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나 칼럼 Ⅱ
죽음 후 어디로 가시는지
아시나요?
글 조성내 (법사, 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나는 86세이다. 나는 분명히 늙었다. 마냥 늙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늙어져가는 것도 언젠가는 끝이 있을 것이다. 늙음 다음에는 죽음이다.
가끔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하고 “하숙생” 노래를 콧노래로 자주 부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 노래는 1960년 중반에 유행된 노래였다. 젊었을 때는 이 노래 가사가 왠지 좋았다. “그래,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지?” 하고 철학적으로 사색했었다. 그런데 내가 늙어지고 보니, 이 노래는 아주 현실적인 ‘물음’이 되고 말았다. 얼마 안 있으면 나는 죽을 것이다. 죽으면? 그래 죽으면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런데 죽기는 내가 죽으면서도, 나의 죽음을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죽음 후의 세상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 게 하나도없다. 죽음 후의 세 상보다도, 우선 당장 급한 것은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앓았다 하면 이삼일 내로 죽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죽음은 내 마음대로 죽어지지 않는 것, 이게 고민거리다. 우리가 집에서 편안하게 죽을지, 혹은 양노원에서 고생하면서 죽을지? 여행하다가 객사할지? 넘어져서, 궁둥이뼈가 부려서 고생고생하다가 죽을지, 혹은 뇌출혈에 걸려 온 몸이 마비가 되어 대소변도 못 보고 죽을지, 혹을 길을 걷다가 고통사고로 죽을지, 길을 가다가 깡패에 두들겨 맞아 죽을지? 우리는 우리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죽어질지에 대해서 전연 예측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냥 죽어지는 대로 죽어질 수밖에 없다.
재수가 좋으면 집에서 편안하게 죽을 것이다. 재수가 없으면 온갖 아픔을 겪다가 죽어질 것이다.
어떻게 죽는 것도 문제지만, 또한 죽음 후, 어디로 가는가도 문제인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올 때, 미국 어디에 갈지를 미리 알고 왔었다. 미국에 오면 어떻게 살아갈지를 미리 준비한 후 미국에 왔었다. 그래서 미국에 온 후, 미국 생활에 빨리 적응해서 살아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미국에 온 사람들은, 미국에 도착한 후, 미국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가 죽음 후, 어디로 가게 되는 곳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저승에 가서 적응해서 살아가기가 쉬어질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천사의 인도를 받고 천국에 가신 여인
얼마 전에, 닥터 윤선구(치과)가 자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그의 모친은 돈독한 기독교신자였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웃들과 잘 어울렸
고, 그리고 이웃이 곤경에 처하면 이웃을 도와주곤 했었다. 지난 20여 년 매일 신께 기도를 했었다. 죽을 때는 집에서 편안하게 죽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었다. 별세하시는 날, 모친은, 옷을 새 옷으로 깨끗이 갈아입었다. 침대에 들어 누웠다. 옆에 있는 딸하고 며느리에게 찬송가를 조용히 불러달라고 했다.
두 여인은 엄마를 위해서 찬송가를 낮은 목소리로 20여 분 불러주었다. 이때 어머니는, “야, 이제 됐다. 내 양 어깨위로 두 천사가 와서 앉아있다. 이제 찬송가를 그만 불러라.” 이 말을 남기시고 어머니는 눈을 감으셨다.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이다. 닥터 윤의 어머니는 두 천사의 인도를 받아 천국에 가셨던 것이다. 닥터 윤은 누구든 신께 돈독히 기도하면, 자기 어머니처럼 앓지 않고, 고통 없이, 편안하게 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천당도 여러 곳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은 야훼 하느님을 예배하고 있다. 이 우주와 인간과 모든 생명체를 창조하신 분이시다. 그런데 같은 신 야훼를 믿고 있는데도 유대교만은 천당이 없다. <구약성경>이 대략 기원전 5-6백년 경에 써졌다. <신약성경>은, 예수가 죽고 난 후, 대략 70-100년경에 써졌다. 이슬람은 7세기에 생겼다.
<구약성경>에 보면, 야훼가 인간 아담과 이브를 최초로 만들었다. 야훼 하느님이 따먹지 말라는 열매를 아담과 이브가 따먹었다. 따먹지 말라는 열매를 따먹다니! 인간은 원래부터가 통이 컸는가 보다.
하느님은 분노했다. 아담과 이브는 천국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지상에서 살면서 자식들을 낳았다. 오래 오래 살다가 결국은 죽었다. 땅에 묻히었다. 아담과 이브는 죽은 후, 천국에 갔다는 말이 없다. 야훼는 화가 잔뜩 난 모양이다. 결코 아담과 이브를 천국으로 맞이해주지 않았다. 이들은 땅속에서 썩어 없어
지고 말았다. 그래서 많은 유대인들은, 죽으면, 그냥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약성경>에 보면, 예수는 신비스럽게 태어났다.
마리아라는 처녀의 몸속으로 ‘성령’이 들어갔다. 마리아의 몸속에서 성령이 예수가 되어 태어났다.(마태1;19).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14;6)고 말했다. 예수를 믿는 기독교에서는, 죽음 후 다들 천당에 간다. 16세기에 개신교가 생겼다. 가톨릭하고 개신교가 서로 싸웠다. 지금은 더 이상 싸움을 하지 않고 형제종교로서 잘 지내고 있다. 아마 가톨릭 천국 따로 있고 그리고 개신교 천국이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신 야훼를 신앙하고 있고 있는 이슬람은 야훼를 ‘알라’라고 부른다. 이슬람은 수니파과 시아파, 두종파가 아직도 서로 다투고 있다. 이슬람도 수니파 천국이 따로 있고 그리고 시아파 천당이 따로 있을 것 같다.
한국의 기독교도,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부른다. 가톨릭에서는 야훼라고 부르지 않고 ‘하느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단군 이래, 모셔 온, 단군 할아버지 하느님하고 혼동되어 있다. 애국가에서 “하느님이 보호하자 우리나라 만세”하는데, 이때 하느님은, 단군 할아버지 하느님인지, 혹은 야훼인지, 우리한국인들은 어느 하느님인줄도 모르면서, 덮어놓고 “하느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 하고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각 종교마다
자기네 천국과 지옥이 있다
이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다. 각 종교마다 자기네 천국을 갖고 있다. 각 종교마다 자기네 지옥도 있다. 그 종교를 믿으면, 그 종교의 천당에 가는 것이고, 그 종교를 믿지 않으면 그 종교의 지옥에 가게끔 돼 있다. 그런데 지옥에 다 가는 것은 아니다. 가령 여기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있다. 무슬림이 기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기독교 지옥에 가는 것은 아니다. 무슬림은 이슬람 천국에 가는 것이다. 반대로, 기독교 신자가 이슬람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이슬람 지옥에 가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신자는기독교 천당에 가는 것이다.
무신론자(無神論者)들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있다. 무신론자들은 또한 영혼의 존재도 믿고 있지 않다. 무신론자들은 죽으면 그냥 없어져버린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는 천당도 없고 또한 지옥도 없다. 그런데 각 종교마다 지옥이 있다고 해도, 지옥에 가는 사람들은 드물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도대체 지옥에 가게 될까? 이것도 궁금하다.
천국에 갈 수 있는 자격
천국에 가고 싶으면, 어느 천국에 가고 싶은가?
가고 싶은 천국에 속해 있는 종교를 우선 믿어야 한다. 가령 이슬람 천국에 가고 싶으면 알라 신을 믿어야 한다. 만약 기독교 천국에 가고 싶으면 예수를 믿어야 한다.
마태(19;16)에 보면, 어떤 사람이 예수께 “어떻게 해야 천국에 갈 수 있습니까?”고 물었다. 예수가 계명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살인·간음·도둑질·거짓 증언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부모를 공경하고 또한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예수만 믿는다고 해서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계명을 지켜야 기독교의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들은 계명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들은, 죽음 후, 다들 천국에 간다. 그런데 소수의 사람들은 지옥에 가기도 있다.
지옥에 가야 하는 사람들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는 독일 사람으로서, 정권을 잡은 후, 유태인들을 6백만 명이나 죽였다. 인접 국가들을 침략했다. 특히 소련을 침공해서, 1천만 명 이상 죽였다. 무자비한 독재자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히틀러는 가톨릭 신자였었다. 가톨릭 교황도 히틀러를 두려워했었다. 히틀러는, 자기 말을 잘 듣고 순종하는 교회는 문을 열게 했다.
자기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는 교회는 다 문을 닫게 해버렸다.
자, 여기서 생각해보자, 히틀러는 살인·도둑질·거짓증언을 했다. 게다가 이웃을 사랑하기는커녕 이웃을 많이도 죽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히틀러는 가톨릭 신자이기에, 지금 히틀러는 가톨릭천국에 가서 호강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사람을 많이 죽였기에, 지금 가톨릭의 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불로 네루다(Pablo Neruda)는 그의 시집 <질문의 책>에서 다름과 같이 시를 썼다.
히틀러는 지옥에서
어떤 강제노동을 할까
벽에 페인트칠을 할까 아니면 시체를 다룰까?
그는 사자(死者)의 냄새를 맡을까
거기서 그에게 수없이 태워 죽인
아이들의 재를 먹일까
아니면, 그가 죽은 이래, 그들은 그에게
깔때기로 마시는 피를 줄까
아니면 뽑아낸 금이빨들을
그의 입에 두르려 박을까
히틀러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계명을 지키지 않았기에 기독교 지옥에 갔다고 파블로 네루다는 믿고 있다.
소련의 스탈린이라는 독재자가 있다. 스탈린도 옆나라를 침공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스탈린은 특히 자기네 소련사람들을 2천만 명 이상 죽인 걸로 알려졌다.
스탈린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기에 기독교 지옥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아마 삼악도(동물·아귀·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이 된다. 불란서의 나폴레옹, 몽고의 칭기즈 칸, 로마제국의 시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 등등 옆 나라를 침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왕들은 지금쯤은 다들 삼악도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죽음 후 어디로 가는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신앙심’ 그리고 예수가 말한 ‘계명’을 얼마나 성실하게 지키면서 생활하고 있는가를 보고서, 자기가 죽으면 천국에 갈지 혹은 지옥에 갈 지를 스스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기독교에서는, 한번 천당에 들어가면, 천당에서 영생을 한다. 반면에, 한번 지옥에 들어가면 영원히 지옥에서 고통을 당한다. 이게 불교하고 다른 점이다. 불교는, 천당에 가든, 혹은 지옥에 가든, 인연이 다하면, 또한 천당· 지옥에서 나온다. 불교는, 자기가 지어놓은 업에 따라 육도(하늘나라, 인간, 아수라, 동물, 아귀, 지옥)를 윤회한다. 언제까지 윤회하는가? 도를 닦아 열반에 들 때까지다.
불교의 생사윤회
불교에서는 우주나 인간을 만들었다는 창조주는 없다. 이 우주는 시작도 없는 먼 과거에 인과(因果)에 의해서 생겨났고, 그리고 모든 세상만물은 인과에 의해, 인과응보의 법칙에 따라 운영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면서 업(karma)을 짓는다.
업은 신·구·의(身口意)의 행위에 의해 만들어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의(意)다. 의(마음)가 고우면 행동도 얌전해지고 말도 점잖아진다.
그런데 마음이 고약하면 하는 행동도 사납고 말도 거칠다. 만들어진 업이 생명체를 운영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업을 만들고 그리고 업이 나를 운영해가는 것이다. 업이 나의 몸체를 만들어준다. 건강하고 병들고, 어떻게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들을 나의 업이 관할한다. 업에 따라 나는 생활해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이 실력(업)을 쌓는다. 실력이 학생으로 하여금 어느 대학에 가게하고, 어느 회사에 취직케 하고, 그리고 돈을 벌게끔 해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