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텔라의 마음공부 >
오징어 게임을 보며 마음을 챙기다 |
글 | 스텔라 박
“원래 사람은 믿을 만 해서 믿는 게 아니야.
안 그러면 기댈 데가 없으니까 믿는 거지.”
- 드라마 <오징어 게임> 중 기훈의 대사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이 적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없다는 거야.”
- 드라마 <오징어 게임> 중 일남의 대사
연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뉴스가 모든 매체에 도배되기 시작하던 9월 하순쯤, 제목을 보고는 코미디일 거란 생각을 했었다. TV나 영화 화면에서 원빈, 현빈, 장동건 등 조각처럼 잘 생긴 남자배우들을 보며 한껏 달달한 환상을 즐기던 여성들은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 옆에 앉아 있는 현실 속의 남편 또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아니 왠 오징어가 앉아 있어?” 하는 생각을 한다고.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는 일부 한국 남성들은 한국에서 겨울철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시절, “냉동 오징어 되지 않게 조심합시다.” 라는 식의 응원 메시지를 몇몇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었다. 추운 겨울날 오랜 시간 시위에 참석하다 보면 얼굴이 차가워질 것을 염려한 자조적 발언이었다. 결국 자신을 포함한 시위 참가자 남성들의 얼굴을 ‘오징어’ 수준이라 폄하한 것인데, 무수히 달린 댓글을 보면 “그래… 어차피 내가 장동건은 아니잖아.” 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다.
내가 <오징어 게임>이란 제목만 보고 ‘못생긴 얼굴 뽑는 게임인가?’ 라는 생각을 했던 건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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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억 인구가 시청한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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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 1억 1100만 넷플릭스 구독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고 한다. 9월 17일 첫 에피소드가 방송된 이후, <오징어 게임>은 총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올랐다. 또한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비 영어권 시리즈 중 최초로 10월 13일 기준 21일 연속 ‘오늘의 Top 10′ 1위를 기록 중이다.
요즘엔 만나는 사람들마다 “<오징어 게임>, 보셨어요?” 라고 묻고 다니는데, 이제껏 안 봤다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보다가 너무 잔인해서 잔인한 장면들은 빨리감기 하며 봤다는 사람이 하나 있었을 뿐이다. 2번째 보고 있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나 역시 첫번째 보면서 놓쳤던 것들을 두번째 마음 다해 보며 뒤늦게 “아하! 그랬었구나…” 하고 있는 중이다.
혹시라도 아직 <오징어 게임>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한 줄로 줄거리를 요약해보자면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456명의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이야기”라고 요점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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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림 없는 몸의 감각은 중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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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성기훈은 어린 시절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놀던 추억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오징어 게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던 때의 짜릿함과 희열은 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몸에 각인돼 있다. 그래서 그는 경마에 돈을 걸고 피가 마르는 듯한 긴장, 내가 찍은 말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순간의 쾌감에 탐닉한다.
의식하지 못하며 반복적으로 행하는 가운데 경마와 게임에 대한 식(識)이 생긴 것이다. 그리하여 나 같은 사람들은 돈을 주면서 하라고 해도 안 할 도박성 게임에 의미를 부여한다. 경마장에 가서 경마 장면을 보고 말발굽 소리만 들어도 온 몸에서는 짜릿한 느낌이 일어난다. 그 느낌이 너무 좋다. 그리하여 다시 그것을 취한다. ‘다시는 안 해야지’ 아무리 결심을 해도 소용없다. 이미 그는 중독이라는 사슬에 묶인 것이다. 자유롭지 않다. 즉 불교 수행의 목적인 해탈과 열반의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 따로 있는 줄로 안다. 술, 담배, 마약 등이 그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섹스, 쇼핑, 일, 게임, 도박 등 강박적 행동에도 중독된다. 하지만 인간은 대상(Substance)에 중독된다기 보다 그 대상들을 대하는 몸의 감각에 중독된다. 물론 강력한 화학물질들은 인간의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통제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화학물질을 사용했던 모든 인간이 그 대상 물질에 중독되는 것은 아니다. 제 아무리 강한 화학물질이라도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이에게는 그 약물이 가져온 몸의 느낌이, 그저 또 하나의 무상한 감각일 뿐이다. 그래서 알아차림을 유지할 때 우리는 12연기의 쳇바퀴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다방구 등 어떤 놀이가 됐던지 별 재주를 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만년 깍두기였다. 깍두기는 어느 팀에도 진정으로 속하지 못한 주변인이다. 주변인에게는 어느 편이 이기든 별 상관이 없다. 잡기에 능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로 인해 나는 본의 아니게 일찍부터 집착을 내려놓는 법, 아상 인상 중생상을 내려놓는 법을 연습했던 것 같다.
성기훈이 어릴 때 <오징어 게임>의 최종 승자가 되면서 쾌재를 부르짖던 모습은 아이의 생일날 어머니의 현금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가 돈을 찾아 경마장을 찾았을 때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경마장에서 딸 생일날에 해당하는 번호의 말에 돈을 걸었다가 대박 배당금을 받지만 어디서 돈 냄새를 맡았는지 사채업자들이 나타나 가진 돈을 넘겨주려는 찰나, 기훈은 좀전에 지나쳤던 여성(나중에 게임 참가자로도 나오는 탈북여성 강새벽)으로부터 소매치기를 당한 걸 알게 된다.
그동안 여러 한국 영화를 보면서 사채를 쓰고도 갚지 못할 때 ‘신체포기각서’를 쓴다는 걸 알게 됐다.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가 그랬고 <타짜 2>, <비정한 도시> 등의 영화에서도 ‘신체포기각서’가 나왔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신체포기각서’는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들이미는 자가 조직폭력배라면 뭔들 불가능하겠는가.
소매치기 당하고, 신체포기각서 쓰고, 기운이 쪽 빠져 집으로 돌아가려는 지하철 역에서 그는 딱지치기를 제안하는 양복맨을 만나 따귀를 있는대로 쳐맞고 난 후, 드디어 상대방의 딱지를 뒤집으면서 돈을 벌게 된다. 이때 역시 기훈은 승리의 환희에 취해 자신의 뺨이 벌겋게 변한지도 모른다. 양복맨은 기훈에게 의문의 명함을 건네주고 기훈은 당장 병원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모를 위해 게임에 참가할 것을 결정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암호를 대고 게임 장소로 옮겨 가는 미니밴에 올라타지만 마취제로 인해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보니 456개의 침대가 있고, 456명의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있는 희한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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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인간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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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명의 게임 참가자는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대표한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캣츠(Cats)>에 등장하는 고양이 캐릭터 역시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라 할 만 하다. 시청자들의 기억에도 남는 몇몇 인물들의 특징과 그 캐릭터를 정리해본다.
001번 오일남 - 머리에 혹이 있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노인. 치매도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중에 보니 이건 개구라. 반전의 결말에 놀라 1편부터 다시 보니 그는 남들이 모두 충격에 경악하는 첫번째 게임에서도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었다. 참가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게임이 중단되었을 때, 희한하게도 쌍문동에 등장해 기훈과 조우한다.
줄다리기 게임을 할 때엔 여성, 노인들로 이뤄진 오합지졸 팀을 머리 써서 이기게 만든 팀의 리더이기도 하다. 구슬 게임을 하던 공간에 들어서자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즐거워하는 그의 표정이 결말을 알고 보면 섬뜩하게까지 느껴진다.
반전의 반전에 더하는 인물로 그의 진짜 정체는 이 서바이벌 게임을 기획한 호스트. 456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상금으로 내건 게임을 통해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인간 대항마들을 보며 느끼는 재미, 그리고 자신이 직접 뛰며 경험하는 스릴이었다.
상금을 받고 세상에 나간 기훈을 그의 마지막 병상으로 불러들여 했던 말이 뇌리에 공명한다.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이 적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없다는 거야.”
진정 너무 많은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 자본주의 최고의 가치인 돈이 너무 많은 이들을 우리는 부러워한다. 아잔 브람 스님은 깨달음이 무엇이냐는 리트릿 참가자의 질문에 대해 “최고의 아이폰이 있어서 더 이상 다른 전화기를 부러워하지 않는 아이의 마음과 같은 상태” 라는 비유를 한 적이 있다. 결국 더 바랄 것이 없는 상태라는 얘기이다.
일남은 아마도 물건을 구입할 때 더이상 가격표를 보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유와 능력도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했으니 아이러니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그 방향이 출세간일 경우엔 고통이 사라진 상태, 즉 열반일 수 있지만 세간일 경우엔 권태로울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이를 증명하는 일화가 있으니, 바로 아버지 정반왕이 아들에게 음주가무 주색잡기의 판을 깔아줬어도 세존께서는 환멸과 권태를 느끼며 야반도주 출가했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067번 강새벽
강새벽은 탈북민이다. 가족이 함께 탈북하다가 아버지는 총맞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공안에게 잡혀 다시 북으로 송환됐다. 함께 넘어온 남동생을 고아원에 맡겨놓고 그녀는 북에 있는 어머니를 데려오기 위해 소매치기 등 닥치는대로 일을 해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녀의 피땀 어린 돈을 꿀떡 삼킨 강심장이 있었으니 바로 악덕 브로커이다. 그녀는 최후에 남은 3인 중 하나로, 자신이 살아돌아가지 못할 것을 깨닫고 기훈에게 자신의 동생을 부탁한다.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 같지만 무표정 너머에 인간미가 엿보이는 캐릭터.
101번 덕수
얼굴에 뱀의 문신이 있는 조직폭력배. 도박에 빠져 조직의 돈까지 손을 댔다는 이유로 필리핀 조직으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 야비하고 잔인하고 비굴한 양아치 짓을 하는 그를 보며 그 역시 불성이 있음을 인정하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212번 미녀와 화장실에서 섹스를 한 후, 그는 절대 그녀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진정성 1도 없는 거짓 맹세를 하는데, 상대도 만만치 않은 캐릭터. 결국 미녀는 징검다리 게임 때 일본 적장을 껴안고 바닷물에 투신한 논개처럼 자신을 배신한 덕수를 껴안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199번 알리
파키스탄 출신의 불법체류자, ‘알리’라는 캐릭터로 인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게 됐다. 차비를 빌려줬던 상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는데, 하필이면 그와 구슬치기 게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상우는 자신이 살기 위해 알리를 속이고, 상우의 배신을 알게 된 그는 소처럼 큰 눈에 슬픔이 가득한 채로 사라져간다.
212번 미녀
첫 번째 게임 이후 밖에 아직 이름도 짓지 못한 아이가 있다며 내보내 달라고 울면서 애걸하지만 결국 자기 발로 다시 들어온다. 전과 5범의 사기꾼으로 참가자 중 제일 힘세 보이는 덕수의 팀에 들어가려 몸까지 대주는 캐릭터. 구슬치기 게임 때엔 아무도 그녀와 편을 먹고 싶어하지 않아 깍두기가 되어 겨우 살았다. 5번째 징검다리 게임에서는 자신을 배신했던 덕수를 끌어안고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218번 상우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쌍문동의 자랑. 어머니나 친구들은 그가 금융권의 좋은 직장을 다니고, 미국 출장을 자주 가는 성공한 인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고객의 돈을 몰래 운용하다가 무려 60억 원의 채무가 생겨 사채에 집, 어머니 가게까지 담보를 잡았고 횡령과 사문서 위조로 경찰에 쫓기고 있는 범죄자이다. 번개탄을 붙여놓고 자살하려던 순간, 그는 또다시 오징어 게임 초청장을 받는다.
그는 그 좋은 머리를 써서 마지막 결전까지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는 뽑기 게임인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주지 않아, 상훈이 가장 난위도 높은 우산 모양을 고르게 했고, 구슬치기 때는 알리를 속여 죽음에 이르게까지 했다. 어쩜 상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탐진치 삼독에 빠져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을 보는 느낌이다.
240번 지영
구슬치기 게임을 할 때, 지영은 강새벽에게 한 팀이 되자며 어떻게든 이기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그녀는 새벽의 삶에 대해 마음 다해 들어주고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목사인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것, 딸을 성폭행한 것, 그런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인 것 등을 죽기 전 고해성사처럼 고백한다. 그리고 할 일이 있는 새벽이 살아야 한다고, 자신을 삶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면서 일부러 게임을 일부러 져준다.
456번 성기훈
자동차 공장의 구조조정으로 실직 후 치킨집 문을 열었지만 쫄딱 망했고 지금은 근근히 대리운전으로 살아간다. 사채 빚이 있었는데 갚지 못해 신체포기각서까지 쓴 상태. 아내와 이혼했고 어머니의 ATM 카드를 훔쳐 경마에 홀딱 돈을 날려버리는 대책 안 서는 캐릭터이다. 그는 어머니의 당뇨 합병증 수술비를 대고 빚을 갚기 위해 오징어게임에 참여했다. 인간적인 면도 있지만 구슬치기 게임에서는 001번 일남이 치매에 걸린 줄 알고 속임수를 써서 이기는 야비함도 있다. 적당한 푼수끼와 인간미, 덜떨어짐 등이 공존하는 인물. 상금을 받은 이후에는 거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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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속 휴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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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나고 돈 났지만, 돈이 제일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때문에 사람을 버린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빌어 최고의 휴머니즘을 보여줬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최후의 게임에 남은 두 사람은 쌍문동의 자랑 상우와 쌍문동 사는 평범 이하의 남자 기훈이다. 기훈은 고지인 456억이 바로 저기인 상황에서 “에이, 10X, 나 안 해…” 라며 포기를 선언한다. 사람을 말로 삼아 게임을 지켜보던 이들에게도, 과연 이 드라마가 어떻게 끝날 것인가를 지켜보는 우리들에게도 기막힌 반전이다. 하지만 상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함으로써 이 상황을 또 한 번 비튼다.
455명 목숨의 대가를 받아들고 다시 세상에 돌아온 기훈은 그가 돈을 벌어야 했던 가장 큰 이유인 어머니가 죽어있는 모습에 “엄마, 나 돈 벌어 왔어…” 라며 울먹인다. 이제 돈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입원시켜드릴 어머니가 안 계신데.
너무 많은 것은 너무 없는 것과 같다. 아니 어쩌면 차라리 너무 없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던가. 너무 많은 돈을 가졌지만 이제 기훈에게는 돈을 쓸 이유가 사라졌다.
아니 쓸 곳은 있었다. 마지막 게임을 앞두었을 때, 탈북여성 강새벽이 기훈에게 부탁했던 게 남아 있다. 누구든 이곳에서 최종 승자가 되어 456억을 들고 나가는 사람이 서로의 남은 가족을 보살펴주자는 부탁이었다. 기훈은 동네 후배인 상우의 어머니도 챙기고 새벽의 부탁도 들어주는 기막힌 해결책을 내놓는다. 아들이 미국 출장 간 줄 알고 있는 상우의 어머니에게 새벽의 남동생을 맡기며 여행 가방에 돈다발을 가득 넣어 준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는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마당에서 뛰어놀며 했었던 게임이7가지 등장한다.
첫번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번째, “뽑기 놀이”, 세번째, ‘줄다리기’, 네번째, ‘구슬치기’, 다섯번째, ‘징검다리 건너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징어 게임’이다. 그 시절 양 편의 리더였었던 이들과 나처럼 깍두기 했었던 이들의 삶은 현재 어떻게 다를까, 새삼 궁금해진다.
스텔라 박은 1980년대 말, 연세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
신학을 공부했으며 재학시절에는 학교신문인 연세춘추의
기자로 활동했다. 미국으로 건너와 지난 20년간 한인 라
디오 방송의 진행자로 활동하는 한편, 10여 년 동안 미주
한인 신문에 먹거리, 문화, 여행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