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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미주현대불교 2023년 9,10월호]판데믹 이후의 ‘의·식· 주’ 문제, 얼마나 바뀌고 있는가? -글 제니 김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4.03.13|조회수12 목록 댓글 0

 

 

판데믹 이후의 ‘의·식· 주’ 문제,
얼마나 바뀌고 있는가?

 

 

 제니 김

 

 

 

 

나의 기독교인들과의
공동생활 경험기

 

 

급속한 기후변화의 여파로 인해 서민들의 삶속에 불안과 위기감이 깊이 들아와 있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 너무 많아 어디에 돈을 써야할 지 모르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탐욕으로 재산을 계속 늘려가기만 하는 사람들과, 일자리에서의 피로감과 매일매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서민들, 올라가기만하 임대료에 무주택자 내지는 노숙자의 처지가 되어 가는 보통사람들과 사회적으로 관대함을 실천하고자하는 사람을 위한 글이다.
의복은 쇼핑중독이거나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걸쳐보아야 하는 외모 지상주의가 아니라면, 굳윌(Goodwill) 이나 중고 판매점에서 철이 지났더라도 쓸만한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또한 옷장에 걸어 두고 입지 않은 옷은 재활용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지구의 자원 낭비를 줄이는데 조금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식료품 구입에 있어서는 미국 정부나 주정부 사회 복지 사업의 하나로 극빈자에게는 매달 수입에 따라 일정금액의 식품비가 지급된다. 즉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하는 최소의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소비 할 것인가는 수혜자의 몫이다. 또한 지역 주민의 자선단체나 이웃주민돕기 협회, 교회, 학교등에서 정기적으로 팬트리(pantry)를 열어 싼 가격에 식품재료들을 판매하거나 무료로 제공한다. 날로 올라가는 식품구입비를 감당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주거문제는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로 등장했다. 코로나판데믹 이전에도 가파른 상승세에 주거비가 비싼 주에서 저렴한 다른 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수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판데믹이후의 상황은 더 악화되어 노숙자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그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문제는 더 이상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예수님도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마태복음 8장 18-22), 하며, 당시의 시대상황을 말씀하셨다. 물론 철학적, 신학적으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상황적으로 그는 주류사회의 감시의 대상이었고, 제자들의 모임 있는 곳이나 한적한 곳에 몸을 의탁해야 하는 처지였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정된 주거를 갖는다는 것은 인간의 삶의 존엄과 양질의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에게 안정된 주거는 한낮 꿈이 되고 있다.
부처님은 밀림에서 혹은 마을 가까운 곳에서 승가를 만들어 수행하며, 필요한 물건은 일반 재가자들로부터 공급을 받으며,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계율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살으셨다.

 

 

현대의 일반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가?

 

주거공동체

 

주거형태는 인류가 살아오면서 계속 변화해 왔는데, 현대인은 일반적으로 단독 주택, 아파트, 다세대 복합 빌딩, 콘도, 빌라, 다세대 주택단지 등등 도시뿐만아니라, 산간, 시골마을이나 상관없이 산업화 이후에 많은 건물들이 세워졌다. 하지만 한 가족, 한 건물이 아니라, 개발자나 투자자의 이름으로 지어진 다세대 아파트 건물이나 주택단지는 거주자와 건물
소유주의 이름이 다른 곳이 태반이다.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내돈 넣고 남의 돈 따먹기’는 욕망의 강도만큼 비례한다.
노년층이 늘어나는 장수시대가 되면서 노후 수입원의 한방법으로 일반주택의 방 수를 늘려 세를 놓아 올라가는 임대료의 반사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아도 자본주의 이름아래서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탓하거나 부모탓으로 돌린다.
이러한 문제를 일찍부터 내다보고, 이미 90여년전에 협력주거공동체를 시작한 선구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러한 개척정신의 열매의 혜택을 본 사람중의 하나다. 60살이 넘어 시작한 대학생활은 만만치가 않았다. 원래 정착했던 남가주를 떠나 타지에서의 생활은 막막했다. 지역민보다는 학교에서 나오는 정보에 의지했다. 졸업할 때까지 거의 7년간 살
았던 곳이 협력 주거공동체(cooperative housing) 였다. 웬만히 큰 대학이 있는 도시에는 이런 형태의 주거지가 있다. 내가 살았던 이 주거공동체는 버클리대학 캠퍼스 사방으로 십여단지 이상이 학교까지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입주자의 자격은 학생이어야만 된다. 이 공동체는 각 입주자가 투표권을 가지며, 운영은 민주방식으로 채택하고,
매학기 마다 공동체 합의서를 검토하고 첨삭을 한다.
각 주거단위별로 고유의 합의서를 만들어서 주거단위의 학생들이 채택한 주제에 맞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통합적으로 총회를 통해 각 개체(unit)에서 선출된 대표자중에서 총 주거공동체의 대표와 위원회 구성원을 뽑는다. 여러 직분이 있으며, 봉사직과 유급지위가 있다. 즉 지속가능하고 저렴한 임대비를 산출하기위해 많은 부분을 봉사직으로 운영한
다. 대학생활하는 동안에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을 배우고 사회에 나가 자연스럽게 자신이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정신으로 일반사회에서 실행되고 있는 주거형태중 Intentional Community(의식적 공동체), 한 형태로 Eco-village(생태마을)를 예로 들 수있다.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각각의 주택을 소유하되 한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고 공동으로 운영한다.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들은 다같이 일을 할당하고 공용건물을 운영하며, 함께 관리해가는
즉, 그 단지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개인 사업자가 타운하우스를 개발하여 주택소유자협회 월부담금(HOA fee)을 내게하는 개념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나의 졸업과 더불어 학생주거공동체에서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이 만료되었다. 얼마후에 마침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서 한 주거지를 찾았다. 학교와 떨어진 관계로 월세가 학교근처에 비해 높지 않았다. 도심속에 있으면서도 주거안전지역에 위치한 학생주거지와는 비교가 안되었지만, 내부는 잘 관리되어 있었고, 창문,주방 및 욕실등 모든 것이 개축되
었으며, 쾌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고, 물과 전기, 와이파이가 공급되며, 물은 시원스럽게 나오고, 부엌 및 조리용 기구, 침대, 옷장, 책상, 의자, 거실용 테이블등 모든 것이 21세기 생활에 맞게 비치되어 있었다. 운영면에 있어서는 협력주거공동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개인아파트운영과 그 사이의 중간쯤에 있었다. 매니저는 건물 소유주의 대리인이어서 입주자의 선출로 임명된 것은 아니나, 전문성이 뛰어나 보였고, 입주자에게는 정해진 규정안에서의 나름의 생활권이 있었다.
이제 이 공동체를 자세히 살펴 보려한다.

 

 

주거공동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오클랜드 주거지는 Pistos House, 이외에 Ann House 와 Joseph House가 오클랜드 와 버클리에 있다. 이름에서 짐작이 되듯이 이곳은 기독교인들의 주거공동체이다. Pistos 의미는 그리스/히브리 어원으로 신앙, 믿음을 뜻한다. 4개의 주소가 한 단지로, 앞쪽은 위층과 아래층으로 분리된 이층건물, 주차장은 앞건물과 뒷채 사이에
있다. 뒤쪽 건물은 이층 타운하우스형으로 2개의 유닛이 붙어있다. 뒷집은 자녀를 둔 가족이 사는데, 한 집은 청소년 자녀 둘을 두고 있으며, 다른 한 집은 초등학생 세자녀를 두고 있다. 앞집인 이층에는 3남자들의 입주공간이고, 아래층은 3 여자들의 입주공간이다.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석사 과정 또는 연구원, 인턴 과정에 있는 청년층, 즉 독신들이다. 나
는 이곳 입주자중 가장 연장자이다. 최근 졸업한 학생으로써 젊은 학생들과 소통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이 입주자격에 플러스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공동체안에는 다른 사설임대에서 적용하는 기본 계약외에 자체에서 입주자사이에서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규칙이 있다. 공용 장소나 비품 관리에 대해서는 각 unit에서 개별 관리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매너저에게 보고하는 것은 필수다. 특히 위 아래층에 살고 있는 6인의 입주자들은 서로에게 배려하는 공공의식이 기본이다. 불편이 쌓이는 것
보다는 그때 그때 해결하는 것이 쾌적한 주거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임차인과 건물주사이에 관리인이 있는데, 뒷집에 살고 있으며, 각자의 직장을 가지고 주거상황의 변화나 어떤 요구사항이 있을 때 전화, 텍스트 등으로 신속히 연결이 된다. 특이한 점은 이 단지에 살고 있는 입주자들은 한교회에 다니며, 집사, 장로의 직책을 갖고 전도와 교회봉사에 매우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교회건물전경

 

베풂 그리고 배움

 

같은 대문을 사용하는 입주자가 교회를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다. 한 2주전에 한국으로 돌아간 인턴학생에게 쏟은 집사님과 장로님의 정성, 그리고 윗층의 같은 또래의 청년들의 관심과 쏟아 붓는 애정은 가족에게 베푸는 사랑 그 이상이었다. 인턴으로 온 그 학생은 20대 초반인데, 한국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후 버클리시에 위치한 어
느 연구소의 인턴으로 6개월간 근무하다 갔다. 그동안 미국에서의 생활이 외롭지 않게 주말이면 장로부부는 그 학생 또래의 공동체맴버들과 함께 오클랜드만 건너편 샌프란시스코 관광, 가까운 산속의 캠핑장, 멀리있는 레이크 타호에서 스키타기 등등 많은 곳을 직접운전하며 미국을 경험하도록 하였다. 여행가지 않은 특별한 날에는 교회에도 참석하고… 그 뿐만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연구소에 나가는 그녀를 위해 때때로 주말의 교회음식 뿐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뒷집 집사님이 음식을 제공하여 먹거리가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나 또한 마켓에 갈 때는 필요한 것을 사다 주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럴일이 없어졌다.. 나도 친절을 베풀고 싶었으나 내게는 그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의 부모나 본인은 무교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인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아간 그 학생은 한국에 돌아가서도 미국에서 받았던 기독교인들의 친절한 배려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교회 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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