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수행과 포교하는 사부대중 Ⅱ
법정스님과 대통령 네 분을 염한
유재철 박사
글 전현자 (본지 한국취재기자)
기 자 특별한 분을 모시고 인터뷰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법정스님과 노무현 대통령을 염하셨다고요. 염이란 무엇입니까?
유재철 박사 돌아가신 분의 몸을 깨끗하게 목욕시켜 옷을 입히고 관에 모시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3일장을 지내다보니 둘째 날에 염을 합니다. 목욕은 알콜에 적신 솜으로 닦아드립니다. 마지막 옷은 예전처럼 삼베나 비단으로 지은 수의를 입히기도 하지만 생전에 좋아했던 옷을 입혀드리기도 합니다. 그런 다음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입관을 합니다. 저는 염을 할 때 그분의 혼이 아직 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직원들에게도 늘 말 조심하라하고 저는 침묵 속에서 염합니다.
기 자 죽은 몸을 씻겨드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유재철 박사 여러 이유가 가능합니다. 사고사나 추락사처럼 출혈이 심한 경우도 있고, 아무리 깨끗하게 지내다 임종을 맞이한 어른이라도 숨을 거두게 되면 괄약근이 풀어져서 대소변이 밀려나와 있습니다. 마지막 옷을 입혀드리기 전에 먼저 몸을 닦아드리는 것이 순서이겠지요.
기 자 아주 중요하고 어려울 수 있는 일을 하시는군요.
유재철 박사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기 자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유재철 박사 죽음이란? 글쎄요! 누가 사랑이란? 라고 묻는다 해도 말할 것이 없더라고요. 죽음도 똑같을 것 같습니다. 죽음을 통한 일을 하는 것이 올 10월이면 30년입니다. 죽음을 다루면서 생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죽고 사는 것이 단절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음을 거부하면서 죽어가는 사람도 봤고요, 마지막 순간이라도 맞이하면서 죽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법정스님이나 스티브 잡스가 그 경우라 말하고 싶으며,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의 경우는 표정을 보니 기운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 자 자연치료를 고집했던 잡스의 경우는 큰 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하신 이유는요?
유재철 박사 2009년 5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7일장을 했습니다. 날은 덥고, 장례일정도도 길어서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미국에서 배워 온 엠바밍을 해서 봉하마을 마을회관에 모시고 조문을 받았습니다. 그때에 저는 얼굴이나 표정, 온몸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서움, 두려움에 일그러져있지 않고, 표정이 매우 담담했습니다. 죽음에 이를 상황은 있었다 하더라도 시신에서의 모습 표정으로는 선택한, 맞이한 죽음이었다고 본 것을 말 한 것입니다.
기 자 엠바밍이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유재철 박사 미국 장례식의 경우 고인의 얼굴을 노출하여 관에 모시고, 뷰잉(viewing)을 합니다. 시신의 부패와 병균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 동, 정맥에 약품을 넣어 방부처리를 합니다.
기 자 죽음명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유재철 박사 스티브 잡스가 죽음 명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잡스는 17살 때부터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마지막 이라면 오늘 내가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했다합니다. 30여년을 그런 식으로 살아 온 것이 죽음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떠 올리면서 명상을 한 것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한 것은 자꾸 뒤로 미루고 살잖아요. 그냥 대충 사는 삶이 되지요.
기 자 어떤 계기로 불교에 입문하셨는지요?
유재철 박사 27살 즈음에 하던 사업이 망해서 크게 낙담을 해서 지내다 개운사 청년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때 개운사에는 승가대학이 있었고 기라성 같은 스님들이 많이 계셨지요. 그 스님들을 뵈면서 불교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 자 죽은 사람을 위해서 산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유재철 박사 티벳의 사자의 서에 보면, 죽음의 과정을 자세하게 기술해 놓았잖아요. 어느 스님들께서 은사 스님이 임종하시면 칠성판 등에 모셔 놓고 8시간동안 손을 대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영혼이 빠져 나갈 충분한 시간동안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친구가 된 사람인데, 90세가 넘으신 어머님의 장례를 다비식으로 하고 싶다 해서 도와 드렸습니다. 약 3년 전이었는데, 돌아가시자마자 임종한 장소에서 8시간을 기도하고 다비장이 준비 된 절로 옮겨 갔습니다. 절의 큰 방에 분향소를 마련해 조문객을 맞이했고, 그 다음 날 셋째 날이 된 그 날 가족과 함께 간단한 식을 하고 스님들처럼 다비를 했지요.
다비 시간이 3~4시간 걸리는데 그동안 스님들께서 염불해주시고, 종교가 다른 가족들도 어머니를 위해 염불을 따라 한 것이 아주 멋있었습니다. 죽음은 시신처리 기능이 있고요, 미국이나 일본처럼 의식을 하는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며 사회적인 관계정리를 하는 것이 식이라 생각합니다. 그 식은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영향력 있던 사람의 죽음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하기를 권합니다.
기 자 살아남은 가족들을 위한 중요한 것은 무엇
일까요?
유재철 박사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가지가 있겠는데 종교적 방법도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로할 수 있는 모임을 갖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누는 것도 좋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전문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 자 한국에서의 장례문화는 어떻습니까?
유재철 박사 한국은 아직 장례문화라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례식장에서 조문객 맞이하느라 바쁘고 슬픔을 삭일 시간이 없습니다. 오히려 어릴 때 전통장례에서는 이틀 동안 조문객을 받지 않았습니다. 30년 전에는 화장을 하면 두 번 죽인다는 말을 했고, 화장을 15~20%도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90%에 달하는데, 문화는 의식을 바꾸고 의식은 문화를 바꾼다고 생각하며 다시, 현대에 맞는 아름다운 장례문화가 생기길 바랍니다. 장모님 장례 때, 애도식을 했습니다. 옛날로 보면 장모님이 늦게 결혼하신 것을 제 아내가 “외할아버지가 우리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27살까지 붙들고 있다 시집을 보내셨다”고 말했고 기독교인이던 큰 처남이 “어머님이 하늘나라 잘 도착했다고 연락 왔다”말해서 모두 웃었지요. 지인들에게 부탁해 대금 연주, 시낭송, 판소리도 했습니다. 장모님의 죽음도 애도하고, 또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던 거 같아요.
기 자 죽음에서 배울 것은 무엇일까요?
유재철 박사 죽음이 있어 삶이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 자 안락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유재철 박사 안락사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 자 많은 죽음을 보시면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재철 박사 좋은 질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전거를 잘 타지요?
기 자 자전거를 타봐야겠지요.
유재철 박사 그렇습니다. 자꾸 타서 넘어져 봐야지요. 마찬가지로 죽음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겠습니까? Ending Note 같은 것을 쓰는 것을 쓰는 것을 권합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장례, 화장, 재산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 하지 말아야 할 사람도.
기 자 삶은 무엇입니까?
유재철 박사 어릴 때 전생이야기를 해서 부모님께 헛소리 한다고 들은 적도 있고, 또 운동회의 기마전에서 떨어져 죽음을 경험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죽은 제 몸을 공중에서 보았습니다. 죽음은 혼, 백이 분리 되는 것입니다. 숨을 내 뱉고 들이 마시지 못하니 죽음이지요. 부처님께서도 죽음이 호흡지간에 있다 하셨다는데, 사실 답하기엔 어려운 질문이지만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 자 긴 세월 죽음과 함께 해 오신 박사님은 누구십니까?
유재철 박사 저는 누구지요? 고민에 빠지게 되네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때; 2024년 4월 10일
곳; 장례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