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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2021년 9,10월호] 효도와 번뇌 / 현안스님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1.10.05|조회수169 목록 댓글 1

 

< 신심을 깨치는 글 >

 

 

 

 

미국에서 꽃피는 대승 불교 - 우리들의 수행 이야기


                                 효도와 번뇌                                

 

 

글 | 현안스님

 

 

우리 한국인들에겐 효도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 신세대에게 효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효를 많이 강조했고, 전래동화나 텔레비전 만화 프로그램에도 효에 대한 개념이 항상 있었습니다. 이렇게 효는 우리 한국 문화에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효는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래서 불교 전통에서 우란분절 즉 백중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이런 효가 우리 마음에서 번뇌가 일어나는 큰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중요하다고 배운 효를 행하기 위해서 우린 모두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 마음속엔 많은 충돌이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 참선하다가 문득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번뇌와 부정적인 감정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지 못한 애정과 인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을 해왔지만, 마음속 분노, 불안, 우울함을 극복할 수 없었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통화 한 번만 해도 마음속은 온갖 생각으로 시끄럽기만 했었습니다. 
출가한 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들도 역시 부모와 갈등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부모가 불가능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면 마음속 충돌이 커집니다. 사람들의 마음엔 부모님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죄책감까지 더해져서 더욱 괴로움이 커집니다. 
보산사에서 거의 매일 저녁 중 비대면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영화 스님의 옛 참선 법문을 듣습니다. 그중 한 법문에서 출가 전 나는 영화 스님께 묻습니다. “뭘 하든 상관없이 부모님이 절대 만족스러워하지 못한다면, 내가 무엇을 하든 부모님이 항상 모두 다 못마땅하게 여긴다면, 어떻게 효를 행할 수 있나요?”. 
보통 우리 동양인은 효라는 것이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해드리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잘 보살펴드리는 것이 효라는 것은 알지만, 바르게 보살펴드리는 방법은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보산사에서 하는 참선 교실엔 많은 젊은이가 참여하는데, 이들도 대부분 부모와의 갈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1992년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 여행 (11살 때)


영화 스님은 효에 대한 나의 질문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효란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아니다. 우리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모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고, 부모님 스스로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해야만 한다. 일시적으로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릴 수는 있지만, 행복이란 각 개개인에게 달린 것이다. 다른 이에게 행복을 책임지게 할 수는 없다. 누구도 다른 이의 행동으로 행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무리하거나 할 수 없는 걸 요구하면 어떻게 할까요? 보통 그런 요구를 듣고 해드릴 수 없을 때 우리 마음은 괴롭습니다. 부모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서 말한다고 하지만, 결국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러니 우리는 부모님에게 진정으로 이로운 것이 어떤 것이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부모님을 바르게 보살펴드리는 것입니다. 그냥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세상 사람들이 불효자하고 손가락질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남을 큰소리로 비평하는 이가 분명히 더 큰 불효자일 것입니다. 그러니 부모님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 부모님이 불행하다면, 여러분이 무슨 노력을 해도 그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그들의 업보業報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냥 안쓰러워하는 것입니다. 그냥 업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걸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감정적이 돼버리면 정신의 명료함을 잃습니다. 그러니 만약 여러분의 부모님이 불행하다면 그게 그들의 문제임을 아십시오. 
여러분에게 부모님이 불가능한 걸 요구하고, 그게 마음대로 안돼서 번뇌로워한다면 그냥 두십시오. 일단 거리를 두고 기다리십시오. 이미 불행해진 부모님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입을 다물고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이 더 옳고 좋다는 믿음으로 부모님과 말씨름을 하면 그들을 더 괴롭게 만들 뿐입니다. 차라리 그들을 위해 복을 지어보세요. 
그리고 여러분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십시오. 변화를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말로만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향상하고 더 좋아진 후에는 다른 이를 바꾸려고 하지 마십시오. 부모를 바꾸려고 하지 마십시오. 친구를 바꾸려고 하지 마십시오. 남편을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그들 스스로 변하겠다고 결정하도록 두십시오. 그것이 효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미국 위산사의 지장보살


현안賢安
27살에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10년도 되지 않아서 꽤 성공적인 기업을 일궜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영화 선사永化禪師(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처음 접한 후 수행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종교, 인종,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영화 선사의 지도하에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미국 전역과 캐나다, 콜롬비아, 쿠바 등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 수행법을 소개해왔다. 영화선사의 한국 방문 시 동행하면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불법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하였다. 현재는 스승의 뜻에 따라 한국의 보산사寶山寺(Jeweled Mountain Temple)에서 참선(챤 메디테이션)을 지도하며 수행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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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밤과꿈 | 작성시간 21.11.15 어려운 문제에 대한 통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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