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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현대불교 2024. 9,10월호] - 소크라테스의 정신질환 증상?(상) -글 조성내 (법사, 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4.11.04|조회수2 목록 댓글 0

 

 

 부루나 칼럼 Ⅱ

 

소크라테스의 
정신질환 증상?(상)

 

글 조성내 (법사, 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너 자신을 알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는데, “너를 알라니?” 도대체 ‘ 너 자신에 대해 혹은 ‘나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라는 말인가? 하도 궁금해서,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잔치>(플라톤 지음, 조우현 번역)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런데 의외에도, 소크라테스가 ‘환
청’이나 ‘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신질환자가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게 되었다. 
소크라테스(70세)는 기원전 399년에, 고소를 당했다. 고소 죄목은 ① 국가가 믿는 신들을 불신한 것, ② 새로운 신들을 소개한 것, ③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것이다. 
그 당시 아테네에서는 변호사, 검사, 판사라는 직업이 없었다. 그래서 500명의 배심원 앞에서 소크라테스(70세)는 스스로 자기를 변명했었다. 젊은 플라톤(그 당시 28세)이 소 크라테스가 법정에서 변명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을 썼다. 

 

 

희극 <구름>; 이상한 행동을 하는 기인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여러분들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구름>을 직접 보았을 것입니다. 거기서는 소크라테스라는 사나이가 무대위를 돌면서,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허풍을 떤다든가, 그 밖에 허다한 군소리를 늘어놓고 있는데, 그런 것에 관해서는 큰 것이건 작은 것이건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19)

 

소크라테스는 자기를 ‘허풍을 떠는 사람으로서’ 풍자되고 있는 희극 <구름>에 대해 언급했다. 소크라테스는 “거기서는 소크라테스라는 사나이가 무대 위를 돌면서---”라고 하면서, 마치 희극 속의 소크라테스가 자기자신이 아닌 것처럼, 남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구름>의 첫 장면에서, 소크라테스는 무대 위의 공중에 매달린 소쿠리를 타고 익살스럽게 나타난다.
자기를 아주 나쁘게 그리고 우습쾅스럽게 풍자한 그 희극을 소크라테스는 전연 화도 안 냈다.
전연 비난하지도 않았다. 

 

<구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말(馬)도락에 빠진 아들의 빚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시골 출신의 아버지가 법정에서 빚쟁이를 이길 수 있는 신식 웅변법을 배우려고 소크라테스의 학교에 왔다. 하지만 낙제를 했다. 그래서 그 대신 자기 아들을 입학시켰다. 아들이 배워온 것은 아비를 때려놓고, 그 잘못을 교모하게 증명하는 논리였다. 빚을 갚지 않은 웅변법을 배워오라고 아들을 학교에 보냈는데, 쓸데 없는 것을 배워온 아들! 아버지는 이런 쓸데 없는 없을 가르쳐준 소크라테스 학교에 화가 단단히 났다. 그래서 아버지는 소크라테스 학교에 달려갔다. 학교에 불을 지른다는 줄거리이다. 

 

<구름>은 이미 24년 전, 그러니까 소크라테스가 46세 때 써진 작품이었다. 소크라테스의 이상한 행동은 어제 오늘에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가장 지혜있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내가 ‘가장 지혜있다는 사람이라는’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어쨌든 나에게는 일종의 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델포이의 신을 여러분 앞에 증인으로 세울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20) 

 

기원전 8세기부터 그리스인들은 아폴로 신이 모셔진 델포이 신전이 그리스 문명의 영적인 중심지라고 여겼다. 델포이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따르고 싶어했던 지혜의 두 구절이 새겨져 있다. “너 자신을 알라”와 “무엇이든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이다.
거기에 가서 어떤 질문을 하면, 아폴로 신이 대답을 한다. 아폴로 신의 대답을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 하지만 여사제인 피티아는 아폴로 신의 말을 듣고서 질문자에게 전달해준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나는 델포이의 신을 여러분 앞에 증인으로 세울 것입니다. 내 친구 카이레폰은 델포이의 신전에 가서 신탁을 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즉 그는 나보다 더 지혜 있는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를 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 있던 여사제는 더 지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계속했다. 
“나는 큰일에서나 작은 일에서나, 지혜 있는 사람이 못 된다고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인데, 신이 나를 가장 지혜 있다고 한 말씀은 무엇을 뜻한 것인가? 신에게서는 거짓말이 있을 수 없으니, 설마 거짓말 일리도 없고, 그래서 나는 지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을 찾아 가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정치가인데, 그와 문답을 하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남들이 지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자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가 못하다고 나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그가 스스로 지혜가 있는 양 믿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밝혀 주려고 힘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그에게서도, 거기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미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곳을 떠나면서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보다는 내가 지혜가 있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사람도 나도, 아름답고 선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그러나 그 사람은 모르면서도 무엇인가 아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대로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바로 그 조그만 점에서, 그 사람보다는 내가 지혜가 있는 것 같다고. 
그 다음에 나는 그 사람보다 더욱 지혜있기로 이름난, 또 한 사람에게 갔었습니다. 역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서도 나는, 그 사람이나 다른 많은 사람들에서, 미움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소크라테스의 변명20)

 

소크라테스는 “자기는 지혜있는 사람이 못 된다고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는데, 스스로가 지혜있는 사람이 못 된다고 진실로 믿고 있었을까? 혹은 겸손하기에 그런 말을 했었을까? 
자, 소크라테스의 말을 따져보자. 소크라테스는, 지혜있다고 소문이 난 많은 사람들을 다 찾아가서, 따지고 따졌다. 지혜있다고 소문이 난 사람들 중에 한두 명만 찾아가서 따졌으면 좋았을 텐데, 소크라테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치 강박적으로, 찾아다니면서 따졌다. 그는 많은 사람들하고 토론을 하면서, 그들의 속을 상하게 했다. 남들로부터 많은 미움을 받았다고 했다. 왜 남들의 속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따져야 했던가? 이것도 일종의 강박장애증이 아닐까? 
지혜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 따져보니까, 그 사람들은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면서도 알고 있는 척” 하더라,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소크라테스만이 최고의 지혜있는 사람이라는 아폴로 신의 말이 맞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자기가 최고로 지혜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한 것, 이것은, 내 생각으로는, 망상인 것 같다.

 

무지한 척!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트라시마코스는, 소크라테스가 처음부터 모든 대답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무지(無知)한 척하며 대화 상대를 가지고 논다고 비난했다. 트라시마코스는 소크라테스가 일부러 무지한 척 하면서 남들을 괴롭혔다고 말을 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소크라테스는 일부러 무지한척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의식적으로는, 실제로 자기자신은 무지하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무지한 척’ 했다는 트라시마코스의 말은, 트라시마코스에게는 ‘무지한 척’ 보였을지라도, 소크라테스는, 어디까지나 의식적인 행위는 아니였고, 아마 무의식적인 행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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