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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글]기술연구

sms캠프후기(5)-한국을 벗어나야 한국이 보인다

작성자정우찬|작성시간04.02.12|조회수534 목록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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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세번째 강습

warren오늘 그룹6의 코치는 WARREN TANNER 입니다. 그는 우리처럼 SMS캠프에서 모글을 배운 스키어로 캐나다 월드컵팀 멤버인데 모글 뿐만아니라 프리라이드에도 능해서 우리들을 처음부터 하프파이프로 끌고 가더군요. 하프파이프에서의 스킹요령을 간단히 설명한 뒤 시범을 보입니다. 엄청난 도약과 화려한 에어. 우리들의 기를 팍팍 죽이네요. 하지만 뒤를 따르는 그룹6의 멤버들 또한 화려한 에어만 제외하면 높은 도약과 간단한 에어는 식은 죽 먹기처럼 해치워 버리는 군요. 역시 프리스타일!

하프파이프를 두 차례 정도 탄 뒤 우리는 바로 모글로 들어갔습니다. 저와 지킴이님 모두 삼일째 들어오면서 어느정도 적응이 되고 몸도 풀려서인지 훨씬 더 안정된 모글스킹이 가능했습니다. 저도 어느정도 바디포지션에 대한 감이 오더군요. Warren은 별다른 지적없이 "굿"이라며 계속 그렇게 스킹하라고 하더군요. 그의 코칭스타일은 다른 코치들 처럼 세밀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고 전체적인 그림만 보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쨌든 그 날의 모글스킹은 제 생각에도 물흐르듯이 부드러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3일째 강습의 주요 목표인지 아니면 Warren의 개인적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주요강습 내용은 점프였습니다. 대개 점프를 특별한 트레이닝 없이 연습한 사람들의 경우에 높은 도약이 안됩니다. 그들은 대개 낮은 도약에서 연기를 하기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고 투모션이상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룹6의 멤버들 중에도 투모션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도약이 낮다보니 화려함이 보이지 않더군요. 에어후의 착지도 불안한 경우가 많았구요. 캠프 전반에 걸쳐 코치들이 점프를 가르칠 때는 가장 먼저 도약에 집중하더군요. 아마도 에어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에어시 높게 떠야만 화려하고 정확한 동작이 나오며 착시시에도 안정된 착지가 가능합니다. 높게 뜨려면 물론 정확한 도약이 있어야만 합니다. 대개의 초급스키어들에게 도약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스키어에게 점프란 내려오던 낙하스피드 때문에 점프대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날아가기"일 뿐입니다. 정확한 도약은 단순히 날아가기가 아니라 거기에 "위로 뛰어 오르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도약은 체공시간을 늘려 정확한 에어동작을 가능하게 함은 물론 착지후 스피드 컨트롤에도 유리합니다.

지난 스프링시즌때 캐나다 대표팀이 연습하는 걸 눈여겨 보았었는데 캐나다 대표팀 조차 기본도약만 3~4일간 연습하더군요. 작은 점프대에서도 충분히 높은 도약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될 때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단조로운 베이직 점프만을 되풀이 하더군요. 어느정도 높은 도약이 나오는 사람들은 며칠 후부터 360이나 그밖의 다른 원모션을 연습하였습니다. 최상급자 단계의 프리스타일 스키어에게조차 도약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던가 봅니다.

또 한가지 도약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은 트램폴린이었습니다. 잘하는 사람들은 일단 엄청나게 높이 솟아오릅니다. 대개의 캠퍼들이 1미터~1미터 50센티정도를 뛰는 반면 가장 뛰어난 사람은 2미터이상 솟아오릅니다. 당연히 보통사람보다 한 두개 이상의 에어연기를 더할 수 있는 체공시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같은 에어동작을 하더라도 동작의 크고 정확함에서 단연 차이가 나더군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저는 어설픈 에어연기보다는 확실한 도약이 더욱더 중요한 것임을 인식하게 되었답니다.

캠프에 참가한 스키어들은 초보자를 제외하고는 대개 점프를 잘합니다. 여기서 잘한다는 의미는 훌륭한 에어 연기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모글스킹 실력과 무관하게 점프를 많이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모글캠프 뿐만아니라 옆에서 진행중인 프리라이드 캠프를 보면 약간씩은 돈(?)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무지막지한 스피드와 엄청난 도약 그리고 넘어지거나 다치면서도 주저함없이 또다시 뛰어드는 그들을 보면서 어떤 두려움마저도 느낍니다. 결국 그들이 점프를 잘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 생각엔 한국과 가장 중요한 차이는 결국 "보는 눈의 차이"라는 점입니다. 눈만 돌리면 이쪽에선 백플립, 저쪽에선 360에 두가지의 에어동작을 곁들여 뛰고 건너편의 프리라이드 코스에선 30~40미터 점프에 앞으로 돌기, 뒤로 돌기, 옆으로 돌기 등 정신없이 뛰고 돌려 댑니다. 그것도 10살을 갓 넘은 꼬마애나 여자들이 그렇게 뛰고 돌리는 것을 보면 이건 속이 뒤집히다 못해 환장(?)을 하게 됩니다. 다시말해 이 곳에선 누구나 프리스타일을 시작하면 저 정도는 되어야 점프를 한다고 얘기할 수 있겠구나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글이나 코작, 대피나 트위스터 등은 한마디로 애들 장난 코웃음거리에 불과해집니다. 마치 스키로 치면 이제 갓 푸르그보겐을 마친 정도인 셈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타고난 그 무엇이 있어서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이제 갓 기본 점프에서 스프레드 이글을 연습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차이라면 그들은 이미 주변에서 보아온 기술들을 자신의 눈높이로 삼고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그 정도 기술을 흉내낼 때까지 엎어지든 꼬꾸라지든 끊없이 시도한다는 점입니다. 목표가 높다보니 작은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만약 당신이 오후에 슬로프에 생겨난 눈덩이에서 멋지게 점프를 한다면.....바로 귀를 따갑게 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패트롤이 달려올 것입니다. 터레인 파크가 형성된 스키장도 많지 않을뿐더러 있다하더라도 기본적인 에어동작 이상의 화려한 연기는 볼 기회가 적습니다. 더구나 딱딱한 얼음바닥일 경우가 많아 상급자들 조차 엄두가 나지 않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열정적인 몇몇 스키어들을 제외하고는 화려한 에어연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가 힘듭니다.

올 여름엔 일본 대표팀 등 많은 선수들이 위슬러에서 여름스키를 타더군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바로 위에 언급한 그런 이유들 때문이겠지요. 안전한 설질과 최고수준의 기술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아마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겠죠.

한국이라는 우물안에서만 있어서는 그 정도의 눈높이만 생겨날 뿐입니다. 세계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국 프리스타일이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단지 "일본이 하니까 우리도 할 수 있다." "동양인 체형에 맞는 종목이다."라며 목소리만 높인다고 한국 프리스타일이 발전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와서 보시면 알겠지만 이 친구들도 무지 열심히 연습하거든요.^^* 그들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들 이상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벗어나야 한국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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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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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람둥이^^ | 작성시간 03.08.10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실 점프는 모글과 프리라이드 스키어들의 꽃이라 할 수 있죠.. 문제는 우찬님 글처럼 국내 환경이 못 따라 간다는 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프리스타일에 호의적인 리조트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이번 시즌.. 남다른 기대를 해봅니다..^^
  • 작성자스키골 | 작성시간 03.09.24 이제야 읽었내여... 우찬이형의 글을 보면 느끼는 것이 참 낳습니다....저도 에어공부를 시작해야하는데 엄두가 안나네여..
  • 작성자White | 작성시간 09.02.18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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