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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2022년 3,4월호] 살아남은 팔형제, 이원익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2.06.05|조회수26 목록 댓글 0

< 부루나 칼럼 >

 

 

 

살아남은 팔형제

 

 

 

글 | 이원익 leewonik@hotmail.com
한국 불교의 전파와 대중화에 힘을 보태려는 발원으로
태고사를 도와 왔으며 우담바라회 회원이다. 포항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 문리대를 졸업했다. 오래 전에
회사 주재원으로 와서 LA 지역에 살며 국제운송업을
하고 있다.

 

 

 

사람의 조상은 원래 나무 위에서 살았다. 원숭이, 곧 잔나비였다는 말이다. 물론 지금 지구상에 살아남은 어떠한 원숭이와도 다른, 우리와 그들의 공통 조상인데 어쨌든 일종의 원숭이임에는 틀림없다. 이건 내 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이 끝난 일이고 특히 각 영장류의 DNA 가 이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사람은 침판지와 98.4% 염기서열이 같다.
   젖빨이 동물 중에서 이른바 영장류에 속하는 동물로는 사람을 포함하여 약 500 종이 발견되었는데 이 가운데는 겉보기에 마치 쥐나 고양이, 날다람쥐 같이 생긴 원시적인 것들에서부터 침판지나 고릴라처럼 사람과 상당히 닮은 것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갖가지 겉모양에도 불구하고 영장류라면 두루 같은 점을 갖고 있으니 그 가운데 하나는 두 눈이 얼굴 앞쪽으로 모여 입체적인 시각이 발달함과 함께 색깔을 잘 구분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속의 골이 커져 다른 동물들에 비해 자꾸 영리해져 갔다는 점이다.
   금방 상상이 되시겠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를 노상 건너 뛰며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정확한 입체적인 시각을 갖춰야 한다. 그대가 한 쪽 눈을 감고 도랑을 한 번 건너뛰어 보시라. 거리감각이 금방 와닿지 않아 머뭇거려질 것이고 확신 없이 건너뛰다가는 자칫 풍덩 물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열매나 잎사귀를 제때에 제대로 골라 따 먹으려면 색에 민감해야 함은 물론이다. 남들은 홍시를 잘 골라 따먹고 다니는데 혼자만 떫든 달든 아무 감이나 마구 따서 씹어 먹는다면 어찌 뱃속이 편할 것이며 어떻게 뱃구레를 채웠더라도 뒤쳐지지 않고 동료들을 따라붙겠는가!

   아시다시피 요새야 우리가 이런 원숭이 친척 이야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쟎았다.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마치 냉전시대에 겁도 없이 빨갱이 선전을 하는 양으로 놀랍기도 하거니와 기분 나쁜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위험천만한 짓이었다. 감히 만물의 영장이요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빚었다는 사람을 원숭이와 한 줄에 놓고 빗대다니! 진화론을 주창하여 인류의 지성사를 통째로 뒤집어 엎은 다윈을 비롯하여 자연의 진실을 말하고자 한 숱한 인사들이 줄줄이 말못할 곤욕을 치러 왔다.
   그런데 사실 이런 건 다 서양에서의 이야기다. 기독교 세계에서 일어난 웃지 못할 처참한 근세사의 일화들이라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당시에 다행히(?) 기독교를 잘  몰랐던 데다가 근대적인 학문, 특히 과학이 고개를 들지 않고 있어서 이런 사단이 일어날 바탕 자체가 아니었다. 그런데 말이다. 진화고 무엇이고 간에 다 인연따라 일어난 것이 아니겠나!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니 저것이 사라진다. 이치에 맞게, 순리에 맞게 생각을 훑어 내려오면 그럴 가능성에 도달하는 것이 별로 놀랄 일도 아니고, 다 그럴 수 있고 있었을 법한 얘기들인데 그 무슨 공연한 난리법석들이었는지, 나 원 참.  
   아무튼 그러다가 서양에서는 진실의 힘이 가까스로 신앙의 힘을 넘어섰던 것인지 우여곡절 끝에 과학이 지성계의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자 과학과 기술이 활짝 꽃피웟고 사회는 이를 적극 활용하여 전에 없던 부와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열강들은 이를 약육강식의 무기로 삼아 바깥으로 뻗어나가 미처 잠을 덜 깬 나머지 세계를 제 입맛대로 들쑤시고 잘라 먹었다. 그런데 종교는 어떤 태도로 이 새로운 사태를 맞아들였던가?

 

다윈 캐리커쳐


   종교는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과실을 따먹고 그에 업혀 가면서도 떨떠름하게 여기지도 않았으며 근본적인 반성은커녕 더욱 제 기존 주장에 집착하면서 기고만장하였다. 전세계의 기독교화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밀고 나가 거의 달성할 뻔하였는데 비록 시대가 변하여 그 기세가 이전 같지는 않다지만 당초의 목표를 전면 포기했다는 징후는 아직도 찾기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서양 세계에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해 준 실질적인 힘은 과학과 기술이었다. 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과학이 알아낸 일련의 진실, 앞서 거론한 진화론은 물론이고 지구의 나이, 생명의 발생과 우주의 탄생 등 지금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핵심 내용들을 애써 외면하기 일쑤다. 도대체 이러한 황당한(?) 이야기들이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였다는 성서, 특히 구약의 창세기 내용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신앙이냐 과학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여느 겨레의 창조 신화처럼 이스라엘의 창조 신화도 신화로서 끝났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이것이 그만 종교와 결합하였고, 그 종교가 여러 사정으로 끈질기게 경직화된 상태로 세계를 석권한데다 과학문명의 주류와 동일집단을 이루다 보니 모양이 좀 우습게 됐다. 
   구약은 그냥 놓아 버리고, 상징적인 비유로 받아들이고 신약의 예수님 말씀을 중심으로 그 깊은 속 가르침만 따르더라도 웬만큼 훌륭한 세계종교로서 손색이 없을 터인데 세상 일이란 그리 간단치가 않은가 보다. 보고 듣기에 좀 안쓰럽기도 한데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유전자 변형이 밥 먹듯이 이루어지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여러가지 앞뒤가 맞지 않은 볼멘 소리는 곁가지를 치며 여기저기서 꿈틀거린다.
   그 볼멘소리들을 크게 둘로 나누어 보자면 과학과 맞대거리 하며 끝까지 싸우자고 덤비거나 정신승리 하는 사람들이 하나요, 과학과 조금씩 타협하며 내어줄 건 내어주되 어떻게 해서든지 하느님의 섭리라는 것은 끝까지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하나다.

   그럼 그 첫번째 부류에 대해 훑어보자. 이들은 과학이 증명한 진리를 대놓고 무시, 외면하며 자기들의 무리한 주장을 늘어놓는다. 

 


1. 젊은 지구 창조설 (Young Earth Creationism)

   이들은 구약의 창조론을 절대진리로 고수하며 이것이 흔들리면 기독교 신앙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고 두려워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가 아니라 ‘진리가 너희를 흔들리게 하리라’이다. 창세기를 글자 그대로,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다고 믿는 극보수주의 세력이다.
   바이블을 문자주의적(축자영감설)으로 해석하여 이를 토대로 지구의 나이가  6,000 ~ 10,000년이라고 주장하며 하느님에 의해 처음 엿새 동안 모든 창조가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지구의 나이에 대해 이들이 들고 나오는 근거는 이러하다.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 2160년
   + 야곱의 나이 130세에 이집트 입국 
   + 이집트에서 430년 
   + 솔로몬 즉위까지 476년 
   + 솔로몬의 즉위는 BC 970년임 
   = 4166년 
   여기에다가 기원후 2022년을 더하면 올해가 지구 생긴지 6188년. 빙고!

   지구의 나이가 젊은 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지구의 나이가 만년이 안 되게 적으면 진화가 이루어질 틈새가 없어서 진화론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란다. 
   모든 종(種,species)은 하느님에 의해서 각각 따로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진화가 있었다면 중간 단계의 화석이 쭉 이어져 있어야 하는데 별로 없으므로 진화는 없었다고 주장한다.(실제로는 중간 화석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동위원소에 의한 나이 추정은 엉터리라고 믿으며 노아의 홍수는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믿는다.

   이들 중 일부가 미국에서 진화론과 자유주의 신학에 반대하여 창조과학회를 만들었는데 기존의 창세기 해석에 기반한 창조론적 믿음만 참과학이라고 우긴다. 이들은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창조를 과학으로, 내 눈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서 봉고차를 빌려 단체로 그랜드캐년 같은 곳의 지층 탐사를 다녀오기도 한다. 
   그 인도자들 중에 자연과학의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도 더러 있는데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법정의의 사도는 아니듯이 자연과학의 어떤 학위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 주장이 절대 진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반대 편의 쟁쟁한 학위 소지자들은 하늘의 별 만큼 많은데도 말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과 신학교(합신)가 창조과학회와 젊은 지구론을 지지한다

 


2. 성년창조론 (成年創造論, 성숙한 지구)

   이건 참 기발하긴 한데 기독교 내부에서도 반론이 심하다. 따지자면 하느님이 사기꾼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인고 하니 하느님은 전능하시기 때문에 실제로는 1만년 전에 창조하셨지만 창조하실 때 마치 45억년 전에 창조한 것처럼 후세의 과학자들에게 보이도록(성숙하게 보이도록) 자연의 증거를 조작, 일종의 속임수를 썼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실 때 갓난애가 아니라 성인으로 창조한 것과 같다는 논리인데, 아담과 이브는 아기 때나 아이 때가 없지만 그러면 이상하니까 하느님이 일부러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들의 머리에 조작해서 집어넣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애꿎은 하느님 모셔와 참 애 많이 쓴다고나 할까, 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 오랜 지구 창조설 (Old Earth Creationism)

   이들은 한 발 물러서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우주의 나이(빅뱅)를 인정하고 지구의 나이(45억년)도 일단 인정한다. 그러면서 이 긴 시간에 걸쳐서 개개의 생명체들이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모든 종(種, species)은 하느님이 직접 창조했다고 주장함에는 다름이 없다. 대진화(大進化, Macroevolution: 이를테면 원숭이와 인간의 공통조상)는 부정하지만 소진화(小進化, Microevolution: 종 안에서의 진화, 이를테면 가축의 품종 분기)는 인정한다.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적설계론(Intelligent Design)이 있다.
   마치 시계가 존재하려면 시계를 설계한 사람이 있어야 하듯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시계보다 훨씬 정교한데 신적인 설계자 없는 우연의 산물이라고는 절대 볼 수가 없다는 설이다. 윌리엄 페일리(William Paley 1743 ~ 1805)의 시계공 유추(Watchmaker Analogy)에 근거한 가설이다.
   얼핏 듣기에 뭔가 있는 듯 솔깃해 보이지만 뭔가 크게 잘못 알고 세운 가설이다. 
   가령 침판지가 마구잡이로 타자기를 두드리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 자도 틀리지 않게 쳐 낼 수 있을까? 하다못해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하는 시조 한 수는? 
   그 침판지가 일생 동안 자판을 두드려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열 마리가, 백 마리가, 만 마리가, 일억 마리가…, 대를 이어서 백 년 동안, 천년 만년 동안 일억년 동안, 수십억년 동안 쉬지 않고 그 짓을 한다면…? 
   그런데 유전과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생물계에서 이런 실험을 할 수 있는 생명체의 숫자는 너무 너무 너무 너무너무너무 많고…,  실험을 할 수 있는 그 시간은 너무너무너무 길다. 보통의 숫자로는 다루기 어려울만치 많고도 길다. 결론은? 
   황진이 시조는 물론이요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과학과 부딪침이 그나마 덜한 창조설들에 대해 알아보자.

1. 골격해석론

   청세기를 문자적이 아닌 문학적, 상징적 언어로 해석하자는 건데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2. 분리론

   과학적 발견과 신학적 믿음을 철저히 분리해서 진화라는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되 창조는 이와는 분리되는 형이상학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즉 차원이 다르니 서로 섞지 말고 둘 다 인정하자는 것인데 편리한 발상이기는 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대충 이런 식으로 살고는 있지만 어쨌든 어정쩡한 임시방편인 것 같다. 


3. 조화론

   진화를 창조의 한 방식으로 보아 진화의 과정에 대한 연구에 신학자들 역시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과학자들 논믄 데에 갈 신학자들이 있을지, 가도 끼워 줄 지 모르겠다.

4. 유신진화론 (有神進化論, Theistic Evolution)  / 진화적창조론 (進化的創造論, Evolutionary Creationism)
 
   과학과 신앙의 완전한 조화를 추구한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대부분 수용하고, 이 모든 과정이 신의 섭리에 의한 창조의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빅뱅과 진화(Macroevolution 포함), 이 모두가 하느님의 계획안에 있다고 본다. 
   이때까지의 적을 가만히 앉아서 내 부하로 만들어 버리자는 이론인데 사실은 그 반대가 더 자연스럽지 않나 한다. 곧 과학을 신학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하느님의 창조에 관한 이런 설들과 믿음을 과학적으로 분석, 해석하여 왜 그런 믿음을 갖게 됐나, 왜 굳이 그런 믿음을 못 버리나 따위를 밝혀내는 것이 더 소득이 있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이 유신진화론은 진화론을 바라보는 기독교의 한 입장을 대변하는데 종교와 과학 및 상식의 괴리로 혼란스러워 하던 기독교인 일부에게는 돌파구가 일단 열린 셈이다. 하느님이 DNA를 언어로 사용하여 진화를 직접 주관하였으며 빅뱅을 통하여 우주를 창조했다고 하니 말이다.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1950 ~ )가 유명하다.
   기독교가 이 정도라도 물밑에서 떠올라와 물위로 고개를 쳐든다면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상대로서 숨통이 좀 트일 것 같은데 아직은 물속으로 끌어당기는 내부저항이 상당한 모양이다. 
   이상이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대략적으로 살펴본 기독교계의 요즈음 상황인데 뭐든지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후손이 두고 두고 고생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안 그랬으면 재주도 있고 멀쩡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소용돌이에 빨려들어 그나마 머리를 써서 헤엄쳐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광경이라고나 할까! 
   예수님이 설마 사람들 고생시키려고 산상수훈을 비롯한 많은 설교를 하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의 말씀을 가져다 기독교라는 종교를 만든 그 뒷사람들이 그 당시 자기들 수준에 맞추어 짜 놓은 얼개가 한 번 콩크리트처럼 굳어지자 그 틀을 깨고 나오기가 21세기가 되도록 이렇듯 힘겨운 것이다. 
   이제는 기독교인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 이런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선포해야 한다. ‘창세기의 창조설, 그것은 진실과는 다르다고, 틀렸다고.’ 그리하여 세상과 자연의 실상, 참모습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그리고 알아야 한다. 우리 인류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우리 형제들을 죽이고 사촌 팔촌 등 친척들을 도륙해 왔으며 정겨운 이웃들을 사지로 몰아 넣어 왔는가를! 우리 인간의 번성이야말로 어찌 보면 지구상에서 수천년, 수만년에 걸쳐 일어난 팬데믹이라고 아니할 수 있을까? 죽어 넘어가 멸종되거나 가까스로 살아남은 수많은 다른 동물들이나 생물들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가 아니한가!

   창세기를 벗어나, 창조설을 던져 두고 우리 가까운 친척들부터 우선 돌아보자. 
   영장류(Primates) 495종의 족보를 보자면 크게 두 무리가 있다. 
   코가 굽은 곡비원아목(145종)과 코가 곧은 직비원아목(Haplorrhini 350종), 
   직비 중에서도 원숭이하목(Simiiformes 337종), 
   그 중에서도 협비원류(Catarrhini 177종), 
   그 중에서도 사람상과(Hominoidea 26종), 
   다시 그 중에서도 사람과(Hominidae) 8종이 있다. 
   이것이 진짜 창세기의 인류 창조 계보며 이 마지막 같은 가지에 살아남은 여덟 이파리가 제사라도 같이 지내는 우리 사촌 팔촌들이다. 그 많던 가지들 다 말라 죽고 죽고 누가 살아남았나?
   팔촌으로는 오랑우탄(말레이어로 숲 사람)이 있는데 보르네오 오랑우탄, 수마트라 오랑우탄, 타파눌리 오랑우탄이 살아남았다. 
   사촌으로는 고릴라가 있는데 서부 고릴라, 동부 고릴라 두 종이 살아남았다. 
   우리 형제인 2촌으로는 둘이 비슷하게 생긴 침팬지와 보노보가 있다. 
   그리고 1촌인 바로 나 자신, 사람(Homo sapiens)이 있으니 8촌 형제까지 치면 단 여덟 종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가까운 여덟 형제들 가운데 사람만 지구상에 넘쳐나고 나머지 형제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서 간신히 버티며 씨라도 받을 수 있을지, 이전에 불행히도 대가 끊긴 많은 일가붙이들처럼 영영 사라져 갈지 모르는 보호대상들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에도 단백질이 모자라는 가난한 인간들이 몇 근의 부시 미트(bush meat)를 얻겠다고 이들을 사하고 있다. 그리고 돈에 눈이 먼 밀렵꾼을 통해 처자와 생이별하며 노리개로 팔려 나가기도 하는데 먹고 자고 누울 보금자리는 파헤쳐저 가까스로 남은 식구들마저 설 곳을 잃고 있다. 산 채로 묶어 놓고 골을 파 먹는다는 어느 나라 엽기적인 식도락 얘기는 사실에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예전엔 그랬는데 이제는 그쳤는지 몰라. 
   제 좋다면 창세기도 창조론도 오케이, 하지만 다른 일 다 두고 이들 형제부터 구하고 볼 일이 아니던가! 진화론도 좋고 빅뱅도 다 좋은데 형제자매 모조리 씨 말려 놓고 나서 그런 이론이 무슨 소용이랴! 

 

오랑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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