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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미주현대불교 2023.2월호] 이달의 법문-인궁스님

작성자무량수|작성시간23.03.23|조회수49 목록 댓글 0

 

 

 

梅.花.香.氣

글  仁 弓스님
(뉴욕맨해튼 조계사 선원장/이사장)

 

 

생사해탈 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어니
불조심법 굳게 잡고 한바탕 애쓸지어다
塵勞泂脫 事非常 緊把繩頭 做一場
한겨울 추위 한번 뼈속에 사무치지 않고서
어찌 매화꽃이 코 찌르는 짙은 향기 얻으리
不時一番 寒徹骨 爭得梅花 撲鼻香
나무가지에 매달리는 것 귀한 일 아니니
벼랑에 매달린 손을 놓아야 대장부라 하리
得樹攀枝 未足貴 懸崖撒手 丈夫兒
<黃蘗希運>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끝으로 내닫는데 한 살림 오롯이 여여한지 스스로 살펴야 하겠습니다. 윤달을 앞두고 동안거가 일찍 해제를 맞이했는데 정진을 계속 이어서 하시는 대중도 있으며 만행으로 선지식을 참방하고 공부를 묻는 이들도 있겠습니다.
결제와 해제가 계절마다 열고 닫지만 이 공부는 끊임이 없어야 하고 마침내 쉴 것도 없을 때라야 진정 쉬어졌다고 말하겠습니다.
옛 어른께서 말씀하시길, 생사해탈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부처님과 조사스님의 골수심법을 최상승의 법으로서 대신심을 내어 한바탕 멋들어지게 정진해보라고 하십니다. 후대의 간화선풍에서는 활구참선 용맹정진을 말한다고 하겠습니다.
천하에 참선납자는 많으나 신심으로 법을 묻는 자가 드물고 원력으로 선지식을 찾는 이는 더더욱 드물다고 합니다. 미리 그려놓은 점수판에 분별을 채워서는 법을 묻고자 간절히 엎드리지 않고 눈먼 장님으로 나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바로 옆
도반마저도 때로는 나에게는 선지식이 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법을 구하고 도를 찾는 이는 범부성인, 높고 낮음의 분별을 버리고 선악시비에 휘둘리지 말고 호오애증의 굴레에서 벗어나 순수한 구도심으로 내장을 다 드러내어 ‘죽이든지 살리든지 알아서 하십시오!’하고 법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나마 그래야만 한 소식이라도 듣고 한 가닥이라도 갈피를 잡을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예로부터 선문에서는 매일 참방하고 매일 묻고 매일 경책 받고 다시 가행정진하면서 한 철에 여럿이 혜안을 열었다고 하
니 참된 공부인들은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공부에 대신심을 내었다면 이제 대용맹심을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화두활구가 가슴에 맺히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절실하고 간절한가, 머리로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기필코 밝히려는 불타는 심정이 사무치도록 집중이 지속되어야 활구가 불이 붙게 됩니다. 이 공부는 흔히 명상에서 말하듯 마음의 고요, 힐링, 휴식, 원기회복 등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다겁생의 수없는 업연과 번뇌고의 장벽을 단번에 뚫고 들어가서는 무
심의 활력으로 온전히 해체해 버리는 가장 강력한 전투태세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만 명의 적군을 맞아 맨몸을 뚫고 나가려는 전사와 같은 심장이 필요하며 천 길 벼랑에 매달려서도 두 손을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의심의 상
황이 의정으로 의단으로 익어가는 것입니다. 참선수행을 한다고 하면 활구의 길로 진입하여 의정에서 의단으로 진입하는 방법을 스스로 참구를 해보고 막히면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용맹스럽게 처절하게 뛰어들어야 문고리가 잡히고 열어젖힐 수 있는 것입
니다. 마침내 목숨마저 내놓는 결단으로 치고 나가야 합니다. 한겨울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고 나서야 이른 봄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벼랑에서 매달린 손을 놓아야 대장부라고 하였습니다.
흔히 經은 부처님의 말씀이고 禪은 부처님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直指人心 見性成佛을 모토로 禪의 종지는 그렇게 장엄하게 전해지고 있으니,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서 보는 그 성품이 온전한 부처님’임을 고구정녕히 일러주시고 계십니다. 만물이
이 마음의 나툼이고 마음을 떠나 법을 말할 수 없고 마음으로 근본을 삼는다고 하였습니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요, 부처 중생이 둘이 아닌 것이 일체가 부처님의 대적정 해인삼매에 들어있음입니다. 텅 비어서 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그 맑고 고요함 가운데 미묘한 나툼이 있으니, 마치 온 세상이 꽃으로 만발한 것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일거수일투족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무수히 나투는 것이 모두가 문수보현이요 관음지장의 모습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화엄삼매가 온 법계를 장엄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설령 희노애락에 휘둘리는 순간에도 탐진치 삼독에 속는 가운데에도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으며 종일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괴로움에 가슴 쓰리는 순간에도 부처님 품을 떠난 적이 없으니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없으며 선악호오에 생멸하는 자리가 아닌 곳입니다. 누구에게나 허락되어 있고 누구나가 누리고 있고 누구나가 주인인 자리이니 부처님의 아들딸이라고 이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 있습니다. 이보다 놀랍고 기쁜 소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동안 사람 몸 받기 어려웠으며 겨우 사람 몸 받아서도 이 도리 몰라서 수 백 생을 보냈으며 불법을 만났어도 제대로 정진해서 이 도리를 깨우치지 못하고 몸 바꾼 생이 그 얼마입니까? 어깨너머로 들었어도 사무치게 맛을 봐야 할 것인데 알음알이로 혹은 문자놀음으로 세월 보내서야 어찌 부처님 은혜를 갚을 수 있겠습니까?
집도 필요하고 살림도 챙겨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할 일은 태산 같으나 금생에 불법 만나서 목숨 걸고 정진해보지 못하고 눈감는 날을 맞이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마다 어울리다 보니 탐욕에 속고 성냄에 속고 어리석음이 치성해서는 얇은 귀를 따라서 세 치 혀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악업을 짓고 복을 까먹고 있으니, 그동안 지은 복덕이 허망해지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대분심 위에 대의심입니다. 본래 부처요 일거수일투족이 참 성품을 떠난 적이 없으며, 부처님의 삼매인 해인삼매요 근본삼매를 떠난 적이 없이, 움직임 하나하나가 화엄삼매에서 나투고 있음을 안다면 그 정체가 무엇인지 이제는 기필코 밝혀
내고야 말겠다는 대분심을 내야 합니다. 그 근본자리를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온 심정으로 밝히고자 집중해 들어갈 때 대의심이 불붙게 됩니다.
옛 선승들은 공부하다 하루해가 다 가면 다리 펴고 울었다고 합니다. 그 간절함으로 참구할진대 어찌 매화향기 가득한 봄소식이 없겠습니까? 수선납자들이여, 모두 용맹심으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仁弓

 

 

 

 

인궁스님  한국에서 선방을 10년간 다녔다. 동국대에서 선학과 박사과정 수료.
                도미: 2020년 3월에 뉴욕 원각사로 도미.
                설법과 참선지도: 뉴욕 원각사 선원장을 거쳐 맨
                하탄 조계사에 주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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