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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미주현대불교 2023. 7월호] 이달의 법문-진월스님

작성자무량수|작성시간23.10.04|조회수75 목록 댓글 0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

 

글 진 월 스님
(북가주 고성선원 주석, 미국국제불교협회 (IBAA) 이사회 부의장)

 

 

 

 

 

 

어느덧 올해도 절반의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양력으로는 7~8월이 음력으로는 오뉴월로 한달쯤 차이를 보이는데, 예로부터 “오뉴월” 햇볕은 한나절로도 식물 성숙의 차이를 보인다고 할 정도로 더위가 심할때이고, 7~8월은 학생들에게는 여름 방학, 직장인들에게는 휴가철로 인식되고 그렇게 적응해 온 줄 압니다. 낮이 가장 긴 하지 절기가 지났지만, 그 때의 열기가 잠재적으로 작용하여 가장 더운 기간인 소서와 대서의 절기를 거쳐 입추와 처서가 지날 때까지 여름은 그 열기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겪어 본 경험을 거울삼아서 올해의 여름철도 다가올 무더위를 잘 이겨내며 단련의 기회로 삼아 성장하고 숙성하는 정신적 승화의 보람을 누리도록 슬기롭게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여름 더위 때에는 이른 바 “피서”로 도시의 집을 나와 바다나 호수 및 강 등의 물가로 가거나 산이나 숲 등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쉬는 경향이 있지요. 이는 인공의 문명주거시설들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천연의 상쾌함과 시원함을 누려보려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도 원래 자연적 요소로서 구성되었고 대자연의 일부이므로 본래 “자연친화적”일 수밖에 없고, 마음과 감정도 그래야 제대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줄 압니다. 이제 인간이 천연 환경 속에서만 살 여건이 되지 못한 문화상황에서, 당분간 또는 잠시라도 자연 속에 들어가서 지내면, 잃었거나 잊었던 본성을 회복하고 인공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은 생리 의학과
정신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요즈음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시내를 벗어나 자연의 맑은 공기와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의 건강과 휴식 및 안정을 누릴 수 있다고 짐작이 됩니다.
한국이나 미국을 막론하고, 자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그 속에서 조촐하게 살아가고자 지향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줄 압니다. 미국에서는 그러한 삶을 생각할 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으로서 헨리 데비드 소로우(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북미동부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돌아갔습니다. 보통 철학자·시인·수필가로 알려진 그는, 당시 그곳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동양적 보편진리로서 불교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찾아 소개하려는 노력도 하였다고 알려지고 있지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에 가업인 연필 제조업에 동참하였었고, 목수일과 교사 및 측량 업무 등에도 종사했지만, 평생 일정한 직업에 오래 정착하지 않았고 산책
과 사유를 즐기며 스스로 연구와 공부에 매진했다고 전해집니다.

 

<자연>의 저자인 초월주의자 랄프 왈도 에머슨 등과 친분을 맺었으며, 나름대로 탐구정신을 실현해 갔지요.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월든-숲속의 생활   Walden: the Life in the Wood> (1854) 은 1845년 3월부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기 시작하여, 같은 해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2년 2개월에 걸쳐 숲 속에서 혼자 지내며 썼던 것을 정리한 작품
이며, 그 사상은 이후 시대의 시인과 작가 및 자연 환경운동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옵니다. 그의 사후에 <메인의 숲 The Maine Woods>(1864년)과 <케이프 코드 Cape Cod> (1865년) 등의 그 자신의 여행기와 자연을 쓴 에세이 및 일기와 서간집 등 많은 작품이 출판되었는데, 그 내용들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주제로 한 것이 많고, 자연 문학(Nature Writing)의 범주에 자리매김 됩니다.
소로우는 개인적 체험과 사색에만 머물지 않았고 사회적 상황에도 관심을 보이며, 부당한 시민 정부에 대한 합법적인 개인의 저항을 주장한 에세이 <시민 불복종 Resistance to Civil Government> (1849)을 통해, 1846년 7월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고 정부의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여 투옥을 당한 경험을 생생히 그리면서 노예 해방과 전쟁 반대의 신념을 밝
히기도 하였습니다. 그 사상과 방법은 다음 세기에 돋보이는 러시아의 톨스토이,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미국의 마르틴 루터 킹 등의 비폭력 평화 및 민권운동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적극적인 사회 참여의식의 선구자로도 인식됩니다.
숲속에서는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며 그와 하나가 되려하고, 사회 속에서는 공동체 의식으로 불의를 비판하며 과감하게 저항하는 행동으로 양심적 지성과 감성의 모범을 보여주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의 사상적 영향과 정신적 유산은 후대의 미국 국립공원 제정 등 공공적 자연 환경 보호 및 만민평등과 자유 및 평화의 인권 개선을 위한 법적조
치가 이루어지도록 예언자적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아울러, 근래의 물질 만능과 소비 지향적 풍조 및 무한 경쟁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소욕지족
과 근검절약의 생활 방식 및 자연 섬김과 인간 살림의 추구가 필요함을 일찍 경고하고 제시하였다고 생각됩니다. 그의 삶의 사상과 방식은 매우 불교적이라고 느낍니다.
십대후반에 출가하여 칠십대 중반에 이른 산승은, 학문과 수행 및 교육 과정에서 불교의 현실적 적용에 관심을 갖고 나름 회향의 방도를 모색해 왔습니다. “삶이 곧 메시지이다”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표현처럼, 산승도 이즈음의 살림살이도 그대로의 메시지로 보일 수 있음을 감안하여, 어떻게 함이 산승다운 삶으로 합당하고 자연스러울지를 성찰해오고
있습니다. 누구나 지적하듯이, 말하고 주장하는 만큼 실천하려는 노력이 귀한 현실에서, 중도와 연기를 바탕으로 수행자의 바른 길을 가는 이의 삶의 모습과 그 메시지가 조화로워야 할 줄 압니다. 오늘날 지구촌의 분위기와 우리사회의 상황을 살펴보면, 지금의 대부분 관행적 생활방식은 적절한 변화 없이는 미래에 지속이 가능하기 어려울 것임이 판명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상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려면 자신부터 합당하게 변화하여야 함도 분명합니다.
조금 부족하고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적게 쓰며 섬기고 나누는 공동체를 배려하는 삶을 살 필요가 절실하다고 미래학자와 선각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산승은 붓다의 가르침이 이 시대의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의 가르침과 삶을 본받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한다면 개인을 포함한 지구 생명 공동체의 건강과 평
화가 실현되리라 생각합니다.

 

 

 

피서는 우선 물리적인 몸의 측면에서 이루려 하여 시원한 물가나 숲속을 찾고자 함이 자연스럽겠지만, 동시에 마주하는 기후와 상황을 느끼고 대처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할 줄 압니다. 쉽게 찾아갈 마땅한 자연환경이 갖추어져 있으면 다행이려리니와, 만약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더디더라도 그를 마련하도록 노력하여야겠고, 나름 주어진 조건을 합당하게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겠지요. 아무튼, 물리적 자연을 잘 가꾸고 아낌은 물론, 삶의 목적과 가치 및 의미를 성찰하고 추구하는 건전한 의지가 필요함에 유념하여야겠습니다. 누구나 외적 세상의 거친 흐름에 휩쓸려 질주하기보다 내적 세계에 중심잡고 고요하게 안정을 이루는 삶이 더 급하고 필요한 줄 압니다. 비움과 나눔 속에 차원 높은 충일과 공감을 느끼고, 고독 속에서 영적 기쁨을 누리는 자연친화적 살림살이, 조촐하지만 만족과 여유를
즐기는 삶을 이루고 자기실현의 보람이 크기를 희구해 봅니다. 장마와 무더위를 지낸 뒤의 맑고 시원한 가을을 내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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