칠기간이 되면 그랬듯이 앉고 또 앉고, 이렇게 계속 앉는 것을 반복하면 처음엔 한 시간은 되야 아프던 다리도 그 다음 날이 되면 40분만 되어도 아프고, 그리고 또 30분만 되도 심한 통증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늘 그랬듯이 선칠이 시작되면 모두들 잘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참여하지만, 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점점 아픔이 더 빨리 찾아온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은 열심히 정진하고 더 오래 앉으려 부단히 노력했는데 갑자기 더 빨리 아프기 시작하니까, 그 동안 열심히 해왔던 수행이 후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합니다.
이렇게 하루에 여러번 반복적으로 결가부좌로 앉는 선칠 수행에서 아픔이 더 빨리 찾아온다는 것은 사실 여러분의 기의 흐름이 더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앉아서 수행하면서 몸이 아프다는 것은 바로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좌선 중 결가부좌(또는 결가부좌를 못하면 반가부좌 자세)로 계속 앉고, 또 앉고 앉으면, 결국 어떤 시점에 도달했을 때 5분, 10분만 앉아도 아플 수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쉬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아픔 고비를 돌파하고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결가부좌 자세로 앉을 수 있게 지도해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어떤 사람들은 극도로 아픈데도 불구하고 일단 참고 견디기로 결심하고 앉는데, 반면 어떤 사람들은 아픔이 언제 끝나는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언제 괜찮아질 것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아픔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아픔에 대한 강한 거부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하면 아픔은 더 오래 지속됩니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긴장을 키우거나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싸우지 않으면 어느 순간 더 빨리 아픔이 사라집니다.
혼자 이런 좌선의 아픔을 극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고 노련한 스승이 필요합니다. 마치 헬쓰클럽에서 PT 받을 때처럼 트레이너가 여러분 곁에서 계속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하면 여러분은 자신의 한계를 더 빨리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첫 아픔 고비를 넘기면, 그 후엔 두번째 아픔고비가 있습니다. 그러니 첫 고비를 넘긴 후 두번째 아픔 고비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이 아픔을 이용한 참선법에서 성공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더 중요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만약 이미 할 수 있는 일만 한다면 변화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많은 고난을 겪은 끝에 깨달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여러분이 최선을 다 해야하는 문제이지, 성공의 여부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선의 가르침 또는 지침은 항상 일관됩니다.
해야한다!
예를 들면 이 방법으로 해라! 그러면 여러분이 그 방법으로 지침에 따라 해야만 그곳에 도달할 것입니다. 좌선할 때, 특히 결가부좌로 앉으면, 매우 아픕니다. 한시간에서 한시간반이상 넘게 앉을 때 보통 첫번째 고비가 옵니다. 그리고 두시간에서 두시간이상정도 다리를 풀지 않고 앉아 있으면 보통 두번째 고비가 옵니다. 이렇게 아픔이 더 강해졌다가, 또 줄어들기를 반복할 때 그냥 앉아서 견뎌야 합니다. 그렇게 아픔을 그냥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러면 그때 멋진 일들이 생깁니다.
만약 여러분이 1시간의 목표를 세우고 계속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또 시도하면, 앉을 때마다 계속 그 노력이 누적될 것입니다. 그러니 실패는 없습니다. 계속 증가될겁니다. 누구든, 아무리 편하게 잘 앉을 수 있는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이 되면 아픔이 강타할 것입니다. 누구든 무너지는 점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픔은 점점 심해집니다.
계속 앉고 또 앉으면 기(氣)가 축적됩니다. 그리고 짧게 앉든 길게 앉든, 앉고 또 계속 앉으면 기는 계속 누적되고 강해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도약하기 위해서 기 흐름이 더 강해져야만 합니다. 기운의 힘은 정신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은 고요하고 평화로워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앉아서 명상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다리를 바꾸거나, 더 두꺼운 쿠션을 사용하는 등 외부의 조건을 바꿉니다. 우리는 모두 무의식적으로 불편한게 싫어서 더 편안한 것을 추구합니다.
우리처럼 결가부좌이든 반가부좌이든 앉아서 아파도 계속 견디도록 훈련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어쩔 수 없이 아픈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아픔에 대한 생각 외에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 순간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 순간 여러분의 마음은 위기에 처합니다. 아픔이 더욱 강하면 강할 수록 우리는 자연스레 아픔에 더 많이 집중합니다.
더 아플수록 더 많이 집중합니다
아픔 바로 그것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아픔 자체에 말입니다. 그렇게 많이 아프면 우리의 마음은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원래 우리 마음은 항상 산만하고 흩어져 있습니다. 동서남북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돈에 대해서, 음식에 대해서, 집, 직장, 친구, 가족 등에 대하여 여러가지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은 항상 흩어져 있어서 한군데 머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다리를 꼬고 앉아서 풀지 앉으면 결국 우리는 곤경에 처할 것입니다. 그때 아픔만, 그 단 한가지만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것에 대한 생각은 할 수 없습니다. 더 오래 앉으면 앉을 수록 다른 것은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픔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집중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훈련방식은 매우 빠릅니다. 초반단계에서는 진전이 비교적 쉽습니다. 그런데 삼선(三禪) 또는 그 이상 도달하면 더 어려워집니다. 초반단계에서도 여러분이 특정한 문제가 있거나 여러분을 도와줄 스승이 없다면 더 어려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꽤 많은 명상가들은 초선에서 삼선에 가는 동안 꽤 심각한 문제들을 겪습니다. 이런 경우 여러분은 능숙하고 경험이 많은 선지식을 찾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앉아서 그 아픔을 참아가며 노력하면 기의 흐름은 강해지고, 기운이 축적됩니다. 그래서 그 기운이 충분히 강해지면 자연스레 신체에 있는 문제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평소에는 괜찮다가 명상만 하면 심하게 기침을 합니다. 그건 사실 좋은 일입니다. 이 사람이 심하게 기침을 하는 이유는 몸에서 독소가 배출되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참선을 하면서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보통 무서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수행을 포기하거나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더 편한 자세로 앉거나 명상 시간을 줄이기도 합니다. 만약 여러분 곁에 경험이 풍부한 선지식이 곁에 없다면, 이런 문제가 바로 여러분이 다음 단계로 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좌선하면서 내재되어 있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치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면 변화도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미국 위산사의 수행자들과 제가 운영하는 참선교실의 학생들을 통해서 이런 예를 셀 수 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참선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신체적 변화를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얼굴이 맑아지고, 지병이 해결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변화도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어릴 때 경험했던 정신적인 충격이나 트라우마가 좌선하는데 계속 올라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사실 육체적인 문제와 정신적인 문제 모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지침을 따라서 수행하면 풀리게 됩니다. 우리가 전문의를 대신할 수 없지만, 실로 선은 우리의 심신을 치유하고, 병을 예방하는데 매우 탁월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좌선하면서 경험하는 아픔을 견디고 또 견디라고 합니다. 이건 아마도 우리가 하기 가장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만두지 않고 앉아서 계속 아픔을 견디는 것은 아마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만약 이걸 할 수 있다면 할 수 없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앉을 때마다 아픔이 계속 증가하는데, 특히 선칠 수행기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건 대부분 사람들에게 매우 무서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성공의 기반입니다. 만약 그래도 그만두지 않는다면, 앞으로 여러분이 할 수 없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너무 아파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픔밖에 없을 때, 우리는 더욱 더 아픈 것만 생각합니다. 더 오래 아프면 아플수록 더 오래 아픔만 생각할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집중 또는 정(定)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말로만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중, 선정, 마인드풀니스 (마음챙김)에 대한 이야기 합니다. 여기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선정을 키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이 방법 즉 아픔 테크놀로지를 그만두지 않고 견뎌내면 자연스레 진전할 것입니다.
요즘 서양에서는 미소짓고, 나무를 껴앉고, 바닷가에 앉아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이 좋고 편안해 지는 것을 명상이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이런 것들이 우리가 집중하는데 도움을 줄까요? 이런 것들은 다 지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머리로만 이해하서 집중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집중이란 실제로 무엇인가를 해서 키워야 합니다. 그냥 생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결가부좌로 10분 앉으실 수 있다면 다음엔 12분을 목표로 앉아보세요. 여러분이 결가부좌로 1시간 거뜬히 앉을 수 있다면, 다음엔 1시간 30분을 목표로 앉아보십시오. 수년간 수련해서 이미 결가부좌로 편히 2시간 앉을 수 있다면 3시간 30분을 목표로 해보십시오. 다 상대적인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직 하지 못하는 것을 목표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그만두자”, “이건 말도 안돼”, “이러다 다치지 않을까?”, “수행이 몸으로 하는 것인가?”라는 자신의 생각을 듣지 마십시오. 스스로의 생각을 듣고 믿기 시작하면 그때 여러분은 곤란에 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바로 그때 그만두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말을 듣지 말아야 그만두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훈련이고, 선의 기반입니다. 자기 스스로의 이론이나 논리를 듣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두어야할 수천가지 이유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처음 몇년간 영화 스님께 수없이 많은 질문과 불평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아프다는 생각을 설득시키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참선(參禪)입니다. 당신 스스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그만두자는 설득의 말을 듣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좌충우돌할 때 비로소 삼매에 듭니다. 자신의 생각과는 반대로 아픔과 끊임없이 싸우면, 그때 좋은 일들이 생깁니다. 여기 이해할 내용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건 이해할 수 있게 되어있지 않습니다. 이건 그냥 경험해야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직접 해야만 합니다. 생각은 필요없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입니다. 지침을 따라서 앉아서 참고 또 참으면 자연스레 생기는 일입니다. 똑똑한 사람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삼매에 드는게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속 생각하면 할수록 삼매에 드는건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결가부좌로 앉을 수 있다면, 일단 결가부좌로 앉아서 얼마나 오래 앉을 수 있는지 도전해 보십시오. 일단 아픔이 오면 왜 빨리 풀어야만 하는지 논리적이고 기발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때 얼마나 오래 앉았는지 시간을 확인해보고, 풀기 전에 2분만 더 버텨보십시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2분 더 앉아보세요. 그렇게 매일 2분씩 늘리면서 도전해 보십시오.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끊임없는 생각들을 따라가지 마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영화 선사의 선칠 법문 중 아픔과 집중 (2013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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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賢安 미국에서 영화 선사(永化禪師, Master YongHua)을 만나 참선을 처음 접한 후 수행 정진해 왔으며, 영화 스님의 지도 하에서 2015년부터는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종교, 인종,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모임을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미국 전역과 캐나다, 콜롬비아, 쿠바 등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들에게 참선 수행법을 소개해왔다. 영화 선사의 한국 방문 시 동행하면서 불법을 더 깊게 이해하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하였다. 현재는 스승의 뜻에 따라 한국의 보산사(寶山寺, Jeweled Mountain Temple)에서 참선(챤 메디테이션)을 지도하며 수행 정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