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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현대불교 2024. 9,10월호] 사랑하십시다! - 글 무상법현 스님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4.11.04|조회수1 목록 댓글 0

 

 

 이달의 명상

 

사랑하십시다!

 

 

글 무상법현(無相法顯) 스님
서울 열린선원 선원장
평택 보국사 주지
일본 나가노 아즈미노시 금강사 주지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그래도,가끔> 지은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요?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는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준다 하더라도, 또 남을 위해 불 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말씀은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편지’라는 뜻의「고린도서」 앞 쪽(前書)에 있습니다. 그 뒤에 우리가 유행 가요로도 널리 알고 있는 ‘오래 참고, 시기하지 않으며, 덮어주고 바라는’ 믿음과 소망보다 앞서는 사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 종교의 개념으로는 치사랑이 없듯 신(神, God) 만이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는 합니다. 새삼스럽게 기독교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서로의 가슴에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것처럼 서로를 살찌우는 따뜻한 마음이 우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먼저 이웃종교의 가르침을 펴 보았습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뜻있는 일을 하더라도 그 대상에 관해 염려하고, 아끼고, 보호하며, 예뻐해 주는 사랑이 없으면 시든 꽃과 같이 아름다움과 의미가 사라지고 약해집니다. 사물의 겉에 드러나는 모습보다 속에 들어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보았으니 이제는 부처님 말씀을 찾아보겠습니다. 길이가 짧은 경전들을 편집해 놓은 『잡아함경(雜阿含經』에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아침에 삼백 가마솥의 밥을 다른 이에게 보시(布施)하고 낮과 저녁에도 그렇게 하였다고 하자. 또 다른 사람은 소젖을 짜는 잠깐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혔다면, 앞사람이 보시한 공덕은 뒷사람의 백분, 천분, 억만 분의 일도 미치지 못할 것이요, 셈이나 비유로도 견주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물질적인 것을 베풀었다고 해도 잠시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위하는 마음을 베
푼 것에는 견줄 수없다는 말씀은 참으로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인간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시(布施)라는 말은 단나(dana)라는 인도말의 번역어로 ‘베푼다’는 의미입니다. ‘님에게는 아낌없이 무엇이나 바치는 그 마음에서 보시를 배웠다’는 춘원 이 광수의 시처럼 ‘아낌없이 주련다’의 마음이 담긴 행위를 말합니다. 사랑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에게 있는 것을 나눠 가지는 것이며 그것을 한 쪽에서 보면 베푼다고 표현합니다. 뭐든지 나눠 가지는 관계인 사람을 우리는 사랑한다고 합니다.

 

 

랑하는 사람을 뭐라고 부르나요?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을 부를 때 뭐라고 부르시나요? ‘자기야~’라고 하지 않나요? 즉, 그 사람
을 자기 자신만큼 아껴주고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제 이름을 넣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이 글이 뜹니다. 제가 우리 관악산 자운암에서 부처님 오신날 법문한 내용을 LuckyRio라는 분이 트윗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를 부르는 지시대명사 ‘자기’라는 말 속에는 ‘너무나 사랑하여 자기처럼 느껴지는 이’라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마음 깊이 그 말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대중들에게 설법하였더니 마음에 닿았는가봅니다. “자기!” 참 좋은 말 아닌가요?

 

어떤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청년에게 편지를 보냈답니다. 편지에 긴 글이 적혀있질 않고 짧은 한시의 뒷 구절만 씌어 있었답니다.
“만일 혼(魂)에게 다니는 흔적이 있게 한다면 그대의 문 앞에 놓인 섬돌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것(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半成沙)”.
참으로 절절한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나 다녔으면 그 큰 섬돌이 반이나 모래가 되었을 것인가요? 그것도 자취 없는 혼에게 있게 만들어서.이런 고백의 편지에 청년이 멋지게 답하지 않으면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한시로 보내온 여인의 마음을 순 한글인 시조로 받았답니다.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이 거짓말 꿈에와 보인단 말 그 더욱 거짓말 나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오리” 
그대가 사랑한다 하고 너무나 사랑하여 밤마다 꿈에 나를 보러 온다는데 그 말이 참말이라고 하는 것이오? 어찌 편하게 잠이 들면서 말이요. 나는 한숨도 자지 못하는데...

앞의 시는 이 옥봉의 것이고, 뒤의 시는 누구 것인지 모릅니다. 어려서 배운 시조집에 무명씨라고
되어 있지요. 하지만 더 이상의 좋은 표현이 없을만큼 사랑하는 마음을 다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시를 주고 받는 관계가 바로 자기 아닌가 싶습니다.
믿음과 소망보다도 좋은 사랑! 사랑하는 사이에 부르는 이름 자기!
너무나 사랑해서 꿈마다 보는 사랑, 아니 잠마저 들 수 없는 사랑! 그런 사람을 꿈꿉니까?
그렇다면 다음 여섯 단계의 사랑을 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그녀(그이)가 뭔가 달라 보여 기억이 되고(remember)이 됩니다. 기억하면 함부로 할 수 없는 기품에 존경하고(respect), 존경이 지속되면 좋아(like)하게 됩니다. 나아가 절실하게 필요(need)로 하게됩니다. 이 필요성을 넘어 그 아픔까지 사랑하는 이해(understand)가 이루어진 뒤에야 드디어 사랑(love)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랑을 얻어 미래를 약속하게 되면 그 사랑을 모든 친지들에게 공시(公示)하는 의식을 치릅니다. 그것을 이름 하여 꽃혼인(華婚)이라 합니다. 부처님이 전생에 보살행을 닦고 있었을 때에 보광이라는 구리선녀가 가지고 가던 꽃 다섯 송이를 구해 같이 올린 인연으로 결혼한 것을 꽃결혼(華婚)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혼에서는 신랑이 일곱 송이, 신부가 두 송이의 꽃을 올리는데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여섯 단계 사랑의 맛도 보고 꽃혼인을 하게 되기를 기원 드립니다. 그래서 너(人)와 나(我)라는 생각(山)을 없애고(破) 공덕(功德)의 숲(林)을 기르는(養) 삶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너와 나라는 생각을 없애고 공덕의 숲을 기르는 것 (破人我山 養功德林)을 일러서 산림(山林)이라 합니다. 

 

 

 

본디는 사찰에서 특정 과목의 경전을 함께 공부하는 것을 산림이라 했습니다. 화엄경을 공부하면
화엄경산림,법화경을 공부하면 법화경산림, 금강경을 공부하면 금강경산림이라 하였습니다. 그 법회라는 이름의 산림이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이뤄지는 새로운 생활에 붙여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의 ㄴ과 ㄹ이 만나면 자음접변 현상에 의해 '살림'이 됩니다. 따라서 '살림을 차린다'는 결혼생활의 의미가 규정되는 것입니다. 살림이라는 말에도 지극한 사랑의 뜻이 배어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좋은 것이니 사랑하십시오! 부디 사랑하십시오! 남편을 사랑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자녀들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십시오.

 

부처님의 수행자였던 시절인 보살(菩薩)이었을 적 이야기를 전생이야기라고 합니다. 그 전생이야
기를 담은 것을 부처님의 역사적으로 드러난 삶을 화신(化身)이라고 하며, 드러나지 않은 뿌리 같은 삶을 본생(本生)이라고 합니다. 인도말 자따까(jataka)에서 왔지요. 그 본생경에는 547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주제와 소재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베푸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사랑 나누기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랑이 바로 슬기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바로 슬기를 이룩하게 하는 주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가 슬기롭습니다. 물론, 슬기로워야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자비)과 슬기(지혜)는 다른 것이 아닌 한 짝이요, 한 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전생 수행
자인 보살이었을 적에 사랑을 베푸신 것입니다. 그것이 열반을 얻는 바라밀행이 되어 현생에 싯타르타라는 태자로 태어나 수행을 완성하여 깨달음을 얻어서 석가모니부처님이 되신 것입니다. 우리도 보살이 되아 슬기롭게 사랑하고 붓다가 되십시다.
사랑하소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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