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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미주현대불교 2023. 9,10월호] 가을살림 / 글 진월스님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3.12.12|조회수14 목록 댓글 0

 

 

-이달의 법문-

가을 살림

글 진 월 스님
(북가주 고성선원 주석,

미국국제불교협회 (IBAA) 이사회 부의장)

 

 

이제 가을입니다. 올해 지구촌 북반구의 대부분 지역에서 지나간 여름이 기후와 온도를 과학 기술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기 시작한 뒤로 가장 무더웠었다고 합니다. 그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7~8월을 보내고 이제 9~10월을 맞으며 시원한 가을을 예상하고 기대합니다. 언제나 누구든지 괴로움과 어려움을 거친 뒤에 맞는 즐거움과 편안함이 진정 새롭게 음미되고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줄 압니다. 잡철이 풀무로 달궈져서 망치로 두드림을 당하기를 여러 번 거쳐서야 쓸모 있는 강철이 되듯, 사람에게도 용맹정진의 힘든 인격 수련기간을 지내고 나서야 몸과 마음이 강하고 정제된 성숙의 단계에 오르며, 지혜와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겠지요.

 

무더위 속에서 농작물을 생산하거나 공장에서 물건을 제조하는 분들이 그 결실의 수확과 가공품 산출의 보람을 누리듯, 산중에서 전통적 여름 안거를 성실히 한 수행자는 그 성취를 즐기며 세상에 회향하고 널리 나누며 봉사하는 기회를 통하여 스스로의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리라 짐작합니다. 추석을 즈음하여서 세상에서는 가족들이 모여
서 조상의 은혜를 되새기고 감사하며 우애를 다지듯이, 출가자들은 수행공동체 안에서 불조의 은덕을 기리며 서로 탁마하고 진리 추구와 덕성 함양의 기쁨을 나누리라 생각됩니다.
곡식과 과일들이 알차게 영글고 맛있게 숙성되는 이 좋은 계절에, 사람들 특히 불교 수행자들도 훌륭한 인격과 공능을 갖추는 때로 삼아 스스로는 물론, 이웃과 세상에 좋은 성취의 보람과 선한 영향이 끼치도록 준비하고 실행하기를 권장해 봅니다. 차제에 산승이 주목하고 유념하며 구현해 보려 하는 법문한 부분을 도반 독자님들에게 참고로 나누고자 합니
다. 다름 아닌, 보리달마조사의 ‘사행론’을 새삼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사행’은 네가지 수행 덕목에 대한 수행이며 그에 대한 설명의 가르침입니다. 첫째가 ‘보원행’으로서, 이는 자신이 겪는 불행스러운 상황을 당하여, 그 원인을 깊이 생각하며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의 과거 업보로 여기며, 담담히 받아들이고 차분히 합당하게 대응하는 태도와 행동을 하는 수행을 가르칩니다. 둘째는 ‘수연행’인데,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다행스러운 상황에 우쭐하거나 방일하지 않고 그 것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보며, 그것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않고 겸손히 변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자세로 행위를 하는 수행을 가리킵니다. 셋째는 ‘무소구행’으로서, 이는 자신에게 설사 무엇이 부족하거나 어떤 욕망이 생기더라도 그를 얻거나 이루려 하던지, 무엇이건 구하려 함이 없는 의지로 무욕의 수행을 가르칩니다. 넷째는 ‘칭법행’인데, 이는 모든 행위가 법 즉, 도리에 맞도록 수행함을 가리킵니다. 앞의 모든 수행을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승은 ‘사행’ 즉 네 가지 수행이 아주 간결하고 명료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며 실행하기 좋은 생활 지침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알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 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불교의 수행 요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무방할 줄 압니다. 수행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의 일상생활에 적용하여도 좋고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특히 보원행과 수연행은 세상사람 모두가 나날이 부딪치고 쉽게 공감되는 것이며, 무소구행과 칭법행은 수행자들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이해로 보면, 보원행은 언짢은 실정 한 가운데서도 그나마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유화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며, 수연행은 여유있는 상황에서 인연따라 자기 것을 나누고 베푸는 정신과
태도를 보이게 할 것입니다. 이들은 감정처리를 온화하고 원만하게 하며 자비와 희사의 무량심을 갖게하며 큰사람의 품격을 보일 것입니다. 무소구행은 ‘소욕지족’ 즉, 더 가지거나 얻으려는 욕심을 내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는 조촐한 생활을 하게하며, 칭법행은 부정이나 불의에 끌리지 않고 항상 정의와 도리에 합당한 삶을 추구하는 수행생활로서, 이성과
도덕 윤리적 절제의 측면이 두드러지며, 대중의 신망을 받을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올바른 불교인은 본분에 합당한 계행을 잘 지키며, 마음을 평정하게 가다듬고, 불교정법을 잘 배우고 익혀 실천해야 할 줄 압니다.
그래야 자신은 물론이고 교단이 평화롭게 발전하며 사회에 존경과 신뢰를 받고 세상에 이익을 주며 기여하게 됨이 분명합니다. 수많은 수행 요목이 있지만, 깨달음과 해탈을 이루기 위해서는 ‘팔정도’가 근본이며, ‘삼학’ 즉 계정혜가 기초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사행’은 우리들의 폭넓은 일상생활에서, 삼독 즉, 탐욕과 성냄과 무지를 없애며, 보시와 자비 및 지혜를 이루는 바람직한 살림살이를 사는데 유용한 지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명심하고 유념하여 실행하면, 평안하고 행복하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사행을 통해서, 시원하고 멋진 가을 맞으시고 행복을 누리시길 빕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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