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심을 깨치는 글 >
미국에서 꽃피는 대승 불교 - 우리들의 수행 이야기
진전으로 가는 길,
정직과 감사
글 | 현안스님
나는 지난 2019년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했고, 그 후 2020년 영화 스님의 지침에 따라서 한국으로 왔습니다. 출가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미국 위산사의 다른 출가자의 동행 없이 홀로 한국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미국을 떠나기 전 영화 스님은 “한국에서도 수행의 훈련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12년 영화 스님을 처음 만난 이후 영화 스님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여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 스님의 이런 결정이 나에게 분명 어떤 이유에서든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미국을 떠났습니다.
실제로 작년 청주 보산사에 온 이후 영화 스님의 지침에 따라 생활하였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수행하면서, 내면 깊숙하게 뿌리 박힌 수많은 오류와 허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많은 것들을 떨구어 낼 수 있었습니다.
청주 보산사의 불사를 하는 동안 매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참선 교실도 했고, 보산사에 방문 오신 분들과 상담하고, 같이 앉았습니다. 미국에서 출가 전부터 5년 이상 참선 교실을 했는데, 한국에서 새로운 학생을 접하면서 동서양의 참선 교실 참여자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과 유럽 즉 서양인 참선 교실 참여자는 처음 결가부좌를 배우면 평균 5분~15분 정도 앉을 수 있습니다. 반가부좌나 양반다리 자세도 겨우 될까 말까 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앉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려면 많은 질문과 불평을 받는데, 서양인에게는 인내와 끈기를 갖고 친절하고 논리적으로 대답해야만 꾸준히 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서양인들에게도 큰 장점이 있는데, 이들은 불평과 질문, 의심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바로 잘 표현합니다. 그리고 서양인은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서슴없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수행의 진도는 느리지만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들의 곧은 마음은 장기적으로는 큰 장점입니다.
한국인은 이와 반대입니다. 그냥 “한번 앉아볼까요?” 한마디에도 많은 분들이 1시간은 거뜬히 앉을 수 있었습니다. 결가부좌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도 한 시간, 두 시간 또는 세 시간 이상도 앉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결가부좌를 해보다가 1개월, 3개월, 6개월이 지나서야 겪고 있는 문제나 통증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것도 마다하지 않고 일단 하고 보는 한국인의 열린 태도는 선 수행에서 아주 큰 장점입니다.
보산사에 수행을 위해 찾아온 많은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이 결가부좌 자세로 풀지 않고 3시간 이상 심지어는 5시간, 10시간 이렇게 오래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수련으로 사람들은 거친 번뇌, 잡념, 감정과 생각들을 떨쳐낼 수 있게 되었고, 몸과 마음에 있던 많은 병도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후 많은 이들이 수행의 정체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학생들은 찾아와서 문제와 궁금증을 거침없이 물어보는데, 한국인들은 너무 조심스럽고 말하기를 꺼렸습니다.
시간이 점점 지나가면서 정체의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어떤 수행의 지침에 대해서 또는 사소한 문제가 생겼을때 일어났던 부정적인 생각, 불평과 불만, 미움, 분노, 서운함 등을 숨기고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수행의 지침은 보통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걸 해야하는데, 지침에 대한 불평, 불만, 의문을 맘에 담고 있으니 오해가 커지고 번뇌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화 스님께서 수행의 기반은 정직이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저 스님이 뭐 아는 게 있겠어?', '이 스님 말투 기분 나빠', '왜 저렇게 행동하지? 잘못된거 아닐까?”라고 투덜거리면서, 혹시라도 그 사람한테 더 배울 수 있는데, 얻을게 있는데, 잘못 보여서 배우는데 손해라도 보면 어떨까 싶어 앞에서 꾸벅꾸벅 절하면서 예의를 차립니다.
만약 여러분이 꾸벅꾸벅 절하며 잘 보여서 어떤 이로부터 가르침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런 가르침은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행동이 예의없다 느껴져 야단치는데 정신이 팔려서, 어떤 괴로움 때문에 스승을 찾고 있는지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여러분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칭찬과 칭송으로 기분이 좋아져서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으로부터 멀리 도망가세요. 여러분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만 하고, 관심받기를 원한다면, 여러분에게 어떻게 괴로움을 줄일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해주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참선을 배우기 전에 매우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이었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를 몰랐습니다. 영화 스님은 그런 나를 꾸짓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스승님의 그런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다른 이들에게 더 선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선의 수행에서 명상의 기법과 앉는 자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정직한 마음과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완벽하고 훌륭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으실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냉정할만큼 정직하지 못하다면 멀리 진전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부정적이고 악한 감정과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정상입니다. 그러니 이를 감추지 말고 스스로에게 정직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세요.
현안賢安
27살에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10년도 되지 않아서 꽤 성공적인 기업을 일궜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영화 선사永化禪師(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처음 접한 후 수행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종교, 인종,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영화 선사의 지도하에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미국 전역과 캐나다, 콜롬비아, 쿠바 등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 수행법을 소개해왔다. 영화선사의 한국 방문 시 동행하면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불법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하였다. 현재는 스승의 뜻에 따라 한국의 보산사寶山寺(Jeweled Mountain Temple)에서 참선(챤 메디테이션)을 지도하며 수행 정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