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시간을 찾아서(하) 59 지구의 종말 작성자백조|작성시간10.02.17|조회수31 목록 댓글 0 글자크기 작게가 글자크기 크게가 제 59 장 지구의 종말 유러너스 제국과 사피언스 그라운드와의 전쟁은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사피언스 그라운드는 전쟁이 발발한지 불과 두 달만에 폐허가 되다시피 하 고 있었다. 유러너스 제국의 MMX 미사일 공격으로 사 피언스 그라운드의 광활한 국토가 한 꺼풀 뒤집히다시 피 했고 30억의 인구 중 17억의 인구가 죽었다. 처참한 전쟁이었다. 핵탄두를 장착한 MMX 미사일은 가공할 파괴력을 가지 고 있었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장갑기병들이 사피언스 그라운드 내륙 깊숙이 침투하여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가 하면 민간인들을 대량 살상하여 아수라의 지옥으로 만들었다. 이리노중위와 헬렌이 유전자 검사를 모두 받고 마취 에서 깨어난 것은 62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들은 뉴엘 리사호의 브릿지에서 여랑과 제5함대의 과학자 팀장인 캐서린 박사를 비롯해 제인선장, 나타샤 박사, 수디아 박사 등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했다. "저희에 대한 조사가 모두 끝났으면 이제 지구로 돌 려보내 주십시오." 식사가 끝나고 티타임이 되자 이리노중위가 여랑에게 정중하게 요구했다. "지구는 돌아갈 수가 없네." 여랑이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는 지구에 돌아가서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이리노중위가 옆에 앉은 헬렌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헬렌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지구는 파괴되기 직전에 있어." "파괴되기 직전에 있다고요?" "짐작하고 있겠지만 유러너스 제국과 사피언스 그라 운드가 전쟁을 벌였어. 벌써 사피언스 그라운드의 30 억 인구중 절반이 죽고 지구의 표면이 한 꺼풀 뒤집히 다시피 했어." 여랑이 눈짓을 하자 제인선장이 재빨리 디스 플레이 스크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디스 플레이 스크린 에 파괴되어 가고 있는 지구의 참혹한 모습이 떠올랐 다. 유러너스 제국과 사피언스 그라운드와의 전쟁이 일어나 최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양국은 무수한 인명이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디스 플레이 스크린에는 전쟁의 참상이 낱낱이 비치 고 있었다. 지금 디스 플레이 스크린이 비치고 있는 것은 유러너 스 제국 수도 아라크네시의 주택가였다. 사피언스 그 라운드가 중성자포를 발사하여 주택가가 불바다가 되 어 있었다. 한 여자는 옆에서 중성자포가 터져 불길에 온몸이 타서 죽고 있었다. 총을 복부에 맞은 여자는 입을 벌리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팔다리가 잘린 병사도 있고 내장이 튀어나온 병사도 있었다. '아....' 이리노중위는 자신도 모르게 낮게 신음을 삼켰다. 그러나 사피언스 그라운드는 더욱 참혹했다. MMX 미 사일에 장착한 핵탄두가 터지자 섬광이 번쩍 하는 순 간 수십만 명의 사람이 죽어 나자빠졌다. 핵폭탄이 터 져 건물이 송두리째 부서지고 아이들이 핵폭풍에 날아 가 바윗돌이나 부서진 건물의 잔해에 부딪쳐 죽었다. 이어서 죽음의 재가 쏟아져 모든 생명체가 죽음을 맞 이했다. "끔찍한 일이군요. 지구가 저렇게 파괴되다니...." 이리노중위는 몸서리를 쳤다. "그런데 묘한 일이 일어났어." "예?" "유러너스 제국의 마더 살로메와 사피언스 그라운드 의 예맨 의장이 동맹을 맺었어." "어떻게 앙숙 같은 그들이 동맹을 맺죠?" 이리노중위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제인선장이 버튼을 다시 누르자 참모들을 대동하고 지 구의 지붕이라고 할 수있는 유러너스 제국과 사피언스 그라운드의 국경선에서 있는 에오스(Eos: 그리스 여 신. 바람과 별의 어머니로 밤의 포장을 여는 신)산에 서 회동하고 있는 마더 살로메와 예멘 의장이 디스 플 레이 스크린에 나타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부 부처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위대한 유러너스 제국의 마더 살로메와 나 예멘 의 장은 인류의 보다 나은 발전과 군형 있는 진화를 위해 지구의 인구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지구는 인구가 지 나치게 많아지는 바람에 환경이 파괴되고 지구의 수명 조차 짧아지고 있다. 우리는 지구의 수명 연장을 위해 이런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로 완전히 합의했다!" 예멘 의장의 말이었다. "무슨 뜻이죠?" 이리노중위는 그 말의 뜻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했 다. "인류를 학살하겠다는 거야." "왜요?" "지구의 인구가 너무 많다는 거야!" "아니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지구인들은 그 동안 말도 안되는 일을 너무 많이 저 질러 왔어. 서기 1940년대의 지구의 독일인들은 유태 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6백만 명의 사람들을 학살했어. 어린아이들에서 노인까지 발가벗겨서 가스실에 넣고 가스로 학살한 뒤 시체를 소각했지. 유태인이라 이유 로 6백만 명을 학살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 그래도...." 이리노중위는 말끝을 얼버무렸다. 여랑의 말은 옳은 말이었다. 그래도 지구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 지구인 들을 학살한다는 것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발상이었다. "지구에 불필요한 인간들, 지구에 존재해야 아무 쓸 모가 없는 인간들을 모조리 살해하라! 그들은 우리 지 구에 해악이 될뿐이다. 청소를 하듯 지구인들을 살해 하라!" 디스 플레이 스크린에서는 마더 살로메 누네즈가 유 러너스 제국의 군대에 학살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왜 저들이 저런 명령을 내리고 있는지 알고 있나?" 여랑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리노중위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저들은 정신병자들 같습니다." "저들의 유전자에 있는 악의 유전인자가 발호를 하고 있기 때문이야." "악의 유전인자요?" "우리가 본 유러너스 제국과 사피언스 그라운드의 동 맹 모습을 유전자를 통해 다시 보면 알 수 있어. 우리 는 유전자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그걸 통해 서 누네즈와 예멘 의장의 모습을 보면 그들이 어떤 자 들인지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어." 여랑의 지시에 의해 제인 선장이 다른 버튼을 눌렀 다. 그러자 디스 플레이 스크린의 화면이 누네즈와 예 멘 의장의 세포를 확대하기 시작하더니 이상한 그림을 나타냈다. 그들은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네즈 는 아귀에 박쥐 날개를 단 모습, 예멘은 파충류의 비 늘을 갖고 있는 괴인이었다. "저것이 유전자로 본 누네즈와 예멘의 본 모습이야." 여랑의 말이었다. "악의 유전자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보게. 누 네즈와 예멘이 에오스 산에서 동맹을 맺는 모습을 유 전자를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어...." 여랑의 얘기대로였다. 제인 선장이 클릭한 디스 플레 이 스크린에서는 화면이 컴퓨터 그래픽처럼 형형색색 으로 빠르게 변했다. 예멘 의장이 몰루카장군에게 지 시를 내리고 있었다. "몰루카장군! 5차원으로 들어가는 문은 열려 있겠 지?" 예멘 의장이 디스 플레이 스크린으로 폐허가 되어가 고 있는 사피언스 그라운드의 육지를 살피며 물었다. 그의 모습은 어느 사이에 악신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 었다. 그는 귀가 유난히 컸고 눈은 핏빛이었다. 살갗 은 파충류처럼 비늘로 이루어져 있었다. "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굳게 지키도록 했습니 다." 몰루카장군이 대답했다. 몰루카장군도 악신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돼." "그렇습니다. 의장님!" 몰루카장군이 예멘 의장의 본모습에 몸을 부르르 떨 며 대답했다. 예멘 의장의 본모습인 악신에게서는 살 기(殺氣)와 악기(惡氣)가 으스스하게 뻗치고 있었다. "저길 보라구. 유러너스 제국의 안드로이드들이야." 예멘 의장이 가리키는 디스 플레이 스크린에는 사피 언스 그라운드 주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유러너스 제국의 안드로이드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들에 의해 사피언스 그라운드가 불타고 있었다. "오늘도 2천만 명이 넘게 죽었어." "이제 펄서폭탄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야. 아직도 사피언스 그라운드는 인구가 너무 많아." 예멘 의장이 음흉하게 웃었다. "우리는 유러너스 제국이 지구의 인구를 최소한으로 남겨 놓았을 때 펄서폭탄을 사용해야 돼." "봉선화 혜성이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괜찮을까요?" "우리는 5차원으로 피하면 괜찮아." 예멘 의장이 웃었다. 몰루카장군은 아주 잠깐 동안 그가 다녀온 4차원을 생각했다. 캄캄한 무저갱, 무저 갱에서 들려오는 음산한 바람소리, 무저갱의 벽에 박 쥐처럼 달라붙어 있는 반녀반수(半女反獸)의 괴인들, 지옥처럼 유황불이 솟고 있는 지하세계, 아홉 개의 머 리를 갖고 있는 뱀처럼 아홉 개의 머리를 갖고 있는 괴인.... 그 곳은 삭막하고 스산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의 고 향이기도 했다. "의장님. 누네즈도 우리와 같은 악신일까요?" 몰루카장군은 자신도 모르게 악신들이 금기로 여기고 있는 질문을 했다. "몰루카. 보고 싶은가?" 예멘 의장이 희미하게 웃었다. "솔직히 그녀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그녀는 음귀의 화신이야." "음귀는 어떤 모습입니까?" "저길 봐." 예멘 의장이 디스 플레이 스크린을 가리켰다. 그 순 간 몰루카장군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딱 벌리고 말았 다. 디스 플레이 스크린에는 박쥐 모양의 괴녀가 비치 고 있었다. 그녀는 수시로 몸이며 얼굴이 변하고 있었 다. 눈에서는 색기가 번들거리고 혀는 탐욕스럽게 큰 입으로 연신 들락거리고 있었다. 입언저리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그녀는 인간을 잡아먹고 있었다. 잡아먹을 인간이 없으면 제 살까지 먹어치웠다. 잔인 하고 끔찍한 악신이었다. "마더 살로메의 유전자에 들어있는 악신이야..." 예멘 의장이 다시 음산하게 웃었다. 그러나 유러너스 제국의 수도. 아라크네시의 마더 랜 드에 있는 신전에서도 누네즈가 디스 플레이 스크린을 보면서 음탕하게 웃고 있었다. "나도 네 놈의 정체를 알아! 사피언스 그라운드의 예 멘! 네 놈은 살귀야...." 누네즈의 디스 플레이 스크린에는 본래의 모습을 드 러내고 있는 악신 예멘이 나타나 있었다. 예멘은 죽이 기를 좋아하는 파괴의 악신 살귀(殺鬼)였다. 그의 손 에는 언제나 피가 묻어 있었다. 그 까닭에 그의 몸에 서는 언제나 비린내가 풍겼다. 그러나 그것은 누네즈 도 좋아하는 냄새였다. 누네즈는 디스 플레이의 스크린을 통해 예멘에게 메 시지를 보냈다. "예멘! 우리가 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합체한 다면 손쉽게 지구를 지배할 수 있어! 우리가 합체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러면 우리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 그러자 예멘에게서 즉각 답변이 왔다. "마더 살로메! 좋은 생각이다. 진정으로 나와 합체할 의향이 있는가?" 살귀와 음귀가 하나로 합치면 더욱 가공할 힘을 발휘 할 것이다. "그렇다! 나와 일체가 되자! 우리는 원래 일체였다!" "그렇다면 우리 몸의 반은 마더 살로메 음귀의 것, 반은 나 살귀의 것이 되는 것인가?" "그렇다!" "좋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음양산으로 오라!" "간다!" 누네즈가 먼저 음양산(陰陽山)을 향해 어둠 속으로 날기 시작했다. 음양산은 지구의 끝에 있었다. 누네즈 가 어둠 속을 날아 황폐한 바위산 위에 내려서자 하늘 에서 번개가 치고 뇌성이 울었다. "살귀 아직도 안 왔느냐?" 누네즈가 산 정상에서 어둠을 향해 소리쳤다. "핫핫....!" 그러자 요란한 웃음소리와 함께 피냄새가 진동을 하 면서 예멘이 악신 본래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악신이 나타나자 주위에 소름끼치는 살기가 돌고 유령들의 아 우성소리가 들려왔다. 음양산은 금세 음귀 누네즈가 뿌리는 음탕한 기운과 살귀 예멘이 뿌리는 엄청난 살 기로 가득 찼다. "합체하자!" "좋다!" "호호....!" "핫핫!....!" 그들이 움직이자 어둠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음귀 와 살귀의 화신이었다.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면 서 그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높아 갔고 파란 섬광과 뇌 성이 몰아쳤다. "핫핫호호....!" 그들은 마침내 일체가 되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때 디스 플레이 스크린에 아라크네시의 모습이 얼 핏 비치더니 마더 랜드가 나타났다. 반인반수의 괴인 들은 마더 랜드의 마더 룸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그 곳 에는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삼엄하게 경호를 하고 있었 다. "저 여자는 누구죠?" 경호원들 중에는 유일하게 안드로이드가 아닌 여자가 한 사람 있었다.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였다. "반제동맹의 여자야." "반제동맹이요?" 이리노중위는 반제동맹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 러나 헬렌은 장애란이라는 이름으로 활약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반제동맹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자네의 부친이 반제동맹의 의장이야." "반제동맹이 무얼하는 곳입니까?" "지구를 지배하려는 단체야. 사피언스 그라운드와 유 러너스 제국이 전쟁을 하면 어부지리를 얻어 지구를 정복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어." "그, 그럴 수가...." 여랑의 말에 이리노중위는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했 다. 그러자 헬렌이 이리노중위의 손을 꼭 잡아 진정 을 시켰다. 이리노중위는 다시 디스 플레이 스크린으 로 시선을 옮겼다. 우희 위버는 눈앞의 괴물을 보고 소스라쳐 놀라고 있 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아수라(阿修羅) 음양인 (陰陽人)이었다. 괴물의 왼쪽 반은 벌거벗은 여자고 오른쪽 반은 발가벗은 남자였다. 그들은 한 몸뚱이에 달라붙어 하하호호 웃으며 신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악의 세계를 만들어 지배하려는 우리의 목적이 이루 어지기도 전에 봉선화 혜성이 침입을 해오고 있다! 우 리는 4차원으로 도망을 가야한다! 그러나 지구를 떠나 도망가기 전에 지구에 있는 인간들을 모조리 살해하여 없앤다!" 광오했다. 무시무시한 위협이었다. "MMX 미사일을 모조리 발사해라!" 반쪽 음양인이 음탕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펄서폭탄으로 지구를 날려버려라!" 다른 반쪽 음양인도 킬킬대고 웃으며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완전히 악의 종자들이야!' 우희 위버는 소름이 끼쳤다. 유러너스 제국과 사피언 스 그라운드의 전쟁으로만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 근원 적인 악의 발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악마처 럼 미쳐 날뛰고 있었다. "제기랄! 저것들이 마침내 발악을 하고 있어!" 갑자기 반제동맹의 로버트 퍼그스가 화면에 비쳐졌 다. 이리노중위는 아버지 로버트 퍼그스의 모습을 보 자 만감이 교차했다. 고향 로마노즈에서 선량한 가족 이었던 아버지가 저런 인물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자 너무나 괴로웠다. "우희 위버 때가 왔다!" 로버트 퍼그스가 우희 위버에게 지시를 내렸다. "무슨 때가 왔어요?" "네가 우리 반제동맹을 위해 희생할 때가 온 것이 다." "무슨 소리예요?" "누네즈와 예멘을 제거하라!" "내가 어떻게 그들을 제거해요? 게다가 그들은 불로 불사의 몸을 갖고 있어요!" "흐흐....너는 신의 바이러스 덩어리야. 네가 그들에 게 가까이 접근하면 여기서 너를 폭발시키겠다!" "나, 나를 폭발시켜요?" "그렇다! 네 머릿속에는 바이러스가 가득차 있다! 가 라! 그들에게 접근하라! 네가 그들에게 접근하면 내가 네 머리통을 폭발시켜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게 만들겠 다!" "아, 안돼요!" 우희 위버가 사색이 되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에게는 자유가 없어. 너의 뇌는 우리에게 통제되 고 있다! 저 악인들을 향해 가라! 저들이 죽으면 지구 는 우리의 것이다!" 로버트 퍼그스의 지시에 우희 위버가 반인반수들을 향해 주춤주춤 걸어갔다. 그러자 반인반수가 몸을 홱 돌려 우희 위버를 쏘아보았다. "핫핫호호....." 반인반수가 요란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갑자 기 우희 위버가 반인반수를 향해 날아가 요란하게 폭 발했다. 그녀의 살점과 피가 음양인에게 비수처럼 날 아가 꽂혔다. "이게 뭐야?" "피와 살점이다! 계집년의 몸이 조각조각 분시되었 어!" "더러운 년!" "신의 바이러스야! 반제동맹이 만든 바이러스가 살포 되었어!" "제기랄!" 음양인들은 우왕좌왕했다. "반제동맹은 지독한 곳이군요." 이리노중위는 우울하여 고개를 떨어트렸다. 우희 위 버의 살점이 음양인에게 날아가 꽂히고 피가 튀어 음 양인들은 피를 흠뻑 뒤집어쓰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리노중위는 우희 위버의 몸이 순식 간에 미세한 살점으로 변해 음양인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때 제인 선장이 디스 플레이 스크린을 껐다. 뉴엘리사호의 브릿지는 무거운 침묵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리노중위는 아버지 로버트 퍼그스가 반제동맹 의장 의 신분으로 마더 살로메와 예멘 의장을 죽이기 위해 우희 위버를 폭발시키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헬렌도 이리노중위에 못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녀 는 마더 살로메를 악의 화신, 예멘 의장을 평화의 사 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악의 화신이라 는 것을 알았을 때 마음이 아팠다. "지구가 파괴되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 니다." 이윽고 이리노중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구의 인 간들이 모두 악인들이라면 파괴되는 것이 오히려 바람 직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네." 여랑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우리는 장백성모성으로 돌아가는 것입니까?" "지구가 파괴되면 장백성모성으로 돌아가야지. 그 전 에 우리는 자네의 유전자와 헬렌의 유전자를 지구로 보내려고 하네." "왜 저희들의 유전자를 지구로 보내죠? 지구는 파괴 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헬렌이 모처럼 입을 열고 여랑에게 물었다. "지구는 태양계뿐이 아니라 우주에 있는 수많은 천체 중에서도 몇 개 안되는 아름다운 천체의 하나예요. 일 시적으로 파괴되기는 해도 다시 살아나요. 그때 악의 유전인자를 제거한 이리노중위와 헬렌의 유전자는 지 구에서 스스로 진화하여 다시 인간이 되는 거죠. 물론 그렇게 되려면 수천만 년에서 수억년이 걸릴지도 몰라 요. 그래도 이리노중위와 헬렌의 유전자는 장구한 세 월에 걸쳐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 고 마침내 낙원에서 살아가게 될 거예요." 캐서린 박사가 차분한 어조로 이리노중위와 헬렌의 유전자를 지구로 보내는 까닭을 설명했다. "저게 당신들의 유전자인 M과 W예요." 제인선장이 디스 플레이 스크린 버튼을 눌렀다. 그러 자 비누방울 같은 투명한 막에 갇힌 남녀의 나신이 보 였다. 이리노중위와 헬렌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비누 방울 같은 구형(球形) 기구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이리노중위는 유전자 남녀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유전자 남녀는 이리노중위와 헬렌의 분신이었다. 유전 자를 M과 W로 부르는 것은 남자(man)와 여자(wooman) 의 첫 자에서 딴 것 같았다. "저들은 우리와 똑같은 모습이군요." "스크린에는 10억배로 확대되어 있어. M과 W의 크기 는 실제 크기는 1000미크론(1미크론은 1백만분의 1m. 1000미크론은 10억분의 1m)에 지나지 않아. 다시 말하 면 먼지의 입자보다도 더 작은 거야." 여랑의 설명에 이리노중위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1000미크론이라면 인간의 육안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 을 것이다. "저 작은 M과 W를 어떻게 지구로 보내죠?" 이번엔 헬렌이 물었다. "내일 초소형 로켓으로 보낼 거야." 여랑의 대답이었다. 이튿날 이리노중위와 헬렌은 뉴엘리사호의 브릿지에 서 지구로 날아갈 로켓을 디스 플레이 스크린으로 지 켜보았다. 유전자 M과 W를 지구로 싣고 떠나는 로켓은 만년필 크기의 초소형 로켓이었다. "유전자 로켓 발사준비 완료되었는가?" 여랑이 로켓 발사대를 향해 질문을 했다. "유전자 로켓 발사준비 완료되었다!" 유전자 로켓 발사대의 캐서린 박사가 발사대 관제탑 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스피커로 들려왔다. 디스 플레 이 스크린에는 유전자 로켓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유전자 로켓 최종 점검실시!" "실시!" 캐서린 박사가 복창을 했다. "유전자 로켓 발사대의 전 클론 승무원들에게 발사대 대장으로서 명령한다! 각자 계기를 점검하고 보고하 라!" 캐서린 박사가 이어서 유전자 로켓 발사대의 클론 승 무원들에게 명령했다. "관성제어기 점검 완료!" "중력 제어 장치 이상 없음!" "로켓 부스트 이상 없음!" 유전자 로켓 발사대의 클론 승무원들이 차례로 점검 완료 보고를 했다. "유전자 로켓 카운트다운 실시하라!" 여랑이 긴장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디스 플레이 스크린에 나타난 시계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카운트다운 실시!" 캐서린 박사가 발사명령을 내렸다. 이리노중위는 약 간 긴장을 했다.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만년필 크기의 유전자 로켓은 지구를 향해 광속으로 날아갈 것이다. 이리노중위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카운트다운 텐 "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으나 이리노중위는 카운트다운을 하는 소리에 긴장이 되어 전면을 응시했 다. "나인 에잇 세븐 " 카운트다운 소리에 섞여 발사 7초 전, 발사 승무원들 은 긴장을 푸시고 심호흡을 하십시오 하는 아나운스 먼트가 들려왔다. "식스 화이브 포 " 카운트다운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리노중위는 눈을 감았다. "쓰리 투 원 제로 " 그 순간 무엇인가 폭발하는 듯한 요란한 폭음이 귓전 을 때렸다. 우주선이 충격을 받은 듯 흔들리고 이리노 중위는 갑자기 땅 속으로 아득하게 추락하는 듯한 기 분이 들었다. 마침내 유전자 로켓이 발사된 것이다. 로켓은 초소형이지만 광속을 가지고 있는 로켓의 발사 대로 인해 순식간에 태양계를 향해 날아갔다. 발사의 성공이었다. "유전자 로켓 발사 성공!" 관제탑에서 스피커로 발사 성공을 알리면서 디스 플 레이 스크린에 광속으로 날고 있는 유전자 로켓이 잡 혔다. "로켓 부스트 분리 준비!" 여랑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로켓 부스트 분리 준비 완료!" 캐서린 박사가 복창을 했다. "로켓 부스트 분리!" "로켓 부스트 분리!" "실시!" "실시!" 캐서린 박사가 로켓 부스트 분리 버튼을 눌렀다. 그 러자 유전자 로켓의 모선 엔진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 제 로켓 부스트는 역추진력을 얻어 뉴엘리사호로 돌아 오고 유전자 로켓은 본격적으로 지구의 궤도를 향해 날아갈 것이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모선에서 분리되는 로켓 부스트 의 꼬리 부분이 디스 플레이 스크린으로 보였다. 로켓 부스트는 눈 깜짝 할 사이에 모선에서 멀어지고 있었 다. "유전자 로켓 부스트 분리 완료! 안전항해 시작!" 캐서린 박사가 여랑에게 보고를 했다. "수고했다!" 여랑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러나 그 순간 클론 승무 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리 노중위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리노중 위와 헬렌의 유전자는 지구에 도착하여 먼지처럼 떠돌 아다닐 것이고 지구는 파괴될 것이다. 이리노중위와 헬렌은 클론족을 따라 21광년이나 떨어진 장백성모성 에서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다. 이리노중위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굴러 떨어졌다. 유러너스 제국의 마더 살로메와 사피언스 그라운드의 예멘 의장은 에오스산에서 동맹을 맺은 뒤 대대적인 학살명령을 내렸다. 그들이 내린 학살 이유는 단 한가 지 지구에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지구는 무시무시한 피바람이 불었다. 수많은 지구인들 이 누네즈와 예멘의 학살명령으로 영문도 모르고 군대 에 의해 학살되었다. "봉선화 혜성이 3일 안에 침입해 올 것이오." 예멘은 애오스산에서 동맹을 맺은 후 누네즈와 함께 지냈다. 그러나 반제동맹의 인간폭탄 우희 위버에 의 해 감염되어 두 사람 모두 흉측한 몰골로 변해 있었 다. 불로불사의 몸을 갖고 있는 그들은 바이러스로 인 해 죽지는 않았으나 얼굴에 반점이 생기고 진물이 흐 르는 등 흉물로 변해 있었다. "지구가 비로소 파괴되는군요." 누네즈가 그 소리에 하얗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야 할 것 같 소." "마지막 순간에 떠나기로 해요. 지구가 파괴되는 것 을 보고 싶어요." 유러너스 제국과 사피언스 그라운드에 의해 지구는 이미 폐허로 변해 있었다. 수십억 지구의 인구가 두 제국의 전쟁으로 참혹하게 죽고 건물이 불타거나 무너 져 버린 것이다. "좋소. 그러면 지구의 모습이나 구경합시다." "가요." 예멘 의장의 말에 누네즈가 웃으며 에어카 페가서스 에 올라탔다. 그들은 페가서스로 8백m 상공을 날면서 처참하게 변한 지구의 모습에 감탄했다. "펄서폭탄으로 지구를 완전히 날려버리는 것이 어때 요?" "지구가 완전히 파괴되면 태양계의 질서가 파괴되오! 그러면 우리는 어디 가서 살겠소? 펄서폭탄으로 지구 를 날려보낼 수는 없소!" 아라크네시도 벌써 폐허로 변해 있었다. 여기저기 시 체가 즐비했고 불타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가도가도 인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라크네시도 완전히 파괴되었군요. 펄서폭탄의 위 력은 정말 대단해요." 사피언스 그라운드는 아라크네시에 펄서폭탄을 사용 했다. 아라크네시는 단 1초만에 완전히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당신네 MMX 미사일도 위력이 대단했소. 1백만 메가 톤이나 되는 핵탄두 미사일이 땅속으로 날아와 폭발하 니 살아있는 생물이 어디 있겠소?" 유러너스 제국은 사피언스 그라운드에 수백 개의 MMX 미사일을 쏘았다. 그 미사일에는 핵탄두가 장착되어 있어서 사피언스 그라운드의 인구 30억을 대부분 살상 한 것이다. '저것들이 감히 동맹을 맺다니....' 반제동맹 의장 로버트 퍼그스는 누네즈와 예멘이 동 맹을 맺자 분개했다. 뜻밖의 사태였다. 누네즈와 예멘 이 전쟁을 하여 양쪽의 군대가 힘이 없을 때 신의 바 이러스를 살포한 뒤 지구를 정복하려던 그의 음모가 보기 좋게 실패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같이 망하는 거야....' 반제동맹의 로버트 퍼그스는 음모가 실패로 돌아가자 신의 바이러스를 살포했다. 우희 위버를 살해하면서까 지 누네즈와 예멘을 죽이려고 했으나 그들은 몸에서 진물이 흘러내리면서도 여전히 살아 있었다. 신의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지구를 휩쓸었다. 유러너 스 제국의 MMX 미사일과 사피언스 그라운드의 펄서폭 탄에도 살아남은 지구인들은 신의 바이러스에 감염되 어 떼죽음을 당했다. "이제는 지구를 떠나는 수밖에 없어...." 로버트 퍼그스는 불모의 땅이 된 지구를 떠나기 위해 11명의 부인이자 부하를 거느리고 예멘 의장이 감춰놓 은 우주선으로 향했다. 우주선 주위에도 신의 바이러 스를 살포해 경비병들이 모조리 죽어 나자빠져 있었 다. 신의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인간을 죽인 뒤 부패한 시체를 갉아먹어 뼈만 남게 하였다. 우주선 주위에는 뼈만 남은 해골들만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로버트 퍼그스 기다리고 있었다!" 로버트 퍼그스가 여자들을 거느리고 우주선에 도착하 자 누네즈가 깔깔대고 웃으며 우주선에서 나왔다. 누 네즈는 레이저건을 들고 있었다. "누네즈....!" 로버트 퍼그스는 깜짝 놀랐으나 누네즈가 들고 있는 레이저건을 보고 요란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레이저건 따위로 자신을 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로버트 퍼그스! 감히 바이러스로 우리를 죽일 수 있 다고 생각했나?" "누네즈. 그 레이저건으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 하나? 그러잖아도 열 두 번째 부인이 없어서 누구로 채울까 곤혹스러웠는데 누네즈 당신이 나의 열 두 번 째 부인이 되는 것이 어떻겠나?" 로버트 퍼그스도 불로불사의 몸을 갖고 있었다. 마더 랜드에 잠입해 있던 반제동맹 요원들이 누네즈에게서 몰래 훔친 것이었다. "미친 놈!" "예멘은 어디 있나?" "우주선을 점검하고 있어! 이제 우리는 지구를 떠날 거야. 잘 가라! 로버트...." 누네즈가 입술을 비틀며 웃고는 레이저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파란 섬광이 번쩍하고 로버트 퍼그스 에게 날아갔고 로버트 퍼그스는 파란빛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레이저건에 펄서폭탄이 장착되어 있었 던 것이다. "깨끗하군. 역시 펄서폭탄은 위력이 있어...." 누네즈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때 우주선에서 예멘이 나왔다. "예멘...." "로버트 퍼그스를 해치웠나?" "해치웠어. 이젠 네 차례야!" "뭐라구?" "동맹은 없다! 이제 우주는 내가 지배한다....!" "핫핫.....!" 예멘이 하늘을 쳐다보며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그 순 간 퍼런 빛이 번쩍했고 예멘은 퍼런 빛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누네즈가 쏜 레이저건에 의해 예멘도 사라진 것이다. "호호....나는 이제 지구를 떠나겠어!"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북마크 공유하기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0 댓글쓰기 답글쓰기 댓글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