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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현불연재물

[미주현대불교 2024. 8월호] 당신 앞에 펼쳐지는 현재의 경험을 찬미하라- 글 스텔라 박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4.10.31|조회수5 목록 댓글 0

 

 스텔라의 마음 공부

 

당신 앞에 펼쳐지는 
현재의 경험을 찬미하라

 

글 스텔라 박

 

 


현재의 순간을 부정하거나 저항하는 오래된 패턴을 깨세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과거와 미래로 향하는 마음을 포기하는 것을 연습하세요.
” - 에크하르트 톨레 -

 

 

 

현재는 나로부터의 선물


흔들리지 않는 행복에 이르기 위한 붓다의 가르침은 현재의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으로 귀
결된다. 10여 년을 그 가르침대로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나는 세상과 나를 분리함으로써 느끼는 불안감 대신, 세상에 연결되고 더 나아가 나와 내가 경험하는 세상이 둘이 아님을 아는 것에 기초한 진정한 신뢰의 반석 위에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지금 여기에서의 경험은 신인 내가 내게 가져온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단지 내가 의식하는
차원에서뿐 아니라, 나의 무의식, 심층의식이 현재에 가져오는 선물이었다. 즉 내가 과거에 직면하기 두려워 피하고, 도망가고, 눌러놓았던 감정들이 통합되고자 삶의 사건으로 내게 나타남을 알게 된 것이다. 과거에 눌러놓았던 감정은 현재에도 다시 만나주기가 쉽지 않지만, 매 순간 순간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다 보니, 압도할 만큼의 부정적 감정이란 나의 저항 또는 집착 때문에 생긴 것이지, 그 자체로 감당하지 못할 만한 경험은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점점 나는 삶이 통째로 다가와 통째로 나가게 허용하고 있었다. 점점 내가 삶을 경험한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삶이 이 작은 몸의 감각들을 통해 살아지고 있었다. 
망상에 빠져, 나와 세상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의식 위에 이 세상을 창조했음을 바로 보고, 이 의식에 펼쳐진 대상이 내 의식에 펼쳐지기 까지의 여정을 바로 보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눈물날만큼 아름답고 감사해진다. 
지구별을 한 바퀴 돌아 내 앞에 오신 커피 한 잔에서도 온 우주의 노고를 느낀다. 내가 아무 수고
하지 않았음에도 어쩜 이렇게 마법 같이 이 향기로운 음료가 내 앞에 오게 되었을까. 나는 아프리카의 농부에게, 이를 실어온 이들에게, 원두콩을 볶고, 포장한 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지금 현재 내 앞에 온 경험을 진정으로 바로 보게 되면 그 오묘한 기적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경험은 사물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다. 바로 보고 바로 들으면 감사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며 찬미하게 된다.

 

 

반기기 힘든 경험이 찾아왔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때로 삶은 “이번엔 또 뭐지?” 하는 경험을 가져다 준다. 내 최
근 경험을 말하자면, 나는 작년에 이어 집에 도둑이 드는 경험을 했다. 다행히 없어진 것은 없지만
함께 살고 있던 룸메이트들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도 않고 이사를 나갔다. 나 또한 내 삶의 보금자리에 누군가가 침범했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으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인 안전이 채워지지 않는 경험을 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삶이 내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헤아렸다. 결국 도둑이 든지 두 달이 지난 지
금, 나는 집의 시큐리티 시스템을 더 정비하고, 집안팎을 더 단장하며 집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또한 새로 들어온 룸메이트들도 보다 도반으로서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들로 채워졌다.
물론 더이상 안전하지 않은 코리아타운을 떠나 이사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약2년간 공부에 전념하자면 나는 생업을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에 지금 이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집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청소하고 정리하고 마당에 화분을 들여놓고 물을 주고 가꾸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토록 어렵게만 생각했던 청소도 한 번에 하나씩 하기 시작한다면 못 할 것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우리를 변화시키는 수행의 힘, 즉 반복의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바른 견해 위에 서서 한 걸음씩
결국 이번 도둑님의 방문은 내게 주변을 단장하고 매일 청소하는 좋은 습관을 가져다주었다. 집이 어지럽혀져 있을 때,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할 때, 명상 수행에의 기억은 좋은 지침이 되어준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10분 동안 무조건 방석 위에 앉아 숨과 몸의 감각을 관찰했던 것처럼, 한 번에 모두 이루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30분 동안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것을 정리하고 쓸고 닦는다. 그렇게 반복했더니 이제 청소하는 요령도 좀 생긴다.
깨끗한 공간에서는 무슨 일이든 더 생산성이 높아진다. 예전보다 제한된 시간에 훨씬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나를 보며 내심 많이 흐뭇하다.  산사의 스님들은 아침 예불과 공양을 마치면 마당쓸기부터 하신다. 매일 아침 풀을 뽑고 마당을 쓸면서 스님들은 마음의 풀도 뽑고 마음도 깨끗하게
단장하시는 것이다. 소림사에 무술을 배우러 가도 먼저 마당쓸기부터 한다. 마당쓸기와 청소는 도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반복의 힘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팔정도는 생각하기에 따라 참 시시하게도, 매우 어렵게도 느껴질 수 있는 수행 체계이지만 매일 한걸음씩 반복한다는 생각을 갖고 임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렇게 한 걸음씩 해나갈 때, 어느 날 삶은 통째로 당신을 그냥 스쳐지나갈 것이다. 아무런 집착도 저항도 없이, 탐욕도 없고, 성냄도 없이 말이다. 당신 앞의 모든 경험은 찬미되고 추앙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내가 경험하는 바가 둘이 아니다. 저울의 뒤뚱거림은 멈췄다. 완전한 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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