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과 포교하는 사부대중 Ⅱ
한국불교 영역을 이끌어온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KIBET)
전옥배 원장
글 전현자 (본지 한국취재기자)
법을 전공한 후 금융계에 일하다 퇴직하고 50대 중반인 2000년에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2005년에 번역연구원을 설립한다.
2014년에 한영불교대사전을 발행하면서 한국불교 영역화 작업을 선도하고 있는 전옥배 원장의 인터뷰이다. - 편집자 주 -
기 자 이렇게 뵙게 되어 기쁩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금융계에 일하시다 퇴직하고 2,000년에 동국대에 입학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원장 20세기 말 IMF를 계기로 평소 관심을 두고 있었던 불교공부를 위해 직장에서 희망퇴직을 한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금융기관에 30여년을 일했지만 끝없이 소유를 향하여 치닫는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을 보고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왜 사는 지에 대한 실존적 의문과 신(神)이 사라지고 물신(物神)주의가 팽배한 세태에서 30여 년간의 기독교도로 살아 온 것에 대한 회의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지요. 우연히 태국 여행에서 접해 본 불경(佛經)을 읽고 불교의 공사상과 연기론이 현대자본주의의 모순과 신이 사라진 기독교에 대한 회의를 해결해 줄 수 있겠다는 나름대로의 희망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아 보아야겠다는 원력으로 불교대학원 입학 결심을 한 것이었습니다.
기 자 30여년 믿었던 기독교에 대한 회의감은 무엇에 근거 한 것이었습니까?
전 원장 절대 신인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자본주의와 결탁한 물신주의가 팽배해 가는 현대 교회를 보면서 기독교가 삶의 참된 의미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서구 기독교 사상의 본류인 절대 신을 믿는다는 것이 동양사상적인 측면에 비추어보면 그 신(神)도 마음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절대 신, 유일 신을 믿는다는 것에 회의감이 있었는데 불교를 접하게 되니 더 이상 기독교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독교 신약성경 누가복음 17장에서 “하나님의 나라 천국은 너희 마음 안에 있다”는 구절만 보아도 동양사상과 불교 안에 내재하는 우리의 불성이야 말로 신의 실체에 대한 바른 현대적 해석이 아닌가 하는 나름대로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50중반의 나이에 금융계를 떠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 들어가 본격적인 불교 공부를 시작하였지요.
기 자 대학원에서 공부하신 불교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전 원장 저는 고려대에서 법학을 전공 했습니다. 한국의 현실을 보더라도 법조계의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자기에게 유리한 자의적 법해석을 함으로서 법치를 왜곡하여 나라를 혼란하게 하는 우리 현실을 보고 법을 전공한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참에 진정한 진리의 말씀인 부처님의 법(法)인 불법(佛法)을 여러 경전을 통하여 배우게 되었습니다.
기 자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 원장 종교학과 비교종교학을 했습니다. 미국 템플대학에서 종교학과 비교종교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용표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모시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하여, 불교 유교 도교 그리고 한국의 전통 신앙인 샤마니즘, 한말과 일제시대 일어난 원불교, 증산교, 천도교 등 한국의 신종교까지 다양한 종교를 섭렵했습니다. 이렇게 종교다원주의를 공부하여 종교간 대화운동에도 관심을 가졌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종교가 같은 진리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종국에는 모든 종교가 하나의 사상으로 회통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짓게 되었습니다.
종교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막스 뮐러는 “하나의 종교만을 아는 것은 아무 종교도 모르는 것이다”라고 설파한 바가 있습니다. 미래학자 새뮤엘 헌팅턴의 20세기 그의 대표저서인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에서 다종교로 인하여 생겨나는 종교 간의 갈등 등으로 미래 사회의 문명 충돌을 예언한 바가 있습니다.
21세기가 시작 되자마자 2001년 9.11테러를 필두로 아프카니스탄 침공, 이라크 등 세계 분쟁과 충돌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지구촌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종교, 문명 간의 상호 이해와 회통의 필요성이 세계화와 더불어 증대되고 있다는 현실은 특히 종교적인 측면에서 상호 이해와 소통과 대화의 필요성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목도했습니다.
기 자 동국대에서 번역 일을 하시게 되셨다는데 어떤 계기로 번역을 하셨습니까?
전 원장 제가 대학원 입학 당시 뉴욕주립대와 동국대가 국제원효학회를 만들어 양측 총장의 지두 지휘 아래 원효사상 전집을 영어로 번역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10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이 국제원효학회의 한국 측의 간사이고 미국에서는 뉴욕주립대학의 박성배교수가 미국측 간사가 되어 10년간 20여명의 세계 불교학자가 참여하여 원효 전서의 번역을 매년 열리는 세미나를 통해 토론하면서 영역 불사를 해 오고 있었지요. 원효 전서 영역 참여 교수에는 UCLA 한국학과장이신 버스웰 교수, 동경대 뮬러 교수 등 세계적 불교학자들이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국제원효학회에 참여해 번역, 통역 및 국제세미나 준비 등의 일을 맡은 총무 역활을 했습니다. 원효사상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영문 저널 편집을 맡아매년의 1-2권의 저널을 내기도 했습니다. 10여 년동안 20여권의 한국불교관련 영문 저널 편집에도 참여했습니다. 대학원 과정 공부보다는 매일 번역과 통역 일에 몰두 했지요. 그러나 국제 원효 학회에서 원효스님의 사상 전서를 번역하는 일을 한 것은 대학원의 수업에 따르는 것보다 더 값진 공부였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을 하는 일이 대학원 강의를 듣는 일보다 더 집중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스스로 찾아 하는 공부하는 일은 정말 보람 있는 일이었고 또 한영불교대사전의 출판 등 많은 성과물을 내게도 되었고 국제적인 감각과 안목을 배우기도 했지요.
예상치 못하게 대학원 공부보다는 외국에서 근무하면서 익힌 영어가 인연이 되어 국제원효학회의 한국간사이신 지도교수 김 용표 교수님를 따라 국제원효학회에서 영역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가장 큰 불사는 동경대 뮬러 교수와 함께 한영불교대사전까지 편찬하게 된 것입니다.
뮬러교수는 한국불교와 원효 사상에 관심이 많은 미국불교학자로 이 원효 영역사업에 참여했던 재외 한국불교 학자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당시 뮬러 교수가 편집장으로 운영하고 있던 Digital Dictionary of Buddhism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전자불교사전으로 원효 영역사업에도 크게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와 뮬러교수는 그 Digital Dictionary of Buddhism을 기반으로 12,000여 불교 기본 영어를 선정하여 한국불교전문 출판사 김 시열 운주사 사장의 도움으로 10여년에 걸친 공동 편찬 작업을 통해 세계 최대의 불교영어대사전이 출판된 것입니다. 이 모든 영역 불사가 국제원효학회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기 자 그렇게 번역 하시다 2005년에 불교영어번역연구원을 설립 하셨다고요?
전 원장 네 그렇습니다.
기 자 설립하시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원장 당시 원효학회 국제 세미나뿐만 아니라 간화선국제대회 등 많은 불교관련 세미나들이 매년 동국대에서 개최되고 있어 많은 영역과 통역 등 대규모의 번역 사업이 일어나고 있어 많은 통역과 번역전문가들의 결집(結集)이 필요한 것이 불교영어 번역연구원의 설립 배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이 당시 한국에서는 한영불교사전이 없어 많은 애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십 명의 한국불교번역연구원 연구원들의 도움으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한영불교대사전을 10년간의 불사를 원만히 이루어 낸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기 자 뮬러 동경대 교수와 원장님께서 편찬한 한영불교사전의 명칭은 무엇이며 그 사전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전 원장 제목은 한영불교대사전 (Korean-English Dictionary of Buddhism)입니다. 제가 불교영어사전에 관심을 가진 것은 국제원효학회의 영역사업에 참여하면서 부터였습니다. 불교사를 흔히들 한마디로 “역경(譯經)의 역사” 라고들 말합니다. 수많은 산스크리트와 팔리어로 된 초기 경전들이 당(唐)나라때부터 중국어로 번역되었고, 또 한국어와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 되어 왔고 현대에 와서는 그것들이 영어로 번역되는 역경사업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야 번역의 필수 도구가 되는 여러 가지 언어로 된 수많은 사전들이 나라마다 출간되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번역의 도구로서 필수 불가결한 사전들이 사전마다 혹은 번역자마다 자의적인 번역어를 사용함으로써 불교 역경에 있어 일대 혼란이 일어나고, 잘못 번역된 번역이 난무하면서 경전이 왜곡 번역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불교가 훼손되는 문제가 여기 저기 나타나고 있는 문제는 참으로 심각합니다. 이에 올바른 번역어를 제시하고 있는 제대로 된 사전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합니다.
2000년대 초 한국에서는 불교영어사전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저와 번역연구원이 참여한 번역가들이 동국대 도서관에서 있는 몇 종류의 일본에서 출간된 일영불교사전(Japanese-English Dictionary)들과 중국에서 발간된 한영불교사전(Chinese-English Dictionary)을 참고하면서 한국 불교 전적(典籍)의 영어 번역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일영불교사전의 경우는 일본어의 히라가나 순을 찾아가면서, 한영불교사전의 경우는 한 단어를 찾는데 한문 획수 세어 가면서 찾아 들어가 단어 하나 찾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어로 된 불교영어사전이 있었더라면 바로 영어로 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일본어와 중국어 사전을 사용하여 찾다보면 한 단어를 찾는데 1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찾는 용어가 나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는 경우는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되었습니다. 그 후에 몇 권의 소사전이 나오기도 했지만 불교영어사전이라고 하기에는 어휘 수나 형식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런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도 한국불교의 영역화 작업은 계속되어 왔으며, 드디어 10년 정도의 편찬 업을 거친 한영불교대사전(Korean-English Dictionary of Buddhism)이 2014년 5월 운주사에서 출판하게 되어 번역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된 것입니다. 1,800여 페이지에 12,000여 표제자를 갖춘 사전이지만, 이 사전은 뮬러 교수와 제가 공동 운영하고 있는 전자불교사전((Digital Dictionary
of Buddhism)을 이용하면 70,000여 표제의 방대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어 상호 보완을 하면 번
역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기 자 원효학회 외의 다른 영역에 관한 활동 이야기를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원장 이 명박 대통령 재임 시 G-20 세계 정상회담을 한국에서 개최했을 때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준비 작업에서 우리 연구원들과 Korea Times 편집 기자팀들과 함께 공동으로 불교진흥원 후원 아래 함께 한국 불교의 문화 부분을 Buddhist 아이콘 30개를 선정해 코리아타임스에 6개월 연재하여 한국의 대표 문화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주요 키워드로 원효스님, 간화선, 불국사, 수월관음도 등 불교미술, 불교 음악인 범패 등 소개한 컬러 책자를 만들어 세계 정상들에게 1,700년 한국 불교를 소개한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문화재의 80%가 불교문화재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지요. Temple-stay의 소개도 그 일환입니다. 우리 번역연구원에서도 많은 템플스테이에 대한 자료를 영역하여 책자를 만들어 낸 바가 있습니다. 2024년 한국불교 조계종 금년도 추진 사업인 K-Meditation도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의 하나입니다.
불교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 90주년 기념사업으로 편찬한 21세기 문명과 불교(Buddhism and Civilization in the 21st Century)도 21세기를 맞이하는 기념사업으로 의미 깊은 영역 프로젝트였지요.
최근에는 불교와 양자역학, 불교와 뇌 과학 등 불교 관련 최신 논문들의 영역 의뢰가 오면 관련 과학자들과 협업하여 응용불교의 일환으로 불교의 외연을 넓혀 영역으로 서양에 소개한 번역들이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불교야 말로 우주적 종교(cosmic religion)이며 과학과도 가장 근접한 종교라는 것이 서구 사회에 입증하는 일도 참 의미 깊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 자 앞으로 하시고 싶은 번역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전 원장 요즘 서구 사상과 철학들이 현대 실존주의와 해체주의 철학에서 나타나 있듯이 그들 사상에 한계를 느끼고 불교 등 동양사상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동양사상의 핵심이 되는 중국철학과 퇴계사상을 비롯한 한국의 유교사상, 원효를 위시한 한국 종교와 사상들이 아직 거의 영어로 번역된 것이 없는 실정인바 한국불교영어번역 연구원에서는 이 분야의 영역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이 최근 몇 년간 불교계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탄허스님 연구로 박사학위 1호를 받은 문광스님의 박사학위 사교회통(四敎會通, 유교, 불교, 노장사상인 도교, 기독교의 회통 비교연구) 논문이 유튜브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 되어 많은 호응을 받고 있어 이 사교회통의 논문에 관한 대중화와 국제화를 위한 영역에 관심가지고 2년째 번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유튜브 등을 통한 이에 대한 많은 호응이 있어 미주현대불교에서는 2022년 문광스님을 미국에 초청하여 미국 전역에서 순회 법회를 주최한 바가 있습니다. 김 형근 미주현대불교 대표님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저희 번역사업을 지원 해 주고 계십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정보화, 국제화되어 세계가 하나 되어 가는 지구촌 시대인 현대 다종교시대에 종교간의 갈등과 분쟁은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종교간의 대화와 연구를 통한 갈등과 분쟁의 해소 문제는 가장 시급한 세계적 과제입니다.
기존에 유불선 3교의 회통문제는 이미 중국에서 우익지욱, 감산덕청 선사 등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회통을 연구해 왔고 한국에서도 함허득통을 위시한 스님들이 이에 대한 연구가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기에 대한 연구가 세계의 갈등과 분쟁의 해결을 위한 그 중요성과 시급성에 비해 미미합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가 하나 되어 가는 지구촌 시대에는 모든 종교가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대화와 회통을 해야 하는 절박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삼교회통의 영역을 위해서는 주역과 유불선에 대한 종합적 영어사전이 세계적으로 보아도 없습니다.
이에 본 한국불교번역연구원에서는 2년째 사교회통을 주제로 하는 탄허스님의 탄허학 영어사전과 동양학 사전 편찬 작업을 해 온바 저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남은 여생에 후학들을 위하여 이 사전들을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할 것을 발원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바 향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라는 바입니다.
일시 : 2024년 3월 25일
장소 : 충무로 스타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