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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미주현대불교 2023. 9,10월호] 명상 네 꼭지(5)-글 이원익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4.02.29|조회수7 목록 댓글 0

 

 

 

 부루나 칼럼 Ⅰ

명상 네 꼭지(5)

 

이원익 leewonik@hotmail.com
한국 불교의 전파와 대중화에 힘을 보태려는 발원으로 태고사를 도와 왔으며
우담바라회 회원이다. 포항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 문리대를 졸업했다.
오래 전에 회사 주재원으로 와서 LA 지역에 살며 국제운송업을 하고 있다.

 

 

명상 #14 2022. 4. 9

 

업데이트
우리가 손전화를 쓰자면 수시로 업데이트, 업그레이드를 해야 합니다.
그냥 그대로 써도 별반 불편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뭐가 자꾸 바뀌고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지요.
성가시기도 하지만 안 하고 있으면 할 때까지 끈질기게 졸라대므로 마지못해 허락 단추를 딸깍여 줍니다.
그러다 얼마 있으면 또 뭘 해야 한답니다.
비단 전화기 뿐이겠습니까?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란 늘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 쫓기거나 끌려가거나 따라가 휩쓸려 묻어갑니다.

 그러고 있다가는 뒤쳐지다가 영영 따라잡지 못하고 낙오되고 단절되어 잊혀질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최첨단은 아니더라도, 그리고 남은 인생이 하루이틀이나 한두 달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남들과 어울리며 물결의 중간 어름에서 함께 떠내려갈 필요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다그침 당하며 이 세상을 살게 되었을까요?
문명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고 과학과 기술이 현대에 올수록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학이 이룬 이때까지 업데이트 된 업적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하여 더 이상 묻지 않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벽돌을 쌓아 올립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 그것을 다루는 철학과 종교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지, 이제까지 나온 나름의 해답들은 다 제쳐 두고 처음의 의문으로 나홀로 되돌아가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절에 수십년을 다니고 수많은 법문을 들었을지라도 이 아침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 고요히 명상에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뭐꼬?'는 업데이트가 안 됩니다.

 

 

명상 #54 2023. 1. 7

 

안과 속
일부러 생각할 것도 없이 저절로 알아서 입에서 나오는 말인 것 같지만 '안'과 '속'은 어떻게
다를까요?
'안'이란 '밖'과 짝을 이루어 어떤 테두리나 울타리, 집이나 구조물의 내부를 일컫는 말이지요.
그 내부의 공간이나 평면은 비어 있거나 어떤 물건이 들어 있더라도 움직일 여유 공간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속'은 어떤 껍질이나 물체의 꽉 들어찬 내부를 말하지요.
그 반대말은 껍질이나 물체의 표면을 뜻하는 '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속이 비어 있는 물건에
도 겉은 있을 수 있지요.
속을 숨기고 겉을 다르게 꾸미는 것을 거짓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물체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도 속과 겉이 있습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왜 속이 뒤틀릴까요?
마음이 시샘으로 꽉 차 있어 옴짝달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하고 마음 비우기를 연습하면 차차 공간이 늘어나 '속'은 '안'이 되기 시작하지요.
그렇더라도 때론 '안절부절', '안달'이 나고 자신이 '안쓰럽기'는 하겠지만 속은 차차 편해질
것입니다.
마음이 욕심, 성냄, 어리석음으로 차 있으면 마치 천장까지 들어찬 스토리지 창고처럼 먼지가 앉고 곰팡이가 슬지요.
창문을 내고 출입구를 만들어 환기를 하고 바깥 나들이와 소통을 해야 삶이 훨씬 여유롭고 건강해질 것입니다.
안과 밖의 경계마저 허물어진 대자유의 경지에까진 어렵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명상 #75 2023. 6. 10

 

촛불
방안에 혓는 촛불 눌과 이별하였관대
겉으로 눈물 지고 속 타는 줄 모르는고
저 촛불 날과 같아서 속 타는 줄 모르도다

 

 

사륙신의 한 사람인 이개(李塏 1417 ~ 1456)의 잘 알려진 시조입니다.
세종의 유지를 받들어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아들과 함께 세조에게 잡혀 처형 당한 선비이자 관리입니다. 이 유학자 뿐이겠습니까?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애면글면 목숨을 이어가며 안절부절 속을 태우다 마치 촛대가 흔들려 쓰러지거나 바람이 휙 불어 촛불을 꺼 버리듯이 억울하고 안타깝게 이생을 마감했을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타고난 수명의 초 한 자루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태우고 평온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은 사람들보다 이런 불행했던 사람들이 아마도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리 됐든 저리 됐든 우리 생명의 촛불이 꺼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우리가 어떻게 될까요?
불교에서 흔히 말하듯 우리는 각자의 업에 따라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가운데 하나
가 지정되어 거기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일까요?
그런데 이렇게 육도를 윤회한다고 해도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기르침에 의하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나’라는 존재는 본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나’라는 알갱이(정체성 identity)가 없는데[무아 無我] 무엇이 있어 어디를 돌고 돈다는[윤회 ] 것입니까?
불교의 오래 된 난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장 그럴듯한 해답은 이미 2,200년 전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의 카슈미르 지방에서 태어난 나가세나(Nāgasena 龍軍 기원전 2세기) 존자는 알렉산더 대왕의 부하였던 밀린다(Menandros)왕의 이같은 질문에 다음과 같이 절묘한 비유로 답하였습니다.
어두운 방에 각양각색의 초가 늘어서 있다.
처음의 초에 불을 붙이고 그 초가 다 타서 꺼지기 직전에 다음 초에 옮겨 붙인다.
한 생애의 번뇌의 촛불이 다한 순간 다음 생의 번뇌로 옮겨 붙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하여 다음 초에, 또 그 다음 초에 차례대로 불을 옮겨 붙인다면 처음의 촛불과 마지막 촛불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같다고도 할 수 있고 다르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윤회하는 것은 없지만 윤회는 있다는 말씀이지요.
미란타왕문경(弥蘭陀王問経 Milinda Pañha)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명상 #78 2023. 7. 1

 

아내에게 장식품을 주라
이 세상의 많은 전통적인 종교나 윤리도덕은 남성위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위주였던 오랜 원시시대가 지나고 농경이 발달하면서 문명이 싹튼 이후의 현상이었습니다.
요즈음에 와서는 다시 세상이 좀 변하면서 크게 방향을 틀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전통적이고 세계적인 종교들에서도 요즈음의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의아스런 가르침이나 계율이 없지 않습니다.
어떤 종교에서는 이르기를 여자란 남자가 심심하지 않도록 남자의 갈빗대 하나로 만들어졌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전통의 가르침에서는 남편과 아내는 아예 별도의 존재로 차별하고 있지요.
심지어 사해동포의 자비심으로 무장한 불교에서도 비구와 비구니를 차별하는 계율들이 여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점들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 구조상으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려운 시대상황에서 여성을 보호하려는 그 나마의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남녀를 차별 없이 고루 보살피시려는 부처님의 참뜻은 교수시가라월경(教授尸伽羅越経
Sigālovāda Sutta)라는 경전에 실린 부부간의 계율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임무에 짝지워 아내에 대해 남편이 지킬 일로서 다음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첫째, 예의를 지키라(Honer. Be polite)
둘째, 모욕하지 말라(Respect. Do not insult)
셋째, 바람 피우지 말라(Fidelity. Do not cheat)
넷째, 권위를 주라(Share authority)
다섯째, 장식품을 주라(Ornaments. Provide gifts)
여섯째, 사생활을 건드리지 말라(Do not invade privacy)
지킨 것보다 아닌 게 많아 뜨끔하실 분이 저뿐만 아니겠습니다만 특히 이 가운데 다섯번째 말씀은 비록 성현일지라도 아무나 하실 수 있는 말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꼭 매번 돈이 드는 일만은 아닐지라도 마음 쓰는 일도 부지런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어려울 테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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