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세계불교⑫
태국불교의 승가교육
양대 고등교육기관 산맥
‘마하출라롱콘’·‘마하마쿳’ 불교대학
태국불교는 상좌부의 적통을 계승한 정통성
있는 불교다.’라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태국불교의 승가교육을 한번 살펴봄으로써 태국의 현대불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실, 태국의 사찰은 도시나 시골을 망라해서 마을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데, 이것은 불교 본래의 종교적 기능인 출가 승려들의 수행과 포교의 기능만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교육이나 복지까지도 담당하고 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방콕 시내의 큰 절들은 대개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복지단체를 산하에 가동시키고 있다. 일정부분 국민의 교육을 담당하고 복지활동까지 하고 있다는 증좌이다. 태국사회가 발전하면서 국민의 기본의무 교육은 정부나 지방정부의 몫이 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사원이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으며, 시골에서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의 큰 사원은 자체 화장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이런 장례문화도 사원에서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태국의 불교사원은 민중과 깊숙이 상호 관련되어 있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데 가보면, 교회나 성당 마당이나 심지어 예배당 안에 무덤이 있을 정도로 기독교는 시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도 무덤이 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태국불교는 이처럼 민중을 위한 종교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사찰에서는 오직 출가자만을 위한 다비문화가 있어왔다. 물론 조선시대 같은 경우에는 유교적 장례문화가 지배하고 있었기에 불교사찰에서는 스님들만을 위한 화장에 의한 부도를 조성했다고는 하지만, 같은 동아시아 불교권이면서도 일본에서는 근대기에 사원에 납
골당을 설치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아무튼 남방 상좌부 불교권에서는 태국만이 아닌 캄보디아 라오스 불교 전통은 비슷하다고 본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천장(天葬)제도가 있을 정도이다. 이제 태국불교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알아보자.
태국불교가 국민교육을 일정부분 담당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는 태국불교의 승가교육에 집중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아직도 태국의 농촌에서는 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특히 농촌출신들은 도시로 진출해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많은 수의 소년들이 도시로 진출해서 출가 승려가 되어서 교육을 받든지 아니면 사찰에서 심부름을 해주면서 학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20만 명 정도의 승려들이 이런 케이스에 해당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어린 사미승들이 불교와 관련된 과목뿐 아니라 중등교과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전국의 사원에 부속되어 있다. 태국에는 현재 두 개의 큰 불교대학이 있는데, 마하출라롱콘 불교대학교만도
2만 명 이상의 승려들이 공부하는 현대식 교육제도에 의한 대학으로서는 세계에서 승려학생 수가 가장 많다고 하겠다.
태국 불교에서 승가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양대 산맥은 마하출라롱콘 불교대학교와 마하마쿳 불교대학교이다. 두 불교대학교는 국립대학교로서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으며, 재학생은 거의가 비구 승려들로서 학비는 무료이다. 두 불교대학은 태국 전역에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학사 석사 박사과정까지 개설되어 있고, 태국 승가의 고등교육을 담담하며, 불교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마하출라롱콘 불교대학교는 1887년에 설립되었으며, 비구 사미 일반재가 신자까지도 입학이 가능하며, 또한 국제부를 두고 해외에서 온 유학승과 유학생도 받고 있으며, 해외에도 몇 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는데, 한국 부산에도 있다. 마하마쿳 불교대학교는 1893년에 설립되었으며, 종교 철학부, 인문학부, 사회과학부와 교육학부 등을 두고, 비구들이 전공별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1987년부터는 석사과정을, 2005년에는 박사과정을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필자도 1980년 대 초, 방콕 소재 마하마쿳 불교대학교에서 잠시 수학한 바 있다.
태국 승려들은 다수가 국내에서도 수학을 하지만, 인도유학을 선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호주 등지의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승려들도 상당수이다. 이런 결과로 많은 수의 승려들이 빨리어 산스크리트어에 대한 전문 경전어는 물론 영어에 능통, 국제심포지엄이 수시로 개최되고 해외학술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태국불교가 이처럼 일찍이 근대식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을 설립한 것은 태국의 근대화와 군왕들의 승가교육열에 기인하고 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식민지를 경험하지 않고, 오히려 서구열강의 식민정책을 계기로 빠른 근대화를 이룩하고, 개항과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근대화의 주역인물이 바로 라마 5세인 출라롱콘(1853~1910) 대왕이다. 그는 서구교육을 받았고, 시암(태국)의 근대화를 견인한 주역이다.
인도 亞 대륙과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유럽의 식민지가 되었지만, 태국은 예외였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완충지대로서의 지정학상의 이유도 있긴 했지만, 출라롱콘 대왕의 지도력과 외교력으로 非 식민지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불교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출라롱콘 대왕의 부왕은 라마4세인 몽쿳 왕이다. 몽쿳 왕은 27년간
왕자의 신분으로 비구 승려 생활을 했고, 태국불교를 개혁했고, 출라롱콘 대왕은 부왕의 불교개혁과 근대식 승가교육제도를 도입, 19세기 말경에 보수진보파의 두 개의 불교대학을 설립하는데 용단을 내려 전폭 지원했다.
동남아시아를 가보면 태국국민들은 식민지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이런 국민성은 태국 불교의 승려들에게서도 나타난다. 태국의 비구들을 만나보면 직접 발설하지는 않지만, 이런 맥락에서는 자긍심이 강하고, 인도의 원형불교의 적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사실, 버마 또한 상좌부의 적통이지만, 버마가 아유타를 강타해서 태국의 중세불교를 말살시켰기에 태국에서는 버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버마는 같은 상좌부이지만 태국보다는 애증의 강도가 약하지만, 상호교류를 꺼리는데 최근 들어서는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