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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글]기술연구

스킹은 계속되어야 한다!

작성자정우찬|작성시간03.07.22|조회수679 목록 댓글 10
Untitled Document 스킹은 계속되어야 한다!

6월로 접어들면서 이제 위슬러도 완연한 한 여름의 날씨로 접어들었습니다.
한 낮의 기온은 이미 30도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밤에도 12시가 넘어서야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엔 주중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곤돌라를 운행하기 때문에(주말엔 9시부터) 한창 더울때부터 스킹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곳 위슬러는 위도가 높기때문에 여름동안엔 새벽 4시부터 해가 뜨기 시작해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해가 집니다. 그러므로 오전 10시라지만 이미 해는 한창 뜨거울대로 뜨거워진 상태입니다. 이런 날에 스키를 메고 잠깐 이라도 걷다보면 몸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힙니다. 산위에 올라 위슬러 마운틴의 라운드 하우스에 내리면 그 곳의 높이가 해발 1,800미터를 넘지만 요즘같이 더울때는 후덥지근하기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탑니다.
용감한 여성들은 가슴만을 가린 아찔한 복장에 스키나 보드를 즐깁니다. 남자들의 경우엔 아예 웃옷을 벗고 타기도 하죠. 며칠전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보더가 모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보딩을 즐기더군요. 이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 곳이 눈위인지 물위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저의 경우엔 하의는 펑퍼짐한 스노우보드복에 상의는 반팔 후드티를 입고 탑니다. 그래도 한동안 모글을 타다보면 땀이 배어서 반바지만 입고 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지지만 참고 있습니다. 모글과 점핑연습때문에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거든요. 눈위에서 넘어지면 옷을 입지 않은 부위에 찰과상을 입게 되는데 눈에 섞인 더러운 먼지들 때문에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더군요.

며칠전에 밴쿠버에서 관광오신 한국 교민들을 곤돌라에서 만났습니다. 스키를 들고 산에 오르는 저를 보고는 눈이 지겹게 느껴지지 않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아직도 재미있는데요." 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돌이켜보면 저도 지난 시즌(01/02시즌)엔 5월 이후론 거의 스키를 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눈이 좋지 않았거든요. 물론 그것고 한 겨울 위슬러의 환상적인 설질에 비교할때지만...

어쨌든 올 해 저를 끝까지 눈위에 붙들어 두고 있는 것은, 그리고 다음주부터 시작될 여름스키까지 탈 계획을 갖게 만들어 준것은 바로 프리스타일(Freestyle)에 대한 관심때문입니다. 한 겨울동안엔 어디서 무얼하는지 보이지 않던 프리스타일 스키어들이 봄 시즌부터는 위슬러의 모글을 장악하고 다닙니다. 더구나 캐나다 프리스타일 대표팀까지 모글에서 날라다니니 처음 한동안은 기분이 나쁘더군요.
"어~ 얘네들 뭐야? 완전히 모글을 장악해 버렸네."
그들과의 어줍잖은 경쟁심때문에 더욱 열심히 모글을 탔지만 확연하게 서로 다른 스타일과 테크닉이어서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더군요. 더군다나 화려한 에어까지 곁들이면 저는 그야말로 "깨~갱"일 수밖에....ㅜ.ㅜ

지난 4월경에 한국 아마추어 모글스키어중 손꼽히는 고수인 모글스키팀의 서대장님과 김동환군을 만난 이후 프리스타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하였지만 그 때까지 나의 생각은 인스트럭터 스타일의 범프스킹에 프리스타일의 장점을 도입하는 정도였습니다.

제가 프리스타일에서 도입하고 싶었던 장점은 안정된 상체와 튕기지 않는 폴 플랜팅 그리고 완벽할 정도의 충격흡수였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봄 시즌동안 스킹을 하였지만 제가 얻은 결론은 "정말 제대로 프리스타일 스킹을 배우지 않고서는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줍잖은 아집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프리스타일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게 되었죠. 얼마전에...^^

제대로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폴을 100cm로 자르고, 복장도 프리스타일로 바꾸었습니다. 예전에 가졌던 습관들과 지식을 잊고 새롭게 프리스타일 테크닉을 하나 둘 접하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에서 3주간 위슬러로 스키여행을 온 김권호님으로부터 프리스타일에 대한 기본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김권호님은 작년 여름에 이 곳 위슬러에서 프로 모글스키어인 김태일님과 함께 모글스키를 공부하신 분입니다. (이 분 또한 모글스키팀의 회원이십니다.)

테크닉면에서 가장 큰 차이는 먼저 바디포지션(body position)이었습니다.
그동안 둥글게 말아왔던 상체를 곧게 펴고, 팔을 어깨폭 정도로 좁히고, 무릎과 발은 거의 붙을 정도로 모읍니다. 아직도 기본중의 기본인 바디포지션이 잘 안만들어집니다. 그동안 몸에 익숙해진 자세들이 이러한 변화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엔 폴플랜팅(pole planting)인데 손목만을 사용하여 앞뒤로 움직여야합니다. 아직 좌우로 휘두르던 습관들 때문에 폴 자세가 사다리꼴이 되곤하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폴을 앞으로 던진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깨달았거든요.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하여 폴을 꼭 쥔 상태에서는 아무래고 손목만을 사용한 폴질이 쉽지 않은데 이때 엄지와 검지는 쥐고 나머지 손가락들은 가볍게 펴주면서 폴을 앞으로 던지면 아주 쉽게 앞으로 멀리 보내는게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멀리 던진 폴끝이 범프의 뒷면에 부딪힐때쯤 가볍게 폈던 손가락들을 오무리면서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여 딱 끊어주듯이 쥐어주면 스킹시의 밸런스 유지는 물론 폴이 너무 뒤로 빠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테크닉이 무릎에 힘을 빼고 완전하게 충격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충분히 무릎을 굽려 충격을 흡수한다고 생각하지만 비디오로 보면 무릎이 90도 이상 굽혀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프리스타일 스키어들은 대부분 무릎이 가슴에 닿을듯이 올라오면서 완전하게 충격을 흡수합니다. 이런 동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릎에 힘을 빼고 무릎이 가슴에 닿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릎의 상하운동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완만한 범프에서는 이런 동작이 불필요한 듯 느껴지지만 깊은 범프에서는 필수적입니다. 대개의 중상급자들이 완만한 범프에서는 어느정도 스킹을 하지만 가파른 경사의 깊은 범프를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망가지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입니다. 일반 슬로프에서 사용되지 않는 테크닉이기때문에 처음엔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연습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무릎의 움직임과 함께 마치 자전거 페달을 거꾸로 밟는듯한 발목의 동작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발목의 사용을 통해 "팁드롭(tip drop)"을 해주면 스키판이 마치 설면에 붙어있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범프의 정상을 넘어서면서부터 팁드롭한 상태에서 정확하게 체중을 눌러주면 범프에서 튕기지 않고 뒷사면을 타면서 스키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됩니다.

위에 언급한 프리스타일 모글스킹의 기본을 숙지하면서 연습하고 있지만 좀처럼 제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지적해 주지 않는다면 스스로는 아주 잘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타는 김권호님의 날카로운 지적에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관상의 변화나 테크닉의 차이보다 더욱 극적인 것은 제 내면의 변화입니다.

열심히 스키를 탄 스키어로서 나름대로 스키에 대한 인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요즘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스키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보아오던 위슬러가 달라 보이더군요. 예전에는 제가 멋진 카빙을 그리며 내려갈 슬로프를 보게 되었는데 요즘엔 제가 내려갈 모글의 라인과 적당한 점프대를 찾게 됩니다. 직선으로 내리꽂는 프리스타일 스키어들의 환상적인 무릎 움직임을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점프를 즐기는 스키어는 물론 보더들에게 까지 감탄의 시선을 보내게 됩니다.

산을 즐기고 스킹을 즐기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스킹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레이서는 레이서대로, 인스트럭터는 인스트럭터대로, 프리스타일 스키어 혹은 익스트림 스키어는 또한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이 거대한 산을 즐기고 있더군요. 지금까지 저에게는 잘 그루밍된 슬로프만으로 위슬러와 블랙콤이 다가 왔지만 이제 그 드넓은 산의 구석구석들이 저에게 손짓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우물안 개구리가 그 우물을 벗어났을 때의 느낌같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때문에 올 여름엔 블랙콤 정상 만년설에서 진행되는 섬머스키를 탈 계획입니다.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서 캐나다 모글스키의 대부격인 존 스마트(John Smart)의 SMS모글캠프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한동안은 프리스타일 스킹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는 익스트림 스킹의 세계에 빠져 들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드는군요...^^*

인스트럭터로서, 레이서로서, 프리스타일러로서, 익스트리머로서 산은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들이 모여서 진정한 산을, 스킹을 깨닫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요즘과 같은 날씨와 눈 상태에서 만나는 산은 인스트럭터나 레이서로서 만나는 산이 아니라 프리스타일러로서 만나는 산이기에 여전히 저에게는 신선한 느낌이고 처음 스키를 시작할 때 처럼 산을 올라갈 때면 기대와 긴장을 느끼게 만듭니다.

아직까지 무한한 도전이 잠재하고 있는 스킹. 그러므로 스킹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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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정은경 | 작성시간 03.06.09 이여름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으시겠습니다...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좋으시겠어요...
  • 작성자㈜위슬러팬 | 작성시간 03.06.09 허걱30도 가 넘는데사진에서 보니까... 장난이 아니군요...
  • 작성자에어 | 작성시간 03.06.10 지금처럼...인라인타구싶을때 언제든지 차에서 꺼내놓구 인라인타는데 스키도 언제나 타구싶을때...타면 좋으련만....정말좋은 동네당...캐나다는....쩝....
  • 작성자Dj honda | 작성시간 03.06.14 ^^ 정말 부럽습니다. 정우찬님의스키에 대한 열정... 제가 지금 학생만아니면 그리고 군대문제만 아니면 이 몸뚱아리 하나로 캐나다로 날라갑니다. 故베른트 그레버가 그랬다죠? skiing is passion이라고요.스키는 열정입니다. 정우찬님이 부러버용~ I envy you~~~~~~~~~~~~~~~~~~~~~~~~~~~~~ ㅜ.ㅜ
  • 작성자White | 작성시간 09.02.18 좋은 정보, 경험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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