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세계 Ⅱ
야부도천 선사의
금강경 풀이를 읽어본다
글 공일 스님
서울대학교 졸업,
인도철학자,
현재 서울 봉은사 포교국장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작은 먼지로 만든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작은 먼지들이 얼마니 많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리되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須菩提 若善男子善女人 以三千大千世界 碎為微塵於意云何 是微塵眾 寧為多不 世尊
야부도천 선사는 금강경의 이 구절을 놓고, 다음과 같이 한 마다 하신다.
만일 물에 들어가지 아니하면 어찌 큰 사람인 줄 알리오.
(若不入水 爭見長人)
이어서 멋진 시 한편을 읊조리셨다.
한 먼지가 막 일어나니 그 먼지들은 허공을 갈아낸 듯하고
삼천대천의 세계를 가루로 부수니 그 수를 다 셀 수 없도다.
시골의 촌부는 능히 거두고 수습하지 못하여
가르침에 맡겨 비를 따르고 또한 바람을 따르도다.
一塵纔起翳磨空 碎抹三千數莫窮
野老不能收拾得 任敎隨雨又隨風
아래는 금강경의 유명한 마지막 사구게이다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니 응당 이같이 보아야 할지니라.
一切有為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이 장쾌한 사구게에 대하여
배를 움직임은 다 키(梢)잡은 사람에게 달려있느니라.
(行船盡在把梢人)라고!
이어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어 놓으셨다.
물 속에서 달을 건지고
거울 속에서 얼굴을 찾음이로다.
배에 새겨놓아 칼을 찾으며
소를 타고 소를 찾음이로다.
허공의 꽃과 아지랑이이고
꿈과 환(幻)과 물에 뜨는 거품이로다.
모두가 붓끝에 있음이요
쉬고 싶으면 곧 쉬나니
천한 노래와 막걸리와 시골의 즐거움들이
풍류가 없는 곳에서 저절로 풍류롭도다.
水中捉月鏡裏 尋頭刻舟求劒 騎牛覔牛空花
陽燄夢幻浮漚 一筆勾斷要休便休
巴歌杜酒村田樂 不風流處也風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