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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정보[파우더]

네번째 날

작성자신호간|작성시간17.02.06|조회수461 목록 댓글 8

세번째 글은 거의 다 썼는데, 잠깐 딴 일하다 저장된 줄 알았더니 바람처럼 날아갔네요.

제 글이 좀 다큐처럼 되기 쉬운데 가능한 짧게 쓰면 덜 지루할 듯. 참고로, 아이들과 다니는 사면은 기술 연습과 레이싱 훈련 빼고 거의 대부분 오프-트레일 지역이고, 블랙 사면은 오프-트레일에 자연 범프, 트리런 등등이 있는 지역입니다.


네번째 모인 날, 릴리, 홉, 할란, 타일러, 비욘, (잭, 일라이)

두주 정도 눈이 안오니 좀 단단하고 군데군데 얼음판도 생겼는데, 목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점점 폭설로 바뀌면서 토욜 아침엔 무릎 살짝 넘을 정도의 파우더가 쌓였네요. 눈이 여전히 폭설이고 내일은 더 대박일 듯.

이런 날은 눈길 운전에 약한 씨애틀 사람들이 거의 기어서 운전하기에 길 막히기 전에 일찍 출발하는데, 아그들이 늦장 부리는 덕에 또 늦게 출발. 동네에는 비가 오는데 산으로 올라가면서 눈으로 바뀌고 차들은 기어가기 시작. 얼마 안가 벌써 큰 트레일러가 고속도로 한가운데 멈춰서 있고, 미끄러진 차들이 도로가에 널부러져 있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패트롤들이 눈사태 예방차원에서 폭약을 터뜨리는 소리가 쩌렁쩌렁 온 산을 울림.

원래 이날은 SL (회전) 기문 연습하는 날인데, 눈이 넘 마이 와서, 파우더 스킹 연습하는 걸로.

웜업 런으로 블랙 사면의 깊은 파우더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냥 타기는 하는데, 역시 제대로 파우더 스킹을 하는 아그들은 없음.

기본부터 단계별 교육 시작. 비욘은 바로 말 그만하고 스키 타자고, 다른 애들도 가자고. 애들은 기술 얘기 같은 거 하면 바로 지루해 하기만, 핵심을 간결하게 3분 이내, 가능하면 1분만에 설명하고 바로 시범 보이고, 해보게 해야 함. 좀 잘 타는 아이들 일수록, 좀 비아냥 대고 개기는 편인데, 그때는 냅뒀다가. 나중에 기술로 챌린지를 주면 깨갱함. 첫단계 훈련은 쉬우니 다들 잘 하는데, 두번째 단계부터 아무도 못함. 한명씩 코칭해주고 다시 시도. 반절 정도가 제대로 하기 시작. 

홉은 잘 타는 편이지만, 두번째 단계부터 버벅거리니 하기 싫은 눈치. 자신있는 외발 스킹 하자고...ㅋ. 오후에 한다고 하니 좋아함.

타일러는 아직도 A자로 타는 버릇에서 벗어나질 못해 안쪽발을 바깥발에 옮기는 걸 잘 못함. 릴리도 아직 바깥발에 체중을 잘 못 싣고 삼각다리 마이 나옴. 할란은 소리만 엄청 질러댐. 정상으로 올라가는 리프트 줄이 넘 길어서 오전엔 포기. 할란은 발이 너무 아프다고 하길래, 쉬고 싶냐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함. 강사 라운지에서 쉬게함. 오후에 괜찮아짐.


점심때 들으니 사고 마이 나서 도로 한동안 막고, 눈사태 예방차 확인한다고 하단 리프트 한개 빼고 다 중단. 강사 라운지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데, 한국처럼 직원식당이 따로 있지 않고, 도시락을 싸 오거나 리조트 식당에서 직원할인을 받음. 나는 애들 둘과 같이 오는 거라. 주로 컵라면에 삼각김밥 싸옴. 친한 강사들하고 먹으면 점심 시간 내내 수다를 떠는데, 예전엔 영어 공부하는 셈치고 죽치고 있었는데, 이젠 넘 지겨움. 별거 아닌 걸로 끝도 없이 수다... 진짜 점심시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수다만 떨다가 다시 오후 강습 들어감. 오후 강습 시작하니 리프트 다시 가동.

비욘은 레이싱 스키에서 프리라이드용 스키로 바꿔 신고 오고, 아이들과 바로 정상 리프트로 갔는데, 그새 대기줄 엄청 길어짐. 오래 기다려 리프트 탐. 어디로 갈까하다 일단 프레쉬 파우를 맛볼 만한 곳으로 감. 으아.. 정말 파우더 아직 그대로 살아 있음. 나한텐 무릎까지지만 아이들에겐 허벅지 정도까지 빠짐. 신나게 딥 드라이 파우더 스킹하고 내려감. 좀 더 험하고 긴데로 가려고 정상 리프트 타자고 하니 아이들 대부분 너무 오래 기다린다고 싫다고 함. 어흑. 프레쉬 파우더 스킹은 물건너 갔구나. 블랙 사면에서 신나게 파우더 범프 스킹과 점프를 하다 초중급 사면으로 가서 외발 스킹. 대부분 연습 해 왔다고 자랑질. 비욘은 스키 바꿔 신고 왔다며 둘다 신고 올라감. 외발 스킹 기술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고, 1/3 정도 내려감. 홉만 제대로 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밟고 누르기 보단 기울이다 계속 자빠짐. 이번엔 약간 사활강으로 내려가다 기울임없이 압력과 에징만으로 산위로 올라가는 걸 훈련. 다들 잘 함. 반대쪽도 반복하며 베이스까지. 엇.. 그런데, 큰놈이 하는 보조강사 프로그램 아이들도 죄다 외발 스키로 리프트 대기중. 흠, 근데 프로그램 강사인 조오지 (George)는 둘다 신고 있음. 예전 울반이었던 키아라와 큰놈이 날 부르며, 외발 스킹하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네 팀은 외발스킹 할 줄 모른다 함...ㅋ. 근데, 조오지가 하자고. 헐~ 리프트에서 내리고. 아이들에게 약속했던 거미 베어를 여섯개씩 줌. 평소 세개씩 주는데 연습 해오면 두배로 준다 했음. 비욘은 할 줄 아는데 안한 건데 거미 베어 두배로 준다니 하겠다 했는데, 배신 때림...ㅋ. 그래도, 다들 6개씩 줌. 

큰놈은 키아라가 별로 안 착한데도 금발에 이쁘장 하니 같이 붙어다님... 아키아라와 릴리안은 이쁘면서도 착한데도 키아라가 좀 여시같으니 좋다고...에혀. 울팀 아그들과 외발 스킹하며 내려가는데, 큰놈 팀 아그들은 보도 듣도 못한 이상한 외발 스킹 드릴을 하며 계속 자빠지고 난리남. 큰놈이 와서 도대체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며 그만하겠다고 함...ㅋ. 큰놈은 외발 스킹을 할 수 있는데, 드릴 자체가 문제가 있어 보임...쩝. 이날 폴 체킹에 대해서도 연습하려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못 했음. 레이싱에서 폴 체킹 무지 중요헌디. 담 시간에 해얄 듯.

베이스로 돌아와서 부모들과 인사하며 아그들 보냄. 홉 엄마는 홉이 좀 피곤해 보인다며 좋아함...ㅋ. 릴리 아빠는 두번째까진 좀 까칠한 표정이었는데, 지난번 부터 무지 반갑게 인사. 이유를 알고 있는 난 속으로 씁쓸히 웃었지만, 그럴수도 있고 이해됨. 다들 백인 코치인데, 자기 딸이 조그만 동양인에게 배우니 못 믿더워서 아는 사람 수소문해 나에 대해 알아 본 것. 점심 시간에 예전에 같이 강사 훈련 받던 마크란 동료 강사가 와서 울반에 있는 릴리가 울반에서 스킹하는 거에 무지 만족한다고... 혹시 릴리 아빠를 아냐고 했더니 친구라고...ㅋ. 어떤 부모는 멀찍이서 따라 오며 잘 가르치나 지켜보는 사람도 있음. 비욘 아빠랑도 스킹에 대해 한참을 수다, 알고보니 동료 코치 케빈의 중고등학교 친구...ㅋ.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서 죽이 맞아 파우더 스킹과 모글 스킹에 대해 한참 수다. 할란 아빠 마크가 와서 수다 종료. 근데, 눈은 계속 퍼 붓고, 내일은 완전 초대박 딥 파우더일 듯 한데. 

끝나고 동료 코치들이 라지 꼭대기 바에서 맥주 한잔 하자는데, 울 애들이 눈 넘 마이 오니 혹시나 길 막기 전에 출발하자고. 눈 넘 마이 오면 사고 예방 차원에서 아예 길을 막아버림. 코치들은 강습 끝나면 바에 가서 한잔씩 하며 수다. 인생 야그 마이 함. 아쉽게도 그냥 나옴...쩝.


담날 폭설로 도로 밤새 막고, 아침에 다시 열림. 이틀 동안 쌓인 눈이 30인치 (76 cm). 파우더 스킹과 일 사이에 고민. 예전 같으면 무조건 고! 인데, 회사 일이 좀 장난 아닌 상태라. 내가 리드하는 프로젝 두개가 이번 달에 론치되고 (하나는 다른 사람 껀데, 이 인간이 론치를 앞두고 장기 휴가를...헐) 다른 하나도 좀 커지고 있고, 네번째가 공식 시작도 안했는데 윗선에서 챙기고 금욜에 심각한 문제 하나 터지고... 아. 일은 왤케 한꺼번에 터지나. 참, 파우더님은 그새 일본에서 돌아와 크리스탈에서 딥 파우더 스킹 중. 댁이 캘리인지 여기인지 헷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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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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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2.07 파우더님 완전 대박 신나셨겠네요. 거기 혹시 허리까지 빠지는 거 아닌가요?
    여기 동네에도 눈이 밤새 쌓여서 학교 다 닫고, 정전까지 되서. 직원들 집에서 일한다고 하는데 전원이 없으니 그냥 노는거죠. 저는 그냥 눈길 운전해서 출근...ㅋ. 이웃 아저씨가 보더니 너 디게 중요한 일 하나보다며 이런 날에도 출근하는 거 보면...ㅋ. 에혀...
  • 답댓글 작성자파우더 | 작성시간 17.02.07 우와..소리 밖에 안 나옵니다.
    진짜 깊네요.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2.08 파우더 이 정도면 이제 파우더가 슬슬 지겹지 않으세요? ㅋ...
  • 답댓글 작성자파우더 | 작성시간 17.02.08 신호간 글쎄요
    근데 눈만 보면 아무 생각이..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2.08 파우더 그건 저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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