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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현대불교 2025. 7월호]시방세계 Ⅱ -선지식 -공일 스님

작성자파란연꽃|작성시간25.12.03|조회수4 목록 댓글 0

 

시방세계 Ⅱ

 

 

 

선지식         

 

 

글  공일 스님

서울대학교 졸업, 

인도철학자, 

현재 서울 봉은사 포교국장

 

 

 

이 아침 그분의 깨달음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까?

한밤의 어둠을 뚫고 다가오는 여명처럼 그 밝음이 주어질 것인가? 

이것만이 진정한 질문이다.

 

깨달음!  

깨끗하다와 알다, 이 두 개의 개념이 하나로 결합되어 새로이 파생된 말이 깨달음이고, 

이 상태는 기존의 것들이 사라진 것을 뜻하기에 깨침이라고도 한다. 

 

이 깨침은 어둠이나 혼잡이 없이 깨끗하게 된 알음의 상태이다! 

이 아침에 다가올 깨침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점차적 깨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종에서는 곧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키는 돈오적인 깨침를 중시한다. 

이 직지인심直指人心을 통해 선적 깨침에 들어간다. 

 

개념을 통한 의미의 전달은 하찮은 일이다!  

의미 이전의 앎이 가능하다는 불교의 가르침은 이 점에서 혁명적이다.  

그래서 교학의 가르침에서도 발화(發話)의 온전한 의미가 소비되지 않고 

청자(聽者)에게 온전히 전달되어야 한다. 

 

소음의 완벽한 차단,  그리고 원음의 생생한 전달!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경문의 암송을 통해 전수된 것이 불교의 교학이었다. 

 

한 가지 이런 의문이 든다. 

입은 정면을 향하여 하나이지만 귀는 두개로 측면으로 뚫려있다.

여기에서 똑바로 들을 수 없는 중생의  고뇌가 있다. 

의미전달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소음들은 번뇌의 다른 말이다. 

 

이 소음들은 안팎에서 중생심을 자극한다. 

바깥의 바람이나 내면의 바람이나 번뇌의 시작이며 인간고통의 원천인 것이다.

본래 면목을 일깨워 주실 근본적인 스승, 본사本師이신 부처님의 

열반을 기념하는 땅, 쿠시나가르의 대지를 밟으며 

경험한 감동은 지난밤 속진에 찌든 온몸과 마음을 폭풍처럼 휘돌며 지나갔다.

 

그리고 이 아침 어떤 깨침이 다가올지 새로운 번뇌의 불길을 피워본다. 

본사께서 아난을 통해 들려주신 유훈을 읊조려본다.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여 머물라. 

진리를 섬으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 머물라.

 

참으로 이제 그대들에게 당부하노니, 

게으르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오늘 하루 성취해야 할 바는 무엇인가? 

이는 실천적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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