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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글]기술연구

SMS캠프후기(4)-빨래판(?) 타기

작성자정우찬|작성시간04.02.12|조회수892 목록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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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두번째 강습

어제 하루의 경험이었지만 대충 하루의 캠프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아기에 오늘은 더욱 여유가 생깁니다. 보통 오전 8시경 리프트를 탑승하게 되는데 이 시간에는 마치 한 겨울처럼 리프트가 상당히 북적댑니다. 그 이유는 이 곳 블랙콤 글레이셔에서 열리는 캠프가 SMS이외에도 많기 때문입니다. 모글과 프리라이드, 그리고 레이싱 캠프 등이 최소한 10여개 이상 열립니다. 각 캠프마다 참가인원이 50~200명이라고 보면 아침마다 1,000명 이상이 리프트를 탑승하는 셈이죠. 저와 지킴이는 이런 복잡한 시간을 피해 10분 정도 일찍 올라갔습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9시가 안된 시간이어서 우리는 여유있게 그루밍 슬로프에서 어제 배운 바디포지션을 연습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루밍 슬로프에서의 연습은 아직도 많이 어색합니다. 일반스키어들이 보기에 프리스타일 스키어들이 일반사면에서 연습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게(?)보이기 때문입니다. 상체는 장승처럼 꼿꼿이 세워서 타는데다 폴은 아이들 폴을 가지고 나온 것 처럼 짧고, 바늘끝도 들어가지 못할 것처럼 딱 붙인채 마치 설면을 비질하는 듯한 하체의 움직임은 소위 압구정동 지랄턴(?)의 원조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저도 이러한 자세의 프리스타일 스키어들이 일반 사면에서 연습하는 걸 보면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저거 뭐하는 거야? 일반사면에서 꼭 저렇게 타야하나?"

하지만 캠프에 참석하면서 이러한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그 자세의 스킹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상체자세에 신경쓰면 회전호가 커지면서 부드럽지 못한 스킹이 되고, 하체에 집중하면 상체가 자꾸 둥글게 말리는 인터스타일 자세가 만들어집니다. 폴플랜팅 또한 인터스타일과 많이 달라서 신경쓰지 않으면 손목만의 움직임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일반사면에서 제대로 된 자세로 스킹 할 수 없다면 당연히 모글사면에서는 그 자세가 나올 수 없습니다. 일반사면에서 충분히 연습하여 장승자세(?)를 나의 자세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일반스키어 여러분.
앞으로 이런 자세의 프리스타일 스키어를 보더라도 비웃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압구정동 지랄턴을 하는 스키어일지라도 그가 충분히 자기 스키를 컨트롤 하면서 스킹을 한다면 이 또한 비웃을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은걸 해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그 사람이 모글사면에서는 훨씬 안정된 스킹을 할지도 모르거든요.

trennon세 차례 정도 장승자세를 연습한 뒤 캠프로 갔습니다. 어제처럼 스트레칭 체조를 한 뒤 그룹별로 모였습니다.

오늘 그룹6의 코치는 Trennon Paynter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올림픽팀 멤버인 Trennon은 '98북미 챔피언이었으며, 현재 캐나다 Alberta주의 프리스타일 팀 코치로 있습니다. Trennon은 어제의 Ryan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그루밍 슬로프에서 기본자세를 연습하면서 각자의 자세를 지적하고 필요한 연습과제를 주었습니다. 저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주로 바디포지션에 대한 지적을 받았습니다.

슬로프를 거의 내려간 지점에 모글높이로 만들어진 연속된 웨이브가 있습니다. 이게 꼭 빨래판처럼 생겼는데 Absorption Tank라 부릅니다. Trennon은 이 곳에서 연습을 하면 모글스킹의 기본을 잡는데 아주 훌륭한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상체를 쭉 펴서 안정되게 한 뒤 시선은 하단부에 있는 자신을 보라고 합니다. 자신이 폴을 교차해 X자를 몇번 만드는지 확인하면서 내려 오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제대로 타기도 힘들어서 그를 바라볼 수가 없었지만 몇 차례 연습을 하니까 그나마 시선을 어느 정도 멀리 볼 수 있게 되더군요. 이 연습에서 지킴이님은 스키 엣지에 손목부분을 약간 베었습니다. 다행히 혈관이나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서 패트롤에게 지혈을 받은 뒤 바로 연습에 합류했습니다.

저는 이 Absorption Tank에서의 연습이 상당히 효과적임을 몇 차례 연습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효과는 물론 Absorption/Extention 입니다. 일반사면의 스킹에서는 그처럼 깊은 흡수와 펴기를 할 일이 없기때문에 대부분의 스키어들은 급경사의 깊은 범프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자세가 흐트러집니다. 그러나 이 연습을 통해 흡수시에는 무릎이 가슴을 칠 것 처럼 높이 올라오고, 펴기시에는 완전 차렷자세처럼 쭉 편 상태로 모글의 깊은 바닥면을 눌러 밟아 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 것에 익숙해지면 모글에서의 스킹이 훨씬 여유가 있어지고 깊은 범프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게 됩니다.

두번째 효과는 시선의 고정입니다. Absorption Tank의 길이가 대개 10개 정도의 웨이브로 구성되기 때문에 30~40미터 정도의 길이입니다. 웨이브는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굳이 시선을 하나 하나의 웨이브에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선을 하단부에 고정시키고 타면 자연스럽게 상체가 고정됩니다.

세번째 효과는 이 연습이 직선적 스킹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직선적 스킹이란 스키 자체가 일직선으로 회전없이 내려간다는 의미보다는 몸의 중심이 좌우이동없이 일직선으로 내려감을 의미합니다. 즉 이미 지나간 논의지만 예전에 숏턴에 대한 논란중에 "원 폴라인(one fall-line)이냐, 투 폴라인(two fall-line)이냐"란 논란이 있었죠. 거기서의 원폴라인(one fall-line) 스킹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요즘 이런식의 스킹을 하면 아마 압구정 스키라는 말을 들을테지만요.^^*

인터스킹에서는 모글에서도 일반사면에서와 같은 방식의 회전호를 그릴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인터스킹에 익숙한 저에게는 거의 직선으로 내려꽂는듯한 프리스타일의 회전호를 그리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모글에서의 스피드 컨트롤이 부담스러운 대개의 초중급 모글스키어들에게도 해당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Absorption Tank에서 연습할 때면 좌우폭이 짧은 경우 스키 하나 길이에 불과하므로 좌우로 스키를 회전시키기가 힘듭니다. 물론 훌륭한 스키어라면 그 상황에서도 좌우로 스키를 회전시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더욱 힘듭니다. 가능하면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모글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효과를 알게 된 뒤부터 저는 글레이셔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Absorption Tank에서 몸을 풉니다. 이 곳에서 충분히 몸을 풀고 리듬감을 만들면 모글에서의 스킹이 한결 수월합니다. 계란판처럼 생긴 모글을 무시하고 그저 Absorption Tank에서 탈 때와 똑같은 방식, 느낌으로 탑니다. 그러면 모글에서의 스킹이 훨씬 부드러우며 보다 직선적인 스킹이 가능해집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Absorption Tank를 만들어 연습하면 특히 초중급 모글스키어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Trennon은 Absorption Tank에서 몇 차례 연습을 한 뒤 이번엔 슬로프 하단에 자리한 빅에어로 끌고가서 각자 하고 싶은 에어를 해보라고하더군요. 말이 끝나자 그는 우리를 마주보던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내려가 도약 540을 식은 죽, 아니 물마시듯 해치워 버리더군요. 두개의 빅에어가 연속해 자리 한 그 곳에서 저는 기본점프를 했고, 지킴이님은 360을 했습니다. 두번째 360은 아주 완벽해서 코치도 "굿"이라며 칭찬해 주더군요.

모글에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연습하였는데 오늘은 2번의 점프를 포함해서 모글을 탔습니다. 저는 점프가 처음이라 그저 기본 점프만 했습니다.^^* 다른 그룹6 멤버들을 보니 모글에서의 턴은 별로인데 점프는 360이나 트위스터 등을 하더군요. 이 곳의 자유로운 분위기 탓에 어릴 적부터 점프를 많이 했기때문이랍니다.

모글에서의 지적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Trennon은 시선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더군요. 시선은 자기가 내려갈 길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게 함은 물론이고 모글에서의 상체자세를 잡아주는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가슴은 시선이 향하는 방향으로 따라가므로 시선이 바로 앞의 모글에 있으면 가슴 또한 그 곳을 향해 앞으로 숙여지기 때문에 범프에 부딪칠 때 상체와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점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합니다. 대개 처음하는 사람들은 도약하면서부터 시선을 자기의 착지점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러면 착지와 함께 상체가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밸런스를 잃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오늘은 특히 시선의 위치에 신경쓰면서 스킹을 하였는데 그게 정말 쉬운게 아니더군요. 내일부터라도 그루밍슬로프에서부터 충분히 연습한 뒤 내 것으로 만들어갈 자세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점프를 하지 않고 모글에만 집중해 탈 때와는 천지차이로 비록 기본점프만 하더라도 점프를 포함해서 모글을 타게 되면 상당히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점프에 대한 생각때문에 모글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특히 착지후의 불안한 자세로 모글에 진입할 때에는 자꾸 자세가 망가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속도를 못잡아 턴을 못하게 되거나 아니면 속도의 제어에 급급한 나머지 자세가 흩뜨려지거든요. 어쨌든 에어는 프리스타일 스킹에 있어서 넘지 않으면 안 될 큰 과제로 여겨집니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쥬스타임을 가진 뒤 비디오 촬영을 했고, 비디오 촬영이 끝나면서 강습도 끝났습니다. 저와 지킴이님은 강습이 끝난 뒤에도 보충학습을 열심히 했죠. 그리고 오후의 레포츠 활동은 축구였는데 피곤해서 접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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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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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람둥이^^ | 작성시간 03.07.18 읽을 수록 좋은 글이라 생각되는군요.. 늘 압구정 지랄턴과 모글 평사면 연습과 비슷하여 곤혹을 치르곤 했었는데.. 우찬님의 글이 그나마 많은 위안을 주는군요..^^
  • 작성자White | 작성시간 09.02.18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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