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멈추는 법 - 명상
글 상욱스님
2011년 자우스님을 은사로 사미니계 수지,
봉녕사 승가대학 수학
2016년 비구니계 수지, 위봉사,
대원사에서 제방 참선 수행
2019년~ 영화 선사의 지도하에 수행 정진 중
때때로 우리는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원인을 바깥에서 찾습니다. 돈이 없어서 직장이 없어서 혹은 몸이 아파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가족 때문에 행복하지 않습니다.
상사 때문에 행복하지 않습니다. 내 주변에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내가 불행한 원인은 항상 바깥의 내가 처한 상황 혹은 다른 사람 탓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내 불행의 원인을 바깥으로 돌리다 보면 과연 내가 언젠가 행복할 날이 올까요?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깥 상황과 경계는 나의 기대나 바램과 어긋나게 펼쳐지고 다른 사람들이 내 뜻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영 행복하지 못하고 늘 불행해야만 하는 것인가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어서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요?
한번 가만히 들여다 봅시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의 근원은 바로 나의 생각입니다. 내가 생각합니다. 직장이 없어서 괴로워. 남편이 혹은 아내가 나를 힘들게 해. 여기서 누가 괴롭다는 생각을 하나요? 바로 자신입니다. 바깥 상황은 단지 주어진 상황인데 내가 거기에 내 생각을 덧붙입니다. 예를 들어 돈도 없고 직장도 없습니다. 그러면 대개 사람들은 불행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돈도 없고 직장도 없는 상황은 단지 주어진 중립적인 상황입니다. 거기에 내가 ‘이건 불공평해’, ‘남들이 부럽다’, ‘나는 너무 무능해.’ 등등의 내 생각을 더해서 불행합니다. 결국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상황에 더하는 이러한 생각들입니다. 만약에 내가 이 생각들을 멈출 수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상황에 대해 희생양이 되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나는 괴로움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럼 이 생각들을 어떻게 멈출 수 있습니까?
생각을 멈추는 것은 쉽지 않지만 명상 훈련을 통해 가능합니다. 특히 필자는 여러가지 명상법 중에서 결가부좌 명상을 권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명상법으로 큰 효과를 경험하였습니다. 결가부좌 명상법은 왼쪽 다리를 오른쪽 허벅지에 올리고 오른쪽 다리를 왼쪽 허벅지 위에 올립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리에 참기 힘든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처음 이 자세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자세로 명상을 하면 집중하기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이 자세가 기존의 명상법에서 하는 자세와 달라서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이 자세를 꾸준
히 연습하고 훈련하면 오히려 반가부좌나 평좌보다 집중력이 탁월하게 좋아짐을 경험합니다. 왜냐하면 이 자세를 하면 통증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개 호흡이나 화두 혹은 단전에 집중하는데 통증에 집중한다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명상의 목적은 결국 우리 안에 있는 잡다한 생각들을 가라앉혀서 본래의 청정한 마음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명상을 하다보면 마음은 혼침과 산란이 가득하여 명상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결가부좌 수행에서 통증에 집중한다는 것은 이런 목적을 더 빠르고 쉽게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입니다. 잠깐만 이 자세로 한 번 앉아보세요. 몇 분만 지나지 않아도 머리속은 오직 아프다는 생각 하나로만 가득할 것입니다. 그 상태에서 다리를 풀지 않고 내가 최대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봅니다. 그러면 머리 속의 다른
생각들은 사라지고 오직 아프다는 일념으로 인해서 머리가 맑아짐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결가부좌 수행을 통해서 우리는 생각을 멈출 수 있는 힘을 쉽게 기를 수 있습니다.
결가부좌의 또다른 이점은 하루종일 일어나는 생각으로 탈진한 에너지를 쉽게 보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 종일 머리 속에는 생각이 돌아다닙니다. 생각은 우리의 육근으로 접하는 경계에 따라 자동적으로 일어나고 자동적으로 사라집니다. 좋거나 싫거나 중립적인 감정, 온갖 분별과 생각들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웁니다. 이런 생각은 사실 우리 에너지를 고갈합니다. 그래서 머리를 혹사하고 생각을 많이 하면 쉽게 지칩니다. 특히 탐진치의 부정적인 생각들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됩니다. 필자가 제시한 방식의 결가부좌를 하면 우리 몸에 양기를 활성화시킵니다. 그래서 생각으로 고갈된 체력을 금방 회복할 수 있게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이 지칠 때 과도하게 일해서 몸이 피곤할 때 이 결가부좌 자세를 취해보세요. 매일 매일 조금씩 연습하면 몸에 에너지가 더 생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결가부좌를 통해서 우리는 삼매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은 삼매에 드는 것입니다. 삼매에 들면 바깥의 경계들이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습니다. 내가 여전히 바깥 경계에 흔들리고 괴로워한다는 것은 아직 나의 삼매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결가부좌 수행을 하면 아픔에 집중함으로써 삼매의 힘이 자연적으로 커집니다. 이 삼매의 힘으로 우리는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마음을 갖출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합니다. 행복은 짧고 고통이 가득합니다. 그것이 이 사바세계의 특징입니다. 어렵고 힘든 사바세계에서 고통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통과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 힘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명상입니다. 명상 수행을 통해서 우리는 생각에 끄달리지 않는 힘, 생각을 멈추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시간을 내서 명상 수행을 해야 합니다. 틈틈히 앉아서 일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공부를 할 때 한번 결가부좌 자세를 해보세요. 처음에는 불편하고 싫지만 꾸준히 이 자세를 연습하고 수행하면 여러가지 좋은 점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 수행을 하면 분명 수행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