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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현대불교 2024. 5-6월호] 불교와 서양사상 II - 글 이원익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4.07.26|조회수26 목록 댓글 0

 

부루나 칼럼 Ⅰ

불교와 서양사상 II

 

글 이원익

한국 불교의 전파와 대중화에 힘을 보태려는 발원으로 태고사를 도와 왔으며

우담바라회 회원이다. 포항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 문리대를 졸업했다.
오래 전에 회사 주재원으로 와서 LA 지역에 살며 국제운송업을 하고 있다.

 

 

 

 

 

아기 예수를 찾아가는 동방박사 / 정반왕을 찾아온 아시타 선인

 

 

 

3. 불경과 성경에 실린
비슷한 이야기들

 

불경과 성경에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닮은 이야기들이 여러 편 실려 있다.
불경은 성경에 비하여 우선 그 분량이 엄청나지만, 이 두 경전의 성격 또한 상당히 다르다. 성경이 절대성을 부여받아 어느 정도 고정된 것이라면 불경은 그보다 유연하게 자리매김되어 진리를 전하는 일종의 도구요 방편이라는 인식과 함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지금도 일부는 가지를 뻗으며 자라나고 일부는 죽은 가지나 낙엽처럼 조금씩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불경 가운데는 특히 신약성서에 실려 있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여러 편 담겨 있다. 마치 한국의 콩쥐팥쥐 이야기와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닮은 것처럼 말이다. 다음은 그 가운데 단지 몇 개의 보기이다.

 

- 탄생
아시타 선인(仙人)이 왕궁에 서린 서광을 보고 찾아와서 아기 석가에게 경배하고 ‘장차 부처가 되리라’고 예언했다. (인과경)
동방박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마태복음)

 

- 신전의 똑똑한 어린이
브라만 제사장들을 놀라게 하는 어린 석가(인과경)
유대교 제사장들을 놀라게 하는 어린 예수(누가복음)

 

- 시험을 이기다
마귀가 금식하며 수행하고 있는 석가에게 먼저 음식으로 유혹하자, ‘사람이 밥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광음천처럼 기쁨을 양식으로 먹고 사느니라’고 대답한다. (아함경)
마귀가 금식하는 예수를 시험하여 먼저 음식으로 유혹하며, ‘돌을 떡으로 만들어 보라’고 하자,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신의 입으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라고 대답했다. (마태복음)
아기 예수를 찾아가는 동방박사

 

- 물 위를 걷다
강 위를 걷는 석가모니, 제자가 두려워하여 물에 빠져 가자 구해주다. (아함경)
갈리리 호수 위를 걷는 예수, 제자가 물에 빠져 가자 구해주다. (마태복음)

 

- 우물가의 여인
아난 존자가 우물가에서 파카티라는 처녀에게 물을 청하자, 그녀는 자신이 천민의 딸이므로 귀하신분께 물을 떠 바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난다는 자신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빈부귀천 상하의 차별을 하지 않으니 물을 달라고 한다. (마등가녀경)
예수가 우물가에 앉아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자, 사마리아 여인은 자신이 천민임을 들어 물을 떠주기를 사양한다. 예수는 자신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요한복음)

 

- 빵과 물고기의 기적
유마 거사가 음식이 없는 상황에서 기적으로 신도들을 배불리 먹이고도 남았다. (유마경)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군중을 먹이고도 남았다. (마태복음)

 

- 돌아온 탕자
마침내 불성을 찾아 돌아온 가난한 탕자인 아들을 용서하고 받아주고 전 재산을 넘겨주는 장자 이야기.(법화경)
돌아온 탕자의 죄를 용서해 준 아버지 이야기.(누가복음)

 

- 간음한 여자
귀중품을 훔쳐 달아난 창녀를 벌주려고 잡으러 다니던 젊은이들에게 죄지은 여자를 찾는 것과 그대들 자신을 찾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급하겠느냐고 힐문.(법화경)
예수는 간음한 여자를 잡아온 사람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였다.
(요한복음)

 

- 제자의 배신
석가모니는 제자 데바다타가 배반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가 석가모니를 해치기 위해 난폭한 코끼리를 보내 위험에 처하게 하자 5백이나 되는 제자들이 모두 도망쳤다. (아함경)
예수는 자기의 제자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 자기를 배신하고 팔아넘길 줄 알고 있었다. 예수가 붙잡혀가게 되자 그의 제자들과 따르는 자들은 모두 다 도망쳤다. (누가복음)

 

그렇다면 왜 이런 것일까?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어차피 두 종교 다 진리를 전파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진리란 하나이며 같은 진리일 것이고 따라서 이야기도 또한 같아질 수밖에 없어서 그리 된 것일까? 그런 것 떠나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 까닭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본래 한 소스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가 양쪽에서 각각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쪽에 있던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셋째는, 양쪽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우연히 같은 이야기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넷째는, 어떤 다른 차원의 힘(시대정신, 집단 무의식, 절대자의 능력 등)이 모양을 달리하여 각각 출현시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상의 네 가지 전부 또는 일부가 섞여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무튼,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오래된 쪽에서 새로운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 들어갔다든지 공통의 오래된 소스에서 각각 전해져 오다 실린 것이라고 봄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야기가 실린 대부분의 불경이 성경보다 먼저 생겼지만 이와 무관하게 어떤 불경은 성경보다 성립이 늦었을 수 있다.
항간에는 예수가 이른바 ‘잃어버린 시절’이라는 청년 기간에 페르샤나 인도, 티베트 등지를 여행하며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를 접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무조건 부정하거나 덮어놓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인다.

아시아의 불교 전파

 

 

 

 

4. 불교사상의 꽃핌
불교의 근본 교리는 기독교와는 달리 상당히 논리적이며 마치 일종의 심리학 이론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러한 점이 서양 종교에 젖은 눈에는 불교가 마치 종교가 아닌 것처럼, 철학에 머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불교를 바라보는 눈의 문제이자 용어의 정의, 곧 '종교란 무엇인가?' 또는 '신이란 무엇인가?' 하는 언어학상의 문제라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어쨌거나 불교에서 말하는 기본 가르침의 몇 가지 틀을 훑어보는 것이 앞으로의 논의를 파악하는 데어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런 것은 말하자면 어느 정도 상식에 속하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비상식의 영역에 밀려나 있기도 하다.
불교에는 거룩한 네 가지 진리[四聖諦] 라고 하여 이 세상의 본질은 괴로움의 바다라는 것이며[苦諦], 그 괴로움은 애착에서 온다고 한다[集諦]. 그런데 그 애착은 없앨 수 있으며[滅諦], 그 방법은 여덟 겹의 바른 길[道諦; 八正道]을 가면 된다. 그것은 바로 보기[正見], 바른 생각[正思惟], 바른 말[正語], 바른 행동[正業], 바른 직업[正命], 바른 노력[正精進], 바른 기억[正念, 바른 명상[正定]이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반드시 그 생겨날 원인과 조건 하에서 연기의 법칙에 따라서 생겨난다는 연기법(緣起法)이 있으니, ‘이것이 일어나니 저것이 일어나고 이것이 사라지니 저것이 사라진다’ 로 요약된다. 기적과 불가사의가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기독교와 상당히 다른 점이다.
다음에는 부처님 열반 후 불교는 어떻게 발전해 갔는지를 간단히 훑어보자.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을 근본불교 또는 원시불교라고 한다. 근본불교는 약 백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교리와 계율의 해석에 차이를 나타내며 일단 보수층인 상좌부(테라바다)와 진보층인 대중부(마하상기카)로 일단 갈라진다. 그리고 다시 약 100년이 세월이 지나면서 먼저 대중부 안에서 교리 해석의 차이를 두고 몇 여러 갈래로 분파를 하였고 다시 백 년쯤 지나자 이번에는 상좌부도 마찬가지로 분파를 하였다. 이리하여 상좌부, 대중부를 근본 2부라고 하고 이 둘에서 분파된 18 부파를 합해 20여 개의 부파가 생겼는데 이 시대를 부파불교 시대라고 한다.
각 부파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가운데 상좌부에 속하는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와 경량부(經量部)에 대해서는 기록이 얼마간 남아 있어 그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시대에는 각 부파마다 교리와 계율을 가지고 다투었기 때문에 불교학의 현란한 발전과 함께 너무 현학적으로 떨어져 민중과 괴리되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이에 대중부의 부파 중에서 발전하여 이를 박차고 민중을 위한 새로운 불교 운동이 일어났으니 이것이 대승불교의 시작이다. 이들은 복잡한 이론에다 민중 구제에는 관심이 멀고 자기 수행에만 치중하는 기존의 불교를 작은 수레, 곧 소승이라고 폄하하며 대중을 고통에서 건지려는 자기들을 큰 수레, 곧 대승이라고 일컬었다. 이 대승불교는 주로 북방으로 퍼졌기에 북방불교라고 하며 비교적 오래 전통을 고수한 보수적인 불교, 곧 소승은 주로 남방으로 퍼졌기에 남방불교라고 한다. 베트남은 지리상 남방이지만 주로 중국을 통해 불교를 받아들였기에 북방불교에 속한다.

 

대승불교는 2~3 세기에 활약한 나가르주나(Nāgārjuna 龍樹 150~250년경)를 개조로 하여 중관학파(中觀學派)를 이루었고 4~5 세기에는 유가행파(瑜伽行派)가 유행하였다. 중관학파에서는 공(空)과 중도(中道)의 교리를 앞세웠고 유가행파는 유식학파(唯識學派)라고도 한다. 미륵이 개조인데 세친 등을 중심으로 사람의 구성과 마음 작용을 세밀히 분석하고 의식과 함께 말나식이라고 하는 제7식인 자의식, 아뢰야식이라고 하는 제8식인 잠재의식까지 이론을 펼친 학파다.
그런데 이러한 대승불교는 티베트, 서역, 중국, 한국, 일본 등지로 퍼져 나가면서 꽃을 피웠지만, 인도에서는 세월이 지나면서 근본불교와 마찬가지로 현학적으로 흐르며 민중과 다시 괴리되기 시작하자 7세기 중엽에는 밀교라고 하는 새로운 종파가 생겨 민중에게 퍼져 나갔다. 부처님 당시부터 주법(呪法)으로 전해오던 것을 위주로 주문을 외우며 마음을 통일하고 구경의 경지에 도달하여 성불하고자 하는 종파로서. 이후 티베트로 전해져 더욱 성행하였다.
하지만 인도의 불교는 이미 쇠퇴의 길로 접어들던 중 이슬람의 침입을 끝으로 모든 종파가 마지막을 고하고 말았다.
아래는 스리랑카의 역사서에 남아 있는 부파불교의 학파 이름인데 당시 인도 불교의 교학이 서양철학 전체 학파의 다기한 발전에 못지않게 융성하였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겨진 상세한 기록이 별로 없어 그 이름이나 간단한 기술 밖에는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아무튼 이를 보자면 현대철학을 포함하여, 그 무슨 사상이나 종교, 이념이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 민중에 뿌리를 박지 못한다면, 그런 것은 그저 먹물들의 한낱 쓸데없는 헛소리가 되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다는 교훈을 준다.

 

 

탁발하는 남방불교 스님들

 

상좌부 계통
상좌부(上座部, Sthaviravāda) → 분별설부(分別說部, Vibhajjavāda) → 상좌부불교(上座部佛教,Theravāda)
화지부(化地部, Mahīśāsaka)
법장부(法藏部, Dharmaguptaka)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Sarvāstivāda)
음광부(飲光部, Kāśyapīya)
설전부(說轉部, Sankrantika)
설경부(說經部, Sautrāntika)
독자부(犢子部, Vatsīputrīya)
법상부(法上部, Dharmottarīya)
현주부(賢冑部, Bhadrayānīya)
밀림산부(密林山部, Sannāgarika)
정량부(正量部, Saṃmitīya)

대중부 계통
대중부(大眾部, Mahāsaṃghika)
일설부(一說部, Ekavyahārikas)
계윤부(雞胤部, Kaukutika)
설가부(說假部, Prajñaptivāda)
다문부(多聞部, Bahuśrutīya)
제다부(制多部, Caitika)

 

기타 계통
설산부(雪山部, Haimavata)
왕산부(王山部, Rajagiriya)
의성부(義成部, Siddhatthaka)
동산부(東山部, Pubbaseliya)
서산부(西山部, Aparaśaila)
서왕산부(西王山部, Apararajagirika)

 

그런데 위의 부파불교 이전 근본불교 시대, 곧 부처님 당시만 하더라도 초기 경전의 기록에 따르면 불교 이외에 362종의 견해, 줄여서 62종의 철학적내지는 종교적인 견해가 당시의 인도 사회에 만연하였다고 한다. 이 역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낱낱이 상세히 알 수는 없으나 부처님은 이를 뭉뚱그려 대표적인 여섯 가지 잘못된 견해라 간추리고 육사외도(六師外道)라 일컬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중국의 제자백가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 얼마간의 시대만 보더라도 중국의 제자 백가와 더불어 지구상에 이때까지 나타난 웬만한 견해나 사상의 맹아는 거의 다 터뜨려진 것이니 서양의 근현대 철학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인도 사상 내지 불교사상의 재발견이요 그 보충이거나 완결을 향한 의식적, 무의식적인 시도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너무 지나친 견해인가?

 

 

5. 서양철학의 간추린 줄거리
서양철학은 시기적으로 고대 철학, 중세 철학, 근세 철학, 현대철학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서양철학은 지금은 터키 땅이고 당시 그리스의 식민지였던 에게해 동쪽 밀레토스라는 곳에서 기원전 6세기에 처음 싹이 텄다고 한다. 거기에 살았던 탈레스가 처음으로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되어 '만물은 돌고 돈다.'라는 말을 했다고 뒷날 아리스토텔레스가 적어 놓았다.
이렇게 시작된 그리스의 철학은 그 후 아테네로 옮겨왔는데 소크라테스가 나타나기 전의 철학은 자연 철학의 시대로서 주된 관심이 만물의 근원이라든가 우주의 구성원리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때부터는 인간의 문제로 관심의 초점이 옮겨지면서 이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두 걸출한 철학자를 잇달아 배출하였다.
이 둘은 본질과 현상을 별개로 치는 플라톤의 이원론적 형이상학을 비롯하여 논리학, 인식론, 정치철학, 윤리학 등 서양철학의 뼈대를 세워 놓았으니 그 후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크나큰 영향을 미쳐서 화이트헤드는 이르기를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하였다. 이를테면 중세 철학에 넘어가서도 교부철학에 있어서도 플라톤 철학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근대철학의 현상과 실재의 이원론이라는 것도 플라톤의 이원론을 오래도록 이어받은 것이다.
이러한 그리스 철학은 펠로폰네소스 전쟁(BC433~ BC 404) 이후 쇠퇴기를 맞으며 철학의 중심은 로마로 옮겨 가게 된다. 대제국을 이룬 로마에서 그리스의 전통은 무너지고 여러 학파가 생기는데 에피쿠로스 학파는 개인의 안정과 쾌락을 추구하였으며 여러 가지 사상이 뒤섞이면서 세계시민이 성장함에 따라 스토아 학파가 일어났다. 이 밖에 회의학파, 신플라톤 학파도 자라났다.
AD 529년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BC385년부터 내려오던 오래된 아카데미아의 문을 닫아 버렸는데 이는 그곳에서 기독교가 아닌 이교 사상을 가르친다는 구실이었다. 이로서 유럽의 고대는 종말을 고하고 기독교 중심의 중세로 접어들게 된다.

 

코페르니쿠스

 

 

AD 392년 로마의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이래, 이교도는 압박을 받아 말살당하면서 유럽에서는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기독교화가 진행되었다. 보통 서로마가 멸망한 AD476년부터 동로마가 멸망한 1453년, 아니면 종교개혁이 일어난 1517년까지의 거의 천년 동안을 유럽의 중세로 친다.

이 유럽의 중세는 완전한 기독교의 시대요 신학의 시대라, 혹자는 중세 천년 동안 철학은 신학의 시녀 노릇밖에 한 것이 없다고도 하지만 이슬람의 영향을 받는 등 전적으로 그렇지만은 않아도 보인다.
중세 신학의 두 걸출한 인물로는 아우구스티누스(354~430)와 토마스 아퀴나스(1224~1274)를 꼽을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적 세계관 위에 신학적 세계관을 세웠는데 중세 초기 교부시대를 대표한다. 교부란 신학의 큰 스승이라는 뜻인데 1, 2 세기부터 7, 8 세기까지를 교부철학 시대라고 한다. 교부신학자들은 기독교의 교의를 그리스 철학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한편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성 중심의 신학적 세계관을 세운 스콜라철학을 대표한다. 스콜라란 수도원학교란 뜻인데 이 스콜라 학파는 교부철학을 체계화하여 신에 대한 논증을 철학적으로 마무리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중세도, 중세 철학도 교황의 권력이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마지막이 가까워진다. 코페르니쿠스는 1520년 지동설을 주장하였으며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인간중심의 문화가 부흥을 알리는 르네상스가 시작되자 유럽은 이른바 기나긴 암흑의 시대를 마감할 수밖에 없었고 그 시발지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였다.

아카데미아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르네상스는 서양 근대철학의 시작이었다. 이제 철학자들은 신의 영향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존재로서 신의 도움 없이 이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였다. 그 첫번째 타자로 데카르트가 등장하였다. 근
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는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에 고심하는데 신께 기도함으로써 이 문제를 푸는 대신 방법적 회의, 곧 골똘히 이 문제를 의심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의심하는 자신만은 의심할 수 없다는 철학적 제1 원리, 곧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를 내걸었다. 하지만 그도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여 이 원리를 ‘신은 존재한다’라는 명제와 엮어 놓았다. 해가 서산에 떨어져도 한동안은 노을이 남듯이 중세 천년을 우려먹은 신의 세계가 하루아침에 지워지긴 어려웠던 것이다. 데카르트만이 아니었다. 이진법을 생각해 낸 독일의 천재요 철학자인 라이프니츠도 변신론으로 열심히 신을 변론하였다.
아무튼, 이를 즈음하여 여기저기 솟아오른 유럽의 철학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크게 보아 영국의 경험론자들과 대륙의 이성론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공통되는 관심의 초점은 인식론, 곧 우리는 어떻게 세계를, 진리를 속지 않고 제대로 알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베이컨, 홉스, 로크, 버클리, 흄 등 경험론자들은 귀납법을 들고나와 개별적인 특수사례로부터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하려고 하였다. 반면에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 이성론자들은 어떤 중심 원리를 내걸어 놓고는 개별적 사실들이 이에 합당함을 보이는 연역 추론을 방법론으로 택했다. 그런데 많은 근대 서양 철학자 중에서 스피노자는 특이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특히 신에 대한 관념에서 동시대의 철학자들을 뛰어넘어 탈근대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상황도 독일 관념론의 거장 칸트가 나타나자 코페르니쿠스적으로 방향을 튼다. 그는 대륙의 이성론과 영국의 경험론을 한 데 녹여 뭉쳤으며 그때까지의 온갖 철학 사조의 강물들을 한 곳의 큰 호수로 끌어들인다. 그러고는 바깥 세계가 정보를 주고 사람은 이것을 받아 무엇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그때까지의 상식을 뒤엎어 버린다. 그러고선 사람의 이해 능력에 따라 그가 바깥 세계를 구성하고 세계의 사물이 성립된다는 혁신적 사고, 다시 말하면 황당하기도 한 생각을 그의 ‘순수이성비판’에 실어 놓는다.
이후 독일에서는 절대정신을 들고나온 절대적 관념론의 거장 헤겔이 나타나 한 시대를 풍미하며 쇼펜하우어,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 등이 거의 동시 대거나 곧이어 등장하여 뒤에 이어지는 현대철학의 선구자가 된다. 그리고 프랑스의 실증주의자들, 영국의 공리주의자들과 더불어 대륙의 신칸트학파들이 유럽 근대철학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배턴을 현대철학에 넘긴다.
서양의 현대철학이란 말 그대로 현재진행형이라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철학이므로 몇 마디만 하고 넘어가겠다.

 

참선하는 북방불교 스님들


19세기 헤겔 철학의 반동으로 20세기 중반에 여러 철학적인 견해가 불거져 나왔는데 그 특징으로는 언어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이뤄지며 기존의 형이상학에 대한 반론들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고 세계로부터 소외된 개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크게 영미권의 분석 철학과 독일, 프랑스권의 대륙 철학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영미권에서는 논리 실증주의를 거쳐 분석 철학이 발전하였고 이는 인공 언어 철학과 일상 언어 철학으로 나뉘게 된다.
대륙 철학으로는 먼저 서구 마르크스주의를 들 수 있겠는데 루카치는 최초로 서구형 마르크스주의를 제시하였고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는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비판이론’이라는 새로운 마르크스주의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프랑스의 현대철학에서는 독일 발상의 현상학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실존주의가 일어났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한 사르트르, 메를로 퐁티 등이다. 그 후, 소쉬르를 선조로 하는 구조주의가 일어나며 실존주의는 저물어갔는데 그 계기가 된 사르트르와 레비스트로스 사이의 논쟁이 유명하다.
그 후 데리다, 미셸 푸코 등의 후구조주위가 나와 구조주의를 비판했으며 민주주의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헤겔이 말한 이데올로기의 투쟁이 끝난다고 하는 후근대주의가 나왔다.
1980년대에는 문화 연구와 후식민주의라는 조류가 동시에 생겨났으며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이 끝나고 사상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불교와 서양사상(III)>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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