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부처님 달’을 맞으며
글 진월 스님
(북가주 고성선원 주석, 미국국제불교협회(IBAA) 이사회 부의장)
“부처님오신날”이 있는 5월을 맞이하며, 우선 불자 여러분께 부처님 지혜와 자비의 빛이 가득하게 누려질 수 있기를 축원 올립니다. 그날(음력 사월파일)과 이달(양력5월)을 새삼 기리며, 그 시절 인연의 뜻을 거듭 되새겨보면서 보람찬 시간이 되도록, 나름의 생각 한 자락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우리 말로 ‘부처님’은 ‘부처’라는 말에 ‘님’자가 붙여진 합성어로서, 부처를 존경하여 부르는 표현이지요. 부처는 원래 인도말 ‘붓다 (Buddha)“의 소리를 한국식으로 옮긴 것인데, ‘깨달은 분’을 뜻하지요.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통하는 ”부처님 오신 날“은 ‘깨달은/깨친 분’이 오신 날을 뜻하지만, 사실은 역사적인 인물인 석가모니 부처님(Sakyamuni Buddha)의 생애 가운데에, 성도 이전(붓다가 되기 전), 싯다르타 왕자(Prince Siddhartha)로서 그 육신이 북인도 룸비니(Lumbini)에서 태어난 날을 가리키지요. 이는 한 인간의 탄신일이지만, 그 분의 나이 스물아홉 살에 출가하여 6년간의 수행후 서른다섯 살에 중인도 보드가야(Bodhgaya)에서 완전히 깨쳐 붓다가 되어 법신(法身 진리의 몸)으로 새로 태어나셨다고 볼 수 있고, 45년간 설법 교화하시다가 여든 살에 쿠시나가라(kushinagara)에서 입멸(Pari-nirvana)하셨음은 널리 알려진 바입니다. 아무튼, 남방 상좌부전통(Theravada Tradition)에서는 음력 사월 ’보름날 베삭절(Vesak)‘을 석존의 탄생과 성도 및 입멸의 성삼일(聖三日 Triple Sacred Day)로 기려왔고, 그에 따라서 유엔에서는 그날을 인류의 스승으로서 붓다의 날(UN Day of Vesak)로 기념하지요. 그렇게 보면, 그날이 우리 말로, “부처님오신 날” 및 “부처님 되신날”과 “부처님 가신 날”이 될 수도 있고, 지구적으로 통용 무방하겠지요.
우리가 부처님(석가모니 붓다/세존, 석존)을 기림은 석존의 자질과 능력, 지혜와 자비 등을 존경하고 우리에게 베푸신 해탈 진리의 가르침에 감사하기 때문이겠지요. 차제에 그분이 어떤 분이었는지 그 자질과 특성을 새삼 되새겨 봄이 필요하고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분을 올바르게 생각함이 바로 ‘염불(念佛)’이며, 이는 실제로 수행의 한 방법이고, 부처님을 기리는 좋은 방편의 하나로 여겨집니다.
산승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베살절위원회(ICDV)가 기획하고 펴낸 “공동불교성전(CBT)”의 관련 부분을 인용하여, 보편적인 인식과 공감을 확인해 봅니다. 시기상으로 붓다에 가장 가까운 팔리어 텍스트를 먼저 살피고, 이어서 대승적인 한문전적을 아울러 보려하는데, 각각의 두 언어전문학자가 영역한 것을 필요한만큼 활용하려합니다.
<남방문헌:> 여기, 붓다에 대한 굳은 신심이 갖춰진 고귀한 제자들인 비구들이 이렇게 찬탄한다:
“세존은 [경배] 공양받을 분이시다. 완전히 깨친 분이시다. 지식과 행동을 갖춘 분이시다. 다복 다
행한 분이시다. 세상을 아시는 분이시다. 비교할 수 없으며 조련 잘하는 분이시다. 신들과 인간들의 스승이시다. 온전히 깨친 분이시다. 세상에 뛰어난 거룩한 분이시다. (CBT 122a)
<북방문헌:> [1] 여래는 부정관을 비롯하여 [많은 수행과정을 거쳐] 마침내 완전한 깨침을 이루셨고, 준비단계부터 성문과 독각(연각)을 초월하셨다. 이런 까닭에 [누구도 초월할 수 없이 위없는] “무상사(無上師)”라고 알려졌다. [2] 여래는 거룩한 존재로서, 공적(空寂)에 대한 선정(禪定), 인식과 감각의 종식에 대한 선정, 사선정, 자애관, 십이연기, 등을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하여 가르치셨다. 붓다가 시연한 것들은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여래(如來) 즉, “타타가타, 여여하게 오신 분”이라 알려졌다. 나아가 붓다는 최초의 준비단계로부터 누구도 초월할 수 없는 완전한 깨침의 단계까지 모두 정진 통과하셨다. 이러함이 여래 즉 “그렇게 오신 분”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3] 그분은 오묘하고 경이로우며 진정 순수한 자질들을 성취하셨기로, “아라한, 고귀한 분”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공경예배를 받을 분으로서 “응공(應供)”으로 알려졌다. [4] 그분은 ‘통상적 실상’과 ‘궁극적 실상’의 두 가지를 모두 깨치셨기로, 완전히 깨친 “정변지(正遍知)”으로 알려졌다. [5] 그분은 그분의 윤리 도덕적 수행을 완전히 충족하고 세 가지 뛰어난 지식인 삼명(三明)을 소지한 까닭에, 지식과 행동을 성취한 ”명행족(明行足)”으로 알려졌다. [6] 그분은 장차 더 이상 재생(再生)이 없을 것이 확실하므로, “수가타, 선서(善逝)”로 알려졌다.
[7] 그분은 중생세간과 기세간(器世間) 두 세계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성취했으므로, 세상을 아는
“세간해(世間解)”로 알려졌다. [8]그 분은 중생들을 훈련하는데 필요한 선교 방편에 능숙하셨기로, 사람들을 훈련하는 “조어장부(調御丈夫)”로 알려졌다. [9] 그분은 중생들을 공포로부터 구제하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되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기로, 신들괴 사람들의 스승인 “천인사(天人師)”로 알려졌다. [10] 그분은 모든 현상들과 행동들을 이해하심으로, 깨친 “붓다(佛陀)”로 알려졌다. 나아가, 네 가지의 마군(魔軍)들을 항복받으셨기로, “바가바, 거룩한 세존(世尊)”으로 알려졌다. (CBT129a-b).
이상에서, 붓다의 뛰어난 특질 내용이 남방과 북방의 경전에서 거의 공통으로 기술됨과 아울러 이른바, “여래십호(如來十號)” 즉 붓다의 열 가지 호칭과 그 각각의 이유를 살펴보면서, 붓다의 위대함을 거듭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래십호는 염불 수행에 활용되기도 하는데, 초기부터 현대까지 남방과 북방 불교 전체에 걸친 보편적인 수행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불, 간경, 참선, 염불 등 모든 의식과 수행의 경우에, 마음을 가다듬고 고요히 여래의 호칭에 따른 붓다의 공덕을 추모하며, 그 공능을 스스로 갖추고자 다짐하고 정진에 집중함으로서, 부처님의 유훈을 실천해 나가는데 기초를 다지게 될 줄 압니다.
그렇게 불자로서의 자부심과 원력을 키우며, 붓다가 보이시고 이끌어 주셨던 길을 따라 나아간다면, 마침내 언젠가는 그분의 경지에 가까이 도달하여 2500여 년 전 석존의 실상과 위대함을 뵙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달에 즈음하여, 일반적 관행을 넘어 보다 실질적으로 가치와 의미있게 수행을 통해 장엄하며 기리는 방법은, 여늬 꽃과 과일을 바치고 연등을 밝히듯이 물질적인 정성의 표현도 재래 관행상일리가 있겠지만, 그 언표의 본질과 속성을 살펴서, ‘정신의 꽃’을 피우고 ‘지혜의 등’을 밝히며, 차분히 염불과 참선명상 수행으로 불심에 사무치게 공양함이 석존의 유훈을 제대로 받드는 길이며 진정으로 붓다가 바라시고 칭찬하며 기뻐하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질만능과 배금사상이 판치는 번잡한 분위기와 탐욕적 세류에 휩쓸려서 겉과 밖으로 소비하는 관심과 물량을 속과 안으로 돌이키며, 중심 잡고 내실에 힘써서, 베삭절과 ‘부처님 오신 달’을 알차고 보람있게 누리시기를 거듭 축원 드립니다.
나무 본사 석가모니불!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
거룩한 베삭절 만만세!
진월비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