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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2022년 7월호] 여름철 살림살이 / 진월스님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2.11.14|조회수32 목록 댓글 0

< 이달의 법문 >

 



여름철 살림살이

 

 


글 | 진월스님
( 북가주 고성선원 주석,미국국제불교협회 (IBAA) 이사회 부의장 )

 

 

 

7월을 즈음하여 녹 익은 여름철에 깊숙이 들어섰음을 본다. 음력으로는 유월이니, 이른바, 양기가 치승한 “오뉴월”의 늦은 달로서, 하루가 다르게 곡식 및 만물의 성숙도의 차이를 보이는 듯, 강인한 열정과 단련을 느끼게 하는 시절이다. 하지만, 북반구 지역에서 낮의 시간이 가장 긴 하지가 지났으니, 대서를 지나 한 달 쯤 뒤면 입추, 곧 가을이 닥아 오기 마련이다. 그 전에 세간에서는 이른바, 바캉스 기간으로 휴가를 즐기며 심신에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줄 안다. 불가 특히 동북아 선가에서는 이무렵 여름 안거를 서서히 마무리하며 정진을 한층 더 밀어올린 뒤 만행의 길에 나설 준비를 한다. 산승도 그 동안의 삶을 돌아보며, 회향을 위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로부터 “[인간 성숙에] 철이 들어야 한다” 하며, 시원찮은 사람을 “철이 안든/덜든 사람”이라 말해왔다. 수행자들은 “시절인연을 관[찰]하라”고 한다. 산승도 시절을 살펴보며, 나름 철드는 느낌의 생각을 나누어 보려한다.  
   산승은 이곳 캘리포니아 태평양연안산맥의 일원 산상에 고졸한 아란야를 지어서 “고성선원”이라고 자호한 뒤에, 조촐히 홀로 지내며, 인도에서 중국으로 온 보리달마 조사의 “면벽가풍”을 숨 쉬면서 나름 그 뜻을 살아내 보려고 시도해왔다. 어느덧 여섯 번의 봄-가을을 지냈고, 이제 일곱 번째 여름철을 살아낸다. “고성”이란 산승의 법사인 고암선사와 그분의 법사인 용성선사의 법호에서 한자씩 따서 붙여 만든 것인 바, 불법이 시작되었던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이르렀던 것을 이곳으로 전해온 인연 즉, 산승의 법맥을 나타내보이고자 한 의도의 표현이다. 샌프란시스코 이스트베이 내륙, 리버모아 시내로부터 17마일 포장도로와 2마일정도의 비포장도로를 통해 골짜기를 올라와, 3,000피트 산정으로부터 300피트 아래에 조그만 오두막 나무집을 짓고 비바람 눈보라를 피하는 선실과 우거로 삼아 지내왔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전기나 가스도 도달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소규모 태양광 발전과 축전시설을 통한 전력에 의지하여 지내는 불편한 생활조건이지만, “소욕지족”으로 자유롭게 참선에 침잠하여, 나름의 “안빈낙도”를 누려왔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된 현대, 장비와 물자가 풍부해진 오늘날, 누구나 예산과 의지만 있으면 아무리 높고 깊은 산중에라도 필요한 시설을 하여 편리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이를테면, 돈 많은 부자들의 별장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다. 토목 건축가들은 집을 지으려는 곳에, 먼저 크고 작은 길을 내며, 교통과 자재 운반의 기반을 마련한다. 만약 땅위에 길을 낼 수 없으면 헬리콥터 등 공중장비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어서 공사와 생활에 필요한 전기와 수도 등 필요한 시설을 인근 도시 마을에서 도입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자체 발전시설이나 관정 등을 통해 전력과 용수의 자급자족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 모두 재원확보의 문제이며, 기금이 충분하다면 사업 진행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 줄 안다. 필요한 건물을 지을 때에도, 용도와 취향에 따라 적당한 자재를 널리 구입하고 충분히 조달하여, 보기 좋고 편리한 구조와 시설을 마음대로 만들어 쓰고 즐길 수 있다. 
   고성선원을 창건할 때에, 산승의 기본 구상과 목표는 검박한 수행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 곳에는 이미 근처까지 길이 나 있었지만 전력은 주위로부터 연결이 어려워서, 문명과 소통하려면 별 수 없이 통용되는 바, 솔라시스템과 밧테리설치라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은 골짜기 샘물을 저장수통에 끌어올려 준비하였는데, 석회질이 많아 정수하지 않고는 음용수로서 부적합하여 문제없는 일반용수로만 사용하고 있다. 건물 외부 및 내부 자재는 필요한 만큼 재사용 가능한 중고물품을 조달하고 부족하면 로우스나 홈데포 등에서 구입하여 충당하였다. 건축 작업에 필요한 연장이나 도구가 없었기로, 새로 다 구입하기 어려워서, 목수 일을 하는 근처의 주민에게 요청하여 그들의 장비와 협조 덕분에 목재 판자 집을 직접 지을 수 있었다. 여러 해 전에 동부 콩코드에 가서 헨리 소로가 살았던 월든 호수가의 오막을 보았었는데, 그의 책을 읽고 그 의지에 공명을 느꼈으며, 그 절약 내핍생활도 될수록 많이 참고하였다. 
   초기에는 가능한 한 자급자족을 시도하기 위해 감나무와 사과나무 등 여러 유실수도 심었고 채소도 가꾸어 보려했지만, 노루와 토끼 등 산짐승들의 침해가 심하여 보호막이나 그린하우스 등의 시설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하였기로, 그렇게 하기를 포기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씩 시내에 내려가 저렴한 농산물점포에서 필요한 만큼 장을 보아 왔다. 혼자 사는 식사인지라, 음식조리는 가능한 한 자제하고 하루에 한두 끼 정도 간소하게 요기함으로서 식자재와 취사시간을 최소화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생존을 위한 의식주문제는 별 어려움 없이 단순하게 해결하며, 수행에 집중할 수 있는 친자연환경적 삶을 즐기게 되었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베이지역의 동부 내륙 산간이라, 기후와 온도가 다른 곳과 사뭇 다르다. 시원한 해변지역은 물론 만역의 온화한 분위기보다 큰 차이를 보이니, 여름 더울 때에는 다른 곳보다 한층 더 덥고, 겨울 추울 때는 한층 더 춥다. 리버모아 시내에는 비가 내릴 때에 이곳에는 비가 오지 않거나 눈이 올 때도 있고, 다른 곳에 꽃과 잎이 필 때에도 이곳은 아직 보이지 않는 등, 특이한 온도와 시차를 보이고 있다. 재작년에는 이 지역에 산불이 나서 수십 만 에이커가 탔고, 고성선원에도 화마가 찾아왔으나 주위에만 휘돌았고 감히 선실에는 침입하지 못했다. 불보살과 선신들의 위신력이 작용한 보호와 가피로 여겨진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이곳 산위에서 지낸지 여섯 번 해가 바뀌었고, 만물은 무상하니 산승도 이른바 고희를 지내고 칠순중반에 이르러, 체력과 면역력도 점점 약해짐을 면하기 어려움을 안다. 특히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지내다가, 근래에 보이는 “독거노인 고독사”처럼 급작스레 변고가 생기어도 응급조치까지 쉽지 않은 실정을 아는 지인들의 우려와 다녀갔던 시내 도반의 하산 충고도 그 수위가 높아짐을 느낀다. 상황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지라, 이제는 자연스레 시절인연에 따라서 새롭게 바람의 방향에 따르는 운수납자의 도리에 맞추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느 곳으로 회향하게 될지 담담히 인연의 성숙을 기다려 보며, 이 여름을 지내는 중이다. 어떠하든 이곳생활을 정리하려면 다소의 시간은 소요될 것이다.
   산승은 이른바 북방 대승불교 전통에서 수행하여왔다. 그 내용을 되새기며 생각을 다소 나누어 보고자 한다. 대승불교의 특징은 보살행을 강조한다. 이는 스스로는 물론 남을 깨우치며 함께 성불 해탈하여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 하는 것으로, 그를 위해 지혜와 자비를 완성하려는 노력을 가리킨다. 보살행의 큰 틀은 육바라밀로 요약된다. 여섯 가지 덕목으로 수행을 완성하여 불교의 이상세계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간단히 열거하자면, 첫째는, ‘보시’로서 ‘널리 베풀라’는 것인데, 재물과 불법의 진리를 나누며 위안을 주어, 남을 돕고 깨우치며 평안하도록 함이다. 둘째는 ‘지계’로서 ‘계를 지니라’는 것인데, 생각과 말과 행동을 윤리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함이다. 셋째는 ‘인욕’으로서 ‘욕을 참으라’는 것인데, 설사 부당한 처우라도 평화적으로 대응하고 감내하며 극복함이다. 넷째는 ‘정진’으로서 ‘올 곧게 나아가라’는 것인데, 수행 등 올바른 일을 부지런히 꾸준하게 해나감이다. 다섯째는 ‘선정’으로서 ‘참선 등 마음수행을 하라’는 것인데, 명상과 사유 및 직관으로 마음을 맑히고 안정을 이룸이다. 여섯째는 ‘지혜’로서 ‘어리석음을 밝히고 슬기로워라’는 것인데, 실상을 바로 보는 통찰력과 분별력을 갖추어 상황의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는 힘이다. 대승행자는 누구나 인연과 실정에 맞추어서, 저 가운데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거나 전부를 다 함께 실천하여 그 목적을 완성하며 실현해 나가야 할 줄 안다.
   여름철은 대부분 무더위에 시달리며 피로에 지치고 번뇌로 들떠 흔들리기 쉽다. 되도록 움직임을 자제하며 조용히 안거하여 ‘선정 바라밀’ 즉, 참선 명상 등으로 차분히 마음 수행을 이루어 나감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더위로 심신이 나른해지며 만사가 귀찮아지고 수행도 나태해지기 쉬운데, ‘인욕’과 ‘정진’의 바라밀로 뒷받침하고, ‘보시’와 ‘지계’도 능력껏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정진에 어려움이 생기고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 선지식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생존한 분을 방문하거나 없으면 관련분야 경전과 조사어록을 거울삼아 성실히 자성 반조하고, 당면 문제해결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자연의 운행차제에 따라, 더위를 피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계절에 맞는 수행과 알찬 생활의 방법으로 선정바라밀 즉, 참선을 권하며, 그 성취의 보람을 고요하고 시원하게 누려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의 전통 참선법은 간화선 또는 화두선 즉, 화두 참구함을 으뜸으로 내세운다. ‘화두’란 ‘말머리’로서, 하나의 결정적인 말을 통하여 그 말이 나온 마음을 알아보는데 쓰는 연장이다. 흔히 선사 또는 도인의 언구를 활용하여 참구함으로서 그 도인의 발언한 의지에 직접 계합하려는 노력이 ‘화두선’의 본령이며. ‘간화선’이란 ‘화두 봄’을 강조하는 선법으로서, 논리로 분석하거나 알음알이로 천착하지 말고, 직관적으로 응시하여 전체적으로 사무쳐 깨침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행함이 가장 빠르고 깊게 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여, “경절문”이라고 일컬어왔다. 비록 쉽지는 않지만, 지시가 단순 명료하니, 누구나 발심하여 도전해 볼만한 지상과제라 할 수 있다. 참구하는 화두가 없는 이에게 산승이 하나를 나름 보시하고자 한다. 한 수좌가 동산수초선사에게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물으매, “삼 세 근이니라.” 대답하였으니, 그 뜻이 무엇인가? 사무치게 참구하여 수초 도인과 하나 되어 견성과 해탈자재의 기쁨을 누려보기 바란다. 이른바, “직지인심 견성성불”을 체험하며,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화두로 단련하여,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이, 한없이 시원하고 통쾌함을 즐겨보기를!
    여름을 시작했던 지난 5월, ‘부처님 오신달’에 산승은 캘리포니아주 남쪽 아일드와일드 성안산 금강선원,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학림사 오등선원, 버지니아주 아난데일 법화사, 워싱턴디씨 백악관 등지에서 베삭절 봉축행사를 하며 세계평화를 축원하였다. 6월 ‘호국보훈의달’에는 ‘의병의날’과 ‘현충일’ 및 ‘6.25전쟁기념일’을 지내며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선열들을 기리고 추모하면서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7월은 ‘수행정진의달’을 삼아, 무더위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며 내공을 다지려 한다. <미주현대불교> 독자 여러분들도 각자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참선명상 인욕 정진 및 보시 지계를 지혜롭게 수행하며, ‘수처작주 입처개진’ 즉, 머무는 곳에 따라 주인 노릇을 잘하고, 서있는 곳마다 진실하게 살림살이를 잘 꾸려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른바 “화중생련” 즉, 불속에서 연꽃을 피워내듯, 자연환경의 무더위와 세간의 열뇌 속에서도 한 생각 잘 돌이켜서, 출세간 수행의 수승한 청량함을 나름 사무치게 누려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나무 본사석가모니불! 제존보살마하살! 역대조사선지식!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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