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
지은이 : 김재웅
제5장 현재 현재 진실하라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어떤 보살님 한 분이 금강경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
다. 명문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운동권에 휩싸여 데모를 주동하는
일에 넋이 빠져 공부도 하지 않고 돌아다닌다.
보살님이 그걸 보고는 고민하여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위병이 나
서 고생이다. 사남매 중에 아들이 하나이고 온 가족이 이 아들 하나
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데모 주동자로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불안
감에 집안은 초상집과 같이 되었다. 평소 잘 따르던 누나가 설득해
도 듣지 않으며, 어머니가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법사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보살님이 물어 왔다. 그
아들 얼굴을 떠올려 거기에다 대고 `미륵존여래불` 하고 바치고 원
세우며 금강경을 하루 7독 하라고 했더니 그대로 실행하였다. 공부
한 지 사흘째 되던 날 밤새워 용맹 정진하는데, 새벽 3시 30분경 비
몽사몽간에 텁수룩한 머리에 초라한 옷을 입은 아들이 손에 조그마
한 가방을 하나들고 서울역 앞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다음날 오후, 연락도 없이 불현듯 아들이 서울에서 내려왔다. 온
집안이 별안간 잔칫집이 되었다. 그 후 아들은 다시 마음을 잡고 공
부 잘하여 장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몇 달 후에 보살님이 또 찾아왔다. 큰딸이 29살이고 작은딸이 27
살인데, 혼사 문제가 걱정이라며 태산 같은 한숨을 쉰다. 그래서
`좋은 배필 만나 부처님 잘 모시길 발원` 하고 원 세우라고 했더니,
보살님이 또 열심히 원 세우고 바치고 경 읽었다. 그렇게 한 지 한
달 만에 전격적인 결혼이 성립되었다. 보살님이 전생과 금생에 세
운 서원의 힘이 크게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원 세우는 분의 원력願力이 삼백 볼트의 힘을 가졌을 때, 원세우
라고 결정해 주는 이의 능력이 천 볼트이면 두 사람의 뜻이 합해지
면서 스파크를 일으켜 천삼백 볼트의 능력으로 나타난다.
이런 능력이면 성사되지 않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결과가 `부
처님 잘 모시길 발원` 이니 아니 될 일은 없다. 다만 원 세우는 이가
이끌어 주는 말을 꼭 믿고 실행할 때 부처님 전에 세우는 서원은 성
취된다.
그러나 그렇게 딸을 시집보내고 나니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은 이
루 측량할 수 없어 삼 일간 일어나지 못한다. 영감님과는 너무나 사
이가 나빠, 늘 큰딸을 친구 삼아, 가장家長 삼아 친히 지내고 어려운
일도 의논하며 지냈는데 짝을 만나니 미련 없이 가버린다.
떠나 버린 딸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 내 빼앗긴 청춘을 무엇으
로 보상하랴.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의 생사 문제를 해결하
기 위한 수도 생활이나 했을 것을……. 살아온 인생 모두가 허무하
고 무상한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공부는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다. 자신이 서고 남을 마음으로
밀어 주면 든든하나, 약한 입장에서 밀어 주면 대가를 바라고 밀어
준다는 데 마음이 빠져나가니 자신은 없는 것이다. 건강한 자신이
있은 연후에 가족이 있고 국가가 있는 것이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을 때, 오고감에 내 마
음이 초연한 경지가 될 때, 공부는 가히 섰다고 할 것이다.
- 닦는 마음 밝은 마음 -
『잠시 머무는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